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가 청춘을 예찬하건만 청년들이 마주하는 현실은 녹록지 않다. 지난해 15~29세 청년이 졸업 후 첫 취업에 걸린 기간은 평균 11.5개월로 역대 최장을 기록했다. 청년 취업자 10명 중 1명은 졸업 후 첫 취업까지 3년 이상 걸렸고, 졸업 후 3년 이상 미취업 청년 수는 23만8천 명으로 팬데믹 이후 가장 많았다. 어렵게 찾은 청년의 첫 일자리는 불안정하고 임금도 낮았다. 청년 취업자 10명 중 3명의 첫 일자리는 계약직이었고 6명의 첫 월급은 200만 원 미만이었다. 희미한 희망을 찾다 지친 것일까? 올해 ‘쉬었음’ 청년(경제활동인구조사에서 조사 시행 직전 주에 특별한 사유 없이 교육·훈련을 하지 않고 ‘쉬고 있다’고 응답한 청년)이 사상 처음으로 50만 명을 넘어서며 우리 사회에 경종을 울리고 있다.
급격한 저출생·고령화에 따른 인구구조 변화로 가용 노동력 활용이 중요해진 지금, 쉬었음 청년의 실태를 파악하고 그들의 노동시장 안착을 지원하는 것이 우리 사회의 긴요한 과제 중 하나다. ‘쉬었음’은 재도약을 위한 충전의 시간이 될 수 있으며 청년 대부분이 쉬는 기간에도 자기계발을 하고 있다. 그러나 미취업 기간이 늘어나는 것은 인적자본과 노동시장의 결착도를 낮추고 청년층의 생애소득을 감소시킨다. 이는 근로소득 과세 대상 축소 및 세액 감소, 사회안전망 확충 필요 등으로 이어져 정부 재정 부담을 가중하고 장기적으로는 생산가능곡선을 위축시키게 된다. 또한 노동시장 차원에서도 인구구조 변화로 노동력 감소가 예정된 상황에서 청년층이 노동시장에 안착하도록 지원하는 것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과제가 되고 있다.
비경제활동인구 유형 중 하나인 쉬었음 인구는 청년 실업의 새로운 지표로 주목받으며 니트(NEET; Not in Education, Employment or Training)의 동의어로 사용되기도 하지만, 단순히 구직과 취업을 하지 않는 상태로 취업 의지가 없음이 강조되는 니트와는 다른 개념이다. 응답자가 길어지는 구직에 지쳐 잠시 쉬고 있는 것인지 구직을 포기한 것인지가 불분명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쉬었음 청년의 실태를 파악하기 위해서는 이들의 취업 경험 유무와 쉬었음 기간을 살펴봐야 한다.
경력 없는 장기 ‘쉬었음’ 청년은 고용 여건 개선돼도
경력자 선호로 원하는 일자리 찾기 어려워
먼저, 취업 경험이 있는 쉬었음 청년을 살펴보자. 취업 경험이 있다면 과거에는 취업을 희망했다는 의미인데 이들의 경제활동 상태는 왜 실직 후에 실업이 아닌 쉬었음으로 이행했을까? 한국은행의 연구는 지난 1년간 증가한 ‘이직 기간 1년 미만의 단기 쉬었음 청년’ 72%가 비자발적으로 쉬었음을 보여준다. 비자발적 쉬었음은 노동시장의 구조적 요인보다는 경기 상황의 영향이 커 이들은 고용 여건이 좋아지면 노동시장에 재진입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장기 쉬었음 청년의 경우는 다르다. 올해 초 한국고용정보원이 1년 이상 쉬었음 청년을 대상으로 한 실태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38%가 적합한 일자리가 없어 장기간 쉬고 있었음에도 과반이 장래 더 좋은 일자리를 찾을 것이라 믿었다. 그러나 청년 고용의 질이 떨어지는 상황에서 고용 여건이 호전된다 한들 장기간 노동시장을 이탈한 이들이 희망하는 수준의 일자리를 찾을 수 있을 것이라 낙관하기는 어렵다.
한편 ‘취업 경험이 없는 쉬었음 청년’이 쉬었음 청년 중 가장 위태로운 집단일 것이다. 특히 취업 경험이 없는 20대 쉬었음 청년 수가 증가세라 우려된다. 기업들이 경력자를 더욱 선호하는 상황에서 경력과 숙련이 부족한 이들은 고용 여건이 개선되더라도 희망하는 수준의 일자리를 찾기 어려울 것이다. 노동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입해야 할 연령대에서 구직하지 않는 청년들이 늘어나는 것은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예컨대 취업을 목적으로 설립된 직업계 고등학교의 대학진학률이 지속적으로 높아지는 것은 상당 부분 ‘회피성 진학’이 증가하기 때문인데, 진로를 결정하지 못한 채 진학한 이들은 쉬었음 상태로 이행할 가능성이 높다.
