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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안전은 선택이 아닌 ‘기본권’… 안전 사각지대 해소하고 현장 맞춤형 지원 강화
오은경 고용노동부 산업안전정책과장 2025년 11월호
산업안전감독관을 2028년까지 3천 명 수준으로 확충하고 기술직 채용 비율을 현재의 43%에서 70%까지 높여 감독 역량을 강화하는 한편, 지자체에는 30인 미만 사업장에 대한 예방적 감독 권한을 부여해 지역 밀착형 산업안전 체계 구축

“오늘도 무사히.” 
매일 출근하는 노동자와 가족이 마음속으로 되뇌는 말일 것이다. 그러나 여전히 우리 사회 곳곳에서는 이 당연한 바람이 지켜지지 못하고 있다. 2024년 한 해에만 589명이 산업재해 사고로 목숨을 잃었다. 사고사망만인율 또한 OECD 주요국에 비해 매우 높은 수준이다. 정부는 일터에서의 죽음을 더 이상 개인의 부주의나 불운으로 치부할 수 없다는 절박함으로 지난 9월 ‘노동안전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일터의 구조적 위험요인을 근본적으로 개선하고, 모든 노동자가 ‘안전하게 일할 권리’를 실질적으로 누리도록 하는 것이 대책의 핵심이다.

소규모 사업장에 안전시설 설치비 최대 90% 보조,
근로 현장의 ‘명예산업안전감독관’에 법적 권한 부여

그간의 사고 통계를 보면, 전체 산재 사망사고의 60%가량이 50인 미만 소규모 사업장에서 발생했다. 특히 추락·끼임·부딪힘과 같은 3대 사고는 여전히 산업 현장의 주요 사망원인이다. 정부는 이러한 ‘안전 사각지대’를 해소하기 위해 영세 현장 중심의 맞춤형 지원을 대폭 강화한다. 

먼저, 10인 미만 소규모 사업장을 대상으로 ‘3대 사고 예방 지원사업’을 확대해 안전시설 설치비의 최대 90%까지 보조한다. 또한 인력 부족 등으로 안전관리가 어려운 사업장에는 스마트 안전장비와 위험감지 센서를 보급해 ‘사람 중심의 기술 안전’을 실현할 계획이다. 연구개발(R&D) 사업 등을 통해 AI 기반 기술을 안전관리 현장에 적용해 위험을 사전에 감지하고 사고를 예방하기 위한 기술·제품 개발도 추진한다.

그간 외국인 노동자와 특수형태근로종사자는 법의 보호가 부족한 부분이 있었다. 이번 대책은 산업재해에 취약한 노동자들을 ‘보이지 않는 위험’으로부터 보호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외국인 노동자에겐 직업훈련을 지원하며, 역량 있는 외국인을 안전 리더로 지정해 안전 교육을 제공하고 작업 노하우를 전수한다. 특수형태근로종사자는 배달업 등 주요 직종을 중심으로 이륜차 무상정비 지원, 건강진단 도입을 추진한다. 국적이나 노동 형태와 관계없이 누구나 기본적인 안전망 안에 포함되도록 할 것이다.

일터의 안전은 정부의 노력만으로 완성될 수 없다. 발주자·원청·하청 그리고 노동자 모두가 ‘공동의 책임’이라는 인식을 가져야 한다. 이번 대책은 노사 참여를 제도화하기 위한 여러 장치를 담았다.

우선 원청의 책임성을 강화한다. 발주자에게 적정 공사비 산정 의무를 부여하고, 산업안전비용을 전가하는 부당특약에는 과징금 부과 수준을 상향 조치한다. 민간공사 설계서에 공사기간 산정 기준을 포함시켜 ‘비용 절감, 공기 단축’을 이유로 안전을 희생하는 관행을 바꾼다.

