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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AI는 혁명일 수 있다 그러나 코스피는 이미 미래를 선반영했다
김영익 한양대 미래인재교육원 겸임교수 2026년 03월호
AI는 분명한 미래다. 
그러나 미래에 투자하는 가장 
위험한 방식은 그 미래가 이미 보장된 것처럼 행동하는 것이다. 
지금 투자자에게 필요한 것은 확신이 아니라 냉정한 분석이다.
‘올인’도 ‘올아웃’도 아닌 중용(moderation)이 필요하다. 


최근 AI를 둘러싼 논쟁이 거세다. 한쪽에서는 ‘AI는 인류 역사상 가장 위대한 기술 혁명’이라고 말하고, 다른 한쪽에서는 ‘닷컴버블의 재현’이라 경고한다. 이 두 주장 모두 일정 부분 진실이다. AI는 실제로 경제 구조를 바꿀 잠재력을 지녔지만, 동시에 금융시장에서는 이미 상당 수준의 버블 징후가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반도체 업종을 중심으로 상승하고 있는 우리 주식시장도 이 논쟁에서 크게 벗어나지는 않을 것이다.

핵심은 기술이 아니다. 문제는 그 기술을 둘러싼 자본의 움직임 그리고 자산 가격이 얼마나 앞서 달리고 있는가다. 이 점에서 최근 『파이낸셜타임스』가 제시한 이른바 ‘4개 O(Over)’ 기준과 가치투자의 대가 하워드 막스(Howard Marks)의 AI 버블 인식은 서로 다른 언어로 같은 현실을 설명하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현재 시장의 과열 상태를 진단하는 체크리스트를 제공하고, 막스는 그 체크리스트가 역사적으로 왜 반복됐는지를 설명한다.

“위험이 가장 낮게 인식될 때가 실제로는 가장 위험한 순간”
『파이낸셜타임스』의 첫 번째 기준은 고평가(Over-valuation)다. AI 관련 주식 급등 이후 미국 증시의 밸류에이션은 역사적 고점에 근접해 있다. 경기조정 주가수익비율(PER), 국내총생산(GDP) 대비 시가총액 비율 등 주요 지표는 과거 닷컴버블 국면과 유사한 수준이다. 일부 기업이 실제 이익을 내고 있다는 점은 분명하다. 그러나 문제는 개별 기업이 아니라 시장 전체가 미래의 성공을 지나치게 앞당겨 가격에 반영하고 있다는 데 있다.

두 번째는 과잉 소유(Over-ownership)다. 미국 가계 금융자산의 절반 이상이 주식이며, 그중 상당 부분이 기술주와 AI 테마주에 집중돼 있다. AI에 투자하지 않으면 뒤처질 것이라는 불안(FOMO)이 확산하면서 투자 판단은 점점 분석이 아니라 군중 심리에 의해 움직인다. 막스는 이런 국면을 “위험이 가장 낮게 인식될 때가 실제로는 가장 위험한 순간”이라고 표현한다.

세 번째는 과잉 투자(Over-investment)다. 이번 AI 사이클의 가장 큰 특징은 대규모 자본이 실물 인프라 투자로 직결되고 있다는 점이다. 데이터센터, 전력망, 반도체 설비에 막대한 자금이 투입되고 있다. 막스의 표현을 빌리면 이는 ‘버블의 순기능’이기도 하다. 과잉 투자 덕분에 미래의 인프라가 구축된다. 그러나 동시에 투자 자본의 회수 가능성은 급격히 낮아진다. 기술은 남지만 자본은 대규모로 파괴될 수 있다는 이야기다.

네 번째는 과도한 레버리지(Over-leverage)다. 아직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직전 수준의 차입 확대는 아니지만, AI 인프라 투자는 점점 부채 중심 구조로 이동하고 있다. 데이터센터 특수목적법인(SPC), 회사채, 신용스프레드에서 나타나는 미세한 균열은 초기 경고 신호다. 닷컴버블이 주식 중심의 버블이었다면, AI 버블은 부채를 통해 시스템 리스크로 전이될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는 점에서 더 위험할 수 있다.

