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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경쟁 교육 해소에 부드러운 해법이 있을까
우석훈 경제학자 2025년 07월호
_어느 아빠의 짧은 생각

최근 외국에서 한국의 출산 데이터를 본 사람들은 “한국 미쳤네요”, “한국 망했네요”라고 얘기한다. 출산율과 출생아 수를 보면 그렇게 생각하지 않기도 어렵다.

2025년 현재 우리는 지금까지 겪어보지 못한 두 가지 문제 앞에 서 있다. 한 가지는 저출생이다. 이 문제는 매우 복합적이다. 복지국가의 실패와 지나치게 불안해 보이는 미래 등이 복합적으로 작동하면서 생겨난 문제다. 그래도 우리는 별일 없는 듯 일상을 산다. 하지만 결국 낮은 출산율은 소비를 위축시킬 뿐 아니라 노동시장에도 압박을 줄 것이다.

또 다른 문제는 청년들의 젠더 갈등이다. 지난 대선 출구 조사에서 나타난 20대의 투표 성향은 충격적이다. 20대 남성의 극우화는 일부 OECD 국가에서 정부를 붕괴시키기에 이를 정도로 큰 문제가 됐다. 지난해 프랑스 총선 1차 투표에서 극우파가 1등을 해 총리가 사임하고 마크롱 대통령도 사퇴 압력에 시달렸다. 독일은 정권이 바뀌었다. 미국도 다르지 않다.

저출생 흐름으로 많은 나라에서 중장년, 특히 노년층 비율이 청년보다 높다 보니 당장 급격한 정치구조 변화가 나타나지는 않는다. 게다가 젠더 투표 현상이 벌어져도 양방향으로 움직이므로 평균에서는 큰 변화가 없다. 우리나라도 40~50대의 투표율을 20대가 넘어서기 어려워 그 자체로 정치구조는 물론 사회구조도 크게 바뀌지 않는다. 그렇다고 장기적으로 아무 영향이 없는 것은 아니다. 평균치로는 청년의 보수화가 진행되는 중이고, 청년의 ‘메이팅’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결국 출산율은 장기적으로 더 내려가게 될 것이다.

저출생과 청년 남성의 극우화 모두 겪어보지 않은 문제라 뭘 해야 할지 우리는 잘 모른다. 그냥 우리 시대가 만든 구조적 문제의 결과라고 얘기하지 않을 수 없다.
 

출생아 수 감소에도 사교육시장 폭발

1970년대 초반, 한국에는 100만 명 이상이 태어났다. 2000년대에는 60만 명대로 줄어들었다. 30년 동안 3분의 1이 줄었다. 지금은 23만 명 정도 태어난다. 20년 동안 3분의 2가 더 줄었다. 출산율은 계속 내려가고 출생아 수는 줄어드는데, 그 사이에 영유아 사교육시장은 폭발적으로 커졌다. 초등학생들의 의대 입시반이 강남에서 시작해 전국으로 퍼져나갔다. 이름만 유치원이지 실제로는 영어학원인 기관에 들어가기 위한 7세 고시가 유행하더니 이제는 4세로 내려갔다.

그 사이에 대만에서는 유아들의 정신 건강을 위해 초등학교 이전 영어 과외가 금지됐고, 중국에서도 학원 금지라는 제도적 변화가 생겼다. 우리는 2017년 이후로 사교육 조사에서 초등 이전 단계를 빼버렸다. 그래서 시민단체 일각에서 간헐적으로 하는 조사 말고는 정확한 통계도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

출생아 수가 줄면 당연히 그들 사이의 경쟁압이 줄어드는 게 생태학의 기본인데, 한국에서는 그렇지 않았다. 자산효과가 있을 것으로 생각할 수 있지만, 실제 연구로는 잘 드러나지 않는다. 전문직 여성의 출산율이 전체 평균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부자가 더 많이 낳고 가난한 사람들은 덜 낳는다는 게 연구로는 관찰되지 않는다. 다만 소득이나 재산이 아니라 살고 있는 주택 유형으로 보면 일정하게 영향이 있다는 결과 정도가 나온다. 현재로서는 사교육을 감당할 각오가 돼 있는 사람들만 출산한다는 가설을 세울 수 있다. 아마 맞을 것인데, 실증적으로 보여주기에는 자료가 너무 없다. 영유아 사교육 등 사교육을 감당하거나, 그냥 무시하고 살아갈 결심을 한 사람만 한국에서 아이를 낳는 게 지금 상황이다.