노동자의 참여권도 확대된다. 현장에서 ‘명예산업안전감독관’이 위험요인을 직접 찾아내고 작업중지나 시정요구를 공식적으로 제기할 수 있도록 법적 권한을 부여한다. ‘위험성평가’에도 노동자 대표가 참여하도록 보장해 실효성을 높인다. 이를 통해 노동자가 ‘예방의 주체’로 서게 되는 전환점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안전정책의 성패를 좌우하는 현장 점검의 질을 높여나갈 것이다. 정부는 산업안전감독관을 2028년까지 3천 명 수준으로 확충하고, 기술직 채용 비율을 현재의 43%에서 70%까지 높여 감독 역량을 강화할 예정이다. 동시에 지자체에는 30인 미만 사업장에 대한 예방적 감독 권한을 부여해 지역 밀착형 산업안전 체계를 구축한다. 아울러 지난 8월 온라인 기반 ‘안전일터 신고센터’를 개설해 국민 누구나 위험요인을 쉽게 신고할 수 있도록 했다. 2026년부터는 신고 포상금 예산 111억 원을 새로 반영해 신고 활성화를 유도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국민 참여형 안전문화가 확산되길 기대한다.

연 3명 이상 사망사고 발생 기업엔 과징금 부과하고
재해예방 성실 기업은 정책금융 금리·한도 우대

안전은 타협의 대상이 아니다. 정부는 반복적이고 중대한 안전사고를 발생시킨 기업에는 실효적인 제재를 가하기로 했다. 연간 3명 이상 사망사고가 발생한 기업에는 영업이익 5% 이내의 과징금을 부과한다. 이는 단순 처벌이 아니라 안전관리 부실이 곧 기업의 ‘리스크’가 되도록 구조를 바꾸겠다는 취지다. 또한 중대재해가 반복되는 기업은 공공입찰 참여를 제한하고, 불법 하도급 적발 시 인허가를 취소하는 등 경제적인 제재도 강화한다. 

그러나 제재만으로는 지속 가능한 안전문화를 만들 수 없다. 정부는 재해 예방 활동을 성실히 수행한 기업을 발굴해 정책금융 금리·한도 우대, 근로감독 면제 등 다양한 인센티브를 제공할 예정이다. 또한 안전시설 투자에 대한 세액공제 적용 범위를 확대해 기업이 자발적으로 안전에 투자하도록 유도하고, 결과적으로 시장에서 더 큰 신뢰를 얻도록 지원한다.

이번 종합대책은 단기적 사고 예방책이 아니라 산업 현장의 근본적 변화에 목표를 둔 국가 안전 혁신 계획이다. 고용노동부를 중심으로 국토교통부·산업통상부·중소벤처기업부 등 관계부처가 협력해 대책을 마련한 만큼 실질적 이행을 위해서도 역량을 결집해 나갈 것이다. 또한 ‘노사정 대표자 회의’와 ‘(가칭)안전한 일터 특별위원회’를 구성해 노동안전 종합대책의 구체적 실행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이는 정부의 일방적 행정이 아닌, 노사정이 함께 계획을 수립하고 점검하는 협력적 거버넌스 모델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안전은 사회적 비용이 아니라 모두를 위한 투자다. 2024년 산업재해로 인한 경제적 손실은 38조 원, 국민 1인당 70만 원을 넘어섰다. 그러나 그보다 더 큰 손실은 한 사람의 생명과 한 가정의 평범한 일상이 무너지는 것이다. 정부는 ‘안전은 선택이 아니라 기본권’이라는 원칙 아래 누구나 안심하고 일할 수 있는 일터를 만들기 위해 온 힘을 다하겠다. 현장의 목소리를 세심히 듣고 제도를 보완해 국민의 생명을 지키는 실질적 안전정책을 지속적으로 추진해 나가겠다. 노동자 한 사람의 생명이 지켜질 때, 우리 사회는 산재왕국의 오명을 벗고 진정한 의미의 선진국으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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