이 네 가지 조건이 동시에 충족될 때, 시장은 항상 버블의 초기가 아니라 중·후반부에 있었다. 다만 이것이 곧 버블 붕괴가 임박했다는 의미는 아니다. 위대한 기술 혁명은 언제나 버블을 동반했고, 그 버블은 생각보다 오래 지속되기도 했다. 그러나 분명한 변화는 수익률 구조다. 상승 여력은 줄어드는 반면, 충격에 대한 민감도는 커진다. 이 글로벌 프레임을 한국시장에 대입해 보면 지금 코스피의 위치는 더욱 선명해진다.

코스피는 지난해 75.6% 상승했고, 올해 1월에도 약 24% 오르며 주요국 증시 가운데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주주를 중시하는 「상법」 개정과 배당소득 분리과세 등 증시 우호적 제도 개편이 주가 상승에 크게 기여했다. 그러나 코스피는 과대평가 영역에 들어와 있다. 1월 30일 기준 코스피(5,224.36)는 호드릭–프레스콧 필터(경기 변동의 특징을 분석할 때 활용)로 추정한 장기 추세선 대비 약 29% 상회하고 있다. 코스피 시가총액이 광의통화(M2)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1월 말 108.6%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것으로 추정된다. 올해 예상되는 명목 GDP 성장률 4.9%와 비교해도 코스피는 약 50% 과대평가된 것으로 나타난다.

2000년 1월~2026년 1월 데이터로 분석해 보면 코스피와 일평균 수출의 상관계수는 0.93으로 매우 높다. 올 1월 일평균 수출액 약 28억 달러를 기준으로 산출한 적정 수준 대비 코스피는 74% 고평가 상태다. 2000년 닷컴버블 때보다 더 높다.

경기선행지표 역시 같은 방향을 가리킨다. 한국의 OECD 경기선행지수와 국가데이터처의 선행지수 순환변동치는 실물경제 지표의 부진으로 2026년 1분기를 정점으로 둔화할 가능성이 크다. 반도체 실적 개선이라는 순풍이 불고 있음에도 지수 전반에는 조정 압력이 커질 수 있음을 시사한다.
 

유동성과 서사가 주도하고 있는 주가지수, 
이미 무엇이 가격에 반영됐는지 물어야

주가지수는 거시경제 펀더멘털에 따라 움직이고, 개별 종목 주가는 기업 이익이 결정한다. 지금 코스피는 거시 변수에 비춰볼 때 명백히 과대평가 영역에 있다. 일부 업종과 종목의 주가는 풍부한 유동성과 AI 성장 기대가 만들어낸 밸류에이션 위에 서 있다. 다시 말해 현재의 지수 레벨은 기업 이익보다 유동성과 서사가 주도하고 있다.

하워드 막스는 현재의 AI 국면을 ‘평균 회귀형 버블’이 아니라 ‘변곡점(inflection) 버블’일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기술 자체는 살아남아 경제 구조를 바꿀 수 있다는 뜻이다. 그러나 기술이 남는다고 해서 현재의 승자가 생존하는 것은 아니다. 닷컴버블 이후 인터넷은 세상을 지배했지만, 당시의 대표 기업 다수는 투자 실패 사례로 남았다. AI 역시 같은 경로를 밟을 수 있다.

지금 시장에 던져야 할 질문은 단순하다. ‘AI는 위대한가?’가 아니라 ‘이미 무엇이 가격에 반영돼 있는가?’다. 한국 증시는 이미 글로벌 과열 흐름 위에 자체적인 유동성과 기대까지 더해진 상태다.

AI는 분명한 미래다. 그러나 미래에 투자하는 가장 위험한 방식은 그 미래가 이미 보장된 것처럼 행동하는 것이다. 지금 투자자에게 필요한 것은 확신이 아니라 냉정한 분석이다. ‘올인’도 ‘올아웃’도 아닌 중용(moderation)이 필요하다. 기술 혁명의 초입이 아니라 자산 가격 상승 사이클의 후반부에 서 있을 가능성을 염두에 둔 절제된 판단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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