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2기 행정부가 출범한 지 2개월이 지났다. 과거 트럼프 1기와 비교하면 정책 추진 속도가 상당히 빨라진 느낌이다. 그중에서도 특히 눈에 띄는 부분은 관세정책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미국 대선 캠페인 과정에서 보편관세(10~20%), 대중국 관세(60%), 주요 교역국 대상 상호관세 부과를 위한 ‘트럼프상호무역법’ 입법 추진 등 다양한 관세 부과 조치를 공약으로 내세웠다. 이후 취임과 동시에 ‘미국 우선 무역정책’ 대통령 각서에 서명하며 자신의 관세 공약 추진을 공식화했다.
트럼프는 무역 분야 선임 고문, 상무부, 재무부, 미국 무역대표부(USTR) 등에 수입 현황을 검토해 무역수지 적자를 줄이기 위한 다양한 정책 제언을 하도록 지시했다. 보고 기한은 4월 1일(현지시간)까지로 정했는데, 해당 검토가 끝나기도 전에 멕시코·캐나다(25%), 중국(20%)에 대한 관세 부과 조치가 발표되기도 했다. 「무역확장법」 232조에 근거한 철강·알루미늄 관세(25%)는 3월 12일부터 효력을 발휘 중이며, 4월 2일부터는 주요 교역국 대상 상호관세 부과가 예정돼 있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이 추진 중인 다양한 관세 부과 정책의 배경과 영향을 짚고 그에 따른 한국의 대응 전략을 논하고자 한다.
대미 무역수지 흑자인 한국도 보편관세 대상···
‘항구적 정상무역 관계’ 지위 박탈 등 대중 견제 강화
먼저 보편관세 정책부터 살펴보면 당초 트럼프가 공약한 바와는 다른 양상으로 전개되는 모습이다. 공약대로라면 보편관세는 전 세계 수입품을 대상으로 한 일률적인 종가세 부과로 예상됐다. 하지만 현재 시점에서 보편관세는 특정국을 표적으로 적용되는 모양새다. 예컨대 1977년 제정된 「국제긴급경제권한법」과 1976년 「국가비상사태법」을 근거로 캐나다와 멕시코에 불법이민 이슈를 제기하며 미국 북부·남부 국경에 비상사태를 선포했고, 두 국가로부터의 펜타닐 유입량 증가를 공중보건 위기로 규정해 양국에서 들여오는 수입품에 추가 25% 관세 부과를 발표한 것이다. 중국에도 중국산 펜타닐의 미국 내 유입을 문제 삼으면서 2월에 추가 10%, 3월에는 여기에 10%를 더 얹어 관세를 부과했다.
물론 자동차를 비롯해 미국·멕시코·캐나다협정(USMCA) 양허 품목에 포함된 수입품에 25% 관세를 부과하는 조치는 유예되긴 했으나 상기한 일련의 관세 부과 조치 발표는 한국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앞서 언급한 국가 모두 미국을 상대로 무역수지 흑자를 크게 기록 중이라는 공통점이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대미 무역수지 흑자 규모로 전 세계 8위를 차지하고 있는 한국 또한 트럼프의 보편관세 공세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을 것이라 예상한다.
다음으로 대중 관세 60% 부과는 트럼프 1기 행정부의 「무역법」 301조를 근거로 한 대중 관세 부과 조치의 연장선이라 할 수 있다. 트럼프 1기에 최대 25%의 대중 관세를 부과했는데, 해당 조치는 바이든 정부 들어 일부 품목 관세율 상향 조정(중국산 전기차 수입품 관세 100% 등)과 함께 유지되고 있다. 트럼프 1기 때의 25%에 이번 20%를 더하면 미국의 중국산 수입품에 대한 현행 관세율은 45%까지 올라간다.
이와 더불어 트럼프는 중국의 ‘항구적 정상무역 관계(PNTR)’ 지위 박탈을 대선 공약으로 제시한 바 있다. 현재 중국에 부과되고 있는 추가 20% 관세가 없다고 가정하더라도 중국의 PNTR 지위가 철회될 경우 미국의 대중국 평균 관세율은 최대 40%까지 상승할 수 있다는 예측도 나온다. 이처럼 트럼프의 대중 관세 인상 및 PNTR 지위 철회 추진 등 대중 견제 강화 조치에 대응해 중국도 트럼프 1기 시절 미국과 체결한 1단계 무역 합의에 이은 2단계 협상을 준비 중이라는 소식이 들려온다.
