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5개월. 중소벤처기업부의 2022년 기준 ‘소상공인 실태조사’에서 나타난 우리나라 자영업자의 평균 창업 준비 기간이다. 창업이 대개 전 재산을 투자하는 중차대한 일임에 비춰볼 때 충분한 기간인지는 의문이다. 필자가 만난 프랜차이즈 대표, 다점포 점주 등 장사 고수 중에는 좋은 입지가 나올 때까지 발품을 파는 데만 1년 이상 들인 이도 있다. 성공적인 창업을 위해선 그만큼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다는 이야기다. 바람직한 창업 준비 과정은 다음과 같이 다섯 단계로 요약할 수 있다.
첫째, 아이템 선정이다. 많은 예비 창업자가 유행하는 업종부터 찾는다. 하지만 먼저 해야 할 일은 나를 아는 것이다. 창업으로 내가 이루고 싶은 ‘목표’가 무엇인지, 투자할 수 있는 ‘자금’은 얼마인지, 한 달에 벌고 싶은 ‘수익’은 얼마인지를 정해야 한다. 이 세 가지를 명확히 하면 나와 맞지 않는 아이템을 쉽게 걸러낼 수 있다. 예를 들어 ‘꾸준히 오래가는 장사, 1억~2억 원 투자, 월 500만 원 이상 수익’이라는 기준을 세우면 선택지가 크게 줄어든다. 이후에는 시장조사로 원가율, 운영비, 매출구조를 꼼꼼히 확인해야 한다.
둘째, 차별화를 위해 우리 가게만의 ‘콘셉트’를 정한다. 콘셉트란 손님이 나를 기억하게 만드는 장치다. 예를 들어 환한 미소가 무기라면 가게 이름과 인테리어, 메뉴, 서비스 멘트까지 일관되게 미소와 관련된 이미지를 녹인다. 이렇게 해야 고객이 다음 방문 때 자연스럽게 그 이미지를 떠올린다.
셋째, 상권 분석이다. 아이템과 맞는 자리를 찾는 일이다. 이때 핵심은 ‘잘되는 기존 매장’을 벤치마킹하는 것이다. 김밥집처럼 대중적인 메뉴는 역세권·동네상권에 어울리고, 된장찌개집은 이미 찌개류가 잘 팔리고 있는 곳이 유리하다. 임대료 싼 곳만 찾다가 외딴곳에 들어가면 자칫 가게를 알리는 데 시간과 비용이 더 드니 주의해야 한다.
넷째, 인테리어다. 가게의 얼굴을 그리는 작업인 데다 비용이 많이 드는 만큼 꼼꼼한 준비가 필요하다. 적어도 5개 업체의 견적을 받아서 비교하고, 유사 매장 시공 경험을 확인하며 기존 시공 매장을 직접 방문해 품질을 점검해 보는 것이 바람직하다.
다섯째, 마케팅이다. 요즘은 소위 ‘오픈빨(개업 효과)’이 없어졌다고 할 정도로 소비가 침체했다. 따라서 가게 문을 열었다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그때부터 가게의 존재를 적극적으로 알려야 한다. 가게 콘셉트를 잘 담아낸 감각적인 사진 촬영, 네이버 스마트플레이스와 배달앱 세팅까지 완료한 뒤 블로그 체험단 등 마케팅에 돌입한다. 이후 고객의 입소문이 퍼진다면 안정권에 들어설 수 있다.
여기까지는 창업을 위한 실무 단계일 뿐 그 전에 필수로 해야 하는 것이 있다. 창업하려는 업종의 인기 매장에서 적어도 6개월 이상 일을 해보는 것이다. 상권 분석부터 업무 강도, 고객 특성, 서비스 매뉴얼까지 창업 전에 알아야 하는 것들을 자연스레 체득할 수 있다. 사장님과 좋은 관계를 맺는다면 창업할 때 실질적인 도움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창업 후에도 시장조사와 연구개발(R&D)은 계속돼야 한다. 트렌드는 수시로 변하고, 고객은 늘 새로운 즐거움을 추구하기 때문이다. 브랜드의 생애주기가 성숙기, 쇠퇴기에 이르렀다고 판단되면 업종 변경이나 리브랜딩도 검토해 볼 만하다. 명심하자. 자전거가 멈추면 넘어지듯 창업도 도전과 응전의 연속임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