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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일본, 조선업 재건에 총력… 우리도 안보 관점에서 조선업 지원 강화해야
양종서 서울대 조선해양공학과 객원교수 2026년 04월호
지난 2월 일본 여당이 중의원 선거에서 압승하면서 집권 내각의 경제정책인 사나에노믹스가 힘을 얻고 있다. 사나에노믹스의 핵심은 적극적인 재정정책과 정부 주도의 산업정책으로 주요 전략산업을 집중 지원하는 것이다. 내각의 극우적 색채가 반영된 결과 때문인지 경제정책에 국가안보 관점의 요인들이 언급되기도 한다.

조선·해운·항만 총괄하는 해사산업 관점에서 국가 전략 수립…
세계 3위 상선 보유 대국으로 해운 능력은 있으나 문제는 조선업

일본 정부가 지원하는 산업정책의 주요 분야에 조선업이 포함됐다. 일본 조선산업은 여전히 세계 3위로 한국, 중국과 경쟁하고 있지만 글로벌 경쟁력을 점차 잃어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뒤늦게 이를 지원하려는 의도가 무엇인지 다소 의문이 제기되기도 한다. 최근 수년간 중국의 수주점유율이 70%에 가까운 수준까지 상승하면서 한국의 점유율도 하락했는데, 일본의 점유율 하락은 더욱 심각하다. 2024년 이후 일본의 점유율은 10% 미만이며 최근까지 하락 중이다. 사나에노믹스는 이러한 추세를 뒤집어 한국, 중국과 세계시장에서 다시 본격적으로 경쟁하기 위해 자국 조선업의 전열을 새롭게 가다듬으려는 것일까? 

이에 답하기 위해서는 우선 일본 조선업과 최근 정부 정책의 현황을 파악할 필요가 있다. 일본 정부는 조선정책, 해운정책보다 해사(海事)정책이라는 개념과 용어를 더욱 강조한다. 해사는 조선·해운·항만 등 관련 산업을 총괄하는 용어다. 일본의 조선·해운 정책은 국토교통성 해사국에서 일괄 담당하고 있다. 조선과 해운의 정책을 각각 입안하기보다는 ‘일본 해사 클러스터’라는 정책적 개념을 만들어 조선사, 해운사, 조선기자재사, 항만 운영사, 연구기관, 금융기관, 해사 관련 행정 및 서비스 기관 등을 묶어 논의하고, 해사산업 관점에서의 종합적인 정책과 국가 전략을 수립한다. 이러한 일본의 해사정책 중 조선업은 현재 가장 약한 아킬레스건이자 최대의 고민거리다. 

일본 정부는 자국이 절대적인 물자부족 국가임을 매우 엄중하게 인식하고 있다. 국가 생존을 위해서는 해외로부터 필요 물자를 조달하고 이를 국내에 배분할 외항 및 내항의 해상물류 능력을 충분히 갖춰야 한다는 것이다. 결국 이는 경제안보뿐 아니라 국가안보의 문제라고까지 역설한다. 따라서 일본 정부는 스스로 선박을 충분히 보유해야 하며, 이를 공급할 조선 능력도 자체적으로 확보해야 한다는 인식이 확고하다. 현재 일본은 세계 3위의 상선 보유 대국으로 해운 분야에서 필요한 역량을 충분히 확보하고 있지만 문제는 조선업이다. 2023년 5월 국토교통성 해사국이 발표한 ‘선박산업을 둘러싼 현황’ 자료에는 “국내에서 선박 및 선박기자재를 조달할 수 없는 경우, 이를 중국 등에 의존하게 돼 자국의 해상수송 확보에 중대한 지장이 생길 우려가 있다”는 문구가 있다. 일본 정부가 자국 조선업에 대해 갖고 있는 우려를 잘 보여주는 대목이다.

일본의 조선산업은 미국이 이전해 준 용접 공법을 상업화하며 1950년대 후반부터 세계 1위에 올랐다. 한동안 유럽 등 경쟁국이 넘볼 수 없는 경쟁력을 자랑하며 독보적 지위를 누리기도 했다. 가장 큰 규모의 생산능력을 보유한 일본 조선업이었지만, 1973년 1차 석유파동으로 시작된 20여 년의 길고도 깊은 침체 국면을 견디지 못했다. 더욱이 후발 경쟁국인 한국이 저원가 공세와 예상을 뛰어넘는 기술개발 속도를 바탕으로 추격하는 상황에 이르자 일본 조선업은 1980년대 말 구조조정을 단행했고 산업 규모가 크게 축소됐다. 이때 설계, 연구개발(R&D) 등 기술 인력마저 퇴출하는 과감한 조치를 취했는데, 이 조치는 후일 기술 변화 요구에 직면한 선박시장에서 일본 업계가 대응하지 못하게 된 결정적인 패착이 됐다. 또한 당시 전국 대학의 조선공학과 대부분을 폐쇄하면서 경쟁력 회복을 기약하지 못하게 됐다. 
 

