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주식시장이 뜨겁다. 코스피는 100대에서 4,000까지 상승하는 데 43년이 걸렸지만, 그 후 5,000 달성에는 단 3개월의 시간만이 필요했다. 코스닥 또한 4년 만에 ‘천스닥(코스닥 1,000)’에 안착한 모습이다. 흔히들 “주식시장은 실물경제의 거울”이라고 한다. 현재의 우리 경제에도 이와 같은 명제가 적용될까? 혹시 그 거울이 실제 물체의 모습을 왜곡해서 보여주는 오목거울이나 볼록거울일 수 있다는 함정이 있지는 않을까?
지난해 6월~11월 초 코스피 누적 상승률은 약 66%지만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제외하면 40.6%에 그쳐
먼저, 최근 몇 년간의 실물경제 흐름을 보자. OECD에서 추산한 우리나라의 잠재성장률은 2022~2024년 모두 2.2%, 이후 1.9%로 하락했다. 2022년 이후 우리나라 실제 경제성장률이 이를 상회한 것은 코로나19 팬데믹으로부터의 회복이 한창이던 2022년(2.6%)뿐이다. 이후 1.4%(2023년) → 2.0%(2024년) → 1.0%(2025년)로 지속적으로 잠재성장률보다 낮은 성장세를 보였다.
개인적으로 경기를 체감하는 방법은 두 가지라고 보는데, 첫째는 가장 최근의 성장세를 바탕으로 느끼는 경기 체감이고 두 번째는 최근 몇 년간의 경기를 누적으로 보는 것이다. 마치 고속도로에서 과속 단속을 할 때 시점 단속(가장 최근의 성장세) 또는 구간 단속(최근 몇 년간의 성장세) 방식으로 하는 것과 유사하다. 이 두 가지 기준 모두에서 우리나라의 최근 성장세는 ‘경기부진’이라는 단어로 요약될 수 있다. 국제기구나 정부 및 국내 정책기관들이 예상하는 올해 성장률 전망치인 1.8~2.1% 또한 최근 주식시장의 상승 랠리와 같은 경기의 본격적 상승 모멘텀을 의미한다기보다는, 구조적 저성장 기조로부터 경기가 회복세로 서서히 전환하고 있다는 신호로 보인다.
이러한 의미에서 최근의 주식시장 활황은 가까이에 있는 물체를 확대해 보여주는 오목거울과 같은 모습이다. 지난해 70%가 넘는 상승률을 보인 코스피는 경제 전반의 회복세보다는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를 비롯한 반도체·AI 중심의 상위 대형주가 독주한 결과다. 지난해 12월 자본시장연구원의 「한국 증시 코스피 4,000 달성과 향후 과제」에 따르면, 지난해 6월부터 11월 초까지의 코스피 누적 상승률(약 66%)에서 이들 2개 종목을 제외할 경우 상승률은 40.6%로 급감한다. 시가총액 상위 10% 기업들을 제외하면 하위 종목군의 상승률은 25%에 그친다. 이는 코스피의 급격한 상승이 광범위한 업종으로 확산하지 않았음을 나타낸다. 결국 매일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는 코스피 지수는 일부 기업에만 실적이 집중되는 ‘자본시장 내 양극화’로 인한 것이며, 이것이 실질적인 경기 회복이나 저성장 국면을 탈출할 신호로는 읽히지 않는 이유다.
그럼에도 주식시장으로부터 복원해 낼 수 있는 실물경제의 이미지가 있을 것이다. 그러나 아쉽게도 그 이미지들은 적어도 몇 가지 ‘양극화’의 모습들로 요약된다. 가장 먼저, ‘내수’와 ‘수출’의 양극화다. 소비와 투자의 합으로 본 내수 성장률은 2022년 이후 줄곧 수출 성장률을 하회했으며, 두 성장률 간 격차(수출 성장률–내수 성장률)도 2022년 1.4%에서 2024년 6.5%까지 지속적으로 확대되다가 2025년 들어 4.5%로 약간 감소했다.
