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내용으로 건더뛰기

KDI 경제교육·정보센터

ENG
  • 경제배움
  • Economic

    Information

    and Education

    Center

특집
의존할 수밖에 없는 중동산 원유와 재생에너지로 거리두기
오충현 동국대 융합환경과학과 교수 2026년 06월호
부존자원이 현저히 부족한 우리나라는 전체 에너지 소비량의 약 93~94%를 해외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특히 핵심 에너지원인 원유의 수입은 중동 지역에 대한 편중이 심하다. 우리나라의 중동산 원유 의존도는 2024년 기준 70~72% 수준에 달한다. 2016년 85%대였던 중동 의존도는 미국산 셰일오일 수입 확대 등 정부와 기업의 수입선 다변화 노력으로 2021년 50%대 후반까지 낮아졌다. 하지만 2022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발발로 러시아산 원유 수입이 제한되면서 다시 중동산 원유를 찾게 됐고, 현재 70%를 웃돌게 된 것이다. 반면 액화천연가스(LNG)의 경우 중동 리스크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편이다. 호주, 미국, 말레이시아 등으로 수입처를 성공적으로 다변화해 중동 의존도가 10여 년 전 약 49%에서 현재 약 20% 수준으로 크게 감소했다.
 

저렴한 중동산 중질유 정제하는 설비에 투자해 오면서
중동산 원유 의존도 구조적으로 높아진 한국

지정학적 불안에도 우리나라가 중동산 원유에 절대적으로 의존하는 이유는 주로 경제성과 산업 구조에 있다.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UAE), 쿠웨이트 등 중동의 주요 산유국들은 대규모 생산 능력을 바탕으로 장기 계약을 맺어 안정적인 물량을 공급하고 있다. 운송 거리가 다른 지역에 비해 비교적 가깝고 단가가 낮아 정유사 입장에서는 최적의 공급처다. 이런 이유로 국내 정유 공장들은 황 함유량이 높은 중동산 중질유(고유황원유)를 처리해 고부가가치 제품으로 정제하는 설비에 수십 년간 천문학적인 투자를 해왔다. 그래서 다른 지역의 가벼운 원유로 대체하면 오히려 생산 효율이 떨어진다.

중동산 원유 의존도가 높다 보니 호르무즈 해협이라는 지정학적 리스크가 크다. 우리나라가 수입하는 중동산 원유의 90% 이상이 이 해협을 통과한다.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미국·이스라엘–이란 전쟁 등 중동발 분쟁이 격화돼 해협이 봉쇄되거나 통행로가 위협받을 경우, 원유 수급에 즉각적인 차질이 생긴다. 이는 국내 유가 급등, 환율 상승, 수출 경쟁력 악화 및 인플레이션으로 이어져 국가경제 전반에 치명타를 입힌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정부와 업계는 아메리카, 아프리카 등 중동 이외의 지역에서 원유를 도입할 때 발생하는 운임·운송비 차액을 지원하는 등 탈중동 및 수입선 다변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또한 정부는 이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전략비축유를 확보하는 등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번에도 중동에서 전쟁이 발발했지만 과거에 비해 국민 생활과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다소 적은 것도 이런 노력의 결과다. 하지만 전략비축유는 전쟁이 길어지면 지속적인 대안이 될 수 없다. 전쟁이 빨리 끝나지 않으면 에너지 다소비 국가인 우리나라는 과거 1, 2차 오일쇼크 때보다 더 큰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에너지와 관련해 우리 경제와 국민 생활 전반에 걸친 대대적인 개혁이 필요하다. 현재 우리나라는 세계적으로 유례를 찾기 힘든 인구의 도시집중 현상을 겪고 있다. 전체 국민의 92% 이상이 도시에서 생활한다. 이런 현상은 도시 확산을 촉진하고, 그 결과 장거리 출퇴근으로 인한 교통에너지 사용 증가, 도시 열섬 등에 의한 냉난방 에너지 사용 증가 등 다양한 에너지 문제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도심에서 떨어진 곳에 만들어진 신도시는 자족도시가 되지 않는 한 에너지를 먹는 하마와 같다. 수도권을 비롯해 우리나라 곳곳에 만들어진 신도시들이 교통량을 최소화하는 자족도시가 될 수 있는지 심각한 고민이 필요한 때다.