기술 인력 퇴출, 대학 조선공학과 폐쇄 등으로 경쟁력 상실했으나
2035년까지 조선업 건조능력 1,800만GT 확보 목표로 지원

2000년대 들어 중국의 공세에 지속적으로 밀리면서도 일본은 근대화 과정에서 해운업의 성장과 함께 발전한 조선업이라는 역사적 배경과 섬나라 특유의 문화로 자국 해운업계의 절대적인 신뢰를 바탕으로 자국 수요로 조선업 규모를 유지해 왔다. 그러나 최근 일본 선주들마저 한국이나 중국 기업에 발주하는 일이 늘면서 그마저도 버팀목이 되지 못하고 있다. 발주잔량 통계에 따르면 2023년 12월 기준 일본 선주의 자국 발주 비중이 45%로 감소했는데, 올 3월에는 30%까지로 더욱 감소했다. 일본 조선산업의 한계와 몰락 위험이 더욱 분명하게 드러나고 있는 것이다. 

상황이 이 정도에 이르자 자민당에서는 더 이상 투자를 하지 않는 민간 조선업계를 대신해 국가 주도로 투자하며 조선소를 현대화하고 민간 조선업계가 이를 운영하는 국영조선소 정책을 내놓기도 했다. 다카이치 내각이 출범한 이후인 지난해 12월에는 일본 정부가 녹색 전환(GX) 정책자금 등을 지원하고 민관기금 1조 엔을 조성해 투자하는 ‘조선업 재생 로드맵’을 발표했다. 로드맵에는 2035년까지 일본 조선업 건조능력을 1,800만GT 확보하는 것을 목표로 했는데, 이는 일본 선주의 건조 수요를 위한 것임을 명기했다. 국제적으로 기술을 주도한다는 표현은 있으나 한국, 중국 등과 수출시장에서 맞붙는 것이 목표가 아닌 것이다.
 

이러한 일본의 조선업 지원정책은 한국 조선업에 어떤 영향을 줄까? 일본이 안보 등의 목적으로 조선업 재건 목표를 자국 수요 건조에 두고 있기 때문에 해당 정책이 성공하면 우리 조선업에는 일본 선주들의 물량이 빠지는 정도의 손실이 있겠지만 직접적인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생각된다. 그러나 안보 관점에서 조선업을 우려하는 일본 정부의 시각은 우리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일본뿐 아니라 중국도 조선업을 안보 관점에서 인식해 총력 지원하고 있다. 심지어 조선업이 이미 몰락한 유럽에서도 안보의 중요성을 고려해 조선업 재건을 거론하고 있다. 주요 해사산업국 중 유일하게 우리나라만 조선업, 해운업을 모두 상업적 관점에서만 인식한 탓에 지원정책이 빈약하고 민간 기업의 노력에만 맡기고 있다. 그 결과 업황이 부진해 구조조정이 시행될 때마다 우리 해사산업의 규모가 축소되고 경쟁력을 잃는 등 손실이 발생했다. 한진해운 청산, 숙련공의 조선소 대거 이탈 등이 대표적 사례다. 중형 조선사에 대한 선수금 환급보증(RG) 발급은 여전히 어려워 중형 조선산업의 지속성마저도 불확실하다. 

약 40년 전 미래를 내다보지 못한 구조조정으로 몰락하고 있는 일본의 조선업, 그리고 이를 다시 살리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일본 정부의 모습은 우리의 미래일 수도 있다. 최근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혼란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한일 모두 필요물자가 절대적으로 부족한 국가라는 공통점을 토대로 이웃 국가의 정책을 더욱 진지하게 바라봐야 한다. 선박을 공급할 조선 능력과 우리의 생존을 위한 물자를 스스로 운송할 국적 선대를 충분히 유지하는 정책은 우리에게도 시급하다. 다행히 아직 골든타임은 지나지 않았다. 우리 산업들이 아직 중심을 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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