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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정부조직 개편의 원칙
박진 KDI국제정책대학원 교수 2025년 07월호
부처 내 조정보다 더 중요한 문제는 부처 간 조 정인데 부처가 커지면 조직의 이익을 지키려는 힘도 커지기 때문에 부처 간 협력은 더욱 어려워 져. 부처 간 협력과 조정은 총괄조정 기능의 강화 를 통해 해결해야지 부처의 규모를 키우는 것은 답이 될 수 없어

새로운 정부가 출범하면 늘 정부조직 개편이 논의된다. 그러나 정부조직 개편에는 비용이 따른다. 사무실 이전 등 유형의 비용은 상대적으로 큰 문제가 아니다. 공직사회의 혼란과 동요로 인한 업무성과 저하, 구성원 간 파벌 형성 등으로 인한 조직관리 비용의 증가가 핵심이다. 이런 점에서 실익이 분명하지 않은 정부조직 개편은 최소화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어떤 원칙 아래 개편을 해야 할까?

소부처주의를 추구하자

대부처주의는 부처의 규모를 키우면서 부처 숫자를 줄이자는 입장이고 소부처주의는 그 반대 입장이다. 우리 정부조직은 이명박 정부에서 대부처주의로 전환했으며 박근혜 정부에서 이를 다소 완화하긴 했으나 여전히 부처 규모가 큰 편이다. 본부에 차관급이 두 명인 부처는 기획재정부, 문화체육관광부, 보건복지부, 국토교통부, 국무조정실, 행정안전부이고, 세 명인 부처로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업통상자원부, 외교부, 국민권익위원회가 있다. 

부처의 규모가 크면 장관의 부담이 커진다. 신임 장관은 업무파악에만 최소 6개월이 소요되고 현장방문 등으로 바빠 새로운 정책을 수립·집행할 여유가 없다. 사실 부처가 크면 전문성 있는 장관을 찾기도 어렵다. 예컨대 복지와 보건을 동시에 잘 아는 인사를 찾기란 매우 어려운 일이다. 이렇게 장관의 업무 장악력이 약해지면 기존의 정책을 근본적으로 바꾸는 개혁은 시도하기 어려워진다. 

부처가 커지면 의사결정도 지연된다. 정부에선 주무관부터 장관까지 7단계를 거쳐야 하는데 큰 부처일수록 장차관을 만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러한 문제는 장관이 서울과 세종시를 오가다 보니 더욱 심해졌다. 장관의 관심을 받지 못하는 부서에선 공직자의 사기도 떨어진다.

대부처주의는 부처 내 조정 기능을 강화할 수 있다는 장점을 내세운다. 하지만 이러한 시너지가 일상적인 경우는 많지 않으며 부처가 커지면 장차관 중심의 실국장 회의가 자주 열리기 어려워 부처 내 시너지를 제고한다는 대부처주의의 장점도 살리지 못하게 된다. 부처 내 조정보다 더 중요한 문제는 부처 간 조정이다. 그런데 부처가 커지면 부처 간 협력은 더욱 어려워진다. 부처 규모가 커지면 조직의 이익을 지키려는 힘도 커지기 때문이다. 부처 간 협력과 조정은 총괄조정 기능의 강화를 통해 해결해야지 부처의 규모를 키우는 것은 답이 아니다.

단, 소부처주의는 정무직 숫자를 늘리게 돼 이에 대한 비판 여론이 예상된다. 그러나 정무직 숫자 증가를 큰 정부라고 비판하는 것은 옳지 않다. 큰 정부는 정무직이 많은 정부가 아니라 규제와 재정지출이 많은 정부를 말하는 것이다. 정부정책의 질이 높아지는 점을 감안하면 정무직 증가로 인한 인건비·경상비 증가는 극히 미미하다고 봐야 한다. 