아울러 중동산 원유 의존도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우리 국토에서 생산되는 다양한 재생에너지 사용을 활성화하는 정책이 필요하다. 국토가 좁고 산지가 많은 우리나라의 특성에 맞춰 태양광, 수력 및 소수력, 바이오에너지, 조력발전과 같은 해양에너지와 해상풍력 등 다양한 재생에너지 활성화가 필요하다. 하지만 정부 정책과 산업 현장의 상황을 고려하면 재생에너지 활성화와 관련된 몇 가지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

가장 먼저 고민할 문제는 전력망 부족과 출력제어 문제다. 일조량과 바람이 풍부한 호남지방과 제주에서는 현재 재생에너지가 대량으로 생산되지만 생산된 전기에너지를 수요처인 수도권 등 대도시로 보낼 송전망이 부족하다. 그 결과 이들 지역에서는 전력생산 과잉으로 태양광과 풍력발전소 가동을 강제로 멈추는 출력제어 사태가 발생하고 있다.

최근 수출기업에 100% 재생에너지를 사용하도록 하는 RE100 사업이 사실상 강제로 적용되고 있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재생에너지 사용률이 2024년 기준 약 10%에 그쳐 OECD 국가 가운데 최하위 수준이다. 기업에서 재생에너지를 구매해 사용하려 해도 발전단가와 전력망 이용료가 비싸 사용하지 못하고 있다. 재생에너지 생산을 위한 발전시설을 설치하는 데 필요한 복잡한 인허가와 주민 수용성 문제 역시 걸림돌이다. 이 과정에서 녹녹(綠綠)갈등이라 부르는 문제도 발생하는데, 이는 자연환경 보전과 발전설비 설치 의견이 충돌하면서 사회적 갈등으로 이어지는 경우를 말한다.

국가 주도로 전력망 재생에너지 인프라 투자 확대하고
특별법 제정해 ‘계획입지’ 방식의 정책 적극 시행해야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결국 국가 주도의 전력망 확충을 비롯해 대규모 에너지저장장치(ESS)와 같은 인프라 투자가 필요하다. 날씨에 따라 발전량이 들쭉날쭉한 재생에너지의 간헐성을 극복하기 위해 남는 전기를 저장해 두기 위함이다. 재생에너지 생산 활성화 등을 위한 특별법을 제정해 정부가 먼저 환경 영향과 생태계 훼손이 적은 입지를 발굴하고 주민 수용성을 확보한 뒤 사업자에게 일괄 분양하는 계획입지 방식의 정책을 적극적으로 시행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인허가 창구를 단일화해 시설 설치 소요 기간을 줄이는 획기적인 지원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또한 재생에너지 생산과 생태계가 상생할 수 있는 공간 활용 방안도 마련해야 한다. 산림이나 보존 가치가 높은 자연을 훼손하는 방식을 지양하고, 농업 생산성을 유지하면서 전력을 생산할 수 있는 영농형 태양광 시설 개발과 고속도로 상부, 철도 유휴부지, 산업단지 지붕 등 훼손 우려가 없는 공간을 최대한 활용하도록 하는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

현대사회에서 에너지는 상품이지만 무기가 되기도 하고, 정부가 개인의 자유를 제한할 수 있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이번 중동전쟁은 우리 경제와 생활 전반에 영향을 주는 중동산 원유의 존재를 다시 한번 인식시키는 기회가 됐다. 그동안 우리는 여러 차례 중동산 원유의 위협을 경험했으며 앞으로도 중동발 공급망 문제는 개선되기보다는 반복될 수 있는 위험이 큰 것이 현실이다. 이런 문제 속에서 지정학적으로 종속된 우리나라의 에너지 문제를 다시 한번 되돌아보고 그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적극적인 방안을 마련하는 것은 이제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에너지 문제 해결을 위한 전 국민의 지혜와 실천이 필요하다. 
보기 과월호 보기
나라경제 인기 콘텐츠 많이 본 자료
확대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