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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글로벌 공급망 재편 속 인도·아세안, ‘차이나 플러스 원’의 승자 될 수 있을까
최윤정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 2025년 12월호
2026년 인도와 아세안은 글로벌 공급망 다변화의 수혜를 누리면서도 미국의 관세 강화,
중국 경기 둔화, 역내 정치적·제도적 불안정 등 복합적인 도전에 직면해


이 상황에서 규범 기반 무역질서의 지속 여부, 제도 개혁 실행력,
주요 경제권과의 협력 강화 여부가 향후 성장 경로를 결정짓는 핵심 변수 될 것


2025년은 미국의 이른바 ‘해방의 날’ 관세 선포 이후 미중 갈등이 격화되고 글로벌 공급망 재편이 본격화한 해였다.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정책은 보호무역을 넘어 동맹·안보·기술 생태계 전반을 재설계하려는 전략적 시도로 평가된다. 이런 변화 속에서 인도(인구 14억 명, GDP 3조9천만 달러)와 아세안(인구 6억8천만 명, GDP 3조8천만 달러)은 중국 의존도를 줄이려는 글로벌 기업의 선택지로 부상했다. 풍부한 인구 및 핵심 광물 자원을 보유하고 상대적으로 지정학적 리스크가 낮은 인도·아세안은 ‘포스트 차이나’ 공급망의 핵심 파트너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고성장 유지와 기술 자립화의 기로에 선 인도···
올해 이어 2026년에도 6.5% 성장률 예상돼


인도는 2025년 6.5% 성장률을 기록하며 세계에서 성장이 가장 빠른 주요국의 지위를 유지했다. 그러나 2024년 9.2% 성장에서 급격히 둔화된 흐름은 인도가 구조적 압력을 받고 있음을 시사한다. 미국의 관세 불확실성과 중국의 저가 경쟁은 자동차·전자·의류 등 인도 주력 산업의 경쟁력을 흔들었다. 더욱 심각한 것은 순 외국인직접투자(FDI)의 급락이다. 2024~2025 회계연도 순 FDI는 3억5,300만 달러로 전년도 100억 달러 대비 96.5% 폭락했고, 지난 5월에는 월 4천만 달러 수준까지 악화됐다. 이는 제조업 고도화와 첨단 생산거점 구축에 필요한 외자 기반이 약화됐다는 점에서 구조적 부담이다.

인도 성장의 핵심 동력은 내수에 있었다. 농촌 임금 상승과 중산층 소비 확대로 민간소비는 견조한 흐름을 보였고, 교통·물류·전력 등 대규모 인프라 투자도 꾸준히 진행 중이다. 다만 글로벌 공급망 재편 과정에서 인플레이션 위험이 내재해 있다. 특히 심각한 것은 에너지다. 미국이 러시아 주요 석유 기업들을 제재함에 따라 러시아산 석유 수입이 급감하면서 미국산 혹은 중동산 석유로의 전환이 불가피해졌다. 그 결과 정유소 운영비는 2% 이상 오를 것으로 예상되며 연간 수입비용도 60억~70억 달러 증가할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2026년 인도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3.5~4.0% 수준으로 끌어올릴 가능성이 있다. 

정치적으로도 2025년은 안정성이 재확인된 해였다. 인도 국민당(BJP)이 비하르 등 핵심 주들에서 우세를 유지하며 3기 모디 정부의 국정 기반을 공고히 했다. 다만 2026년 봄 아삼, 케랄라, 타밀나두, 웨스트벵골 등 4개 주 선거가 예정돼 있으며, 특히 남부 주들에서 반모디 진영의 강세가 예상돼 정부의 정책 추진력이 약화될 수 있다. 청년층 실업도 정치 리스크다. 청년(15~29세) 실업률이 14.6%에 달하고, 그중에서도 여성 청년 실업은 17.8%로 심각하다. 모디 정부가 지난 11월 노동법 개편을 단행해 제조업 일자리 창출과 고용 유연성 제고를 시도한 것도 이 같은 압력을 인식한 조치로 해석된다. 

주목할 부분은 기술 분야에서 인도의 약진이다. 글로벌 기술지표에서 인도는 64개 핵심·신흥 기술 중 45개 분야에서 세계 5위권을 차지하며, AI 분야에서는 미국과 중국에 이어 세계 3위로 평가된다. 