향후 분리를 검토해야 할 대상은 크게 두 가지 유형이다. 하나는 이명박 정부에서 통합된 상태가 유지되는 부처다. 우리는 역대로 부처 숫자를 22개 정도로 유지했는데 이명박 정부는 많은 부처를 통합해 이를 17개로 줄였다. 박근혜 정부에서 상당 수를 원상복귀 시켰으나 여전히 통합 상태를 유지하고 있는 부처들이 있다. 기획예산처와 재정경제부를 통합한 기획재정부, 국가청렴위원회와 국민고충처리위원회 및 행정심판위원회를 통합한 국민권익위원회, 국정홍보처를 흡수한 문화체육관광부가 그것이다. 

다른 하나로 차관급이 2명 이상인 부처도 분리를 검토해 볼 수 있다. 물론 검토 대상 부처가 모두 분리돼야 하는 것은 아니며 시너지가 여전히 중요한 부처는 그대로 존치하는 것이 타당하다. 
 

두 기능이 충돌하면 분리하고 서로 도우면 통합한다

정부조직 개편은 통상 부처 차원에서 논의된다. 각 부처는 자기 주머니에 가급적 많은 기능을 끌어 담는 것을 목표로 한다. 그러나 각 부처는 하나의 생명체가 아니라 실·국 단위 기능이 모여 있는 집합체에 불과하다. 따라서 A 기능과 B 기능이 같은 장관 아래 있는 것이 좋은지 다른 부처로 분리돼 있어야 좋은지 기능 간 연계성을 판단하는 것이 핵심이다.

먼저, 공존하는 두 기능이 서로 충돌한다면 이는 분리돼야 한다. 구체적인 사례는 아래와 같다. 첫째, 장기 목표와 단기 목표가 충돌할 경우 장기 목표를 지향하는 기능이 경시될 가능성이 있다. 대통령의 임기가 짧은 상황에서 장관을 포함한 공직자의 임기마저 평균 14개월로 짧다 보니 나타나는 현상이다. 예컨대 장기 목표인 재정건전성과 단기 목표인 경제성장률을 한 부처가 추구하다 보면 아무래도 올해의 성장률 달성을 위해 장기 목표인 재정건전성이 경시될 우려가 있다. 

둘째, 집행과 정책 기능이 혼재돼 있을 경우 정책 기능이 경시될 우려가 있다. 집행 기능은 영향력의 원천으로 공무원이 선호하는 유형의 업무인 데다 매일 처리해야 하는 일로서 당장의 관심을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국세 징수 기능을 기획재정부에 두지 않고 조세정책과 분리해 국세청으로 만든 것이다.

셋째, 총괄조정 부처가 조정의 대상이 되는 기능을 같이 수행하는 경우다. 심판이 선수로 뛰면서 심판을 보면 중립성을 의심받게 된다. 예컨대 기획재정부 공공정책국은 공공기관 정책을 담당하나 기획재정부는 한국조폐공사, 한국수출입은행 등 공공기관의 주무부처다. 이 경우 공공정책국은 각 기관에 중립적 판단을 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 

넷째, 진흥 기능과 감독 기능이 같은 부처에 있게 되면 진흥 기능이 초래한 문제에 대한 감독 기능 수행이 제한을 받을 수 있다. 예컨대 금융정책과 금융감독이 공존하게 되면 금융감독은 독립성이 약화되고 금융정책의 수단이 될 우려가 있다. 

다섯째, 한 기능이 다른 핵심 기능에 종속될 수도 있다. 예컨대 산업통상자원부에선 통상이나 에너지 정책이 산업을 최우선으로 고려하는 경향이 생기게 된다. 

반대로 두 기능이 같은 부처에 공존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대표적인 경우가 범위의 경제다. A 기능 수행에 필요한 정보 혹은 A 기능의 산출물이 B 기능에도 사용되는 경우인데 이 두 기능이 한 부처에 있으면 거래비용을 줄일 수 있다. 국토교통부의 도시정책과 도로정책이 이에 해당한다. 일상적인 조정이 요구되는 두 기능이 한 부처에 공존하는 경우에도 거래비용을 줄일 수 있다. 그래서 물관리 기능이 2018년 국토교통부에서 환경부로 이관된 것이다. 새로운 정부의 조직 개편이 성공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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