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방산시장은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최근의 미국·이스라엘–이란 전쟁 등을 기점으로 전례 없는 대전환기를 맞이하고 있다. 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SIPRI)의 2025년 보고서에 따르면, 2024년 세계 100대 방산기업의 총매출은 6,790억 달러로 전년 대비 5.9% 증가하며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2018년 이후 처음으로 상위 5대 방산기업 모두 무기 매출이 동반 증가한 것도 주목할 만하다.
수요국의 변화도 뚜렷하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회원국들은 GDP 대비 2% 이상의 국방비 지출을 재확인하고 있으며, 폴란드는 GDP의 4% 수준까지 방위비를 확대했다. 중동에서는 미국·이스라엘–이란 전쟁과 더불어 미국의 안보 공약 불확실성으로 자국 방공망 강화 수요가 급증했다. 동남아시아는 중국의 남중국해 압박 속에 해상·항공 전력 보강에 나서고 있다. 이처럼 공급 부족과 수요 급증이 맞물리는 구조적 변화가 K방산 도약을 이끄는 외부 환경을 형성하고 있다.
한국, 세계 무기시장 수출 점유율 2.2%로 10위권 안착…
첨단기술력과 실전 운용성 바탕으로 미, 중동, 동유럽 등에 수출
한국의 방산 수출은 2020년대 들어 비약적인 성장세를 보였다. 방위사업청과 SIPRI 자료에 따르면 2022년에는 폴란드와의 대규모 기본계약 체결에 힘입어 173억 달러라는 역대 최고 수주 실적을 기록했다. 이후 2023년 135억 달러, 2024년 96억 달러로 조정 국면을 거쳤으나, 2025년에 154억 달러로 반등하며 회복세를 확인했다. SIPRI의 2020~2024년 누적 통계에서 한국의 세계 무기시장 수출 점유율은 2.2%로 세계 10위권에 안착했으며, 특히 NATO 회원국 대상 수출 점유율은 미국(64%)에 이어 프랑스와 공동 2위(6.5%)를 기록했다. 국내 방산 4사인 한화그룹, 현대로템, LIG D&A,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의 2024년 합산 매출은 141억 달러로 전년 대비 31% 증가했다. 이는 세계 100대 방산기업 평균 증가율(5.9%)을 크게 웃도는 수치다. K방산이 압도적 양산 능력과 엄격한 납기 준수를 바탕으로 긴급한 전력 공백을 신속히 보완할 수 있는 강점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나타난 결과다.
또한 K방산은 NATO 표준 등 국제 규격과 높은 호환성을 유지하면서도 즉각적인 실전 배치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차별화된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 최근에는 방공체계와 정밀유도무기 등 첨단무기 체계가 실제 운용 환경에서 높은 신뢰성과 우수성을 입증하면서, K방산은 단순히 가격경쟁력에 기반한 산업을 넘어 첨단기술력과 실전 운용성을 동시에 갖춘 글로벌 강자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세계 최대 방산시장인 미국은 방산 제조 기반의 노후화와 인력 부족으로 우방국과의 전략적 협력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한 상황이다. 특히 미 해군은 함정 유지·보수·운영(MRO) 역량 부족으로 공급망 위기를 겪고 있으며, 이는 한국 방산기업들에 거대한 기회의 창을 열어주고 있다. 미 함정 MRO시장은 연간 약 20조 원 규모에 달하며, 최근 한화오션이 미 해군 군수지원함 ‘월리 쉬라(USNS Wally Schirra)’호의 정비 사업을 성공적으로 완수한 것은 한국 방산기업의 기술력과 신뢰도를 입증한 결정적 사건이다. 이처럼 한국 기업들은 단순한 정비 수주를 넘어 현지 인프라 확보 및 협력 모델 마련, 공급망 안정성 기여, 함정정비협약(MSRA) 확대 등 세부 전략을 추진해야 한다.
