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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2026년은 위기 속 완만한 회복과 ‘사나에노믹스’ 시험대의 해
이창민 한국외대 융합일본지역학부 교수 2025년 12월호
다카이치 내각, 감세·장기투자·산업집중이라는 세 축을 통해 일본의 공급능력과 기술 자립도를
강화하는 ‘위기관리형 성장재정’ 모델을 2026년부터 본격화할 것으로 예상


2026년 일본경제는 완만한 회복세와 잠재성장률 수준으로의 정착이라는 두 흐름이 공존할 것으로 전망된다. 대외적으로는 세계 경기 둔화, 미중 통상 마찰, 보호무역 강화 등 무역정책의 불확실성이 여전히 성장의 제약 요인으로 작용하겠지만, 국내적으로는 심화되는 노동력 부족을 보완하기 위한 로봇·디지털 전환 투자와 탈탄소·에너지 전환 관련 인프라 투자가 내수를 뒷받침할 것이다. 다만 경기의 향방은 지난 10월 출범한 다카이치 사나에 신정부가 추진하는 이른바 ‘사나에노믹스’의 구체적 실행 여부와 그 파급 효과에 따라 크게 달라질 수 있다.

수출·설비투자 등으로 완만한 회복세 보인 2025년···
내년은 미국 관세 인상 등 외부 요인이 하방 리스크


올해 일본경제는 수출과 설비투자에 힘입어 완만한 회복세로 전환됐으나, 구조적 제약과 글로벌 불확실성이 지속됐다. 실질 GDP 성장률은 0.7~1.1%로, 0.1%에 그쳤던 2024년보다 개선될 것으로 전망된다. 성장세를 이끈 주된 요인은 엔저 효과에 따른 수출 회복과 기업의 설비투자 확대였지만, 고물가가 지속되면서 실질임금이 회복되지 않아 내수 소비는 부진했다. 에너지 가격이 안정됨에 따라 수입이 줄면서 무역적자 폭은 다소 축소됐으나 무역수지는 여전히 적자 기조를 유지했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025년 9월까지 평균 3.2%를 기록하며 높은 상승 압력을 유지했고, 일본은행의 목표치인 2%를 크게 웃돌았다. 그 결과 명목임금 상승률은 같은 기간 평균 2.7%로, 실질임금의 플러스 전환이 지연되면서 소비심리 회복에는 한계가 있었다. 엔화는 달러당 142~157엔 수준으로 약세를 이어가며 물가 상승의 주요 요인으로 작용했고, 수도권을 중심으로 주택가격이 상승하면서 생활비 부담이 커졌다. 일본의 10년 만기 국채 수익률은 17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하는 등 장기금리가 일본은행의 통화정책 정상화 기대 속에 상승세를 보였다. 한편 닛케이225지수는 연중 강한 상승세를 보이며 사상 처음으로 5만 포인트를 넘어섰다.

2026년에는 전체적으로 올해와 비슷한 흐름이 이어지겠지만, 성장 모멘텀은 다소 제한적일 것으로 예상된다. 일본은행은 2026년 실질 GDP 성장률을 0.6~0.8%,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1.6~2.0%로 전망한다. 이는 2025년 수준과 유사하며 물가 압력은 점차 완화될 것으로 보이나 세계 경기 둔화, 지정학적 갈등 격화, 미국의 관세 인상 등 외부 요인이 수출을 제약할 가능성이 크다. 특히 미국의 통상정책 변화로 인한 제조업 수익 악화, 미중 무역갈등의 지속, 에너지 가격 변동 등이 2026년 일본경제의 주요 하방 리스크로 지목되고 있다.

수출은 글로벌 AI 수요가 일부 뒷받침하겠지만, 세계 경기 둔화의 영향으로 완만한 흐름에 머물 전망이다. 반면 내수는 고용과 임금 개선, 정부의 에너지 보조정책, 2025년 세제 개정 효과 등에 힘입어 완만한 소비 회복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고용시장은 여전히 인력 부족이 심화되고 있으며, 전국 구인배율(일자리 수/구직자 수)은 1.3배 수준에서 유지되고 있다. 여성과 고령자의 추가 고용 여력이 한계에 다다르고 있어 노동공급 확대가 점차 어려워지고 있다. 이에 따라 명목임금은 상승세를 이어가겠지만, 기업의 수익 둔화로 상승 폭은 제한될 가능성이 크다. 물가 측면에서는 식료품 가격 상승세가 완화되며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 전후로 안정될 것으로 예상된다.



