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시장의 상승세가 거침없다. 2025년과 2026년은 주식시장 역사상 경이적인 해로 기록될 것이다. 2025년 코스피 지수의 연간 상승률은 무려 75.6%로 G20과 OECD 회원국 중 가장 높은 성장률을 보였다. 지난해 사상 최초로 4,000포인트를 돌파한 코스피 지수는 4,214.17포인트로 마감했고, 시가총액은 3,500조 원에 육박했다. 이러한 주가 상승 흐름은 올해도 계속되고 있는데, 1월에는 사상 최초로 5,000포인트를 돌파하는 강한 상승세를 보였다.
이번 코스피 지수 상승의 시발점은 정부 주도의 「상법」 개정에서 찾을 수 있다. 오랜 기간 이어진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주요 원인으로 우리 기업들의 불투명한 지배구조, 낮은 주주환원율 등이 지목돼 왔다. 이에 정부는 2차에 걸친 「상법」 개정을 통해 기업지배구조를 선진화하고 이사회의 독립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시장 환경 개선을 추진했다. 2025년 7월에 이뤄진 1차 「상법」 개정은 이사의 책임을 확대하고 주주의 이익을 보호하는 근거를 마련하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기존에 ‘회사를 위하여’로 한정됐던 이사의 충실의무를 ‘주주의 비례적 이익’까지 포함하도록 변경했고, 일정 규모 이상의 상장기업에는 전자주주총회 병행 개최를 의무화했다. 2차 「상법」 개정은 2025년 8월 국회를 통과했으며 이사회의 독립성 및 주주보호 강화가 가시적인 효과를 낼 수 있도록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는 데 중점을 뒀다. 대규모 상장회사에 집중투표제를 의무화했고, 감사위원회 위원을 최소 2명 이상 분리 선출하도록 했다.
두 번에 걸친 「상법」 개정은 2025년 하반기부터 시작된 코스피시장의 상승에 중요한 동력을 제공했다고 평가할 수 있다. 물론 이러한 상승에는 AI발 반도체 수퍼사이클에 대한 기대감도 중요한 역할을 했다. 그렇지만 주가 상승에 시동을 건 요소가 「상법」 개정을 통한 기업지배구조 개선에 대한 기대감이라는 점을 부인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반도체 업황 개선에 대한 가시적인 흐름이 나타나기 전부터 코스피시장의 상승은 시작됐는데, 이는 투자자들이 정책 변화에 따른 지배구조 개선 가능성에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기 때문으로 판단된다.
3차 「상법」 개정으로 주주환원, 자본구조 효율화 등
자사주 제도의 본래 취지 살려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
지난 1월 22일 5,000포인트를 이미 달성한 코스피시장이 앞으로도 계속 상승하려면 자사주 소각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3차 「상법」 개정의 역할이 중요하다. 자사주 제도는 기업이 영업활동을 통해 벌어들인 잉여자금을 주주환원이나 자본구조 효율화 등에 활용하기 위해 도입됐다. 그러나 우리나라 주식시장에서는 자사주가 이러한 본래의 취지와는 다르게 지배주주의 경영권 방어나 지배력 확대 수단으로 활용된다는 비판이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다.
일반적으로 해외에서는 자사주의 매입이 소각으로 연결되는 게 관행이다. 특별히 제도로 의무화하지 않더라도 자사주를 매입하는 것은 주주들에게 기업이 벌어들인 이익을 환원하는 중요한 수단 중 하나이기에 매입 후 소각시키는 것이 자연스레 자리 잡은 것이다. 반면 국내에서는 상장기업이 자사주를 매입하더라도 회사의 재산으로 유지하는 것이 일반적이며, 소각으로 연결되는 경우도 많지 않다. 현행 제도에서 매입한 자사주는 회사의 재산으로 회계처리 된다. 회사가 보유한 자사주는 의결권이 인정되진 않지만, 기업 합병·분할·주식교환 등 기업지배구조 변경 과정에서 우회적으로 활용돼 지배구조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존재한다. 인적분할 과정에서 지배주주의 추가적인 출연 없이 신설 회사에 대한 지배력이 강화되는 현상, 소위 ‘자사주의 마법’이 대표적인 사례다. 인적분할 사례 외에도 자사주는 제삼자에게 매각되거나 특정 거래에 활용돼 기존 주주의 권리가 희석되거나 지배주주에게 유리한 구조가 형성되는 사례가 적지 않다. 이러한 이유로 자사주는 기업 이익의 주주환원 수단이라기보다 잠재적인 지배력 강화 자원으로 인식됐고,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고착화하는 구조적 원인 중 하나로 작용해 왔다.