남미 권역은 노후화된 무기체계의 교체 주기와 지역 내 안보 긴장감이 맞물리며 군 현대화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페루를 기점으로 전개되는 K방산의 남미 진출 전략은 단순히 제품을 판매하는 것을 넘어 현지 산업 생태계를 육성하는 ‘동반 성장’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페루 현지에 조립 공장을 구축하고 생산 공정의 일부를 현지화하는 전략은 페루를 남미 방산시장의 거점으로 육성할 수 있으며, 이러한 전략은 브라질과 칠레 등 인근 국가의 전차 교체 수요(약 3조 원 규모)를 흡수하는 데 결정적인 경쟁 우위를 제공하는 요인이 될 것으로 보인다.
중동과 동유럽은 K방산의 실전 성능이 가장 치열하고 엄격하게 검증되고 있는 최전선이다. 이 지역에서는 무기 매매 이상의 국가 간 전략적 협력 관계가 형성되고 있다. 폴란드는 K2 전차, K9 자주포, FA-50 경공격기 등 한국산 3대 명품 무기를 대량 도입하며 유럽 내 K방산의 전초기지 역할을 하고 있다. 올해부터는 2차 이행계약 물량이 본격적으로 인도되며, 현지에 구축한 생산 라인이 가동됨에 따라 폴란드는 NATO 동부 전선의 핵심 병기창으로 거듭날 것이다.
중동에서는 아랍에미리트(UAE)와 사우디아라비아, 그리고 이라크를 잇는 ‘K방산 방공 벨트’가 완성되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의 ‘비전 2030’(국방 지출 50% 현지화)에 대응해 우리 방산기업들은 리야드에 거점을 구축하고 현지 정비 인프라 및 공동생산 체계를 마련하고 있다. 특히 탄도탄 및 드론 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우리의 안티 드론 시스템과 다층 방공망 기술력은 중동시장에서 독보적인 경쟁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수출된 무기들의 성능개량 권한 확보·주도함으로써
30년 이상의 미래 수익원 창출하고 안보협력 기반 강화해야
K방산이 현재의 성공에 그치지 않고 지속 가능한 국가 전략산업으로 안착하기 위해서는 완제품 판매 단계를 넘어 무기체계의 전 수명주기를 관리하는 밸류체인 고도화가 필수다. 무기체계는 도입 후 수십 년간 운용되며, 기술 발전에 따라 지속적인 성능개량이 필요하다. 수출된 무기들의 성능개량 권한을 확보하고 이를 주도하는 것은 향후 30년 이상의 미래 수익원을 창출하는 일이다. 또한 전 세계에 보급된 한국산 무기체계의 성능개량과 후속지원을 한국이 지속적으로 주도할 경우, 수입국은 안정적인 정비·부품 공급과 최신 기술 업그레이드를 통해 전력 운용의 효율성과 지속성을 높일 수 있다. 이러한 협력은 한국과 수입국 간의 장기적인 안보협력 기반을 강화하고, 향후 개량형 장비와 차세대 무기체계 도입으로 자연스럽게 연계될 수 있다. 따라서 한국은 성능개량, MRO, 후속지원을 포함한 ‘K방산 밸류체인’을 구축해 상호 호혜적인 협력 관계를 확대해 나갈 필요가 있다.
결론적으로, 2026년의 K방산은 더 이상 ‘잘 파는 산업’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우방국의 안보를 책임지는 협력자로서 무기체계의 탄생부터 퇴역까지 전 과정을 함께하는 ‘K방산 밸류체인’으로 도약해야 한다. 성능개량과 MRO를 아우르는 수명주기 통합관리체계를 제공할 때 K방산은 진정한 의미의 ‘세계적 방산 강자’로서 전 세계 방산시장의 정점에 우뚝 설 수 있을 것이다. K방산의 날개는 이제 막 펴졌으며, 그 끝은 세계 4대 방산 강국이라는 명확한 목표를 향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