이러한 쉬었음 청년 실태는 청년 쉬었음이 청년 고용의 질적 하락의 결과로, 청년 실업의 연장선에 있음을 보여준다. 희망하는 일자리를 찾지 못해 길어지는 구직기간이 청년들을 실업에서 쉬었음으로 한 걸음 더 물러서게 하는 것이다. 혹자는 청년의 눈높이가 너무 높은 것이 원인이라고 한다. 그러나 최근 여러 조사 결과 청년 구직자의 64%가 중소기업 취업을 고려 중이고 희망 초임도 월 300만 원 미만으로, 청년의 눈높이가 그들의 쉬었음 상태 지속을 초래했다고 볼 근거는 부족하다.
일자리 정보 제공 및 교육훈련으로 조기 개입하고
구직 적극성 잃은 장기 쉬었음 청년 찾아내 지원해야
기획재정부의 2023년 조사에 따르면 쉬었음 청년의 60% 이상이 1년 이내에 구직할 의사가 있었다. 이렇게 구직활동에는 적극적이지 않더라도 구직 의사가 있는 실업자에게는 기존 청년 실업 대책이 어느 정도 작동할 수 있다. 청년 구직지원 정책은 대표적으로 ‘청년도전지원사업’과 ‘청년일자리도약장려금’이 있다. 청년도전지원사업은 6개월 이상 취업 경험이 없으며 문답표를 통해 구직 의사가 확인된 ‘구직단념청년’에게 자신감 회복, 취업 역량 강화 등 프로그램을 맞춤형으로 제공하며 국민취업지원제도, 일경험·직업훈련 등과도 연계해 주고 취업 시 고용촉진장려금을 지급한다. ‘청년일자리도약장려금’은 연속 4개월 이상 실업 상태, 고졸 이하 학력, 청년도전지원사업 수료 등 여러 조건 중 하나를 충족하는 ‘취업애로청년’을 고용하면 사업주에 지급하는 보조금이다. ‘빈일자리 업종(고용보험상 사업장의 한국표준산업분류 대분류가 제조업이거나 빈일자리 업종 관계 부처가 사전 수요를 제출한 기업 중 요건을 충족한 기업)’의 소규모 사업장은 일반 청년을 채용해도 6개월 이상 고용을 유지하면 지원을 받을 수 있다.
이런 정책들은 실업에서 쉬었음으로 물러선 청년들을 도울 수 있을 것이나, 청년이 스스로 노동시장 진입 의지를 보여야 지원하는 소극적 정책이라는 한계가 있다. 청년 쉬었음과 실업의 중요한 차이는 쉬었음 상태가 길어지면서 청년들이 구직에 대한 적극성을 상실한다는 점이다. 특히 청년 1인 가구는 쉬었음에서 고립·은둔 상태로 이행할 위험이 크다. 청년 쉬었음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보이지 않는 쉬었음 청년을 발굴해 정책 사각지대를 축소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어둠 속에 홀로 있기보다 촛불 하나라도 켜는 것이 낫다지만 어떤 청년들은 촛불 하나조차 갖지 못한 것이 현실이다.
또한 현행 정책들은 구직 중인 청년에 대한 생활비 지원에 집중하고 일자리 관련 정보 수집, 교육훈련 등은 개인의 몫으로 남겨두고 있는데, 고령자와 달리 청년은 원하는 일자리를 찾을 때까지 구직을 연장할 유인이 크다. 따라서 이들이 쉬었음 상태로 빠지지 않게 하려면 희망하는 수준의 일자리를 찾을 수 있는 정보와 교육훈련을 제공하는 것이 더 효율적이다. 최근 정부가 졸업 후 4개월 내 조기 개입을 골자로 하는 ‘한국형 청년보장제’를 발표한 것은 이와 관련해 상당한 의미가 있다.
지난해 그동안 큰 변화를 보이지 않았던 단기 쉬었음 청년 수가 늘었고 팬데믹 이후 3년간 줄어들던 장기 쉬었음 청년 수도 증가세로 돌아섰다. 단기 쉬었음 청년의 증가가 장기 쉬었음 청년의 증가로 이어질 공산이 크다는 것을 감안하면 향후 청년 쉬었음 문제가 더 심화할 수 있다. 지금이 바로 청년 쉬었음 문제를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