핵심 광물 자원도 새로운 가능성을 열었다. 인도 정부는 ‘국가핵심광물미션’을 통해 북동부에서 흑연(1,789만 톤), 바나듐(1,379만 톤), 희토류(2억3천만 톤) 등 대규모 신규 매장지를 확인했으며, 2030년까지 1,200개 매장지 식별을 목표로 한다. 이는 장기적으로 배터리·반도체·전기차 생산의 전략적 자립도를 크게 높일 수 있는 요인이다.

IMF, 아시아개발은행(ADB), 세계은행 등 주요 경제전망기관은 2026년 인도 성장률을 6.5%로 전망하고 있다. 순 FDI 유입 감소, 공공부채(GDP 대비 82%) 부담, 청년 실업, 에너지 가격 상승 등의 하방 리스크에도 탄탄한 내수와 서비스 수출이 성장을 견인하는 한편, 기술 기반 산업의 성장 잠재력과 핵심 광물 공급능력 확대는 장기적 구조 전환을 가능하게 하는 요인으로 평가된다. 더불어 2026년 미국·인도 무역협정 타결 가능성과 러시아산 원유 관련 조치 완화 가능성은 대외 리스크 감소 요인이다.



제도적 통합으로 구조적 전환 시도하는 아세안, 
2026년 성장률 전년 대비 0.1%p 상승한 4.3% 전망 


아세안은 2025년 4.2%, 2026년에는 4.3% 성장이 예상된다. 글로벌 평균 성장률보다는 높지만 과거에 비하면 둔화된 수치다. 베트남(6.5%)·인도네시아(4.9%)·필리핀(5.4%)이 견조한 성장을 유지하는 반면, 태국은 중국 관광객 감소와 자동차산업의 전기차 전환 충격 등으로 저성장(2.3%)에 시달리고 있다. 이 격차는 공급망 다변화의 불균등한 영향을 반영한다. 제조·광물 기반이 강한 베트남(반도체 팹 2026년 가동 준비)과 인도네시아(니켈 정제 확대) 등은 수혜를 받는 반면 제조 기반이 약한 국가들은 모멘텀을 잃고 있다.

아세안경제는 구조적으로 대외환경에 취약하다. 무역 의존도가 100%에 가까운데다 중국(19.2%) 및 미국(11.2%)과의 무역 비중이 높아 미중 무역전쟁이 장기화되면 수출 둔화, 교역조건 악화, 물류·보험 비용 증가 등 간접 충격이 불가피하다. 다만 글로벌 기업의 공급망 재배치는 베트남·말레이시아·인도네시아 등에는 기회로 작용하고 있다.

아세안은 이 같은 취약성을 보완하기 위한 제도적 통합을 추진하고 있다. 2026년 체결이 예상되는 디지털경제기본협정(DEFA)은 데이터 이동, 전자결제, 사이버 보안 규범을 통일하며 디지털경제 기반을 강화할 전망이다. 역내 상품무역협정(ATIGA) 개정과 중국과의 FTA인 ACFTA의 ‘버전 3.0’ 업그레이드로 역내 관세 철폐 범위가 99% 이상으로 확대된다. 인도네시아의 브릭스(BRICS) 정회원 가입과 다른 국가들의 파트너 지위 확보는 진영화가 심화되는 국제질서의 균열을 넘기 위한 노력을 보여준다. 

그러나 정치 불안정성이 도전 요인이다. 2025년 12월~2026년 1월 실시될 미얀마 군부의 선거는 국제사회에서 민주적 합법성이 없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2026년 아세안 의장국인 필리핀은 마르코스 현 대통령과 두테르테 전 대통령 간의 권력투쟁이 심화하면서 리더십 기능이 약화될 우려가 있으며, 필리핀과 중국 간 남중국해 분쟁도 지속되고 있다. 이러한 정치 불안정은 아세안의 결집력과 중심성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

2026년 인도와 아세안은 글로벌 공급망 다변화의 수혜를 누리면서도 미국의 관세 강화, 중국 경기 둔화, 역내 정치적·제도적 불안정 등 복합적인 도전에 직면해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규범 기반 무역질서의 지속 여부, 제도 개혁 실행력, 주요 경제권과의 협력 강화 여부가 향후 성장 경로를 결정짓는 핵심 변수가 될 것이다. 한국은 인도·아세안과 양자 차원뿐만 아니라 DEFA,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등 다자 규범을 함께 세워나가며 미중 전략경쟁이 심화하는 2026년 ‘차이나 플러스 원’ 재편의 공동 수혜자로 자리매김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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