적극 재정과 국가 주도 산업정책이 양대 축,
통화정책은 신중한 정상화 기조 이어갈 전망


2026년 특히 주목할 점은 재정과 투자 부문이다. 사나에노믹스는 표면적으로 아베노믹스의 연장선상에 있으나 정책 철학에서는 뚜렷한 차이를 보인다. 아베노믹스가 대담한 통화 완화를 중심으로 한 수요 부양형 정책이었다면 사나에노믹스는 적극적 재정과 국가 주도의 산업정책을 양대 축으로 한다. 다카이치 총리는 ‘책임 있는 적극 재정’을 표방하지만, 실제로는 성장 우선의 확장 재정에 가깝다. 재정확대론자들은 GDP 대비 총부채가 아닌 순부채 비율로 재정 건전성을 평가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일본의 순부채는 GDP의 약 80% 수준으로 미국보다 낮다고 강조한다. 2026년에는 기초재정수지가 흑자로 전환될 가능성이 있으며, 2025년 말 기준 명목 GDP 성장률(3.7%)이 10년물 국채 수익률(1.6%)을 상회하고 있어 부채 부담이 악화되지 않은 상태에서 재정정책을 확대할 수 있다는 계산이다.

다카이치 내각의 첫 경제대책은 감세와 복수연도 재정투자를 두 축으로 삼고 있다. 정부는 AI, 반도체, 바이오, 양자기술, 조선, 방위, 에너지 안보 등 17개 전략 분야를 지정해 민간의 대규모 설비투자를 유도하고, 이를 뒷받침하기 위한 ‘대형 설비투자 촉진세제’를 검토 중이다. 이 제도는 투자액의 일정 비율을 법인세에서 공제하고, 기계나 공장 설비의 즉시 상각을 허용해 초기 세부담을 완화하는 구조다. 이를 통해 기업의 현금 흐름을 개선하고, 설비투자와 임금 상승, 소비 확대의 선순환을 유도하려는 것이다. 또한 단년도 예산 편성 방식을 개편해 복수연도 예산제도를 도입함으로써 성장전략 관련 사업에 대한 중장기 재정집행을 보장할 방침이다. 이는 재정의 예측 가능성을 높이고 민간의 위험 부담을 줄여 공공·민간 협력투자를 촉진하기 위한 조치다. 결과적으로 다카이치 내각은 감세·장기투자·산업집중이라는 세 축을 통해 일본의 공급능력과 기술 자립도를 강화하는 ‘위기관리형 성장재정’ 모델을 2026년부터 본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통화정책 측면에서 일본은행은 신중한 정상화 기조를 이어갈 전망이다. 엔저와 수입물가 상승이 소비를 압박하는 상황에서 다카이치 총리의 금리 인하 요구는 철회될 가능성이 높다. 일본은행은 2025년 1월 정책금리를 0.25%에서 0.5%로 인상했고, 6월에는 2026년 2분기부터 국채 매입액 규모를 분기당 약 2천억 엔씩 점진적으로 줄이기로 결정했다. 이 경우 2027년 2분기부터 월간 국채 매입 규모는 기존의 3조 엔에서 2조 엔으로 줄어들게 되며, 이는 금융시장 안정성을 우선시한 조치다. 결과적으로 2026년 일본은행은 신중한 금리 인상과 완만한 양적 긴축을 병행하는 방향을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

한편 2026년의 한일관계는 반도체, AI, 그린에너지, 공급망 등 다양한 분야에서 협력 어젠다가 구체화되면서 협력 모멘텀이 강화되는 국면에 들어설 것으로 보인다. 양국 정부와 산업계는 수소·암모니아 공동 프로젝트, 해상풍력·스마트 항만 협력, 기술인력 교류 확대 등 실질적 방안을 검토하며 기대감을 키우고 있다. 그러나 역사 인식, 정치적 변동성, 여론 리스크 등 잠재적 불안 요인은 여전히 상존한다. 협력 토대는 마련됐지만 언제든 정치적 파장이 경제협력의 불씨를 꺼뜨릴 수 있다는 점에서 2026년은 한일관계에서 기회의 문턱과 갈등의 지뢰밭이 맞닿아 있는 해로 평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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