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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사업체 단위로는 유연한 노동력 이동 담보하고 정부는 안정성 보장해야
김승택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 2025년 03월호
최근 KDI는 2025년 우리나라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1.6% 수준으로 하향 조정하면서 성장률이 잠재성장률에도 못 미칠 것으로 전망했다. 2024년 증가했던 수출은 대외경제의 불안정 속에 하향 안정되고 역성장을 기록한 내수는 여전히 부진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취업자 수 증가 규모 또한 전년의 16만 명보다 적은 10만 명 전후로 줄어들 가능성을 제시했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 활성화됐던 노동시장은 급속히 냉각되고 있다. 통계청 ‘고용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15세 이상 생산가능인구는 0.4% 증가하는 데 그쳤고, 남성 경제활동인구가 -0.1%의 역성장을 기록하는 한편 남성 비경제활동인구는 1.8% 증가해 남성의 노동시장 참여 전반이 줄어드는 추세를 보였다. 또한 2023년 32만7천 명이었던 연간 취업자 증가 규모는 2024년 15만9천 명으로 축소됐고, 특히 12월에는 취업자 증가 규모가 전월 대비 4만9천 명 감소한 반면 실업자는 17만1천 명 증가하는 충격적인 지표를 기록했다.

국내외 정치적 불확실성이 차츰 해소되면서 우리 경제가 2024년에 발생한 단기적 충격에서 완만히 회복할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하지만 중장기적으로 저성장 위기에 빠지고 있어 정책 당국자들은 이를 타개할 대책 마련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인구감소, AI 전환으로 산업·직무별 필요 인력 변화···
직무 전환과 숙련, 전직 매칭이 핵심 과제


올해 위협적인 상황을 넘기면 우리나라 경제와 노동시장은 밝은 미래를 기대할 수 있을까? 지금 직면한 구조적 과제를 해결하지 못한다면 단기적으로 위기를 넘기더라도 조만간 다시 어려움을 맞이하는 상황이 반복될 것이다. 

우리나라 노동시장의 가장 큰 중장기적 도전은 인구구조 변화에 따른 생산가능인구, 특히 청년층 인력공급의 감소가 급격하게 나타나는 점이다. 기업들은 AI, 자동화 등 기술을 적용해 적은 인력으로 높은 생산성을 달성할 수 있는 생산 및 인력운용 체계를 적극적으로 찾고 있다. 한편 빠른 기술 변화는 주력산업 대부분을 교체하는 산업구조조정으로 이어지면서 노동시장에서 산업이, 직무에서 인력이 퇴출당하는 동시에 새로 성장하는 산업과 직무에서는 인력수요가 커지고 있다. 이런 환경에서 신규 인력뿐 아니라 재직자에게도 재교육과 훈련을 통한 직무 전환과 숙련 획득 또는 전직(轉職) 매칭의 필요성이 커지기 때문에 교육훈련 시스템 개편과 고용 연계 인프라 확충이 핵심 정책과제로 등장하고 있다.

한편 고부가가치를 목표로 하는 산업구조 개편과 노동생산성 향상을 위한 노력이 강해질수록 우리나라 노동시장의 고질적 고민인 이중구조 확대가 우려된다. 이 문제를 해결하려면 노동의 유연성·안정성에 대한 새로운 접근이 필요하다. 

우리 사회가 직면한 저성장과 대전환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산업구조가 고부가가치 중심으로 개편돼야 하는데 이를 달성하려면 노동시장의 유연성이 필요하다. 다양한 노동의 유연성 중 특히 기능적 유연성(사업장 내 유연성)과 전직 및 이직에 대한 지원(사업장 간 유연성) 확대 기준과 관련한 논의에 집중해야 한다. 유연성 확대는 안정성과 배척되는 것으로 이해돼 노동계는 적극 반대하는 이슈다. 한 사업체 단위에서 유연성과 안정성을 동시에 높이는 것은 모순이다. 하지만 주체가 중앙 및 지방 정부라면 다른 이야기가 되며 과거 덴마크의 유연안정성 황금삼각형 또한 이런 개념이다. 

