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내용으로 건더뛰기

KDI 경제교육·정보센터

ENG
  • 경제배움
  • Economic

    Information

    and Education

    Center

특집
우리보다 10년 먼저 자본시장 선진화를 추진한 일본과 대만의 3가지 전략
이봉현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연구위원 2026년 03월호
한국과 일본, 대만은 동아시아 경제의 ‘강자’들이다. 이 가운데 일본과 대만은 2013~2014년 이후 꾸준히 기업지배구조 개선과 자본시장 선진화를 추진해 성공한 나라들이다. 그 성과는 주가 상승으로 나타났는데, 도요타·소니 등 일본 간판 기업이 속한 도쿄증권거래소 대표지수인 닛케이225는 2월 10일 5만7천 선을 넘는 등 최고치에 이르렀다. 버블경제 붕괴 이전 최고치를 1.5배 정도 뛰어넘은 것이다. 대만 대표 주가지수인 자취안지수도 같은 날 3만3천 포인트 언저리에서 움직이며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우고 있다. 2020년 1만1천~1만2천 선이던 지수는 5년여 만에 3배 가까이 올랐다.

늦었지만 한국도 지난해 여름부터 1·2차에 걸친 「상법」 개정으로 지배구조 개혁에 나서는 등 ‘코리아 디스카운트’라 불리던 자본시장의 오랜 저평가에서 벗어나려 노력하고 있다. 코스피 지수가 5천을 돌파한 시기에 AI 반도체 특수가 끝나면 다시 2,500포인트 대의 박스피로 돌아가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있다. 그런 걱정을 털고 한국 증시와 기업이 한 단계 도약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지 우리보다 앞서 자본시장 개혁에 성공한 일본과 대만의 사례를 통해 알아보자.

장기 성장전략이라는 ‘큰 그림’ 그렸다
일본은 ‘잃어버린 30년’에서의 탈출을 자본시장 개혁으로 시작한다는 목표 아래 2013년 지배구조 개혁 정책의 시동을 걸었다. 일본 기업이 도전의식이 없고 현상 유지에 급급했던 이유가 거래 은행과 기업이 서로 주식을 교차 보유하는 폐쇄적 지배구조에 있다고 보고, 그 해법으로 연금 등 기관투자자나 해외투자자를 ‘메기’처럼 투입해야 한다는 결론에 이른다. 지난해 8월 말 한겨레가 취재를 위해 만난 도쿄증권거래소의 와타나베 고지 상장부장은 “일본경제를 오랜 불황에서 회복시키려면 기업지배구조부터 혁신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컸다”고 강조했다.

기업지배구조 코드(기업이 지켜야 할 좋은 지배구조 규범)와 스튜어드십 코드(기관투자자의 역할과 규범)를 국제 기준에 맞게 제정하고, 금융청과 거래소가 중심이 돼 일관되게 실천했다. 기업지배구조 혁신은 자본의 효율성을 중시하는 경영으로 이어졌고, 이는 기업의 경쟁력 강화와 국가경제 회복으로 이어졌다.

대만도 교역에 의존하는 소규모 경제이기에 해외 자본 유입이 생사를 좌우하는 문제라고 봤다. 1990년대 말 외환위기 이후 국제 기준에 맞춰 기업지배구조를 개혁하고, 투명하고 책임 있는 경영 문화가 정착하도록 노력했다. 2013년부터 금융감독위원회는 3~5년 단위로 기업지배구조 청사진을 발표해 명확한 목표와 실행계획을 제시했다. 돈이 저성장산업에 고여 있지 않고 자본시장을 통해 순환하도록 하기 위해 한때 기업이 배당을 하지 않고 쌓아둔 순이익에 10%의 유보소득세를 물리기도 했다. 이런 것이 장기적 성장전략이라는 공감대가 있었기에 그사이 정권이 바뀌었어도 정책 기조가 흔들리지 않고 추진될 수 있었다.

이사회부터 바로 세웠다
이사회가 독립적이고 책임 있게 소수 주주를 포함한 모든 주주를 위해 일하도록 하는 것은 지배구조 개혁의 처음과 끝이었다. 일본은 폐쇄적이었던 이사회에 큰 변화가 왔다. 프라임시장(시가총액이 크고 유동성이 높으며 기업지배구조 수준이 높은 대형 우량기업이 모여 있는 시장)의 경우 독립적 사외이사가 3분의 1 이상을 차지하는 상장사 비중이 개혁 이전인 2007년 8월 9.9%에서 2025년 7월 기준 98.8%로 높아졌다. 일반주주의 의결권을 제한하는 계열사·거래은행 등 우호주주의 지분 감소, 주가 상승을 제약하는 포이즌필(독소 조항) 등 경영권 방어장치 감소, 주가 상승률과 배당수익률을 합친 총주주수익률 개선, 모회사 소수 주주의 피해를 낳는 모·자회사 중복상장 감소도 모두 개혁의 성과들이다.

독립적 사외이사 확대를 통한 이사회의 변화는 주주 요구를 경청하고 외부 환경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하는 기반을 마련했다. 일본 최대 로펌인 니시무라 아사히의 오타 요 변호사는 “사외이사가 늘면서 이사회가 외부 환경 변화에 좀 더 유연하게 대응하고, 자본 효율성을 중시하는 경영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대만도 한국처럼 가족 기업이 많아 이사회가 유명무실화하는 등 복잡한 지배구조 문제가 빚어졌다. 대만 정부는 2000년대 초부터 기업지배구조 전담조직을 두고 가족 기업의 소유·경영 분리, 순환출자 금지, 독립(사외)이사 선임 등 지배구조 개혁 정책을 밀고 나갔다. 우리는 지난해 7월 초?「상법」 개정으로 ‘이사의 주주에 대한 충실의무’ 대상을 확대했는데 대만은 이 규정을 이미 2006년에 「증권거래법」에 넣었다. 우리가 지난해 8월 2차 「상법」 개정에서 의무화한 집중투표제를 대만은 2011년 의무화했다.

