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율이 최고 50%까지 인상됐던 1890년 ‘매킨리 관세’는 극심한 경기침체를 야기해 1894년에 철회됐고, 그 후 1922년 ‘포드니-매컴버 관세’, 1930년 대공황 속에서 도입된 ‘스무트-홀리 관세’도 국제 무역을 위축하고 경제 위기를 심화하는 결과를 초래
관세는 국가 간 거래에서 발생하는 세금이며 일반적으로 수입 상품에 부과된다. 이는 보호무역과 자유무역 논쟁의 핵심 요소이며 국가 산업 보호와 경쟁력 강화를 위한 중요한 정책 수단으로 활용된다. 관세의 기원은 기원전 3천 년경 메소포타미아 문명까지 거슬러 올라가며, 로마제국 또한 수입품에 국내 거래 상품보다 5~25배 높은 세금을 부과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기원전 3천 년경부터 존재했던 관세,
세수 확보와 자국 산업 보호가 목적
관세가 부과되는 방식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종량세(specific tax)는 상품 단위당 일정액을 부과하는 방식이며, 종가세(ad valorem tax)는 상품 가격을 기준으로 일정 비율의 세금을 부과하는 방식이다.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보편관세(universal tariffs)와 상호관세(reciprocal tariffs)라는 용어도 자주 등장한다. 전자는 모든 국가의 모든 수입품에 일괄적으로 관세를 부과하는 방식이며, 후자는 특정 국가가 자국 제품에 부과하는 관세와 동일한 세율을 해당 국가의 수입품에 적용하는 방식이다. 이는 다자무역질서에 반하는 조치로 실효성과 실행 가능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관세의 주요 기능은 세수 확보와 자국 산업 보호다. 미국의 경우 1789년 관세청 설립 이후 약 100년간 관세가 연방 정부의 최대 수입원이었으나, 1913년 소득세 도입 이후 그 비중이 감소했다. 2023년 기준 미국 재정 수입에서 관세의 비중은 1.8%에 불과하다. 한편 산업 보호 기능은 유지되는 가운데 보호 대상은 변화해 왔다. 과거에는 유치산업(infant industry) 보호가 주목적이었지만 최근에는 반도체, 우주항공, 방산 등 국가안보와 직결되는 첨단산업도 보호 대상으로 포함되고 있다.
20세기에 들어서는 세계적으로 관세 인하 흐름이 확산됐다. 특히 2차 세계대전 이후 브레튼우즈 체제하에서 1947년 체결된 ‘관세 및 무역에 관한 일반협정(GATT)’을 통해 다자간 무역자유화 협상이 진행됐고, 1995년 WTO 출범 이후 가속화됐다. 이후 다자간 협상의 난항으로 지역무역협정(RTA) 체결이 급증하면서 협정 체결국 간 평균 관세율은 WTO에서 일정 수준 이상으로 관세를 올리지 않겠다고 약속한 양허관세율보다 더 큰 폭으로 낮아졌다. 예를 들어 미국의 평균 양허관세율은 3.4%이지만 미국·멕시코·캐나다협정(USMCA) 회원국 간 평균 특혜관세율은 0.1%에 불과하다. 지난해 기준 WTO 회원국의 평균 관세율은 6% 이하이며 선진국은 2~3% 수준이다. 그러나 최근 미중 무역갈등이 심화하면서 일부 품목의 관세율이 다시 상승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관세는 소비자와 생산자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수입품 가격 상승은 소비자 부담 증가(소비자잉여 감소)로 이어지며 국내 생산자는 가격 경쟁력을 확보해 이익을 얻는다(생산자잉여 증가). 예컨대 미국의 철강·알루미늄 관세는 지출의 많은 부분을 상품 구매에 쓰고 저렴한 수입품을 선호하는 저소득층의 식비 부담을 증가시킬 것으로 우려된다. 실제로 트럼프 1기 당시 철강·알루미늄 관세 부과로 인해 미국 기업의 생산 비용이 10% 상승하고 7만5천 개의 제조업 일자리가 사라진 것으로 분석됐다. 또한 상대국의 보복관세로 인한 직간접 비용 증가도 문제가 된다. 2018~2019년 미중 무역전쟁 당시 중국이 미국 농산물에 보복관세를 부과하자 미국 정부는 농민들에게 대중국 관세 수입의 92%를 지원해야 했다.
트럼프 1기 때 철강·알루미늄 관세 부과로
생산 비용 10% 상승하고 일자리 7만5천 개 사라져
관세는 글로벌 공급망(GVC; Global Value Chain)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과거에는 각국이 상품을 독립적으로 생산했지만 최근 몇십 년 동안 GVC가 발달하면서 국가 간 중간재 교역이 증가했다. 따라서 특정 국가가 고율의 관세를 부과하면 기업들은 대체 공급망을 모색해야 하지만, 이는 기존 공급망에 대한 경로의존성 때문에 쉽지 않다. 특히 USMCA 회원국처럼 지난 30년간 공급망이 촘촘히 연결된 경우 미국이 캐나다·멕시코에서 조달하는 중간재가 적게는 6번, 많게는 8번 국경을 넘나들고, 이 과정에서 매번 관세가 부과된다면 생산 비용이 급격히 상승하게 된다.
이러한 경제적 부담에도 주요국은 국내 산업 보호를 이유로 반복적으로 고율 관세를 부과해 왔다. 이는 보복관세를 초래해 관세전쟁으로 비화되는 경우가 많았다. 대표적으로 1890년 ‘매킨리 관세(McKinley Tariff)’가 있다. 이는 19세기 말~20세기 초 본격적으로 대외 팽창 노선을 추구하며 보호무역을 주장한 윌리엄 매킨리 당시 상원의원이자 미국 대통령(1897~1901년)의 이름을 딴 것이다. 매킨리 관세는 품목에 따라 최대 50%까지 인상됐으나 극심한 경기침체를 야기해 1894년 철회됐다. 1922년에는 자국의 농산물과 공산품을 보호하기 위해 ‘포드니-매컴버 관세(Fordney-McCumber Tariff)’가 시행됐고, 1930년에는 대공황 속에서 ‘스무트-홀리 관세(Smoot-Hawley Tariff)’가 도입됐다. 이는 국제 무역을 위축시키고 경제 위기를 심화하는 결과를 초래했다.
스무트-홀리 관세 이후 미국은 개별 협상을 통한 관세 인하의 한계를 깨닫고 1934년 「상호무역협정법」을 제정해 동일 품목에는 모든 나라에 동일 관세를 부과하는 최혜국대우(MFN; Most Favored Nation) 원칙을 도입했다. 이는 다자무역체제의 기초가 됐으며 이후 GATT, WTO 체제의 기반이 됐다. 그러나 오늘날 트럼프가 주장하는 상호관세는 당시의 MFN 원칙과 정반대의 맥락을 가지며 전 세계를 대상으로 한 관세전쟁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크다.
관세는 단순한 조세정책이 아니라 국가경제에 광범위한 영향을 미치는 정책 수단이다. 20세기 후반 이후 세계화가 진행되면서 점진적인 관세 인하가 이뤄졌지만 최근 보호무역주의 강화, 미중 무역갈등,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 변화로 인해 관세가 다시 부각되고 있다. 이는 무역 비용을 증가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뿐 아니라 글로벌 공급망을 교란시킬 가능성이 크다. 역사적으로 고율 관세의 폐해를 여러 차례 경험했음에도 세계경제는 다시금 관세전쟁의 문턱에 서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