사교육 문제는 2000년 헌법재판소 판결의 틀에서 살펴볼 수 있다. 고액 과외를 금지한 입법 목적은 정당하나 고액 과외 억제를 위해 무조건적으로 과외교습을 금지하는 것은 위헌으로, 사교육 금지는 별도의 기준에 의해서 해야 한다는 게 취지였다. 그 후에 교육부가 후속 작업을 제대로 못 하면서 지금의 사태까지 오게 됐다. 

현재 초등 의대 입시반을 금지하는 법률과 7세 고시를 금지하는 법안이 각각 발의돼 있는데, 국회 통과 여부와는 별도로 즉각적인 위헌 심판이 예상된다. 학원들도 자신들의 존재 기반에 관한 것이기 때문에 필사적일 것이다. 부드러운 해법, 쉽지 않다.

별로 부드러운 해법은 아니지만 유아교육에 대한 제도를 정비하는 것이 가능하기는 하다. 현재 유아교육은 어린이집과 유치원으로 이원화돼 있는데 두 기관을 하나의 틀로 합치는 유보 통합이 엄청나게 큰, 또 다른 이슈다. 여기에도 역사적인 배경이 있어서 쉽지 않은 일이다. 그에 비하면 영어유치원은 제도적인 교육기관이 아니다. 법적으로는 그냥 학원일 뿐이다.

문제의 핵심은 초등학교 이전 단계의 의무교육을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한 제도가 아직 정비되지 않은 것이다. 그 사각지대에 영어유치원이 사적으로 성립될 조건이 생긴 것이고, 거기에서 7세 고시와 4세 고시 같은 문제가 생겨났다. 영어유치원의 문제는 학원이 제도 공백 상황에서 주 교육기관으로 작동한다는 점이다. 법적으로 초등 이전 단계에서의 육아형 의무교육은 어린이집과 유치원만 할 수 있다고 명확하게 지정하면, 문제의 많은 부분이 해소된다. 그렇게 유아보육 대부분의 시간을 공교육에서 흡수하고 나면, 지금의 영유아 사교육 열풍이 좀 완화될 수 있을 것이다.

필자는 지금의 암기 위주 사교육이 장기적인 학습 능력을 높여준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AI 시대에는 더욱 그렇다. 특목고와 대학으로 이어지는 입시와 사교육은 한국에서 비정상적으로 정교해졌지만 이게 시대에 맞는다고 볼 수는 없다. 어쨌든 영유아부터 시작되는 사교육 문제 전부 대학 입시 시스템과 연결돼 있다.

AI 시대에 맞지 않은 암기 위주의 사교육···
혼자 공부하는 학생에 유리한 별도 전형 신설한다면?


크게 보면, 돈이 있으면 사교육을 하고 이게 입시에 더 효과적이라고 보는 것 같다. 만약 혼자 공부하면? 그건 돈이 없기 때문이고, 혼자 공부하는 학생은 입시에서 불리해지는 것이다. 시선을 조금 바꾸면, 이처럼 일종의 핸디캡이 있는 학생에게 농어촌 특별전형처럼 별도 전형을 설정하거나 가산점을 주는 방식이 현재 시스템 내에서 불가능하지 않을 것 같다. 각 대학의 입시 평가자들이 혼자 공부한 학생이 좀 더 노력했다고 평가하는 것이 가능하다. 문제는 누가 학원에 다녔고 누가 다니지 않았는지를 알 수가 없다는 것이다.

지금도 교육 당국이 학원을 관리하고 가격에 대해서도 일정 부분 정책적 관여를 하고 있지만, ‘학원 이력제’를 실시해 학원 DB에 개인별로 학원 시간과 가격을 등록하면 많은 문제를 풀 수도 있지 않을까. 개인정보 보호라는 문제가 있지만 출산율과 관련된 국가적 위기와 비교하면 그렇게까지 민감한 정보라고 보기는 어렵다. 과외의 경우도 국세청이 과외 사업자들의 종합소득과 기타소득을 관리하는 과정에서 과외를 받은 학생들에 대한 정보를 이력 관리 차원에서 처리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음성적인 비밀 과외는? 2000년 과외에 대한 헌재 판결에서도 그런 특수한 경우는 전면적으로 금지하도록 하고 있다.

출산율과 공교육의 실패, 많은 부분이 지난 20년간 강성해진 한국의 사교육과 직간접으로 연결돼 있다. 지금이라도 좀 더 장기적인 대책에 대한 경제적 검토가 필요하다. 이건 정치적인 의미의 진보·보수 논의와는 별 관계가 없다. 어떻게 하면 지금의 국민경제를 지속 가능하게 만들지와 같은 우리 모두의 문제라고 생각한다. “모두의 문제는 아무의 문제도 아니다”, 그 딜레마를 넘어설 때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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