써클 인터넷 그룹이 지난 6월 5일 스테이블코인 발행사 중 처음으로 뉴욕증권거래소(NYSE)에 상장돼 투자자들의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이 회사 주가는 상장된 지 18일 만에 298.99달러까지 올라 공모가(31달러) 대비 864.4% 상승했다. 탐욕과 투기의 결과라는 비판이 나올 만도 했지만, 월가의 최소 절반은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글로벌 자산운용사 번스타인은 써클을 “결제 혁신 가능성에 투자하려는 사람들에게 적합한 종목”이라며 “장기적으로 투자해야 할 회사”라고 했다. 도대체 스테이블코인이 무엇이길래 결제 시스템을 혁신한다는 것일까.
안정적이고 빠르고 싸다!
실물자산 담보로 발행하고 결제는 몇 초 만에 처리
스테이블코인은 이름처럼 가격 변동성이 없는 안정적인(stable) 가상자산이다. 반면 비트코인·이더리움 등 많은 가상자산은 가격이 1분 만에 급등·급락한다. 가치가 시시각각 변하는 가상자산을 이용해 결제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많은 가상자산과 마찬가지로 블록체인 기술 기반의 스마트 컨트랙트(계약 조건을 프로그래밍 코드로 자동 실행해 거래 처리)로 구현되지만, 스테이블코인이 결제 수단에 적합하다는 평가를 받는 이유다.
스테이블코인이 결제 시스템을 혁신한다는 기대는 경제성과 효율성에서 비롯된다. 현재 사용되는 신용카드 결제는 카드사와 부가가치통신망(VAN)사, 결제대행(PG)사를 차례로 거쳐야 완료된다. 결제 과정에 참여한 각 회사에 수수료를 지급해야 하고, 실제 결제가 완료되는 데는 영업일 기준 1~3일이 소요된다. 국경을 넘어야 하는 해외 결제는 절차가 더 복잡해 더 큰 비용이 든다.
스테이블코인 결제는 구매자의 지갑(계좌)에서 판매자의 지갑으로 스테이블코인을 이체하는 것으로 끝난다. 이체 수수료만 내면 결제는 몇 초 만에 처리된다. 세계 최대 가상자산 거래소 중 한 곳인 코인베이스에 따르면, 200달러를 해외로 송금하는 데 발생하는 평균 수수료는 송금액의 6.35%다. 스테이블코인 수수료 0.5~3%의 두 배 이상이다.
글로벌 기업들도 스테이블코인 결제를 도입하기 시작했다. 세계 최대 음원 스트리밍 서비스를 제공하는 스포티파이는 전 세계 30여 개국에서 스테이블코인 중 하나인 USDC 결제를 허용했다. 미국 전자상거래 플랫폼 1위인 쇼피파이도 일부 가맹점이 스테이블코인으로 결제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한국에서는 서울 동대문·남대문 등 주요 관광지를 중심으로 스테이블코인 환전기가 운영되고 있다. 외국인 관광객은 버튼 몇 번만 누르면 수수료 3.5%를 내고 보유한 스테이블코인을 원화 지폐로 바꿀 수 있다. 값비싼 환전·중개 수수료를 부담하면서 환전소를 이용하지 않아도 된다. 향후 스테이블코인이 전 세계에 퍼지면 해외여행 시 현지 화폐를 미리 환전해 들고 다닐 필요가 없을지도 모른다.
스테이블코인 가격이 변하지 않는 이유는 실물자산을 담보로 하기 때문이다. 스테이블코인 대부분을 차지하는 법정화폐 담보형은 예치된 현금에 비례해 발행된다. 예를 들면 1달러를 은행에 보관해야 스테이블코인 1개를 발행할 수 있다. 법정화폐와 스테이블코인을 1대 1로 대응시켜야 스테이블코인 가치가 변하지 않는다. 현재 통용되는 스테이블코인 90% 이상은 달러를 담보로 하고 있다.
법정화폐 대신 비트코인·이더리움 등 다른 가상자산을 담보로 해도 된다. 다만 가상자산은 가격 변동성이 크기 때문에 초과담보를 잡는 것이 일반적이다. 스테이블코인 1개를 발행하려면, 1달러가 아닌 1.5달러 가치의 가상자산을 받는 것이다. 이렇게 해야 담보인 가상자산 가격이 하락해도 스테이블코인은 1달러에 고정될 수 있다.
담보 없이 발행되는 알고리즘 기반 스테이블코인도 있다. 스테이블코인 가격이 1달러를 넘어서면 공급량을 늘리고, 1달러 아래로 하락하면 소각해 1달러를 유지하는 구조다. 대표적인 알고리즘 스테이블코인은 테라(UST)였다. 하지만 2022년 테라 가격이 한순간에 폭락한 ‘테라·루나 사태’를 겪으면서 알고리즘 스테이블코인에 대한 관심은 줄어든 상태다.
결제 수수료 받지 않고 담보자산 투자로 돈 벌어···
중앙은행이 감독·통제하는 스테이블코인이 ‘CBDC’
스테이블코인 발행사는 결제 수수료를 받지 않는 대신 담보로 잡은 자산을 이용해 돈을 번다. 스테이블코인 시장점유율 1위인 테더는 지금까지 약 1,588억 개의 스테이블코인을 발행했다. 테더가 현금 1,588억 달러를 담보로 보관하고 있다는 뜻이다. 테더는 이 중 대부분을 만기 1년 미만의 미국 국채(T-Bill) 또는 머니마켓펀드(MMF) 등 초저위험 자산에 투자해 이자를 받는다. 테더는 올해 1분기 1,200억 달러의 미국 국채를 보유하고 있고, 이 기간 순이익은 10억 달러라고 밝혔다.
스테이블코인이 발행되고, 사용되고, 회수·소각되는 일련의 과정은 정부가 관여하지 않는 탈중앙화된 민간 영역에서 이뤄진다. 이 때문에 스테이블코인을 향한 비판도 적지 않다. 국가가 통제하지 못하는 스테이블코인이 대규모로 유통되면 통화정책에 영향을 미치고 탈세와 자금세탁, 국부 유출 등 다양한 부작용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각국 중앙은행은 자신들이 감독·통제할 수 있는 스테이블코인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논의 끝에 탄생한 것이 중앙은행 디지털 화폐(CBDC)다. 중앙은행이 직접 발행한다는 점이 스테이블코인과 가장 큰 차이다. 또 중앙은행이 CBDC의 경제적 가치를 보증하기 때문에 담보가 필요하지 않다.
대중이 스테이블코인과 CBDC를 이용한다면, 은행 등 금융기관이 사용하는 것은 예금토큰이다. 예금토큰은 은행 예금을 담보로 발행해 ‘은행의 스테이블코인’으로 불린다. 해외 기업이나 금융기관과의 대규모 거래에서 활용된다. 가령 두 은행이 10억 달러와 9억 유로를 맞교환한다면, 복잡한 절차를 밟지 않고 서로 가진 예금토큰을 교환해 정산하는 식이다.
비트코인이 처음 등장했을 때 많은 이들이 불신했다. 손에 잡히지도 않고 눈에 보이지도 않는, 데이터상으로만 존재하는 암호화된 화폐를 받아들이기 어려웠을 것이다. 비트코인 투자자를 도박꾼처럼 여기던 때도 있었다. 반면 스테이블코인은 담보가 있기에 실체가 있고 투기 대상이 될 수 없다. 일정 수준의 법적 규제 안에서 움직인다. 비효율적인 결제 시스템을 바꿔야 한다는 명분도 있다. 이제 우리 일상 속에 스며들 일만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