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른오징어를 한 땀 한 땀 오려 꽃, 닭, 봉황 등의 모양을 내는 오징어오림은 전라도 폐백상의 필수 요소다. 고현주 고고담 대표는 어린 시절 폐백 음식 전문가였던 어머니가 오리고 남은 오징어를 먹으며 ‘나도 커서 이걸 해야지’ 생각했다고 한다. 어머니를 도우며 어깨너머로 익힌 솜씨로 서울 강북구에서 폐백·이바지 음식 전문점을 시작한 그는 코로나19 이후 매출이 급감해 어려움이 컸지만 결국 상품 다양성과 전문성을 키워 재기에 성공했다. 그를 만나 자영업 도전, 위기 그리고 재기까지 그 과정을 자세히 들어 봤다.
상호가 두 개인데 무슨 일을 하는지 소개해 달라.
‘스위트앤’으로 개업해 폐백·이바지 음식을 한 지 10년이 됐다. 계기는 결혼이었다. 폐백 음식을 해가야 하는데 어머니가 일찍 돌아가셔서 고민이 많았다. 언니랑 둘이 밤새 오징어 봉황이 올라간 15가지 전라도 전통 폐백 음식을 준비했다. 다들 좋아하셨다. 어머니께 기술을 직접 전수받진 못했지만 직장 생활을 하면서도 취미로 자주 만들어봤던 경험이 빛을 발했던 거다. 결혼 후 직장을 그만두고 아이를 보며 할 수 있는 일이 필요했을 때 익숙하고 잘하는 음식으로 창업하게 됐다. ‘고고담’은 최근 서울신용보증재단의 지원을 받으면서 만들게 된 전통 디저트 브랜드다.
직장 생활을 하다가 창업하기 쉽지 않았을 것 같다.
8년 반 정도는 독학한 메뉴를 내 스타일로 만들어 판매했다. 폐백·이바지 음식은 특별한 날에 필요한 음식이기에 비싸도 정성껏 제대로 만드는 게 중요하다. 예약제로 운영하며 큰 욕심 안 부리고 품질과 신뢰를 유지하려 노력하니 입소문이 났다. 한번 구매한 손님이 명절, 어버이날에 다시 선물용 상품을 찾으며 단골이 됐다. 코로나19 때도 결혼식이 줄줄이 취소됐지만 택배 주문은 늘었다. 기관지에 좋은 도라지 정과를 선물용·간식용으로 많이 찾았고, 별다른 노력이 없었는데도 매출은 상승세였다. 오히려 코로나19 팬데믹이 끝나고 힘든 시기가 왔다. 사람들이 시장에 와서 돈을 쓰지 않더라. 우리는 설·추석 명절, 어버이날 선물에 주력했는데 사람들이 선물을 줄이니 매출이 이전의 3분의 1도 안 됐다. 그렇게 힘든 시간이 1년 넘게 이어졌다.
서울신용보증재단의 소상공인 지원은 어떻게 받게 됐나?
여기가 골목상권이라 서울신용보증재단의 상권 활성화 지원 대상이 됐다. 그래서 알아보니 개별 자영업자도 정부 등으로부터 지원받을 수 있는 사업이 많더라. ‘여윳돈 없이는 오래 버틸 수 없다’는 위기감이 커 우선 대출 지원을 생각했는데 매출이 떨어졌다고 대출받아 유지하는 건 너무 근시안적인 것 같았다. 코로나19 시기에는 처음 겪어보는 일들이 계속 일어나지 않았나. 코로나19 유행도 그렇고, 배달 업종이 이렇게 뜰 줄도 몰랐고. 여태 혼자 판단하면서 혼자 운영해 왔기에 전문가 진단을 받아봐야겠다고 생각했다. 가장 눈에 들어온 게 ‘소상공인 사업재기 및 안전한 폐업지원’이었다. 위기 소상공인이 사업을 유지할지 정리할지 경영진단을 하고 그에 따라 컨설팅과 비용을 지원해주는 사업이었다.
어떤 부분이 가장 큰 도움이 됐나?
