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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소부장에서 경쟁력 갖춘다면 글로벌 공급망의 키플레이어 될 수 있어”
이용호 한국표준과학연구원 초전도양자컴퓨팅시스템연구단장 2025년 05월호
 
대덕특구 1호 정부출연연구기관인 한국표준과학연구원(이하 표준연)의 조직도를 보면 ‘양자’가 많이 등장한다. 2023년 과학기술정보통신부로부터 양자국가기술전략센터로 공식 지정됐고 양자기술연구소는 30년이 넘는 역사를 자랑한다. 최근에는 양자컴퓨팅 양자전환(QX) 스케일업 밸리 육성 사업도 주관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초전도양자컴퓨팅시스템연구단’은 양자기술의 총아 양자컴퓨팅 시스템을 개발하는 곳으로 지난해 국내 최초로 20큐비트급 양자컴퓨터를 개발해 냈다. 평생을 양자기술 연구에 매달려 온 이용호 단장을 만났다.

연구단 이름이 길고 어려운데, 어떤 연구를 하는지 궁금하다.
초전도 방식의 양자컴퓨팅 시스템을 개발한다. 기존의 컴퓨터를 생각하면 쉽다. 양자컴퓨터(이하 양자컴) 자체를 어떻게 하면 더 성능 좋고 값 싸게 만들 것인지를 연구한다. 큐비트(qubit), 제어시스템, 동작을 위한 시스템 소프트웨어가 포함된다.

광자, 이온트랩, 중성원자 등 양자컴을 구현하는 여러 방식 중 초전도 방식을 채택한 이유는?
초전도는 전기 저항이 없어 외부 환경에 민감한 양자를 다루기에 적합하다. 저항이 없다는 건 에너지 손실이 없어 상태가 오래 유지된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래서 다른 방식보다 초전도체에서 큐비트 안정성이 높아진다.

얼마 전엔 20큐비트급 초전도 양자컴퓨팅 시스템 클라우드도 개발했는데.
시스템은 크게 양자 하드웨어(양자컴퓨팅)와 소프트웨어(클라우드 환경)로 나뉜다. 표준연이 총괄하고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 성균관대, 울산과학기술원이 함께 연구해 20큐비트 규모의 양자컴퓨팅을 표준연에 구축했다. 거기에 외부에서 원격으로 접속해 이용할 수 있도록 전용 서버를 개설, 클라우드 환경을 구현한 것이다. 외부 사용자가 웹 브라우저를 통해 클라우드 환경에 접속해 양자 알고리즘을 양자컴으로 전송할 수 있다. 전용 설비가 없더라도 원격으로 양자컴퓨팅에 접근 가능해 상용화의 첫걸음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2026년 50큐비트급 시스템 구축이 목표인데 진행 상황은? 
50큐비트 개발은 시작 단계다. 2년은 더 걸릴 것 같다. 20큐비트도 개발했다고 끝나는 게 아니라 완성도와 신뢰도를 더 높이는 작업을 하고 있다. 

양자기술 분야에서 표준연만의 강점이 있다면? 
양자컴의 핵심 기술은 큐비트를 잘 만드는 것이다. 그다음으로 중요한 것이 측정·제어 기술인데, 표준연이 양자기술 개발에서 강점을 가질 수 있는 분야다. ‘표준’이라고 하려면 아주 정밀한 측정이 필수다. 온도, 열, 습도 등 외부 조건의 영향을 받지 않는 정밀한 방법을 써야 하는데, 표준연은 아주 미약한 신호를 측정하고 정밀하게 제어하는 기술을 오랜 시간 뿌리 깊게 연구해 왔다. 같은 칩을 실험하더라도 다른 결과를 낼 수 있는 이유다.

