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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성장산업 선별해 국가발전전략 세우자
박양수 대한상공회의소 지속성장이니셔티브(SGI) 원장 2025년 07월호
첨단산업, 기후기술같이 기술 혁신과 시장 선점을 통해 기하급수적으로 생산성을 높일 수 있는 성장 산업을 전면에 내세우고 과감한 재정 지원과 맞춤 형 규제 개혁 추진할 필요

21대 대통령이 선출되고 임기가 바로 시작됐다. 지난해 12월 비상계엄 선포 이후 6개월의 암울한 터널을 지나 새로운 시대가 열린 것이다. 우리 국민은 극단적 갈등과 리더십 공백에 따른 불확실성이 상당히 해소됐다고 느낄 수 있겠지만 새로운 대통령과 정부는 경제 부문에서 그야말로 퍼펙트 스톰을 마주하고 있다. 

우리 경제는 극심한 내수 부진으로 지난해 2분기 마이너스 경제성장률을 기록한 후 성장률이 0.1%에 그치다 비상계엄에서 탄핵으로 이어지는 불안한 정국과 수출 둔화로 올해 1분기에는 -0.2%로 다시 역성장을 기록했다. 이에 새 정부는 시급한 과제로 추경 등 경제 활성화 대책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현재 우리 경제는 단기적 경기침체 완화를 넘어 한국경제가 정점을 찍었다는 피크 코리아 우려, 트럼프 2.0 시대의 글로벌 무역 파고 등 복합위기를 극복할 종합적인 국가발전전략을 마련해 추진해야 할 상황이다.

최근 주요국들은 첨단산업이 국가경쟁력 강화 및 경제안보 확보에 핵심이라며 엄청난 규모의 투자자금을 쏟아붓고 있고 우리 기업들의 기술력은 뒤처지기 시작했다는 뉴스가 계속 나오고 있다. 나아가 기후위기와 전 세계적인 탈탄소 움직임을 고려할 때 탄소집약도가 높은 우리 주력산업이 탄소중립을 위한 공정 전환 및 에너지 전환을 선제적으로 이뤄내지 못하면 국제적으로 경쟁력을 잃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저출생·고령화로 인한 노동력 부족은 20여 년 후엔 잠재성장률을 마이너스로 전환하며 연금, 재정 등 사회시스템 유지를 불가능하게 만들 수 있다. 일·가정 양립을 통해 출생률을 높이는 노력에 더해 고령자 및 외국 인력, AI를 활용해 1인당 생산성을 제고하면서 성장률 하락이라는 저출생 충격을 완화해야 한다.
 

기업하기 좋은 조건 만들어 생산성·역동성 높이고
창업 도모, 해외 기업 유치 해내느냐가 관건


AI 기술은 우리 경제의 여러 문제를 해결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다. 먼저 개인의 역량을 증진해 1인당 생산성을 높이는 데 크게 기여할 수 있다. 제조업 기반이 튼튼한 우리나라는 AI 기술을 잘 접목한다면 글로벌 경쟁력을 계속 유지할 수 있다. 또한 탄소중립을 위한 공정 및 에너지 사용 효율화에도 AI의 기여가 기대된다. 

한편 트럼프 2기 행정부의 관세정책에 대응하는 것도 시급한 이슈다. 관세협상에서 유리한 조건을 획득하지 못하면 우리 기업이 가격경쟁력을 잃게 된다. 트럼프 대통령의 의도대로 기업들이 미국으로 생산기지를 옮기면 국내에는 산업공동화가 우려된다. 현지에서 완제품을 생산해 판매하는 수평적 해외직접투자를 하더라도 기업들이 마더 팩토리(핵심 공장)는 국내에 유지하도록 유인체계를 만들어야 한다. 글로벌 무역 질서 및 공급망 재편 과정에서 최적의 입지를 찾아 나선 기업들을 국내로 유치하도록 하는 적극적 노력도 필요하다. 

결국 여하히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조성해 기업의 생산성과 역동성을 높이고 창업 도모 및 해외 기업 유치를 해낼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기업하기 좋은 환경에는 다른 나라에 뒤지지 않는 조세 및 재정 지원, 규제 완화, 우수인력 공급, 재생 및 무탄소 에너지 공급 등이 포함된다. 물론 수도권 집중 심화가 저출생의 큰 원인이기 때문에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조성할 때 지역성장도 함께 고민해야 한다.

