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 전환 과정에서 불균등한 영향을 받는 화석연료산업 종사자, 취약계층, 청년이 탄소중립 정 책 결정 과정에 실질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구조 마련해야
세계는 기후위기의 중대한 전환점에 서 있다. 이상기후 현상의 일상화, 생태계 파괴, 해수면 상승 등 기후변화의 영향은 우리 삶 전반에 깊숙이 침투하고 있으며 대한민국도 예외가 아니다. 하지만 한국은 2023년과 2024년 연속으로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 당사국총회에서 ‘오늘의 화석상’을 수상하며 국제사회로부터 ‘기후 악당’이라는 오명을 굳혔다. 이는 단순히 국가 이미지 차원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나라가 에너지정책과 기후대응 체계에 근본적인 문제를 안고 있음을 여실히 보여준다.
국제사회 기후 악당이 된 한국,
청년세대는 불안과 책임 느껴
기후위기의 심각성과 불평등을 가장 절실히 체감하는 청년들이 변화를 직접 요구하는 것이 그래서 중요하다. 청년세대는 미래 기후위기 대응의 주역이자 현재의 정책 결정에 따른 영향을 가장 크게 받는 세대로, 단순히 절망하거나 불안해하는 데 그치지 않고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며 구체적인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 대한민국이 기후 악당이라는 오명을 벗고 기후위기 대응의 선도국가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청년세대의 목소리에 진지하게 귀 기울이면서 더욱 과감하고 혁신적인 정책을 도입해야 한다.
우리나라가 기후 악당으로 낙인 찍힌 가장 큰 원인은 에너지정책의 역행과 모순에 있다. 세계 주요 국가는 기후위기 대응과 탄소중립 목표 달성을 위해 재생에너지 보급을 확대하고 있으며, 우리 정부도 지난 2월 확정된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서 2038년까지 재생에너지 설비용량을 121.9GW(2023년 대비 4배 증가)로 확대한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그러나 이는 국제사회가 요구하는 수준보다 현저하게 떨어지며 구체적인 실행 전략 또한 부재해 현실성이 없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화석연료 의존 구조도 유지되는데, 2038년까지 석탄 발전 비중을 8.3%로 줄일 계획이라면서도 구체적인 폐쇄 로드맵은 제시하지 않았다. 최근 발표된 환경부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정책으로는 2050년 탄소중립이 불가능하며, 2035년 목표치인 온실가스 순배출량 3억7,600만 톤도 초과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정부가 내놓은 계획이 기후과학과 국제적 감축 요구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음을 명확히 보여준다.
이에 청년들은 재생에너지 확대 목표를 대폭 상향하고 이를 뒷받침할 구체적인 실행 계획을 신속하게 수립할 것을 제안한다. 태양광·풍력 등 신재생에너지 설비의 신속한 보급과 인프라 구축을 위한 법적·제도적 지원 강화는 필수이며, 석탄발전소의 단계적 폐쇄 계획을 명확히 제시해 조기 폐쇄를 추진해야 한다. 이러한 조치는 국제사회와의 약속을 이행하는 동시에, 국내 에너지 구조를 지속 가능한 방향으로 전환하는 데 꼭 필요하다.
한편 세대 간 책임 전가 문제 역시 심각하다. 2021년 대한민국은 2030년까지 2018년 대비 온실가스 배출량을 40% 감축하겠다는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를 유엔기후변화협약 사무국에 제출했지만, 현행 정책대로라면 2030년까지 탄소 예산(지구온난화를 특정 수준 이하로 제한하기 위해 IPCC에서 산정한 이산화탄소 배출허용량)의 약 70%가 소진될 것으로 예상된다. 즉 2030년 이후에는 청년과 미래세대가 과도한 탄소 감축 부담을 떠안게 되는 구조다.
2020년 청소년기후행동은 정부의 NDC가 미흡해 생명권, 행복추구권, 환경권, 평등권,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 등 미래세대의 권리를 침해한다고 주장하며 헌법소원을 제기했다. 지난해 8월 29일 헌법재판소는 정부의 2030년 이후 온실가스 감축 계획이 구체적이고 실효적이지 않아 미래에 과중한 부담을 이전하며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한다는 판결을 내렸다. 기후변화 대응이 단순한 정책 문제가 아니라 국민의 기본권, 미래세대의 생존권과 직결된 사안임을 법적으로 인정한 의미 있는 결정이다. 그러나 NDC로 설정한 40% 감축 목표 자체는 환경권 등 기본권을 침해하지 않는다며 해당 소송을 일부 인용하는 데 그쳤다.
헌재 “NDC 달성 계획 미흡해 미래세대 기본권 침해”···
탄소 예산 제도 법제화해 세대 간 형평성 확보해야
탄소 예산 제도를 법제화해 연도별·부문별 온실가스 배출 상한을 엄격히 설정하는 것은 세대 간 형평성을 확보하는 핵심 수단이다. 특히 2030년 이후의 감축 목표와 이행 계획을 명확히 수립해 미래세대에 부담이 전가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또 탄소중립정책의 법적 구속력을 강화해 정책의 지속가능성을 확보하고, 감축 성과를 투명하게 공개하는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이를 통해 청년과 미래세대가 기후위기 대응의 주체로서 권리와 책임을 균형 있게 가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한편 우리나라는 아직 에너지 전환 과정에서 발생하는 사회적 불평등과 정의로운 전환에 대한 고려가 부족하다. 기후위기 대응은 단순한 환경 문제를 넘어선 사회정의의 문제다. 기존 화석연료산업 종사자, 취약계층, 그리고 미래세대인 청년 모두가 기후위기와 탄소중립정책의 불균등한 영향을 받고 있다. 하지만 정책 수립 과정에서 이들의 참여는 극히 제한적이며, 특히 청년을 내세우지만 실제 청년들의 의견은 형식적으로만 반영되는 ‘유스워싱(youth-washing)’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 이는 정책의 정당성과 실효성을 저해하는 요소다.
따라서 정책 결정 과정에 청년, 노동자, 취약계층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실질적 참여를 보장하는 구조를 마련해야 한다. 에너지 전환으로 인한 일자리 상실과 경제적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재교육을 실시하는 등 구직 지원과 사회안전망 강화 정책도 병행돼야 한다. 또한 청년의 기후행동과 의견 수렴을 단순히 절차로 볼 것이 아니라 정책 결정의 핵심 과정으로 인정하고, 참여 비율을 법적·제도적으로 보장하는 방안이 필요하다. 이런 정의로운 전환은 기후위기 대응의 성공과 산업 전환, 사회적 통합을 위해 반드시 실현돼야 할 가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