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자기술은 기존 기술의 한계를 넘어 경쟁 판도를 바꿀 수 있는 ‘게임 체인저’ 기술로 여겨지고 있다. 주요국들이 양자기술 주도권 확보를 위해 앞다퉈 국가전략을 마련·추진하고 반도체와 AI 중심의 글로벌 기술 패권 경쟁이 양자기술 분야로 확장되고 있는 현시점에서 주요국의 양자기술 정책 현황과 시사점을 살펴보고자 한다.
중국의 오리진퀀텀, IBM 제치고 양자컴 특허 보유
세계 1위 기업으로 부상
미국은 일찌감치 양자기술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법과 제도 정비, 민관협력을 통해 선두를 지켜오고 있다. 2018년 「국가양자이니셔티브법(NationalQuantumInitiativeAct)」을 세계 최초로 제정해 국가 차원의 양자기술 지원을 본격화했다. 이 법은 양자정보과학 및 응용기술 분야에서 미국의 주도권을 확고히 하는 것을 목표로 연구개발(R&D) 투자와 인력 양성, 산학협력을 체계적으로 지원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2022년에는 양자기술을 경제안보에 필수적인 핵심 기술로 지정하고 대외투자 제한과 수출 통제까지 시행하면서 본격적인 중국 견제에 나섰다. 2023년에는 국가양자이니셔티브를 연장·강화하는 재승인법을 초당적으로 발의해 글로벌 패권 확보를 위한 종합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미국은 세계를 선도하는 양자 생태계를 갖추고 있으며, 미국 소재 주요 글로벌 선도기업들은 매년 양자컴퓨터 시제품을 경쟁적으로 출시하고 있다. 2024년에는 IBM이 최대 5천 개의 2큐비트(qubit)게이트 연산을 실행할 수 있는 양자 프로세서 ‘퀀텀 헤론(QuantumHeron)’을 출시했고, 구글은 세계 최초로 임계점 이하양자오류 수정을 달성한 양자 칩 ‘윌로우(Willow)’를 발표하는 등 기술 진보 측면에서 앞서나가고 있다. 이러한 하드웨어뿐만 아니라 양자 알고리즘 소프트웨어, 클라우드 양자서비스(아마존브라켓등)에 이르는 선도적인 민간 혁신 생태계가 활성화돼 있다. 미국은 동맹국과 국제공조를 강화함으로써 양자기술 표준과 규범을 선도하고 인재 유치와 육성에도 적극 나서며, 범정부 종합 지원을 통한 양자 패권 수성에 힘쓰는 상황이다.
중국 또한 2020년 제14차 5개년 계획에서 양자를 최우선 전략과제로 선정하는 등 일찍부터 양자기술의 전략적 가치를 인지하고 주도권 확보에 나서고 있다. 세계 최초의 양자과학실험위성(묵자호)을 발사하고 세계 최장 유선 양자암호통신망을 구축하는 등 양자통신 분야에서 선도적 위치를 차지하고 있으며, 이를 바탕으로 양자컴퓨팅, 센서 등 전 분야 우위 확보를 시도하고 있다.
중국은 2017년 세계 최대 국가 양자연구소 설립을 발표하는 등 기초연구 역량 강화에 집중하고 있기도 하다. 양자 분야 공공투자의 경우 누적 150억 달러 규모에 이르며 미국(43억 달러)을 앞서고 있다. 기업들도 양자기술 개발에 적극 나서고 있는데, 2024년 IBM을 제치고 양자컴퓨터 특허 보유 세계 1위 기업으로 부상한 오리진퀀텀이 대표적인 사례다. 미국이 양자 분야로 대중 제재를 확대하자 중국은 예산 증액과 인력 양성 강화, 자급자족형 공급망 구축과 해외 인재 유치 등으로 적극 맞서고 있다.
기존 소부장 등 현재 역량 최대한 활용하는 일본···
영국은 응용 중심, 캐나다는 민간 혁신역량 갖춰
EU, 영국, 캐나다, 일본 등 기타 주요국들 또한 각자의강점을 극대화한 전략을 전개하고 있다. EU는 회원국들의 협력에 기반한 규모의 경제와 시너지 효과 창출에 집중하고 있으며 대표적인 이니셔티브로는 2018년 출범해 10년간 10억 유로를 공동 투입, 양자기술 전반의 R&D를 지원하는 양자플래그십(QuantumFlagship) 프로젝트를 들 수 있다.또한 인력 양성과 스타트업 지원을 위해 유럽양자산업컨소시엄(QuIC)과 같은산학협력 네트워크구축에도 나서고 있다. 2023년에는 11개 회원국이 세계 최고 수준의 범유럽 양자 생태계 구축을 위한 협력을 약속하는 ‘EU 양자기술 선언문’을 발표하는 등 범유럽 공동연구와 분업을 통해 미국·중국에 뒤지지 않는 혁신역량을 확보하려는 노력을 적극 펼치고 있다.
영국은 2023년 ‘국가 양자전략’을 발표하면서 2033년까지 양자 기반 경제를 실현하겠다는 비전을 제시했는데, 그 전략적 특징이 응용 중심이라는 점에 주목할필요가 있다. 구체적으로 응용 중심 양자기술 허브 구축, 사회적·경제적 이익 창출을 위한 임무지향 사업 추진, 양자컴퓨터 상용화 및 도입 확대 지원사업 추진 등 산업 현장 적용 가속화에 적극 투자하는 중이다.또한규제 테스트베드 및 샌드박스 확립, 양자기술 관련 국제 규범 및 표준 형성에서의 주도적 역할 수행 등 글로벌 양자기술 규제 선도를 위한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광자 기반 양자컴퓨팅 선도기업인 자나두(Xanadu)와 양자소재 기업인 퀀텀 머티리얼즈(QuantumMaterials), 양자 어닐러 개발 업체 디웨이브(D-Wave) 등 양자 분야 민간 혁신역량을 갖추고 있는 캐나다는 2022년 ‘국가 양자전략’을 발표했으며, 자국 양자산업 지원에 초점을 맞춘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세부적으로 양자컴퓨팅, 암호, 센싱 등 다방면의 양자기술 주도를 위해 연구, 인재, 상업화를 중점 분야로 국내 양자 생태계 강화를 위한 정부사업을 추진 중이다.
일본은2020년‘양자기술혁신전략’을수립하고,미래 사회 문제 해결을 위한 양자기술 활용에 집중하고 있다. 특히 장기적 관점의 도전적·파괴적 혁신을 추구하며, 기존 소부장 활용과 같이 현재 역량을 최대한 활용하기 위한 전략을 적극 전개하고 있다. 2023년에는 ‘양자미래산업 창출전략’을 발표하며 유니콘 기업 육성, 선도 수요 창출을 통한 시장 기반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
‘양자과학기술 전략’이라는 종합적인 양자기술 정책을 추진하고 있는 우리에게도 역량, 자원의 제약을 고려한 선택과 집중 전략이 요구된다. 양자기술 분야에서 독자적 강점을 갖춘 국가로 자리매김하기 위해 ICT, 반도체 등 기존 역량을 바탕으로 한 상용화 유망 분야 집중, 산학연 협력을 통한 인재 양성과 국제협력 강화 병행등 세부 실행 전략이 절실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