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대 중반 이후 나타난 상대적 박탈감을 넘어선 집단적 좌절감과 사회 분열 조짐을 극복하기위해서는
교육, 학습을 통한 세대 내, 세대 간 계층상승 등 사회 이동의 희망이 보여야
대입까지만 인적자본 투자가 과열 집중되는 한국교육…
개개인의 생애 생산성 제고에 초점을 맞춘 교육개혁으로 인적자본의 질을 높이는 것이 중요
한 나라 경제의 생산성은 기술혁신, 조직개선, 인적자원의 질적 향상 등 다양한 요소의 영향을 받는다. 생산요소의 결합이 더 많은 부가가치를 생산할 수 있도록 하는 창의성의 향상, 그리고 자본과 인력 등의 자원이 더 생산적으로 활용될 수 있도록 유연하게 배치하는 사회 이동성의 제고 등이 생산성을 높일 수 있다.
한국경제가 지속적인 성장잠재력을 확보하는 데 인적자본이 중요하다는 사실은 새삼 강조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과거 개발연대에 한국은 물적자본을 거의 해외 차관에 의존해야 했던 열악한 상황에서도 교육 우선 투자와 성장 우선 정책으로 초등, 중등, 고등교육을 차례로 확대해 경공업, 중화학공업, 첨단산업 등 일련의 산업화 단계에 맞게 인력을 공급해 왔고, 그 결과 독보적인 고도성장을 이뤄냈다.
한국의 AI 경쟁력에 큰 자극 되고 있는 딥시크···
AI 시대 결국 창의적이고 실력 있는 인재가 성패 갈라
근간에는 선진국들의 4차 산업혁명 선언을 계기로 지식 기반 사회를 넘어 인공지능 기반 사회, 디지털 바이오 사회, 우주 개척 경쟁 사회 등으로 전개되면서 세계적으로 AI, 반도체, 첨단 바이오, 양자 등의 분야에서 우수인력 확보전이 뜨겁다.
특히 생성형 AI는 여러 분야에서 생산성을 획기적으로 높이고 있다. 그간 해오던 지적 작업에 AI의 도움을 받으면 시간이 단축될 뿐 아니라 결과물에서도 개선된 부분을 발견할 수 있다. 예를 들어 AI를 이용해 한국어 인터뷰 영상을 단번에 영어 인터뷰 영상과 자막으로 변환했는데, 등장인물의 목소리 그대로 영어로 바뀌었을 뿐 아니라 입 모양까지 영어 발음에 맞게 조정됐다. 작곡가와 유명 가수에 의뢰하지 않고도 AI가 돌아가신 어머니 추모곡을 주문에 딱 맞춰서 10분 만에 만들어주기도 한다. 스마트폰에 이어 우리 생활을 바꿔놓고 있는 오픈AI, 그리고 만 2년도 안 돼 적은 인력으로 저비용 고성능의 생성형 AI를 개발해 충격을 준 딥시크(DeepSeek)는 한국의 AI 경쟁력 강화에 큰 자극이 되고 있다. 이런 AI를 개발하는 데 자금보다 중요한 것, 그리고 가장 치명적인 제약요인은 창의적이고 실력 있는 인재들이다.
더욱이 세계에서 유례없는 극심한 저출생과 초고속 고령화로 향후 수십 년 동안 노동의 양적 투입 감소가 불가피할 전망인 한국의 상황에서는 국민 개개인이 생애 동안 축적해 가는 인적자본의 질과 인력의 적재적소 배치가 생산성 제고에 핵심적이다. 이러한 과제는 여성과 고령인구의 경제 활동 및 이민자 수용을 늘려 노동투입의 감소를 일부 보완한다고 하더라도 창의와 혁신을 통해 새로운 부가가치를 만들어내고 생산성을 유지·향상하기 위해 여전히 중요하다.