많은 경험을 가진 전문가들의 컨설팅이었다. 경영, 세무, 마케팅 등의 부문에서 제안하는 방법을 들으면 ‘아, 이건 내가 꼭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며 재기할 의욕이 생겼다. 사업 신청을 하니 선정 전에 예비진단차 담당자가 왔는데 워낙 다양한 소상공인을 만나고 현장도 잘아는 분들이라 그때 나눈 대화만으로도 현실을 파악하는 데 굉장히 도움이 됐다. ‘유지 기업’으로 선정된 후에는 전문가 멘토의 컨설팅을 여러 번 받았고, 솔루션 이행을 위한 지원자금 300만 원도 쓸 수 있었다. 홀로 만든 메뉴의 전문성과 다양성이 당시 가장 큰 고민이어서 이 부분을 자문했고, 지원금을 쪼개 기술을 배우는 데 일부 썼다. 호두정과처럼 트렌디한 디저트, 수제청처럼 대량생산해 업장에 판매할 수 있는 메뉴를 배우러 다녔다. 또 마케팅 측면에서는 ‘스위트앤’이라는 기존 상호가 메뉴들과 어울리지 않는다는 진단을 받았다. 그래서 고민 끝에 고씨 자매의 이야기라는 뜻의 브랜드 ‘고고담’을 만들었고, 로고를 만드는 데도 지원금을 썼다.
지원 이후 달라진 점이 있다면?
지속적인 컨설팅으로 자신감도 회복했고 어려움이 생겨도 도움을 청할 곳이 있다는 걸 알게 돼 일단 마음가짐이 달라졌다. 어디에 어떻게 도움을 요청할지 알게 되니 지원 기간이 끝나고도 다양한 곳에서 전문적인 도움을 많이 구하고 있다. 지금은 상가 번영회장도 맡고 있는데 여전히 매 분기 필요한 지원을 찾아보고 주변 상인들과 공유해 참여한다. 강북구가 지원하는 상인교육은 2년째 듣고 있다. 예를 들어 메뉴 개발 교육에서 배워 호두정과 자투리를 올린 피낭시에를 만들었고 품평회도 준비 중이다. 창업 초기부터 도움을 받지 않은 게 아쉬울 정도다. 정부나 여러 기관에서 창업 전부터 창업 후까지 단계별, 분야별, 심지어 사업자 연령대별로 다양한 자영업자 지원 사업을 운영하고 있으니 다른 자영업자분들도 홀로 헤매지 말고 도움을 많이 받으면 좋겠다.
주력 상품이 선물용이면 경기 영향이 크겠다. 불경기라는데 최근엔 어떤가?
다들 어렵다고 하지만 틈새는 있더라. 계속 메뉴를 개발하고 변화를 주기 시작하니 활동의 폭이 넓어졌다. 컨설팅 내용 중 지역 활동에 대한 조언이 있어서 오프라인 쪽으로도 움직이기 시작했다. 코로나19 이후의 매출 감소는 택배·선물 주문이 줄어든 게 원인이었는데 온라인 판매에만 의지했던 게 취약점이었던 거다. 주변부터 이름을 알려야 손님이 매장으로 찾아올 수 있으니 지난 1년 반은 ‘고고담’ 이름으로 열심히 플리마켓에 다녔다. 구에서 하는 행사에는 다 지원했고, 매번 돈이 되든 안 되든 시식도 준비해 갔다. 행사마다 콘셉트에 맞추는 게 어려워 시행착오도 겪고 외부 행사 자체가 모험이었는데 이제 알아봐 주는 사람도 있고 새 단골도 생겼다. 오프라인 매출이 온라인보다 많은 날도 있다.
민생회복 소비쿠폰이 지급됐는데 효과를 체감하나?
소비쿠폰 효과는 충분히 봤다. 여긴 대체로 연령대가 높은 분들이 소비한다. 이런 상권 특성을 알고 있어서 시장 차원에서 소비쿠폰 이야기가 나올 때부터 미리 준비했다. 신청을 시작하기도 전에 소비쿠폰 사용이 가능하다는 포스터를 만들어 매장마다 붙였다. 그래서인지 소비쿠폰이 지급되자마자 많이들 사용하러 왔다. 선물용 말고 본인들이 먹을 것도 바로 구매할 수 있도록 간식 상품을 다양하게 구성해 비치하고 시식도 할 수 있게 하니 평소에는 가격대가 있어서 고민하던 어머님들도 카드를 들고 구매하러 오셨다.
앞으로의 계획은?
좋아하는 일을 해야 오래 할 수 있다는 생각에 음식 만드는 일을 택했고, 한 길만 걸었다. 오프라인에서 고생했던 게 반응이 오기 시작하면서 올해는 연말까지 일정이 잡혀 있다. 구 행사에서 시식해 본 관계자가 알려줘서 지원한 강북구 고향사랑 기부제 답례품 업체에도 선정돼 작업이 진행 중이다. 앞으로 품질을 유지하면서 다양한 금액대의 상품을 많이 만들어 더 많은 이들에게 다가가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