또한 공정하고 투명한 ‘지배구조 문화’ 정착에 정책목표를 두고, 회사 및 이해관계자가 지배구조에 더 많은 관심을 갖도록 유도했다. 소액 주주나 기관투자자가 회사 주총에서 목소리를 내는 주주 행동주의를 촉진했다. 주주가 회사의 의사결정에 참여하고 감독하는 것을 쉽게 하고, 기업이 모든 주주를 공정하게 대하도록 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이사회 기능 강화로, 이사회에 적합한 인사가 참여해 좀 더 효과적으로 전략을 마련하고 경영진을 감독할 수 있게 했다. 이 과정에서 중요한 기업정보를 되도록 많이 공개하도록 했다. 신속·완전·정확하게 기업의 재무정보와 비재무적 정보를 공개토록 한 것이다.
 

예측 가능성을 높이는 게 개혁 성공 방법론
실행의 방법론도 중요하다. 개혁은 하루아침에 이뤄지는 일이 아니므로 긴 호흡으로 단계적 계획을 짜야 한다. 다만 제시한 목표와 일정을 최대한 지켜 기업과 금융시장이 예측 가능하게 하고, 이들의 신뢰를 얻어야 한다. 일본과 대만은 금융당국, 거래소, 기관투자자, 증권 유관기관, 법원 등 다양한 참여자들이 생태계를 이뤄 기업이 정해진 규정을 따르지 않을 수 없게 했다. 무엇보다 지속적인 소통을 통해 기업이 투명하고 공정한 지배구조의 이점을 알고 내재화하도록 문화를 조성한 노력도 돋보인다.

대만은 어느 제도가 언제 시행되는지를 예고하고 점차 단계를 밟아 해당 시점이 되면 반드시 시행했다. 기업이 ‘어차피 시행될 제도니까 미리 준비하는 게 낫겠다’는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

평가하고 관여하는 지배구조의 생태계를 짜는 것도 중요한 전략이었다. 금융감독기구, 증권거래소, 기관투자자, 투자자 보호기구, 일반투자자가 촘촘히 엮여 자기 일을 함으로써 제시된 과제를 기업이 이행하지 않을 수 없도록 했다. 지배구조 모범 규범을 바탕으로 지표를 만들고, 기업을 평가해 그 결과를 공개했다. 대만증권거래소와 타이페이거래소 상장기업의 지배구조 평가는 2014년에 시작됐다. 80여 개의 지표를 놓고 충족하면 각각 1점을 얻는 방식으로 매년 평가한다. 상위 5%, 상위 20% 등 7개 등급으로 발표하는데, 상위 20% 기업은 ‘타이완기업지배구조100 지수’라는 별도 지수로 관리해 시장의 주목을 받도록 했다. 

한편에서는 당해연도 흑자 중에 배당하지 않고 유보해 둔 자금에 대해 법인세와는 별도로 10%의 유보소득세(현재는 5%)를 매기는 강력한 배당 촉진책을 쓰기도 했다. 또 법에 의해 설립되고 기금을 활용하는 증권투자자·선물거래자 보호센터(SFIPC)와 같은 공공기관이 투자자를 대신해 대표소송을 하는 등 다른 나라에서 보기 드문 강력한 투자자 보호 정책을 두고 있기도 하다.
일본의 개혁은 대만보다 한층 자율에 바탕을 뒀다. 개혁의 가이드라인 구실을 한 기업지배구조·스튜어드십 코드는 법으로 강제하지 않는 연성 규범이다. 이는 한국의 기업지배구조 개혁이 법 개정을 중심으로 추진되는 것과 대비된다. 과거 일본도 이사의 주주에 대한 충실의무를 명확히 하려는 입법 논의가 있었지만, 기업의 반대로 포기했다. 대신 기업지배구조 코드에 관련 내용을 명시했다.

기업지배구조 코드는 이사회의 책임경영, 회사의 지속적인 성장과 중장기적인 기업가치 향상, 이익창출 능력과 자본 효율 개선을 강조한다. 주주 권리 보장과 적극적인 대화도 요구했다. 수탁자 책임을 명시한 스튜어드십 코드는 기관투자자가 기업의 변화와 혁신을 촉진하는 메기 역할을 하도록 했다. 

도쿄증권거래소가 2023년 상장사에 ‘자본비용과 주가를 의식하는 경영’을 요청한 것은 자본 효율성 중시 경영에 기폭제 구실을 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거래소는 자기자본이익률(ROE)과 주가순자산비율(PBR)이 낮은 기업에 개선 계획을 공시하도록 밀어붙였다. 글로벌 최대 연기금 중 하나인 일본국민연금도 개혁의 조력자 노릇을 했다. 자산운용사에 의결권 행사 등 적극적인 스튜어드십 코드 이행을 압박하고 자산운용사를 선정할 때 이행 실적을 반영한 것이다. 
보기 과월호 보기
나라경제 인기 콘텐츠 많이 본 자료
확대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