독자적으로 양자컴을 개발하려면 소재·부품·장비 분야도 따라와야 할 것 같은데 현재 어떤 상황인가.
극저온 냉동기, 고주파 소자·회로장비·부품, 초전도 케이블 등 양자컴을 만드는 데 필요한 소재·부품 중 90% 정도가 수입이다. 핵심인 양자처리장치(QPU)만 빼고 대부분은 수입하는 셈이다. 양자컴의 가격을 낮추고 설계 자유도를 얻기 위해서는 이를 전부 국산화해야 한다. 특히나 양자기술은 전략기술이다. 현재 미국은 자국 투자회사가 중국의 양자컴 회사에 투자하지 못하도록 하고, 우방국들에게도 중국, 러시아 등에 관련 핵심 부품을 판매하지 못하게 하고 있다. IBM의 경우 QPU를 비롯해 일부 핵심 부품은 자기들이 개발하지만 나머지는 외국산 중 가장 입맛에 맞는 것을 사다 쓴다. 중국이 아무리 잘 만들더라도 미국과 그 우방국에는 팔 수 없는 상황이므로 우리가 소부장에서 경쟁력을 갖춘다면 글로벌 공급망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을 거다.

말씀하신 소부장이 후발주자인 우리나라가 파고들 만한 분야겠다.
그렇다. 전반적인 기술 수준에서 앞서나가기란 어렵지만 부분적으로는 가능하다. 결국 우리가 잘할 수 있는 분야에서 우리 자리를 찾아야 한다. 양자기술을 개발하는 이유가 뭔가? 안보, 국방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부분도 있지만, 반도체나 이차전지 다음으로 미래 먹거리를 만들고자 하는 게 목적 아닌가. 그래서 소부장에 주목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소부장은 실제로 지금 돈을 벌고 있는 시장이다. 이를테면 초전도 양자컴에 필요한 극저온 냉동기의 경우 현재 핀란드 블루포스가 세계시장을 꽉 잡고 있다. 우리도 그런 핵심 전략자산을 보유한다면 키플레이어(key player)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양자산업 발전에 정부는 어떤 역할을 해야 할까?
양자경제 모델은 양자컴, 소부장, 알고리즘 세 가지 축으로 구성된다. 소부장이 부품·재료를 양자컴에 공급하면 시스템 설계의 자유도, 가격 경쟁력이 생긴다. 그러면 양자컴이 이 부품의 테스트베드가 돼 표준화와 기능 평가를 할 수 있다. 알고리즘 부문에서 소프트웨어를 개발해 시스템에 공급하면 역시나 양자컴이 성능을 피드백해 줄 수 있다. 정부는 IBM, 구글 등 빅테크기업들이 속한 양자컴 시스템은 우리가 빨리 쫓아가 내재화해야 하는 기술, 소부장 분야는 우리가 선도할 수 있는 기술, 그다음으로 알고리즘은 새로운 시장이 될 기술로 나누고 있다. 이 세 부문의 톱니가 잘 맞물려 양자경제가 잘 돌아가도록 돕는 게 정부의 역할이라고 본다. 

1989년 입사해 오랜 시간 연구에 매진해 왔는데 힘든 점은 없었나.
양자센서에 이어 양자컴까지, 양자만 37년 연구했다. 아무래도 우리나라가 이쪽 분야에 선행연구라든지 바탕이 없는 상태이다 보니 시행착오를 비롯해 힘든 점이 많았다. 구글이 지난해 말 105큐비트 윌로우 칩을 개발했는데 관련 논문의 공저자로 이름을 올린 사람만 해도 250여 명은 된다. 다들 하버드, MIT 같은 미국 유수의 대학을 나온 인력이다. 우리는 그런 인력이 부족하다. 앞으로 우리나라도 양자강국으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인력 양성에 더욱 힘써야 할 것이다.

우리 연구 경쟁력은 어떻게 키울 수 있을까?
키워드는 ‘집단화’다. 네덜란드, 스위스, 덴마크 등 유럽 국가들의 연구소나 대학을 보면, 한 기관에서는 한 가지 주제를 여러 명이 함께 연구한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같은 연구를 하는 사람이 여러 대학과 기관에 분산돼 있고 관련 과제가 하나 생기면 모두 그걸 따내기 위해 경쟁하는 구조다. 유럽처럼 어떻게 일을 잘 해낼 것인가가 아니라 어떻게 생존할 것인가에 급급하다. 그런 관행을 없애려면 연구주제별로 인력이 뭉치도록 해야 한다. 그러면 프로젝트와 돈을 따내기 위해 노력하는 시간을 줄일 수 있고 장비와 시설도 효율적으로 함께 쓸 수 있다. 중복투자도 줄어들 것이다. 
 
양은주 『나라경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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