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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비약적인 진보 약속하는 ‘오래된 신기술’, 인류의 수많은 과제와 수수께끼 풀릴까?
김국현 IT 칼럼니스트 2025년 05월호

양자과학기술은 100년이나 됐지만 여전히 최첨단의 힙한 기운을 내뿜고 있다. 유엔도 올해를 ‘세계 양자과학기술의 해’로 지정할 만큼 국제적 관심은 차오르고 있고, 이에 부응하듯 양자컴퓨터 등 양자기술 관련 최신 뉴스가 빅테크들로부터 쏟아지며 트렌드를 달구고 있다.

현대 사회와 경제 다방면을 근본부터 뒤집을 가능성을 품은 혁신이라고 이야기된 지도 어언 수십 년이다. 이 기세는 멈추지 않을 터인데, 의료·바이오에서 ICT, 신소재에 이르기까지 현재 기술로는 이뤄내지 못한 비약적인 진보를 이 ‘오래된 신기술’이 약속하고 있어서다.
 
반도체, 레이저, MRI 등 양자기술은 이미 생활 속에

미래 기술처럼 들리는 양자기술이지만 그 역사만큼이나 그간 다뤄온 범위가 깊어 천천히, 하지만 확실히 우리 삶을 바꿔왔다. 반도체의 동작 원리인 에너지 밴드 이론, 광자 발현을 이용한 레이저, 원자핵의 양자 스핀을 이용한 MRI 등 양자역학이 없었다면 스마트폰, 바코드, 광통신, 각종 의료장비 같은 현대 문명의 이기는 불가능했을 터다. 우리가 흔히 전자기기라고 생각하는 모든 것들이 결국 양자 세계에 대한 이해를 토대로 만들어졌다.

그러나 우리가 요즘 양자기술이라고 설레며 말하는 건 그보다는 조금 더 천기누설다운, 도무지 이해가 잘 안 되는 세계를 엿보게 하는 기술을 더욱 적극적으로 활용한 분야들이다. 특히 양자역학은 직관적이지 못한 특성으로 유명한데, 이 불가사의의 근간에는 다음과 같은 원리들이 있다. 
 
. 중첩: 전자나 광자가 (관찰하기 전까지는) 여러 상태를 동시에 가지게 되는 현상. (동전을 던지면 앞면 혹은 뒷면이 나오는 것이 상식일 텐데, 내가 안 보면 동전이 계속 회전하고 있는 느낌?)
. 얽힘: 양자를 우주 저편에 떨어뜨려도 상태를 동시에 공유하는 ‘비국소성’. (비국소성은 아인슈타인이 양자역학을 끝내 받아들이지 못하게 괴롭혔다.)
. 터널효과: 벽을 넘어 공간 이동을 하듯 자신의 에너지보다 높은 장벽을 넘을 확률이 양자 세계에선 0이 아님. (벽을 손으로 계속 두드리다 보면 손이 쑥 빠져나갈 확률이 0이 아니라는 느낌?)
 
이처럼 비결정적이고 불확실한 양자의 세계를, 중첩과 얽힘 같은 그 세계만의 흑마술을 자유자재로 다룰 수만 있다면 할 수 있는 일이 많아진다. 지금까지는 동전을 뒤집듯 0과 1로만 껐다가 켤 수 있는 스위치로 회로를 구성하고 컴퓨터를 만들었다. 그런데 이제 0과 1 사이 어딘가를 빙글빙글 돌고 있는 동전이 그것도 여럿이 서로 얽힌 채로 회로를 만들 수 있다. 바로 양자컴퓨터다.

바로 그날이 오면 0과 1 사이의 무수한 가능성을 서로 얽어 회로를 만드니 가공할 병렬 처리를 할 수 있게 된다. 이는 어쩌면 평행 우주를 총동원해 일을 시키는 것일지도 모르니, 너무나도 비직관적이고 SF 같은 일로만 여겨진다. (실제로 구글의 양자컴퓨터 수장은 자사의 양자컴퓨터를 설명하며 이 평행 우주를 언급해 논쟁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그만큼 양자기술은 이해해 보려고 해도 우리의 일상적 직관으로는 좀처럼 납득되지 않는다. 왜 그런지 이해하려 하면 할수록 미궁에 빠지지만, 그래 그렇다고 치고 해보자고 하면 그게 또 정말 그렇게 돼버리니 기가 찰 노릇이다. “만약 A를 측정해 보면 아마 어떠어떠한 확률로 B라는 현상이 관측됩니다”와 같은 특성은 실재를 다루는 실증 과학이라기보다 정보 시뮬레이션같이 느껴질 수밖에 없으니, 세계를 명쾌하게 설명하고 싶었던 아인슈타인은 얼마나 당황했을까. 바꿔 이야기하면 불확실성을 다루는, 혹은 불확실성이 그 본질에 가까운 현상일수록 양자적 해법은 요긴해진다. 시뮬레이션으로 최적의 대상을 찾아낼 수만 있다면 대박인 일은 무한하다. 단백질 구조를 해석한다거나, 뇌파나 심장의 전기신호를 계측한다거나, 분자의 전자 상태를 재현한다거나 지금까지 손으로 더듬듯 해왔던 의료·바이오의 과업을 순식간에 높은 승률의 최적해(optimal solution)로 끝내버릴 수 있다면, 그렇게 거짓말 같은 혁신이 일어난다면, 풀어낼 수 있는 사회적 과제는 무궁무진해진다.

