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경제와 산업에 위기가 아닌 적이 있었을까만, 돌이켜보면 특히 지난 2025년은 불확실성이라는 안개가 극심했던 해였다. 한미 관세협상에서 우리는 일본, EU 등 주요국에 비해 불리하지 않은 입지를 확보했고, 사상 최초로 수출 7천억 달러를 달성했으며 사상 최대의 외국인직접투자를 유치하는 등 뜻깊은 성과들을 이뤘다. 하지만 수도권 1극 체제에 따른 지역 산업 기반 약화, 지속적인 생산성 하락과 기업의 성장 정체뿐 아니라 자유무역 체제 위기, 자국 우선주의로 인한 통상 불확실성 등으로 우리 경제와 산업에 드리운 그림자가 계속 짙어지는 형국이다. 새해를 맞이한 우리 기업들에 여전히 위기감과 긴장감이 느껴지는 이유다.
5극 3특 성장엔진 선정 산업에 인재·금융 등 파격 지원하고
수도권 반도체 생태계를 광주–구미–부산으로 확장해 혁신벨트 구축 산업통상부(이하 산업부)는 지난 12월 17일 업무보고에서 ‘지역 중심 경제성장’, ‘첨단제조 AI 대전환’, ‘국익 극대화 신통상전략’이라는 3대 정책방향을 설정했다. 산업정책이라는 큰 틀에서 지역–AI–통상을 유기적으로 결합한 ‘강한 산업정책’을 구현해 우리 산업과 지역, 나아가 경제 전반에 활력을 불어넣겠다는 굳은 의지의 표명이다.
먼저, 지역 성장에 모든 정책역량을 올인(all-in)한다. 지역이 성장하려면 산업이 있어야 하고, 우리 경제가 지속 성장하기 위해서도 지역 자원들을 최대한 활용해 산업을 키워야 한다. 산업정책과 지역정책이 별개가 아닌 이유도 여기 있다. 지역 이름만 들어도 대표 산업이 바로 떠오를 수 있도록 권역별 대표 산업을 육성해 나가려 한다. 5극 3특(5개 초광역권과 3개 특별자치도)의 성장엔진으로 선정된 산업에 규제·인재·재정·금융·혁신 등 파격적인 ‘성장 5종 세트’를 집중 지원한다. 구체적으로는 권역별 규제 프리존을 확산해 미래차 도심주행 등 규제특례를 제공하고 9개 지역거점 국립대를 통해 인재 공급을 지원한다. 대규모 지역투자 유도를 위한 ‘성장엔진 특별보조금’을 도입하며 2조 원 규모의 전용 연구개발(R&D) 프로그램 신설을 검토하고 국민성장펀드 150조 원의 40% 이상을 지역에 집중 투자한다.
5극 3특과 연계해 권역을 넘어서는 메가 권역별 첨단산업 육성에도 매진한다. 수도권 반도체 생태계를 광주–구미–부산으로 확장하는 ‘남부권 반도체 혁신벨트’를 구축해 첨단 패키징(광주), 소재·부품(구미), 전력반도체(부산) 등 유망 분야를 지역 특성에 맞는 특화 클러스터로 조성한다. 또한 충청–호남–영남을 잇는 배터리 트라이앵글을 구축하기 위해 올 하반기 중 기초원료 생산 전문 특화단지를 신규 지정한다. 광주 AI 자율주행 실증도시, 충남 국가 첨단 디스플레이연구원, 대구 AI 로봇개발 인프라 등 지역별 미래 성장엔진 육성 기반도 구축한다.
‘RE100 산업단지’를 조성해 지역에는 성장의 기회를, 기업에는 탄소감축의 해법을 제공한다. 재생에너지 발전, 분산형 전력망, 산업 및 정주 시설을 함께 구축해 기업과 사람들이 ‘스스로 가고 싶은 도시’를 만들고자 한다. 이를 위해 연내 1호 시범단지 착공을 목표로 ‘재생에너지 자립도시 특별법’을 신속 제정한다.
