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내수시장은 민간소비 개선세 유지, 설비투자 증가세 지속, 건설투자 증가 전환 등을 배경으로 2025년에 비해 상대적으로 활력이 좋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민생회복 소비쿠폰 지급 후
3분기 민간소비지출 증가율 1.3%로 급등
민간소비의 경우 2025년 하반기 급반등해 한국경제가 0%대 성장 위기에서 벗어나는 데 크게 기여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두 차례에 걸친 총 13조9천억 원에 달하는 민생회복 소비쿠폰 지급으로 전기 대비 1분기 -0.1%, 2분기 0.5%에 그쳤던 민간소비 증가율이 3분기에는 1.3%로 급등한 것이다. 결과적으로 1분기 -0.1%p, 2분기 0.2%p에 불과했던 민간소비의 성장 기여도도 3분기 0.6%p로 상승해 3분기 성장률 1.3%의 45% 이상을 기여하게 됐다.
최근 소비자들의 심리 개선세를 고려하면 2026년에도 민간소비 회복 흐름은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 실제로 소비자심리지수는 향후경기전망과 생활형편전망과 같은 부문별 지수가 개선되면서 2024년 말 최측근 저점을 찍은 후 기준 100을 웃도는 수준에서 상승세를 유지하고 있다. 특히 부문별 지수 가운데 소비지출전망이 110 수준을 유지하고 있어 2026년에도 민간소비는 견조한 흐름을 보일 가능성이 크다.
물론 이런 전망에는 리스크도 따른다. 특히 공식 물가 수준과 소비자가 느끼는 물가 수준의 차이가 커 이런 괴리가 지속될 경우 민간소비 전반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 실제로 2%에서 2% 초·중반대를 유지하고 있는 근원 소비자물가와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026년에는 2% 전후 수준으로 낮아질 것이라는 전망이 다수다. 반면에 소비자가 인식하는 지난 1년간 물가 수준은 기준 100을 크게 상회하는 140 중반대이고, 향후 1년간 물가 수준 전망을 나타내는 기대인플레이션율은 2% 중반대다.
이 외에도 다양한 인플레이션 압력이 있을 수 있는데 당장은 원화 환율 약세가 가장 큰 문제다. 원화 환율 약세는 2025년 말처럼 수입물가를 올려 소비자물가를 상승시키는 원인으로 작용하게 된다. 글로벌 투자은행들에 따르면 2026년에도 달러당 1,400원 정도로 원·달러 환율이 전망된다고 하니 당분간은 환율 불안 현상이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
게다가 대외적으로는 미국을 비롯한 주요국의 기준금리 인하 사이클 종료에 따르는 환율 상방 압력, 지정학적 리스크 확대, 국제유가 및 글로벌 공급망 재불안 등과 같은 물가 불안 요인이 여전히 남아 있다. 대내적으로도 국내 거주자 해외투자 확대, 공공서비스 요금 인상, 기후변화에 따른 농산물 수급 불안 등과 같은 불확실성이 산적해 있는 만큼 환율 또는 수급 불안정에 따른 물가 불안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최종소비지출과 총고정자본형성으로 구성되는 전체 내수시장에서 각각 13.4%, 10.0%(2024년 실질 GDP 기준)를 차지하는 건설투자와 설비투자의 경우 2026년 전망은 수치상으로는 크게 나쁘지 않아 보이지만, 체감상으로는 상당한 차이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2021년부터 2025년까지 5년 연속 감소했던 건설투자는 2026년 들어 오랜 침체를 끝내고 2% 초·중반 정도의 증가세를 보일 것으로 기대된다. 장기 침체한 만큼 기저 효과에 더해 금리 하락에 따르는 금융비용 축소, 정부의 주택공급 확대 기대감 등을 고려하면 건설투자의 회복을 기대해 볼 만한 환경으로 판단된다.
다만 건설투자가 구조적인 회복 국면에 진입했다고 할 수 없는 이유가 몇 가지 있다. 우선, 2024년 중반부터 추세적으로 증가한 건설수주와 2025년 하반기 들어 증가하고 있는 주택건설 인허가에 비해 주택건설 착공 실적이 부진하고, 건설기성(전체 공사 중 특정 시점까지 진행된 시공 실적)의 추세적인 감소세가 지속되는 것만 보더라도 건설경기가 구조적인 회복세로 돌아섰다고 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다음으로, 정부의 부동산 수요 억제책과 건설 현장 규제 강화 등 지금까지의 규제 효과가 2026년에도 건설경기 하방 압력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게다가 부동산 PF(Project Financing; 특정 사업을 수행하는 데 필요한 자금을 사업의 미래 수익성에 기초해 조달하는 금융 기법) 부실 우려가 여전히 남아 있는 상황에서 정부의 주택공급 대책마저 지연되고 있어 공급 측면에서의 경기 회복 모멘텀을 찾기도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새해 설비투자, AI 붐에 힘입어 2%대 견조한 증가세 전망되나
미 통상정책 변화 등으로 세계 교역 흔들리면 실적 낮아질 수도
설비투자는 2026년에도 다소 완만하지만 견조한 2%대의 증가세를 유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가장 큰 원인은 2025년에 이어 글로벌 반도체 경기가 호조세를 보이면서 관련 산업과 기업들을 중심으로 설비투자 증가세가 이어질 것으로 기대되기 때문이다.
세계반도체시장통계기구(WSTS)에 따르면 생성형 AI 확산과 대규모 언어모델 고도화에 따르는 데이터센터용 그래픽처리장치(GPU)와 고대역폭 메모리(HBM), 낸드플래시 등과 같은 반도체 사용량 급증으로 2026년 글로벌 반도체시장 규모가 9,754억 달러에 달할 것이라고 하니 국내 관련 산업과 기업들의 투자도 증가할 수밖에 없는 여건이다.
다만 2026년에는 미국 통상정책의 변화와 실효관세율 상승, 미중 무역갈등 불확실성 등으로 세계 교역 증가세가 3% 중반에서 2% 중반대로 하락할 수 있는 만큼 산업별 설비투자 실적이 달라질 수 있다는 점에 주의할 필요가 있다.
지금까지 살펴본 것처럼 2026년 내수 부문 경기는 설비투자를 제외하면 지난해보다는 나아질 것으로 기대되나, 체감 개선 정도는 여전히 낮은 수준에 머물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민간 스스로의 활력 제고를 위한 노력에 더해 정부 역시 적절히 대응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특히 OECD가 지난해 말 경제전망 보고서에서 지적한 것처럼 규제개혁을 통해 건설과 설비를 포함한 민간투자 전반을 활성화함으로써 비즈니스 역동성을 복원하는 것이 매우 중요할 것으로 판단된다. 민간소비 역시 강한 회복 모멘텀을 이어가기 위해서는 투자 활성화를 통한 일자리 확충, 근로소득 증가, 소비 확대라는 선순환 고리 형성이 중요하며, 물가 안정을 통해 소비심리를 유지해 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