무역 마찰 최소화하는 외교적 노력과
R&D 투자 확대 등 산업 경쟁력 강화 전략 병행해야
끝으로 짚어볼 것은 상호관세다. 트럼프는 미국을 상대로 높은 관세를 부과 중인 교역국에 그에 상응하는 관세를 부과할 수 있도록 하는 ‘트럼프상호무역법’의 의회 통과를 추진할 것으로 예상됐다. 2024년 미국 대선과 함께 치러진 연방 의회 선거에서 공화당이 상하원의 다수당 지위를 모두 차지하면서 해당 법의 입법 가능성 역시 높았던 것이 사실이다. 그럼에도 트럼프 1기에 ‘트럼프상호무역법’과 내용은 동일하되 법안명만 달랐던 ‘미국상호무역법’이 하원 본회의까지 가는 데 실패한 전례가 있고, 의회 입법이 완수되는 데는 생각보다 시일이 걸릴 수도 있기 때문에 트럼프는 행정권을 활용해 상호관세를 추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가장 단순한 상호관세 형태는 당초 트럼프가 공언한 것처럼 대미 무역수지 흑자를 크게 누리고 있는 특정국을 표적으로 대미 수입품 관세율을 문제 삼아 해당국의 대미 수출품에 고율 관세를 매기는 방식이 될 것이다. 또 다른 유형은 특정 국가가 활용 중인 비관세 장벽(정부 보조금, 부가세, 디지털세, 환경 및 안전 기준을 비롯한 기술적 무역장벽 등)을 근거로 해당 국가가 미국에 수출하는 품목에 높은 관세를 부과하는 형태다.
트럼프가 4월 2일부터 부과하기로 예고한 상호관세는 주요 교역국의 대미 수입 관세율을 바탕으로 한, 비교적 용이한 방식이 될 것으로 예상한다. 각국의 비관세 장벽을 문제 삼는 두 번째 유형의 상호관세는 정책 관세율은 물론 어떤 품목에 관세를 매길지에 대해 미 연방부처 및 기관이 검토를 마치는 데 시간이 더 필요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일방적인 관세정책 추진에 대해 한국은 다음과 같은 대응 전략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우선, 트럼프 2기 행정부와의 협상을 통해 무역 마찰을 최소화하는 것이 핵심 과제다. 트럼프는 한국의 대미 무역수지 흑자 확대를 문제 삼을 가능성이 크다. 이에 대해 한국은 원·달러 환율 상승에 따른 대미 수출 증가보다 수입 감소의 영향이 더 크다는 점과 한국의 대미 투자 확대가 미국의 대한국 중간재 및 자본재 수출을 증가시키는 효과를 가져왔다는 점을 강조해야 한다.
또한 한미 FTA를 통해 미국이 이미 상당한 경제적 이익을 얻고 있음을 부각할 필요가 있다. 한미 FTA 재협상으로 한국산 픽업트럭에 대한 25% 관세 부과 기간을 연장(2041년까지)한 것은 트럼프가 자신의 경제적 치적으로 내세웠던 부분 중 하나이며, 미국산 쇠고기의 한국시장 점유율 확대는 미국이 한미 FTA를 통해 실질적 혜택을 누린 대표적 사례다. 더불어 현대차·삼성·SK·LG 등 한국 기업의 대규모 대미 투자가 미국 경제성장과 일자리 창출에 기여해 왔음을 적극 부각함으로써 한국이 일방적인 무역적자 유발국이 아니라 미국경제 발전에 기여하는 전략적 파트너임을 강조해야 한다.
한편 한국은 주요 산업의 경쟁력을 높이고 대미 투자를 확대하며, 공급망 협력을 강화하는 전략도 병행해야 한다. 자동차산업에서는 수소차·전기차 등 미래형 자동차 분야의 R&D 투자 확대를 통해 글로벌시장 주도권 확보에 나설 필요가 있다. 철강산업에서는 수소환원제철 등 탄소배출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는 친환경·고부가가치 제품 개발 및 상용화를 적극 추진해야 한다. 조선·바이오·소형모듈원자로(SMR) 등 한미 간 협력이 유망한 산업에서는 트럼프 2기 행정부에 구체적 협력 방안을 제시함으로써 상호관세를 포함한 미국의 보호무역 공세를 사전에 차단할 필요가 있다. 결국 협상력을 높이는 우리 정부의 외교적 노력과 산업 경쟁력 강화 전략을 병행함으로써 트럼프 2기 행정부의 무역 공세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