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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민간 첨단기술을 국방에 신속 적용하는 ‘스핀온‘ 전략 전면 도입해야
장원준 전북대 첨단방산학과 교수 2026년 05월호
오늘날 한국 방위산업은 1970년대 박정희 정부의 ‘자주국방’ 기조를 토대로 지난 50여 년간 지속적으로 추진된 기술 자립화 노력의 산물이다. 당시 단순 정비와 조립 중심에 머물렀던 방산 역량은 수십 년간의 정책적 투자와 산업 축적을 통해 체계종합 능력과 대량생산 기반을 확보하는 수준으로 발전했다. 현재 K방산은 빠른 납기, 가격경쟁력, 검증된 운용 성능을 바탕으로 글로벌시장에서 입지를 넓히며 유럽, 중동, 동남아 등 다양한 지역으로 수출을 확대하고 있다. 이는 단순한 산업 성장을 넘어 기술 자립을 향한 일관된 국가 전략과 산업 생태계 축적의 성과라 할 수 있다. 

최근 성과는 더욱 주목할 만하다. 지난해 기준 무기 수출 수주는 약 154억 달러를 기록했고, 2024년 기준 방산 매출은 30조 원을 돌파했으며, 올해 4월 기준 수주잔고는 120조 원을 넘어섰다. 특히 최근 중동 분쟁에서 한국형 중거리 지대공미사일 체계인 천궁-II가 높은 요격 성공률을 보이며 실전 성능을 입증한 것은 K방산의 기술력과 신뢰도를 동시에 높인 계기로 평가된다. 이러한 성과는 K방산이 ‘가성비’를 넘어 ‘실전으로 검증된 방산’으로 전환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그러나 이러한 성과가 미래 경쟁력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지금이 K방산의 구조적 취약성을 점검하고 체질 전환을 모색해야 할 시점이다. 

현재 한국 방산은 완제품 체계종합 능력에서는 강점을 보이지만, 이를 구성하는 핵심 소재·부품·기술에서는 여전히 해외 의존도가 높다. 첨단소재 수입 의존도는 79%를 상회하며, 항공기·함정 등 고부가가치 체계의 핵심 부품 국산화율도 40~60% 수준에 머물러 있다. 특히 첨단항공엔진 국산화율은 40% 미만에 불과해 향후 엔진 개발 주권 확보에 제약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반도체 등 핵심 소재·부품·기술의 높은 해외 의존도,
장시간·고비용 생산 중심의 전통적 무기획득 방식은 한계


더욱 심각한 문제는 핵심 기반기술 영역의 취약성이다. 특히 국방 반도체는 수입 의존도가 무려 99%에 달한다. 평시에는 외부 공급망 의존이 효율성의 문제일 수 있으나, 전시나 지정학적 위기 상황에서는 치명적 약점으로 작용할 수 있다. 

또한 AI 기반 무기체계 개발 역시 구조적 한계를 보이고 있다. 현재 다수의 AI 개발이 무기체계 사업과 분리된 채 추진되면서 실제 전력화로 이어지지 못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기업이 개발한 AI 기술이 소요군의 실증과 피드백을 통해 개선되는 프로세스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현장성’과 ‘실전성’을 확보하지 못하는 문제가 반복되고 있다.

무인체계 분야 역시 예외가 아니다. 소형 국방드론 산업은 모터, 배터리, 센서, 통신 모듈 등 핵심 부품의 국산화가 미흡해 저가의 중국산 부품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다. 이는 공급망 차단이나 기술 통제 상황에서 심각한 취약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또한 현재의 전통적 무기획득 방식은 고비용·장기간 생산 중심으로 설계돼 있어 전장에서 대량 소모되는 저비용 드론 전력을 충분히 확보하기 어려운 구조다. 최근 전장에서 확인되는 저비용 대량생산형 드론 운용 방식과 비교할 때 한국은 양산 기반 전력 확보 측면에서 여전히 구조적 한계를 안고 있다.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핵심 해법은 ‘스핀온(Spin-on)’ 전략의 전면 도입이다. 즉 민간에서 빠르게 발전하는 AI, 반도체, 우주, 로봇 등 첨단기술을 국방 분야에 신속히 적용하는 구조로의 전환이 시급하다. 현재 국방 연구개발(R&D)과 무기획득 체계는 여전히 10~15년이 소요되는 전통적 방식에 의존하고 있으며, 선 기술개발–후 체계개발이라는 단계적 선형 구조에 갇혀 있다. 그러나 AI, 소프트웨어, 드론 기술은 수개월 단위로 빠르게 진화하는 실정이다. 이러한 환경에서 기존 방식만으로는 기술 변화 속도를 따라가기 매우 어렵다.

