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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투자자 보호 강화가 곧 기업 거버넌스 개선
김우진 서울대 경영전문대학원 교수 2026년 03월호
국내에서 ‘기업지배구조(corporate governance)’라 하면 흔히 공정거래위원회에서 매년 발표하는 계열사 간 지분 구조도를 떠올린다. 이는 ‘회장님’ 관점에서 어떻게 기업집단을 ‘지배’하는지를 염두에 둔 개념이다. 이러한 기업 간 소유구조를 영어로 나타내자면 ‘control’에 해당할 것이다. 기업지배구조를 ‘거버넌스(governance)’ 차원으로 좀 더 넓게 본다면 이사회 등을 포함한 기업의 의사결정 체계로 이해할 수 있다. 물론 틀린 말은 아니나 이런 관점에서는 거버넌스 개선의 목표가 잘 드러나지 않는다. 원래 학술적으로 기업 거버넌스는 기업의 주인인 투자자, 더 좁게는 주주 관점에서 기업의 이익이 투자자에게 더 잘 환원될 수 있도록 하는 제반 메커니즘을 의미한다. 이런 관점에서 기업 거버넌스 개선의 목표는 명확하다. 투자자 보호 강화가 바로 거버넌스 개선인 것이다. 새 정부 출범 이후 2차에 걸친 「상법」 개정은 바로 투자자 보호 강화를 직접적인 목표로 하고 있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한 거버넌스 개선 조치인 셈이다.

그간 한국 증시는 극단적인 저평가 상태에 머물러왔다. 그 원인으로 여러 가지를 지적할 수 있겠으나, 크게 보면 다음 두 가지 정도로 요약할 수 있다.

우선, 한국 기업들은 자본비용(cost of capital)을 하회하는 자기자본이익률(ROE; Return On Equity)로 계속 재투자를 해왔다. 이는 벌어들인 수익을 투자자들에게 환원하지 않고 계속 기업 내부에 유보함에 따라 발생한다. 예컨대 어떤 기업이 투자 금액 1천억 원으로 연간 100억 원을 벌었다고 하자. 이때 이 회사의 ROE는 10%(=100억/1,000억×100)다. 그런데 벌어들인 100억 원을 그대로 회사에 쌓아두고(1,100억 원) 다음 해 또다시 100억 원을 번다면 이제 ROE는 10%를 하회한다. 이런 방식으로 이익을 10년 동안 회사에 쌓아두면 ROE는 5%(=100억/2,000억×100)로 떨어진다. 반면 자본비용은 투자자 입장에서는 요구수익률을 의미하는데, 구체적인 계산 방식에 따라 차이는 있겠지만 대체로 10% 내외로 보면 무방하다. 주식에 투자하는 사람들은 위험 부담에 대한 보상으로 은행 이자보다는 높은 수익률을 요구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지금까지 한국에서는 이 자본비용, 즉 요구수익률을 제대로 인식한 적이 거의 없다. 심지어 유상증자로 조달한 자금은 이자를 안 내도 되기 때문에 부채보다도 싼 재원으로 생각하는 최고재무책임자(CFO)들이 실제로 적지 않은 것이 ‘웃픈’ 현실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과거 일본 기업도 한국 기업과 비슷했다. 이를 타개하기 위해 일본 도쿄증권거래소는 ‘자본비용과 주가를 의식한 경영관행의 확립’이라는 정책을 내놓았고 한국 금융당국도 이를 벤치마킹해 밸류업 정책을 추진했다.
 

소유분산 기업 중심으로 밸류업 정책 효과 나타났지만
문제는 한국 상장기업 대부분이 지배주주 경영체제라는 것

소유분산 기업, 즉 지배주주가 존재하지 않는 민영화된 공기업이나 금융지주의 경우에는 경영관행의 확립이 상대적으로 쉽다. 예컨대 최고경영진에 성과 달성 시 보상으로 지급하는 양도제한조건부 주식(RSU; Restricted Stock Units)을 확대해 경영진과 일반주주의 이해관계를 일치시키면, 경영진은 주가 상승을 경영의 주요 목표로 삼게 된다. 일본의 밸류업 정책이 성공했던 이유, 그리고 한국의 밸류업 정책이 금융지주 중심으로 먼저 효과가 나타난 이유는 이들이 대체로 소유분산 기업이라는 데 기인한다.

