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폐업을 신고한 사업자는 100만8천여 명으로 1995년 관련 통계 집계를 시작한 이래 처음으로 100만 명을 넘었다고 한다. 폐업률이 가장 높은 업종은 소매업(16%)과 음식점업(15%)이다. 자영업을 하는 사람들이 가장 많이 선택하는 업종이기도 하다. 요즘 서울 시내 어디든 조금만 길을 걸어도 자영업의 위기를 느낄 수 있다. 도시 곳곳의 공실 증가는 확연하다. 서울 강남 한복판 대로변에도 유리창에 ‘임대문의’라고 쓰여 있는 건물이 흔하고 가끔 건물 전체가 통으로 비어 있는 곳도 눈에 띈다. 코로나19 시절에 문을 닫은 지하철 역사의 점포들은 아직도 대부분 운영을 재개하지 못했다. 서울 외곽으로 나가면 겉모습은 그럴듯하지만 문을 닫은 가게가 영업 중인 곳보다 훨씬 많은 쇼핑몰도 적지 않다. 빈 점포가 늘면 거리 전체가 활기를 잃는다. 활기가 사라진 상권은 사람들의 발길이 점차 끊어지면서 인적이 드물어지고 그나마 문을 연 가게마저 폐점을 고민하게 된다.
내수침체, 수익성 악화로 자영업자 금리 부담 늘어···
내수시장 규모 대비 자영업자 비중이 높은 것도 원인
자영업이 어려운 이유야 뻔하다. 수익성이 나쁘기 때문이다. 2023년 기준 소상공인의 평균 영업이익률은 5% 미만이었다. 지금은 더 떨어졌을 것이다. 수익성 악화는 심각한 내수부진의 결과다. 현재의 내수침체의 가장 큰 원인은 2022년 급등한 물가와 2023년의 금리 인상이다. 지난해 소매판매액은 전년 대비 2.2% 줄어들어 신용카드 대란 사태가 있던 2003년 이후 21년 만에 가장 큰 감소 폭을 기록했다. 지난 7월 지급된 민생회복 소비쿠폰 덕분에 잠깐 나아지기는 했지만, 올해라고 사정이 다르지는 않다. 전년 동기와 비교한 실질 소매판매는 2022년 2분기부터 12분기 연속 줄고 있다.
수익성 악화는 빚으로 이어지고 그만큼 금리 부담은 늘어난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기준 취약 자영업자(다중채무자면서 저소득이거나 저신용인 차주)의 대출 연체율(한 달 이상 원리금을 연체한 경우 기준)은 12.24%로 2013년 2분기 이후 12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었다. 전체 자영업자 대출 연체율도 1.88%로 10년 만에 최고치다. 자영업자 대출잔액은 1,067조6천억 원으로 1년 전보다 1.1% 늘었다.
우리나라는 내수침체로 제한된 수요에 비해 자영업자가 너무 많기도 하다. 지난 7월 기준 우리나라 전체 취업자 2,857만 명 가운데 자영업자는 563만 명으로 20%를 차지한다. 1년 전과 비교하면 1.2%p 낮아졌지만, 여전히 OECD 국가의 평균치와 비교하면 5%p 이상 높은 수치다. 일본과 비교하면 일본인은 10명 중 1명이 자영업자지만, 우리나라에서는 5명 중 1명이 자영업을 한다. 그러나 내수시장 규모는 일본의 3분의 1에 불과하다. 게다가 자영업자의 절대다수는 도소매, 음식 등 5대 업종에 집중돼 있다. 과잉 경쟁과 수익률 저하가 불가피한 것이다.
물론 이런 현상이 갑자기 나타난 것은 아니다. 우리나라는 산업화 과정에서부터 항상 자영업자가 많았다. 1970년 당시 자영업자 비중은 무려 35%였다. 가게 하나에 함께 매달린 무급 가족 종사자를 포함하면 전체 취업자의 70%에 육박해 취업자 3명 중 2명이 자영업에 종사하는 비정상적 구조였다. 생각해 보면 이상한 일도 아니다. 정부는 재정을 쓸 여유가 없을 정도로 가난했고 사람을 구하는 기업은 없었다.
