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내용으로 건더뛰기

KDI 경제교육·정보센터

ENG
  • 경제배움
  • Economic

    Information

    and Education

    Center

특집
코스피 5 ,000 시대 열렸다
오건영 신한 프리미어 패스파인더 단장 2026년 03월호
코스피 5,000 시대다. “국장 탈출은 지능순”이라는 얘기까지 회자되며 장기 부진을 이어가던 코스피 지수는 지난해 4월 트럼프 행정부가 전 세계 185개국에 관세를 부과한 ‘해방의 날’ 충격으로 2,293포인트까지 하락하며 저점을 기록했다. 이후 빠른 반등을 이어가며 2배 이상 급등, 지난 2월 12일 기준 5,500포인트를 넘어서면서 시가총액 순위도 세계 8위로 뛰어올랐다. ‘박스피’라는 오명을 얻을 정도로 부진했던 코스피 지수의 극적인 상승, 무엇으로 설명할 수 있을까?
 

기업 실적 개선과 반도체산업의 구조적 성격 변화, 
자본시장 개선 위한 정부의 노력이 지수 상승 이끌어

금융시장은 실물경제를 비추는 거울과 같다. 국내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일정 수준 영향을 준 것으로 판단된다. 한국경제 성장의 중심축은 단연코 수출이라고 할 수 있다. 지난해 국내 수출은 사상 최초로 7천억 달러를 돌파했고, 경상수지 흑자 역시 사상 최대 수준인 1,230억 달러라는 기록을 썼다. 수출 성장과는 비교하기 어렵지만 내수경제도 새 정부 출범 이후 재정정책 등에 힘입어 일정 수준 회복세를 나타냈다. 수출 급증과 내수 회복으로 지난해 1.0% 수준에 머물렀던 국내 경제성장률은 올해 1.8~2.0% 수준으로 회복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의 부진에서 벗어난다는 점은 고무적이지만 국내 경제성장률이 이전 수준 정도로 상향 조정되는 것만으로는 국내 증시가 급등한 원인을 설명하기 어렵다. 그보다는 기업 실적 개선에서 더욱 직접적인 원인을 찾아볼 수 있다. 지난해 330조 원 수준을 기록했던 코스피 상장 기업들의 추정 이익이 올해는 500조 원을 크게 상회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는 전년 대비 60~70% 가까이 증가한 수치다. 특히 반도체 부문의 기업 이익 상승세가 두드러졌는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올해 영업이익 추정치는 지난해 4분기 전망 대비 3~4배 상향 조정됐다. 주가는 기업 이익의 함수이므로 이익 급증을 기대하는 것을 지수 상승의 핵심 요인으로 볼 수 있다. 이익 개선이 동반되지 않는 상황에서 유동성의 힘만으로 주가가 급등할 때엔 고밸류에이션 우려가 주식시장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 하지만 언급한 국내 반도체 기업들의 이익 상향 조정이 현실화되면 밸류에이션 부담 역시 크지 않을 수 있다.

기록적인 기업 이익의 상향 조정만큼 중요한 것은 일회성이 아닌 구조적 변화에 더해 국내 반도체 기업들의 실적 개선이 있었다는 점이다. 그리고 그런 구조적 변화의 중심에는 현재 글로벌경제의 가장 큰 화두인 AI 혁명이 자리하고 있다. 핸드셋(handset)이나 가전제품 등의 성장 사이클에 반도체 수요가 연동하던 과거에는 국내 반도체 기업들이 경기 순환적인 시크리컬(cyclical, 경기 민감주) 섹터의 하나로 인식되곤 했다. 그러나 AI 혁명과 함께 고대역폭 메모리(HBM) 반도체를 중심으로 반도체 수요가 큰 폭으로 증가했으며, 이후 AI가 글로벌경제 전반으로 확산할 경우 지속 성장 가능성은 더욱 높아지게 된다. 시크리컬 기업들은 양호한 실적을 거둬도 향후 경기 흐름에 따라 재차 둔화할 것이라는 비관론에 항상 직면하므로 강한 이익 개선 시기에도 높은 밸류에이션을 받기 어렵다. 그러나 우리 반도체 기업들이 ‘AI 인프라의 핵심’으로 인식된다면 높은 실적의 지속 가능성이 부각되며 기존보다 높은 수준의 밸류에이션을 적용받을 수 있다. 이처럼 AI와 연관된 국내 반도체 및 주요 산업의 구조적인 성격 변화 역시 최근 코스피 지수의 급등을 설명하는 주요 요인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다. 