현재 우리나라는 노동안정성의 주체를 사업체로 두고 있다. 주 52시간 상한제도, 최저임금, 외국인 근로자 사용 조건,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조건, 해고 조건, 파견근로의 활용 범위, 정년 시기 등 각 사업체에 규범을 부여하고 이를 지키지 않으면 제재하는 방식으로 고용·노동 제도를 운영하고 있는 것이다. 사업장 내 또는 사업장 간 인력 배치·이동을 촉진할 수 있는 유연성이 필수적인 시대에 이런 규제는 노동시장의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게 한다. 따라서 각 사업체 단위로는 유연성을 높여주는 대신 정부가 중심이 되는 사회 인프라를 통해 노동안정성을 높여주는 새로운 체제로 변할 필요가 있다.


       
우월한 기술력 갖춘 국가·기업이 지배하는 세계에서
고용정책은 보편성에서 수월성 추구로 변화해야


최근 기술의 비약적인 발전으로 국제 경쟁을 선도하는 부문에서 우수 전문인력 수요가 늘어나고 있지만 공급은 제한적이라 전 세계적 인력유치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 기술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려면 우수인력을 양성하는 교육체계와 충분한 인력공급이 필수요소인데 우리나라는 해외 선진국에 우수인력을 빼앗기고 국내에는 숙련도나 생산성이 낮은 외국인력을 도입하고 있는 상황이다. 우수인력 해외 유출의 원인은 복합적이겠으나 결국 임금 등 보상 수준과 근무 및 연구 환경이 열악하기 때문이다.

그동안 우리 교육, 고용·노동 정책은 평등과 보편성을 강조해 왔고 그 결과 안정된 평균이 다수 늘어나는 긍정적 성과를 거뒀으나, 최근 수월성(excellence)이 필요한 부문의 인재 양성과 국내 기업의 인재 확보에는 역효과가 나고 있다. 보편성 정책 기조는 과거 고도성장기 인력수요가 큰 상황에서 성과를 거뒀다. 하지만 매우 우월한 기술력을 가진 국가나 기업이 지배적 위치에 서게 되는 오늘날의 환경에서는 보편성 정책이 인구감소 등 여러 이유와 겹치며 우수인력의 초과수요를 충족하지 못하고 국가성장 잠재력이 하향 정체되는 데 한몫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최고 수준의 기술과 지식을 가진 인재가 자라나고 도약하기에는 너무나 어려운 환경이다. 이를 타파하려면 보편성 추구에서 벗어나, 파격적인 ‘최고 인재 키우기’와 함께 우리 기업과 연구 부문 최고 인재에게 경쟁국에 뒤떨어지지 않는 환경을 제공하는 수월성 추구로 근본적 변화를 이뤄야 한다.

우리나라는 사회 구성원 간 협력이 없는 사회구조로 가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여야가 극렬히 다투고, 노사관계 역시 적대적 역학관계가 지속되면서 상대방이 원하는 것을 듣지 않은 채 무조건 반대하다 입맛에 맞는 정권이 들어서면 일방적인 이익을 얻어내려고 애쓰는 행태가 보인다. 청년층에서 남성과 여성의 갈등은 더욱 깊어지며 세대별 사고와 행태에 대한 이해와 신뢰는 바닥을 향하고 있다. 전 세계가 변화에 적응하느라 요동치고 있는 격동의 시대에 정치적·계층별 대립이 만연한 사회는 경제적으로 적절한 정책을 찾는다 하더라도 밝은 미래를 기대하기 힘들다. 이런 사회 분위기가 고착되기 전에 바꾸지 못한다면 우리나라는 저성장의 늪에 빠져 상대방만 탓하는 사회가 되고 말 것이다. 

대부분 분야에서 다가올 미래에 닥칠 큰 문제가 무엇인지는 이미 명확하게 드러나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모든 정부 부처가 함께 전력투구하는 정책 패키지뿐 아니라 사회통합을 위한 특별한 계기가 필요하다. 우리 사회의 진정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사회 모든 분야의 대표들이 지혜를 모으고 모든 사회 구성원이 적극적으로 참여해 대통합의 한 걸음을 내딛기를 간절히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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