과학 분야뿐 아니라 금융 포트폴리오 최적화나
금융사기·자금세탁 방지 활용에도 기대 커


복잡계의 특성을 보이는 기후, 교통 분야는 물론 금융 쪽에서의 관심도 지대하다. 포트폴리오 최적화에서 쓰이는 몬테카를로 시뮬레이션처럼 이미 확률적 접근법이 자리 잡고 있는 분야인 만큼, “주사위를 굴리는 신”(아인슈타인이 그럴 리 없다고 말했던)이나 할법한 양자기술 접근법은 돈의 세계와도 잘 어울린다. 금융사기 탐지, 자금세탁 방지 등 하나하나 따지고 계산하면 하세월인 일들을 일상 속 필수 기능으로 바꿔줄 수 있다는 기대 또한 크다. 

양자 얽힘은 통신에 바로 이용될 수 있다. 얽혀 있는 양자 사이에는 정보가 오가는 것이 아니기에 도청이 원리적으로 불가능해 안전한 통신이 가능하다. 이를 암호키 전송에 활용할 수 있다면 양자 내성(耐性)이라 해서 양자컴퓨터 시대가 도래해도 버틸 수 있는 암호화 기법도 구상해 낼 수 있다. 

센서 분야도 양자기술이 지닌 미시 세계의 감수성을 활용한 예다. 측위에서부터 생체계측, 각종 모니터링 등 극미량의 물리량을 검출할 수 있을 때 할 수 있는 일들은 많다.

그런데 양자기술, 특히 그 중심에 놓인 양자컴퓨터는 왜 그렇게 구현하기 힘들까. 그건 오류에 강한 양자 비트, 즉 돌고 있는 동전 같은 큐비트(qubit)를 만들어내기가, 그리고 이들을 양자 얽힘으로 모아 회로를 만드는 일이 쉽지 않아서다. 큐비트는 외부 환경의 작은 변화에도 양자 상태를 잃어버리는 ‘결잃음(decoherence)’ 현상으로 골머리를 앓게 한다. 안정적인 제어와 오류 보정 기술 개발이 양자컴퓨터의 실용화를 위한 핵심 과제인데, 지금은 무주공산 상태다. 

현재 상용화 단계에 있는 양자컴퓨터도 있다. 이는 양자 어닐링(annealing)이라는 방식인데, 최적해를 찾기 위해 터널효과를 이용해 에너지 장벽을 넘는 방법이다. 다만 회로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중첩 상태에서 최적해로 수렴해 가도록 하는 정도니, 그 구조상 최적값을 찾는 일 외의 프로그래밍은 쉽지 않다는 한계가 있다.

이처럼 아직 이 분야는 동트기 전 광야 한복판이다. 트랙이나 골인 지점이 정해진 다른 기술과는 달리 방향도 룰도 이제부터다. 그래서인지 각국은 각종 이니셔티브를 법으로 또는 정책으로 추진하면서 국가전략의 중심에 양자를 놓으려 하고 있다. ‘그것’이 완성된 후 국가 안보에 미칠 영향만 봐도 너무나 자명해서다. 이미 연구 및 실증 면에서 성과를 내고 있는 미국 외에도, 양자 위성 묵자호로 양자통신을 실험한 바 있는 중국은 양자통신망을 더 널리 깔려 하고 있다. EU, 일본, 영국 모두 양자 국가전략을 내세우며 거액을 양자인터넷 구상에 투입해 스타트업 육성 및 인프라 활성화를 꾀하고 있다. 마치 실리콘 밸리처럼 ‘퀀텀 밸리’가 나온다면 우리 동네이기를 모두 바라는 것처럼.

양자의 세계는 아직 우리가 모르는 일로 가득하다. 그만큼 해석도 분분하고 기대도 크다. 예컨대 맹렬히 폭주 중인 작금의 AI 시대에조차 지금 이 글을 읽고 있는 우리의 이 의식이 정작 무엇인지 그 누구도 알지 못하고 있는데, 어쩌면 양자의 작용으로 설명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기대가 깃들어 있는 식이다. 이처럼 우리가 풀지 못했던 많은 수수께끼가 실은 양자역학과 엮여 있을지도 모르는 일. 양자기술이 풀어낼 이야기는 100년의 숙성이 지난 지금도, 아직 시작조차 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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