특히 국방기술기획서에 포함된 10대 국방전략기술의 상당수가 민간 주도의 첨단기술임에도 이를 군 내부 중심으로 개발하려는 접근은 구조적 한계점을 내포한다. 이제는 ‘국방이 모든 것을 개발한다’는 기존 인식에서 벗어나 민간 첨단기술을 적극 활용해 신속히 무기 시제품을 개발하는 방향으로의 패러다임 전환이 필요하다. 

100%의 완벽한 성능이 아니라 80~85% 수준이라도 실제 야전에서 운용 가능한 시제품을 신속히 확보하는 것이 핵심이다. 이후 실전 운용을 통해 지속적으로 업그레이드하는 ‘진화형 전력’ 개념으로 전환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군의 요구성능 중심이 아니라 임무해결 중심 접근으로 전환하고, 단기간 내 시제품 개발–군 실증–소량 양산–지속적 성능개량으로 이어지는 ‘한국형 신속획득 체계’를 정착시켜야 한다.

시제품 개발 후 소량 양산과 후속 성능개량 상시화하고
국방 IP 제도 혁신, 방산 첨단기술 법제 마련도 필요  


또한 시제품 개발이 단발성으로 끝나지 않도록 소량 양산과 후속 성능개량 사업을 상시화할 필요가 있다. 특히 드론과 같은 소모성 전력은 기존의 고가·소량 생산 방식에서 벗어나 저비용 대량생산 체계를 시급히 구축해야 한다. 이는 미래 전장의 게임체인저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이 과정에서 국방 지식재산권(IP) 제도의 혁신도 중요하다. 기업이 개발한 기술에 대해 일정 수준의 소유권을 인정하고, 이를 기반으로 추가 투자와 성능개량, 글로벌시장 진출까지 이어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는 민간 기업의 참여를 촉진하고 방산 생태계의 혁신성을 높이는 핵심 조건이다.

아울러 이러한 구조 전환이 실질적으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제도뿐 아니라 ‘운영 문화’의 변화도 중요하다. 특히 방위사업을 수행하는 공무원에 대한 신뢰와 재량권 부여가 필요하다. 현재의 방위사업 체계는 감사와 책임 회피 중심 구조로 인해 의사결정이 상당히 보수적으로 이뤄지는 경향이 있다. 그 결과 ‘속도’가 핵심인 첨단기술 획득 과정에서 불필요한 지연과 이로 인한 기회비용이 발생하고 있다. 신속획득 체계를 안정적으로 작동시키기 위해서는 담당 공무원이 일정 범위 내에서 판단할 수 있도록 재량권을 확대하고, 사후 책임보다는 사전 면책 기준과 절차를 명확히 하는 방향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 

이와 함께 ‘국방첨단전략산업 육성 및 지원에 관한 법률(가칭)’과 같은 별도의 법적 기반 마련도 시급하다. 기존 「방위사업법」이 전통적 무기체계를 담당한다면, 첨단기술은 신속 도입·실증·업그레이드를 중심으로 하는 별도 트랙으로 운영돼야 한다. 미국의 신속획득법(OTA)과 신속획득사업(CSO), 이스라엘의 iHLS, 우크라이나의 Brave1 방식은 모두 민간 혁신기술을 빠르게 국방에 적용한 대표적 사례로 한국형 제도 설계에 중요한 참고가 될 수 있다.

K방산은 지난 50여 년간 전통적 무기획득 방식을 기반으로 성장해 왔다. 그러나 이러한 방식은 현대전의 요구와 점차 괴리가 확대되고 있다. AI 기반 실시간 분석, 소프트웨어의 신속한 업데이트, 드론과 로봇의 저비용 대량생산, 그리고 글로벌 공급망 제약이라는 새로운 전장 환경은 과거의 장기·고비용·선형적 개발 방식만으로는 대응하기 매우 어렵다. 

이제는 과거의 성공 방식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다. 원점으로 돌아가 법령, 제도, 획득방식, 조직, 인프라를 전면적으로 재설계해야 할 시점이다. 특히 미국, 우크라이나, 이스라엘, 튀르키예 등과 AI, 드론, 반도체, 로봇 분야의 기술 격차를 해소하기 위한 전략적 전환이 시급하다.

이제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시간의 문제다. 지금이 바로 K방산이 다음 단계로 도약할 수 있는 사실상 마지막 기회일 수 있다. 과감한 제도 혁신과 실행을 통해 미래 전장을 주도할 수 있는 새로운 방산 생태계 구축이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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