그런데 한국 상장기업의 대다수는 소유분산 기업이 아니고 창업주 가문이 경영에 지대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지배주주 경영체다. 바로 이 지점이 한국과 일본이 핵심적으로 다른 점이며, 한국의 기업가치 상승이 일본보다 훨씬 어려운 이유다. 한국에서 밸류업이 모든 상장기업에 정착하려면 회장님이 주가 상승을 원해야 한다. 그러나 한국은 여러 이유로(주로 승계와 관련된 상속·증여세 부담을 이유로) 주가 상승을 달갑지 않게 생각하는 회장님들이 많다. 특히 복수 상장 체제에서는 소유지배구조의 최하단에 있는 대형 상장기업에 대한 회장님의 배당권이 매우 낮고, 이에 더해 소득세까지 납부해야 한다. 지배주주 일가는 배당이 아닌 다른 수입, 예컨대 과거에는 비자금, 최근에는 고액 보수 등 주주 간 N분의 1 원칙을 훼손하는 방식으로 상장기업의 이익을 편취한다. 상장기업에서 가장 공평한 이익 배분 방식은 배당인데, 국내에서는 이게 잘 지켜지지 않는 것이다.

또 하나의 대표적인 사익편취 방식은 지배주주 일가가 소유하는 비상장 개인회사로 일감을 몰아주는 것이다. 이러한 개인회사들은 대체로 상장 계열사에 원료 등을 공급하는데, 마케팅 비용을 쓰지 않으므로 수익성이 높다. 원칙적으로 원료 공급 기회는 해당 상장회사의 사업기회이므로 개인회사가 아닌 상장회사가 사업부를 신설하거나 자회사를 설립해 공급해야 한다. 이에 더해 계열사 간 합병 시 상장회사가 상대적으로 저평가된 시점을 골라 합병비율을 정해 일반주주들이 피해를 보는 경우도 허다했다. 이러한 사익편취가 없다면 기업가치가 1천억 원일텐데, 다양한 방식으로 200억 원이 편취되면서 시장이 평가하는 기업가치는 800억 원에 불과하다. 사익편취가 한국 기업의 저평가를 설명하는 두 번째 원인이다.

기업 의사결정 시 지배주주와 일반주주 간
이해충돌을 야기하는지 점검해야

그동안에는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상 부당지원 행위, 사익편취 행위에 대한 행정제재와 「형법」 및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배임으로 이와 같은 문제를 해결해 왔으나, 본질상 민사인 문제를 「행정법」, 「형법」으로 다루다 보니 여러 한계에 직면했다. 지난해 2차에 걸친 「상법」 개정과 올해 예정된 3차 「상법」 개정은 위와 같은 사익편취 행위를 회사법 차원에서 사전적·사후적으로 방지하고자 했다. 앞으로 경영진과 이사회는 기업 경영과 관련한 의사결정을 할 때 해당 거래가 지배주주와 일반주주 간 이해충돌을 야기하는지 여부를 최우선으로 검토해야 한다. 이해충돌이 없는 일반적인 투자와 자금 조달은 예전과 동일한 기준으로 하면 된다. 이런 경우는 설사 추후 주가 하락 등이 발생한다고 하더라도 경영진에게 책임을 물을 수 없다는 것이 영미법상 경영 판단의 법칙이다. 반면 이해충돌이 있는 경우 일반주주에 피해는 없는지 주주 충실의무 관점에서 더욱 면밀한 분석이 필요하다. 이해충돌 상황의 거래에 대해서는 추후 주가 하락 등이 있다면 일반주주 입장에서 민사소송을 통한 법적 구제가 예전보다 더 용이할 것이다.

지난해 하반기 이후 국내 주식시장의 괄목할 만한 성과는 반도체 등 일부 업종과 대형주가 견인한 측면이 물론 있으나, 그 배후에는 「상법」 개정을 통해 표출된 새 정부의 투자자 보호 의지가 반영돼 있다고 봐야 한다. 아무쪼록 최근의 제도 개선을 통해 한국 증시가 한 단계 더 도약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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