우리에겐 복합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또한 이번 대통령 선거에서 우리 사회의 이념 및 진영 갈등이 심각한 상태임을 재확인했다. 따라서 새로운 정부는 빠른 시일 안에 경제시스템을 다시 세울 국가발전전략을 만들고, 정권과 관계없이 정책 일관성을 확보할 수 있도록 국민을 적극 설득하는 작업을 거쳐 이를 실행해야 한다. IMF 외환위기 때처럼 국가적으로 복합위기에 대한 인식이 높아진 지금이 바로 우리 경제의 재도약 기회를 만들 시점이다.

새 정부의 국가발전전략은 다음과 같은 방향에서 수립되면 어떨까 한다. AI 등 디지털산업, 기후기술 등 그린산업, 고령친화산업, 양자·우주 등 과학기술산업을 비롯한 성장산업을 전면에 내세우고 과감한 재정 지원 등 산업정책을 실시한다. 이 과정에서 생산성 향상을 선도하는 도전적 연구개발(R&D), 창의적 교육, 생산적 금융, 선순환적 벤처생태계 구축, 스마트한 규제 등이 가능하도록 제도를 과감하게 개선해야 한다. 또한 신산업정책 추진을 위한 재원 마련 및 고령화 시대에 맞는 사회시스템 조정을 위해 노동, 연금, 재정 등의 개혁을 추진한다. 

첨단산업, 기후기술 등 성장산업을 전면에 내세우는 것은 이들 산업이 기술 혁신, 시장 선점 등을 통해 기하급수적으로 생산성을 높일 수 있는 특성을 가졌기 때문이다. 비효율적인 규제가 없는 상태에서 정부의 재정 지원 등을 기반으로 기술 혁신이 일어나면 선점효과로 여타 기업 및 국가와의 격차를 확대해 갈 수 있는 것이다. 또한 미래 성장 유망산업이라 이념적으로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국민을 설득할 수 있는 여지가 크다는 이유도 있다. 

선택된 성장산업에는 주52시간제 및 입지규제 조정 등 개별 산업에 맞는 맞춤형 규제 개혁을 실시한다. 공급 측면에서 R&D 투자, 고급인력 양성, 설비투자 세액공제, 생산인프라 구축을 지원한다. 수요 측면에서도 공공조달을 포함한 초기 시장 창출 및 글로벌시장 진출을 돕는 정책을 추진한다. 이때 지원 수준은 경쟁국 이상으로 한다는 원칙을 따라야 한다. 아울러 각 성장산업 내 클러스터와 전후방 연관 기업에 관한 포괄적 지원 등 밸류체인을 고려한 지원을 추진한다.

지난 5월 대한상공회의소가 제안한 메가샌드박스를 참조해 볼 수 있겠다. 메가샌드박스는 ①지역에 특화된 미래 전략산업을 지정하고, ②대학, 에너지공급, R&D, 정주 등 인프라를 조성하며, ③산업 단위의 규제를 대폭 유예하는 한편, ④재정과 조세 인센티브 제공 등을 통해 기업 이전과 투자 활성화를 유도하는 제도다. 결국 성장산업에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패키지로 제공함으로써 기업을 유치하고 경제 역동성도 제고하자는 것이 핵심이다. 이들 성장산업에 대한 패키지 지원이 성공하면 여타 산업 및 공간으로 제도를 확산해 나가면 된다.

산업 전환을 위한 경제정책 패키지는
산학연·노동계·시민사회와 사회적 대화로 설계


새 정부는 단기 경기부양책과 더불어 성장동력 및 산업 전환을 위한 경제정책 패키지 설계를 빠르게 시작해야 한다. 여기에는 각종 구조개혁도 포함돼야 하므로 학계 및 전문가, 기업·노조·시민단체가 참여해 실무안을 만들고 각계의 이익을 대변하는 그룹이 모여 사회적 대화를 해야 한다. 경제정책이 패키지로 추진돼야 다양한 이해관계자가 합의에 이를 여지가 커진다. 새로운 대통령과 정부가 인내력, 설득력, 조정력 및 결단력을 발휘해 정치·사회 갈등이 최고조에 달한 한국 경제호를 리빌딩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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