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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근로시간 유연화, 인력수급 구조 혁신, 상생협력 확대 관련 정책·입법 수요 높아
여영준 국회미래연구원 부연구위원 2025년 09월호
우리 경제의 근간을 이루는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은 최근 누적된 구조적 위기와 대외환경의 불확실성 속에서 한계 상황에 직면해 있다. 고금리·고물가·경기둔화가 장기화하면서 자금조달은 어려워지고 채산성은 악화됐으며, 대기업과의 양극화는 더욱 심화하고 있다. 전체 기업의 99% 이상, 고용의 절대 다수를 차지하는 중소기업·소상공인의 위기는 민생경제 전반의 불안으로 직결된다. 

2024년 중소기업·소상공인을 대상으로 시행된 중소기업중앙회 조사에 따르면 근로시간 유연화,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이하 「중대재해처벌법」) 보완, 외국인력 제도 개선, 상생협력 확대 등에 대한 정책·입법 수요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현장의 절박한 요구이자 국회와 정부가 우선해 다뤄야 할 과제다. 이 글에서는 당사자들의 문제의식에 기반해 노동제도 개혁, 인력수급 구조 혁신, 상생협력 제도화라는 세 축을 중심으로 국회와 정부의 입법·정책 과제를 모색하고자 한다.

먼저, 노동제도 개혁은 중소기업·소상공인의 생산성을 높이는 동시에 근로자의 건강권과 안전을 보장하는 균형 속에서 추진돼야 한다. 현행 주52시간제는 근로자 보호라는 성과는 있으나 경기 변동에 크게 노출된 중소기업·소상공인의 현실과는 괴리가 크다는 지적이 있어 왔다. 따라서 연장근로 단위를 주 단위에서 월·분기 단위로 확대하고, 탄력근로제와 선택근로제 적용 범위를 합리적으로 넓히는 개선이 요구된다. 다만 제도 유연화는 단순히 법 개정에 그쳐서는 안 되고, 노사 간 합의와 협의를 통해 현장에서 제도가 신뢰 속에 운영되도록 보완돼야 한다.

「중대재해처벌법」 역시 입법 취지의 정당성은 분명하지만, 영세기업에까지 대기업과 동일한 수준의 형사 책임을 부과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과도하다는 비판이 존재한다. 법 적용의 불균형과 불확실성을 줄이기 위해서는 「중대재해처벌법」과 「산업안전보건법」의 규율체계를 정비해 일관성을 확보하고, 결과 중심인 사후 처벌에서 예방 중심의 안전관리로 정책방향을 전환할 필요가 있다. 나아가 노사 협력에 기반한 재해 예방 활동을 강화하며, 영세기업이 실제로 준수할 수 있는 안전관리 표준을 만들고, 안전 인프라와 컨설팅 지원을 확대해야 한다. 국회는 법률 간 정합성과 예측 가능성을 확보하는 입법적 토대를 갖춰야 하고, 정부는 현장에서 준용할 수 있는 표준과 지원체계를 제공해 제도가 실질적인 안전 강화 수단으로 기능하도록 해야 한다.

구조적·장기적 충원 공백 해결하려면
외국인력 제도 개선과 국내 인재 육성 병행 필요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의 인력난은 일시적이 아니라 구조적이고 장기적인 과제다. 인구감소와 청년층의 대기업 선호로 충원 공백이 확대되고, 이는 경쟁력 약화와 산업생태계 불안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를 해결하려면 외국인력 제도를 개선하고 국내 인재 육성을 병행하는 이중 전략을 펴야 한다.

외국인력 제도의 경우 단순히 공급을 확대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규율 강화와 장기 재직 인센티브 확대를 병행하는 투트랙 접근이 요구된다. 사업장 이동 제한을 적용해 고용허가제가 안정적으로 운영되도록 하되, 장기근속 외국인 근로자에게는 체류기간 연장과 숙련도에 따른 인센티브를 제공해 기업과 근로자가 함께 이익을 누릴 수 있도록 재설계할 필요가 있다. 이를 통해 단기체류·반복채용의 비효율을 줄이고, 기업 현장에서 숙련이 축적될 수 있는 기반을 만들 수 있다. 또한 외국인 유학생은 졸업 후 합법적으로 취업할 수 있는 경로를 제도화하고 비자 전환 절차를 간소화함으로써 지역 산업에 기여할 수 있게 해야 한다. 더 나아가 지방정부가 주도하는 인력 매칭 거버넌스를 강화해 지역별 인력 불균형을 해소하고, 언어·문화 적응과 생활 안정 지원을 체계화하는 것도 중요하다.

