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대재해처벌법」 적용 대상이 아니면서 재해율과 사망률이 가장 높은 ‘5인 미만 사업장’에서 법시행 이후 재해자 수가 늘고 사망자 수와 재해율·사망률의 변화는 없어 해당 규모의 사업장에 대한 실질적인 산재 감소 대책 시급
국회입법조사처는 2010년부터 주요 법률이 사회 각 분야에 미치는 영향을 객관적으로 분석한 「입법영향분석 보고서」를 발간해 왔다. 2025년 8월까지 총 85건이 작성됐으며, 올해는 제정 당시부터 사회적 논란이 컸던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이하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3년을 맞아 과연 이 법이 당초 입법 목적이었던 중대재해 예방을 달성했는지, 책임자 처벌이라는 입법 효과는 있었는지 등을 분석했다.
우선 「중대재해처벌법」의 당초 입법 목적인 ‘중대재해 예방’ 효과가 있었는지를 분석한 결과, 법 시행 이후 재해자 수와 재해율은 증가했고 사망자 수와 사망률은 큰 변화가 없었다. 즉 「중대재해처벌법」이 기대했던 산재 억제 효과는 제한적이었다고 볼 수 있다. 사업장 규모별로 살펴보면, 법 시행 초기부터 적용 대상이었던 ‘50인 이상 사업장’에서 재해율이 증가했고 사망률은 변화가 없었는데, 이는 「중대재해처벌법」의 사업장 규모별 산재 예방 효과가 거의 없었다는 것을 보여준다.
한편 2024년 1월부터 적용 대상이 된 ‘5인 이상 49인 이하 사업장’에서는 재해자 수가 증가했고 사망자 수 및 재해율은 변화가 없었지만 사망률은 감소한 것으로 분석됐다. 이는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으로 일부 중소 규모 사업장에서 안전보건 관리체계가 일정 부분 구축된 결과일 가능성을 내포한다. 주목할 점은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대상이 아니면서 재해율과 사망률이 가장 높은 ‘5인 미만 사업장’에서 법 시행 이후 재해자 수가 증가했고 사망자 수와 재해율·사망률의 변화가 없었다는 것이다. 이는 해당 규모의 사업장에 대한 실질적인 산재 감소 대책이 시급함을 시사한다.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 책임자 처벌의 실효성도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7월 24일까지 중대산업재해로 의심되는 수사 대상 사건 1,252건 중 73%(917건)가 여전히 고용노동부와 검찰에 의해 ‘수사 중’이었다. 또한 2022~2023년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사건의 56.8%가 검찰 수사 단계에서 6개월을 초과해 처리된 것으로 확인됐는데, 이러한 장기 수사와 처리 지연은 ‘처벌 지연’으로 이어져 법 억지력을 약화하고 법 집행력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훼손할 우려가 있다.
수사·처리 지연, 높은 무죄율, 낮은 벌금 부과액 등
책임자 처벌 실효성 낮아
이러한 처벌 지연은 「중대재해처벌법」의 범죄 구성 요건이 불명확하거나 모호하고 수사기관이 사업주 또는 경영책임자 등의 고의·과실을 입증하기 어려운 점, 일선 산업 현장이 갖는 은밀성·복잡성·전문성·특수성 등의 특성과 산업안전감독관의 양적·질적 문제, 수사기관의 법 집행 의지와 능력 부족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분석된다. ‘수사 중’ 또는 ‘처리 지연’ 사건이 빠르게 ‘처리 완료’되려면 수사기관의 전문성 강화와 함께 사건 처리 절차의 표준화 등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
올해 7월 31일까지 「중대재해처벌법」 위반으로 1심 판결이 내려진 사건은 총 53건이었다. 판결문을 전수조사한 결과 높은 무죄율, 높은 집행유예율, 낮은 유죄형량, 낮은 법인 벌금 부과액이 관찰돼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 책임자 처벌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분석됐다. 「중대재해처벌법」 위반으로 1심 판결을 받은 56명 가운데 무죄는 6명으로, 무죄판결 비율은 10.7%로 나타났다. 이는 2023년 형사공판사건 무죄판결 비율 3.1%보다 3배 이상 높은 것으로 분석됐다. 또한 유죄판결을 받은 49건 가운데 집행유예가 42건으로 그 비율은 무려 85.7%에 달하는데, 2023년 형사공판사건 집행유예 비율인 36.5%보다 2.3배 높은 것으로 분석됐다. 징역형이 선고된 47건의 평균 형량은 1년 1개월로, 이는 「중대재해처벌법」에서 정하고 있는 하한선(1년 이상)에 근접하거나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며, 「산업안전보건법」상 ‘안전·보건조치의무위반치사’ 기본 형량인 1년~2년 6개월보다도 낮다.
「중대재해처벌법」을 위반한 50개 법인에 선고된 벌금형은 20억 원을 부과받은 극히 예외적인 1건을 제외하면, 평균 7,280만 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중대재해처벌법」 도입 당시 모티브가 됐던 영국의 「기업과실치사 및 기업살인법(Corporate Manslaughter and Corporate Homicide Act 2007)」이 2008년부터 2019년까지 총 23개 기업에 선고한 벌금 부과액 평균 7억6,816만 원의 10분의 1에 불과하다. 「중대재해처벌법」의 당초 입법 취지가 중대재해 발생 시 기업이 부담해야 하는 비용이 사고 예방을 위한 투자비용을 압도할 수 있도록 해 기업의 중대재해 예방 관련 투자를 유도하기 위한 것임을 고려하면, 해당 취지를 달성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사후 처벌’이 아니라 ‘사전 예방’이 목적···
자기규율 안전보건 관리체계 구축 필요
이번 분석은 처벌 강화만으로는 산업재해를 줄이기 어렵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준다. 또한 이번 분석을 통해 입법부가 선택한 처벌이라는 수단이 명확하지 않은 법 규정과 기업의 적극적인 법적 대응, 산업 현장의 특수성 및 양형 기준 부재 등 복합적인 요인으로 제대로 작동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 확인된 만큼, 산업재해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처벌 외에 노사 공동의 책임 원칙에 기초한 자기규율(self-regulation) 안전보건 관리체계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
「산업안전보건법」 제36조의 ‘위험성평가’는 이러한 자기규율 안전보건 관리체계의 핵심 요소다. 특히 현장 근로자가 위험성평가에 실질적으로 참여해 평가 결과에 따라 실제 위험요인을 발굴·제거할 수 있도록, ‘자발적 자율성’을 벌칙 규정이 아닌 시장 논리에 따라 확보할 수 있도록 법적·제도적 개선과 함께 정부의 지원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중대재해처벌법」의 궁극적인 목적은 ‘사후 처벌’이 아니라 ‘사전 예방’이다. 이제는 그 본래 취지를 되새기며 처벌 중심의 법 집행을 넘어 자율과 책임이 조화를 이루는 안전보건 관리체계로의 전환이 필요한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