산학연 참여 ‘M.AX 얼라이언스’로 차세대 제조 경쟁력 강화…
k푸드, 방산 등 수출 품목 다변화하고 정상회담 후속 조치 이행 다음으로, 산업과 AI를 융합해 차세대 제조 경쟁력을 강화한다. 산학연 단체 1천여 개 이상이 참여하는 ‘M.AX(Manufacturing.AX) 얼라이언스’가 그 중심에 선다. 반도체, 자동차, 조선 등 핵심산업에서 AI 파운데이션 모델을 개발하고, 데이터 수집·가공·활용 기술과 공유 플랫폼을 마련해 전국에 제조 AI 생태계를 확산한다. 2025년까지 102개를 보급한 AI 팩토리는 올해 추가 100개를 포함해 2030년까지 총 500개를 보급할 계획이다. 또한 대기업과 협력사가 공동 활용할 수 있는 AI 기술을 개발하고 현장에 적용하는 ‘대·중·소 협력 AI 선도모델’을 15개 구축한다.
국내에는 마더팩토리를 구축하고 해외에는 양산기지를 조성하는 전략을 기반으로 핵심 주력산업의 차세대 기술 확보와 바이오·방산 등 신산업 육성에 박차를 가한다.
반도체는 수요산업과 연계한 AI 반도체(NPU)를 개발하고, 영국의 글로벌 반도체 설계 전문회사인 암(Arm)사와 함께 ‘암 스쿨’을 운영해 2030년까지 반도체 설계인력 1,400명을 양성한다. 배터리는 차세대 기술개발 R&D에 약 1,800억 원을 지원하고, 전기차 캐즘(chasm)을 극복하기 위해 ESS·방산·로봇 등에서 신수요를 창출한다. 자동차는 AI 자율주행 알고리즘, 차량용 반도체, 소프트웨어 중심차량(SDV) 등 미래차 3대 핵심기술 개발에 올해 총 743억 원을 투자한다. 조선은 LNG 화물창(KC-2) 실증계획을 상반기 중 마련하고, 암모니아 등 차세대 동력체계의 핵심기술을 확보한다. 바이오는 2029년까지 공공 파운드리를 구축하고 의약품 핵심 소재·부품·장비 국산화 기술개발에 2030년까지 1,600억 원을 투자한다. 방산은 올 하반기 첨단산업 특화단지를 새로 지정하고, 최대 12척 규모의 캐나다 잠수함 사업 수주를 지원한다.
마지막으로, ‘총성 없는 통상전쟁’의 최전선에서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고, 공세적인 통상정책을 추진한다. 산업부 내에 대미투자펀드 사업관리단을 신설해 상업적 합리성이 보장된 투자 프로젝트를 발굴하고, 우리 기업의 참여 기회를 최대로 확보한다. 또한 산업 생태계 분석을 기반으로 핵심산업과 기업에 대한 외국인투자 유치를 강화하고 원전, K푸드, 화장품, 방산, 전력기자재 등으로 수출 품목도 다변화한다. 이 외에도 ‘정상순방 후속 범정부 TF’와 산업부 내 ‘정상 경제성과 점검 TF’를 통해 정상순방 후속 성과를 꼼꼼히 챙겨나가고, 신흥 동반국들의 협력 수요에 맞는 유연하고 신속한 ‘모듈형 신통상협정’을 추진한다. 이와 함께 한중 서비스·투자 FTA 타결 추진,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가입 검토 등 수출 7천억 달러 달성 목표를 올해도 정조준한다.
외부 충격에 대응하기 위한 ‘K-산업 방파제’도 강화한다. 경제안보 품목의 생산차액 보조금을 대폭 확대하고, 국내 소재·부품·장비 생태계를 뒷받침할 세계 최초·최고의 소부장 부문 ‘슈퍼 을(乙)’ 기업을 육성한다. 희토류 등 핵심자원은 비축 확대와 재자원화를 통해 공급망을 안정화하고, 해외 기업의 기술 유출과 부당한 덤핑에는 신속하고 전문적으로 대응한다.
2026년의 출발점에 선 지금, 우리 경제와 산업 앞에 놓인 그림자를 걷어내고 새로운 희망의 빛을 제공하는 것은 실물경제를 책임지는 산업부의 마땅한 책무라고 본다. 60년 만에 돌아온 ‘붉은 말’의 해, 산업부는 ‘달리는 말은 발굽을 멈추지 않는다’라는 마부정제(馬不停蹄)의 자세로 흔들림 없이 끝까지 뛸 것임을 국민께 약속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