그런데도 자영업자가 버틸 수 있었던 것은 우리 경제의 고도성장 덕분이었다. 기업이 커지면서 많은 자영업 종사자가 임금 근로자로 바뀌었고, 동시에 소득이 증가하면서 사람들의 씀씀이도 늘어나 자영업이 버틸 수 있었다. 하지만 기업이 성장하는 속도만큼 임금 근로자가 늘어나지는 못했다. 1987년 민주화 이후 자리를 잡은 체제는 아쉽게도 자영업의 어려움을 악화시켰다. 노동권이 급격히 강화되면서 노동시장의 경직성은 심해졌고 노동비용이 치솟자 이른바 ‘고용 없는 성장’이 본격적으로 나타나기 시작했다. 많은 일자리가 필요한 전통 제조업에서 인력 수요가 크지 않은 첨단산업 위주로 바뀐 우리 산업구조도 상황을 어렵게 만들었다. 늘어나지 않는 일자리를 다시 자영업이 채워야 했다. 흔히 자영업자 비율이 높은 경제의 특징으로 노동시장이 유연하지 못하고 사회적 안전망 수준이 미흡한 점을 꼽는다. 정확하게 우리나라의 현실이 바로 그렇다.
상황 변화를 기대하기는 쉽지 않다. 자영업 위기의 근본적인 배경을 따지고 보면 우리 경제의 구조적 특징들이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다. 우선, 기본적으로 우리나라는 수출 주도의 경제체제로 내수는 한계가 있다. GDP 중 소비 비중을 살펴보면 미국이 70%고 OECD 평균이 60%인데 한국은 50%에 불과하다. 경제의 양극화 현상은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세계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일부 첨단산업이 있지만, 내수시장의 전통적인 소매업이나 음식점업 등 대부분의 자영업종은 침체가 심각한 수준이다. 더구나 우리 경제는 이미 저성장 시대로 접어든 지 오래다. 1%의 성장률이라면 실질소득은 증가하기 어렵고 실질소득이 늘지 못하는데 소비의 증가를 기대할 수는 없다. 저성장의 근본적인 원인으로 저출생·고령화라는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도 있다.
자영업의 위기는 디지털 시대가 가져온 현상이기도 하다. 지금 전통시장의 최대 경쟁자는 대형마트가 아니라 온라인 쇼핑몰이다. 온라인 쇼핑과 배달서비스, 해외 직접구매 확산 등 급격한 소비행태 변화는 자영업자들에게 치명적이다.
위기의 원인이 구조적이라면 해결 방안도 구조를 바꾸는 데서 찾아야 한다. 그동안 자영업을 위한 정책은 대부분 자금 지원, 세제 지원에 집중됐다. 예산 규모만 줄거나 늘어났을 뿐이다. 물론 그간 정부가 쏟아낸 대출 만기 연장이나 이자 유예, 손실 보상 등의 조치가 의미 없는 일이라고 할 수는 없다. 급격한 외부 충격에 따른 단기 유동성 위기를 넘기는 데는 필요한 일들이다. 수술이 필요한 환자라고 해서 응급처방을 하지 말아야 하는 건 아니다. 하지만 응급처방은 말 그대로 응급처방일 뿐이다. 경쟁력을 키워주는 방안이 아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서비스업의 노동생산성은 제조업 평균의 40% 수준에 불과하다. 단순한 지원이 아니라 경영혁신, 기술도입, 인력양성에 대한 체계적 지원을 통해 경쟁력을 높여나가야 한다.
채무조정은 원금이나 이자 감면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자영업의 구조조정을 촉진하는 역할까지 해야 한다. 채무상환 능력이 부족한 자영업자에게는 채무 재조정과 동시에 폐업 지원, 사업 전환 유도 프로그램 등으로 출구를 마련해 주는 일도 병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구조조정으로 발생할 고용 충격을 흡수하는 방법도 찾아야 한다. 노동 개혁과 기업 개혁이 필요한 일들이다. 자영업의 붕괴는 많은 국민의 기본적인 생활 기반을 무너뜨린다. 정부는 지금까지 자영업에 다양한 지원을 했지만, 산업 재편에 대응한 구조조정은 거의 시도하지 못했다. 이제 더는 미루기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