한편 한국 사회에서 2010년대 중반 이후 나타난 상대적 박탈감을 넘어선 집단적 좌절감과 사회 분열 조짐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세대 내, 세대 간 계층상승과 같은 사회 이동의 희망이 보여야 한다. 그 희망이 평범한 사람들이 교육과 학습을 통해 품을 수 있는 것일 때 개인은 물론 사회 차원에서도 미래가 보인다.
또한 노동시장의 격차 및 이중구조, 일부 직종의 경제적 지대, 서울 집중 심화 등으로 학령인구가 감소하고 있는데도 대학 진학 경쟁은 여전히 치열하다. 고등교육의 질 제고와 평생학습이 중요한데도 대입까지에만 인적자본 투자가 과열 집중되는 일점 집중형 경쟁구조가 한국 교육시스템의 여전한 특성이다. 그 가운데 대다수 학생은 대입 결과를 인생 실패라 여기면서 열패감을 안고 청년기를 시작하며 자아존중감, 회복탄력성과 같은 심리자본을 잃어버린다. 학교 교육의 주요 기능이 내신 등급 부여, 즉 입시를 위한 선별에 있다고 인식되면 기초학력 미달 학생은 방치되고, 원하는 대학에 진학하지 못한 다수의 실패자가 교육 영역에서부터 양산된다.
교육격차는 갈수록 누적되므로 조기 개입이 중요…
기초학력 보장해 사회적 배제 예방해야
이렇게 볼 때 생산성 제고 관점에서 현 단계 한국 교육의 중요한 과제는 개개인의 생애 생산성 제고에 초점을 맞춘 교육개혁을 통해 인적자본의 질을 높이는 것이다. 아울러 교육을 통한 사회 이동의 경로를 확장하고, 학교에서 기초학력을 보장해 사회적 배제를 예방하며 교육이 경제성장과 사회통합에 공헌하도록 해야 한다.
한국 사회에는 과열된 사교육 경쟁이 존재하며, 사교육 재화의 양과 질에 대한 접근성은 부모의 경제력과 정보력에 크게 좌우된다. 교육격차는 학년이 올라갈수록 누적되고 더 벌어지며 인생의 궤도를 다르게 만들기 때문에 조기 개입이 중요하다.
우선 누구나 양질의 유아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유보통합과 유아교육의 무상화를 추진해야 한다. 또 돌봄과 교육의 결합이 필요한 초등 저학년 시기의 공교육 역할 제고, 환경의 영향이 강한 영어 능력의 격차를 줄이기 위한 초등학교 영어 출발점 교육의 강화, 다양한 잠재력의 발견을 돕는 특기적성교육의 확대가 필요하다.
한편 중등교육에서 기초학력 미달 학생 비율의 증가 추이는 교육적 배제의 예방이 구현되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중학교 단계의 기초학력 보장과 개별 학생 보살핌 강화가 중요한 만큼 이를 위한 교원 인력의 지원도 필요하다. 고등학교의 경우 고교학점제가 학생들의 적성과 진로 계획에 맞는 선택형 교육과정으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교육자원의 활용 범위를 학교 밖으로 확장해야 한다. 직업계고의 교육경쟁력도 강화해 성공 사다리를 다양화할 필요가 있다.
개인의 학업 의지와 능력이 확고함에도 가정환경 탓에 재능을 만개하지 못하는 사례를 줄이기 위해 전 주기 장학금 확대도 필요하다. 재능의 사장을 막는 것이 곧 생산성을 높이는 길이다. 젊은 인재가 희소해질 초저출생 시대에는 더욱 절실한 일이다.
딥시크 돌풍의 주역은 중국의 토종 인재, 지방대 이공계 출신 청년들이었다. 중국의 최고 인재들은 의대보다 공대 첨단 분야로 몰린다. 의대 블랙홀과 판교 이남으로는 고급 IT 인력을 유치하기 힘든 수도권 일극 체제가 우리 현실이긴 하다. 그러나 우리 경제의 생산성 제고와 그에 필요한 인재 양성을 위해 우리 교육이 무엇을 해야 하는지, 어떻게 바뀌어야 하는지는 분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