이러한 현상의 이면에는 최근 반도체나 IT 기기 등 자본 집약적 산업 중심으로 수출 업종이 재편되면서 수출이 고용 및 가계소득에 미치는 영향은 줄어든 반면, 여전히 고용의 대부분은 내수 업종에서 발생하는 괴리가 자리하고 있다. 수출이 늘면 경제지표 자체는 나아지나, 그것이 경제주체들이 체감하는 내수 활성화로는 좀처럼 연결되지 않는다는 의미다.
둘째로,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양극화를 들 수 있다. 한국은행이 월별로 기업의 경기 평가를 집계하는 기업경기실사지수(BSI)의 최근 흐름을 보면, 대기업 및 중소기업 간 지수 격차가 2023년 중반부 이후 지속적으로 확대되고 있다. 특히 지난해 4분기 이후 대기업 지수가 추세적 상승 흐름을 보이는 데 비해 중소기업은 하락하면서 지수 간 격차가 2022년 이래 최대치를 나타내고 있다.
트럼프 2기 행정부의 강력한 무역정책과 최근의 높은 원·달러 환율로 인한 원자재 수입 비용 증가 등 경제환경 변화도 격차를 키우는 데 한몫했다. 대외환경 변화에 대한 대응력이 상대적으로 높은 대기업에 비해 중소기업들은 이와 같은 부정적 요인에 그대로 노출될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미국이나 일본 등 선진국에 비해 기업 숫자(2023년 말 기준 전체 기업 수의 99.9%) 및 고용(2023년 기준 전체 고용의 80.4%)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우리나라 중소기업의 부진은 그 자체로 우리 경제회복의 구조적 제약이 될 수밖에 없다.
대·중소기업 간 기업경기실사지수 격차 최대…
국민 10명 중 7명 “자산 불평등 심각”
마지막으로, 부동산시장을 포함한 ‘자산의 양극화’에 관한 것이다. 경제주체가 느끼는 체감경기에는 심리적 요인도 작용하므로 자신의 소득이나 자산 변동뿐 아니라 다른 주체와의 상대적 격차에도 영향을 받는 경향이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소득 불평등 정도는 주요 선진국에 비해 높지 않으나, 자산 불평등 정도는 지난 10년간 급격하게 악화한 상황이다. 국가데이터처가 발표한 ‘2025년 가계금융·복지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3월 말 기준 순자산 상위 20% 가구의 평균자산은 하위 20%의 44.9배에 달했으며, 이러한 순자산 격차는 2015년 33.4배에서 해마다 확대돼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한편 우리나라 국민의 불평등에 대한 사회적 민감도는 여타 국가에 비해 높은 편인데, 국회입법조사처가 지난해 말에 발표한 「대한민국 불평등 종합보고서」에 따르면 국민 10명 중 7명(76.7%)이 자산 불평등이 심각하다고 인식하고 있다. 이는 OECD 회원국 중 최상위권에 해당한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 주식시장 활황으로 다시 돌아와 보자. 연일 상승하고 있는 주가지수는 비록 실물경제와 이격이 있다고 하더라도 오랫동안 지지부진했던 흐름을 탈출했다는 측면에서 반갑다. 특히 이를 세대 관점에서 생각해 보면, 청년층에게 수도권의 부동산은 진입하기에 이미 너무나도 덩치가 커진 자산인 반면 주식시장은 그들과 함께 성장할 수 있는 자산이라는 측면에서 소중하다. 다만 그와 같은 숫자에 환호하는 사이 놓치게 될 우리 경제의 구조적 양극화 심화가 우려스럽다. 특히 경제정책 담당자들은 최근의 성취에 안도하기보다는 특정 자산이나 주식을 보유하지 않은 국민에게까지 경제 온기가 전달될 수 있도록 거시적 관점에서 더욱 정교하고 치밀하게 정책을 설계해야 한다.
필자가 가장 좋아하는 미국의 영화감독 폴 토머스 앤더슨의 최근 영화 제목으로 글을 마무리하고자 한다. ‘원 배틀 애프터 어나더(One Battle After Anoth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