코리아 디스카운트 완화와 자본시장 개선을 위한 정부의적극적인 노력 역시 주목해야 한다. 국내 주식시장의 약점으로 인식되던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당국에서는 배당세제 개편 및 지배구조 개선 등의 정책을 지속적으로 도입하고 있다. 아울러 비생산적인 부동산 섹터로 흘러가는 자본의 물꼬를 향후 미래 성장을 담보할 수 있는 첨단산업으로 돌려 생산성을 끌어올리려는 ‘생산적 금융’ 역시 국내 자본시장의 성장에 주요 동력이 될 수 있어 최근 주가 상승 기대를 키우는 데 일정 수준 기여한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코스피 5,000 시대를 이끈 긍정적 요인들이 있음에도 현재의 레벨업된 국내 주가 수준을 지속 가능하게 하려면 다음 몇 가지에 유의해야 한다.

지속 가능한 오천피?…반도체 쏠림, 글로벌 AI산업의 성장세,
급증한 지수 상승 속도와 대차 잔고가 관건

우선, 현재 코스피 지수 상승 자체는 고무적이지만 특정 섹터, 특히 반도체 쏠림이 너무 강하다는 점이다. 코스피 지수 이상의 급등세를 보여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경우, 이 둘의 시가총액이 코스피 전체 시가총액의 40%에 육박한다. M7이라 불리는 미국 빅테크 기업들이 S&P 500 지수에서 차지하는 비중과 큰 차이가 없는데, 이는 국내 주가 상승이 소수 종목 및 섹터에 의존하는 경향이 강함을 의미한다. 이 경우, 만약에라도 최근 가장 뚜렷한 성장세를 보인 AI 섹터 성장에 의구심이 나타나게 되면 단순히 반도체 기업뿐 아니라 코스피 지수 전체가 일정 수준 이상의 충격을 받을 수 있다. 특정 종목 및 섹터 쏠림에 기댄 상승을 넘어 기업 전반의 고른 성장 및 주가 상승으로 이어지는 그림이 필요하다.

또한 글로벌 AI산업의 성장세 역시 주요한 변수가 될 수 있다. 최근 미국 증시에서 두드러지는 소프트웨어 기업들의 부진이나 AI 자본지출(CAPEX) 증가를 바라보며 부채 증가를 우려하는 투자자들의 시각, 그리고 AI가 실제 생산성의 개선과 함께 실적에 기여할 수 있는지에 대한 우려는 여전히 대외 수출 의존도가 높은 국내 증시에 영향을 줄 수 있다. 

마지막으로, 코스피 지수의 상승 속도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단기 급등세가 나타나면서 국내 투자자들의 관심도가 급증하고 투자 진입 역시 빠르게 이어져 단기 매수 쏠림 또한 크게 나타나고 있으며, 빚을 내서 투자하는 케이스가 늘어나면서 대차 잔액이 사상 최대치를 기록하고 있다. 5,000선 돌파는 고무적이지만 너무 빠른 속도와 지나치게 불어난 대차 잔고는 단기 변동성 확대뿐 아니라 코스피 지수의 지속 가능한 상승에도 제약 요인이 될 수 있다. 

코스피 5,000 시대의 개막. 과거와는 달리 산업구조의 변화와 지배구조 개선 등이 끌어낸 고무적인 일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현재의 수준 자체도 중요하지만 높아진 수준을 지속 가능하게 이끌어가는 것 역시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기대감으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쏠림이나 상승 속도, 과도한 부채 등의 우려를 완화하는 데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보기 과월호 보기
나라경제 인기 콘텐츠 많이 본 자료
확대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