3차 「상법」 개정은 자사주를 활용한 주주 간의 이해상충을 완화하고 자사주를 주주환원의 중요 수단으로 부각함으로써 기업 주가가 재평가받을 수 있는 시장 환경을 조성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자사주를 단순한 기업자산이 아니라 자본조정 수단으로 인식하게 하고, 그 활용에 일정한 제약을 가함으로써 자사주가 지배구조 왜곡의 수단으로 사용되는 것을 차단하려는 것이 핵심이다. 기업이 취득한 자사주를 일정 기간 내에 소각하는 규정을 두되, 임직원 보상이나 기업의 재무구조 개선 등 경영상의 필요로 취득한 경우에만 예외적으로 보유를 허용한다. 인적분할 시 자사주에 대한 신주 배정을 금지해 자사주의 마법을 원천 차단하고, 자사주를 담보로 제공하는 질권 설정이나 자사주를 대상으로 하는 교환사채(EB) 발행도 금지함으로써 자사주가 변칙적인 자금 조달 수단으로 쓰이는 길도 막을 것으로 예상된다.
3차 「상법」 개정이 완료되면 자사주의 활용 목적과 절차가 더 엄격하게 규율돼 자사주가 경영권 방어를 위한 도구로 활용될 여지는 줄어들 것이다. 이는 단기적으로는 기업의 자본운용 전략에 제약으로 작용할 수 있으나, 중장기적으로는 주주권 보호와 투자자 신뢰 회복이라는 긍정적 효과를 가져올 가능성이 높다.
기업이 지배구조 개선에 적극 나서도록 추가 인센티브 고민하고
기업 펀더멘털 중시하는 투자원칙 정립하도록 정책적 노력 필요
세 번에 걸친 「상법」 개정은 기업지배구조와 자본정책을 둘러싼 한국 자본시장의 구조적 문제를 단계적으로 바로잡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1·2차 개정은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에 주주를 포함시키고 집중투표제를 의무화해 기업 의사결정의 중심을 지배주주에서 전체 주주로 확장시켰다. 이어지는 3차 개정은 자사주를 자산이 아닌 자본 차감 항목으로 재정의하고 소각을 원칙화함으로써 자사주가 지배력 확대 수단으로 악용되던 구조적 약점을 해결해 제도적 완결성을 확보할 것으로 예상된다.
2025년 눈부신 성과를 거둔 코스피시장은 올해에도 해외증시 대비 상대적으로 우수한 성적을 거둘 가능성이 있다. 다만 이러한 가능성이 현실이 되기 위해서는 정책당국자, 기업, 투자자들이 시장 발전 방향에 대해 지속적으로 관심을 갖고 기업 운영과 투자 방식 변화에 열려 있어야 한다. 3차에 걸친 「상법」 개정이 코리아 디스카운트와 관련된 모든 문제를 해결할 것이라 기대하기는 어렵다. 변화된 제도 아래에서 기업의 지배구조가 투자자들에게 제대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어떤 세부 전략을 모색하는가가 중요하고 그에 따라 주가의 향방은 상당히 달라질 수 있다. 달라진 「상법」 환경에서 기업이 지배구조 개선에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도록 추가적인 인센티브를 고민하고, 투자자들이 장기적인 관점에서 기업의 펀더멘털을 중시하는 투자원칙을 정립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정책적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