동시에 국내 인력 기반 강화도 병행해야 한다. 직무 기반 모듈형 훈련, 재직자 업스킬링·리스킬링 프로그램, 산학협력 현장실습 확대 등은 전문성과 숙련도를 높이고 산업구조 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인재풀을 확보하는 핵심 수단이다. 
국회는 외국인력 제도 개선, 지방정부 거버넌스 구축의 법적 기반을 마련해야 하며, 정부는 이를 토대로 지역 매칭, 외국인 근로자 지원, 국내 인재 육성체계를 재구조화해야 한다.


단체협상권 부여해 대기업과의 협상력 격차 완화, 
납품대금 연동제 확대하고 계속 평가·모니터링 


대·중소기업 간 불균형을 해소하고 산업생태계의 지속 가능성을 확보하려면 상생협력이 선언을 넘어 제도적 장치로 구체화돼야 한다. 금융 부문에서는 ‘상생금융지수’ 도입이 핵심 과제다. 은행의 중소기업 지원 실적을 정량적·정성적으로 평가하고 공시하는 체계를 구축해 금융기관의 책임성과 인센티브를 제도적으로 정립해야 한다. 이를 위해 이해관계자가 참여하는 협의체에서 정교한 산출 기준을 정하고, 자발적 참여를 이끌 인센티브 구조를 설계해야 한다. 상생금융지수 같은 지표 도입은 법적 근거와 주기적 평가가 뒷받침될 때 신뢰성을 확보할 수 있다.

협상력 문제도 중요하다. 개별 중소기업·소상공인이 대기업과의 교섭에서 약세에 놓인 현실을 개선하기 위해 중소기업협동조합에 단체협상권을 부여하는 제도적 기반이 필요하다. 단체협상권은 납품단가와 거래조건 등 협상에서 공정성을 높이는 장치이며, 협동조합 공동사업이 활성화될 때 효과가 크다. 가격체계의 개선 역시 상생협력의 핵심이다. 현행 납품대금 연동제(수탁기업이 위탁기업에 납품하는 물품 등의 주요 원재료 가격이 일정 수준 이상 변동하는 경우 그 변동분에 연동해 납품대금을 조정하는 내용이 포함된 서면 약정을 체결하는 제도)는 원자재 가격에 국한돼 있어 에너지·물류 비용 등 실제 부담을 반영하지 못한다. 따라서 적용 범위를 확대하고, 공정성과 투명성을 담보할 평가·조정 인프라를 강화해야 한다. 또한 납품대금조정협의제도(공급원가가 변동돼 불가피하게 납품대금 조정이 필요한 경우 수탁기업 또는 협동조합이 위탁기업에 납품대금 조정을 신청할 수 있는 제도)를 활성화해 거래 당사자들이 자율적으로 합리적 조정에 도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이 마주한 구조적 위기는 단기적 지원책으로는 결코 극복할 수 없으며 노동제도 개편, 인력수급 구조 혁신, 상생협력 제도화라는 세 축에서 근본적인 제도 전환을 이뤄야 한다.

국회는 사회적 갈등을 최소화하고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의견을 균형 있게 반영한 입법으로 제도적 기반을 다져야 한다. 정부는 그 위에서 실행 가능한 정책을 설계·집행하며 제도가 현장에서 실효성 있게 작동하도록 관리·보완해야 한다. 그리고 이는 정파적 이해를 넘어선 합의와 책임 있는 정책 집행을 전제로 한다. 지금 필요한 것은 선언적 구호가 아니라 법과 제도에 기반한 실질적 개혁이다.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의 경쟁력이 회복돼야만 우리 경제 전체의 회복력과 지속 가능성이 담보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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