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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선진국의 고령사회 대처 사례
임춘식(한남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2006년 06월호
급속한 저출산 · 고령화로 인해 선진 각국이 몸살을 앓고 있다. 평균 수명이 가파르게 높아지고 출산율마저 계속 떨어지고 있어 이에 따른 폐해를 극복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선진국들은 고령화 사회에서 고령 사회로 진입하는 데 거의 1세기가 걸려 이에 대한 대응전략을 마련해 왔지만, 여전히 저출산 · 고령화는 미래를 어둡게 만들고 있다. 무엇보다도 잠재성장률을 크게 떨어뜨려 경제는 활력을 잃고, 노동 감소분을 보전할 만한 축적 자본이 충분하지 않기 때문에 절체절명의 위기에 빠져 있는 국가도 속출하고 있다. 고령 사회가 미래를 결정짓는 가장 큰 변수가 되고 있는 것이다.

미국·독일·프랑스·영국·스위스·스웨덴·일본 등 대부분의 선진 국가들은 20세기 전반부터 가족지원정책을 도입했음에도 불구하고 이제는 저출산 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따라서 출산 및 육아 지원책을 우선으로 채택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노령화 문제도 심각해져 연금개혁과 사회안전망 구축 등이 현안으로 등장하며 적지 않은 진통을 겪고 있다. 하물며 아직은 개발이 진행 중인 중국마저 “젊어지기도 전에 늙어 간다”고 말할 정도로 이상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반면, 고령화 진전은 경제의 위협요인이지만 동시에 고령자가 새로운 수요층으로 등장하는 실버산업의 확대 및 육성 기회도 줄 수 있다는 긍정적인 측면도 가지고 있다.

여기에서는 고령화로 인한 재난적 상황을 걱정해 온 선진 각국은 어떤 대책을 시행하고 있는지를 살펴본다.


미국 : ‘연령차별금지법’으로 유연성 제고

미국은 제2차 세계대전 후에 베이비붐이 발생하였고 이후 출생률이 저하되었으나 베이비붐 세대가 결혼 적령기를 맞은 1975년 전후에 다시 제2차 베이비붐현상이 발생했다. 1차 베이비붐 세대에 의해 2000년부터 2010년에 걸쳐 55~64세 층이 급격히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는 반면 35~44세 층은 감소할 전망이어서 65세 인구의 비율은 2010년 이후 급속히 높아질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부시 대통령은 근로자들이 내는 연금 가운데 일정 부분을 개인연금계좌로 돌려 개인이 자체 판단하에 주식이나 채권 등에 투자할 수 있도록 하자는 사회보장제 개혁안을 내놓고 이로 인해 몸살을 앓고 있다. 이 안은 개인에게 ‘맞춤 투자’ 기회를 주자는 차원이라기보다는 국가가 더 이상 전 국민의 노후를 보장할 수 없다는 절망감에서 비롯된 게 사실이다. 때문에 고령층 은퇴문제에 대한 부시 대통령의 사회정책 대처 능력에 불안해하는 국민이 많다.

1960년대에는 5명이 내는 세금으로 1명의 퇴직자가 연금을 받았지만 현재는 3명, 2075년엔 2명의 세금으로 퇴직자 1명을 부양해야 할 것으로 예상된다는 게 부시 행정부의 우려다. 그러니 미국인들은 사회보장을 믿을 수 없고, 그렇다고 개인연금이 더 잘될 것이라는 확신도 없는 딜레마에 빠져 있다. 이미 1950년대에 친고령화적 신산업이 등장할 정도로 고령화 추세에 가장 빨리 대응한 국가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 미국마저도 가속화되고 있는 고령사회에 허둥지둥하고 있는 셈이다.

그 예로 고령자 고용형태는 더욱 불안해져 고령자의 취업률은 높아졌으나 풀타임보다는 파트타임으로 고용되는 비율이 많아 기업이 고령인력을 단기간으로만 활용하고 있는 추세에 있다. 그래서 미국은 고용에 관한 ‘연령차별금지법’(1967)을 제정, 연령을 이유로 한 고용차별을 금지하여 노동시장의 유연성을 높혔다.

그러나 연령차별금지법은 적극적인 의미에서 고용 창출을 의도하기보다는 기업 채용 및 인사 관행 시에 연령에 의한 차별을 억제하는 소극적인 장치로 작용되고 있다. 그 밖에 미 전지역에 무려 2만여개의 실버타운, 7천여개의 노인전문병원, 1만7천여개의 양로원을 갖추고 있지만 노인들을 보살펴야 하는 문제와 힘겨운 싸움을 하고 있다.

일본 : 정년연장·계속고용 기업에 보조금 혜택

일본은 고령화 속도가 다른 국가에 비해 매우 빠른 편으로 고령사회로 진입하는 데 겨우 20년밖에 걸리지 않았다. 2006년 초를 기준으로 65세 이상 노인 인구가 전체 인구의 20%를 넘긴 상황이다.

저출산 · 고령 사회의 일본은 미혼·만혼·결혼기피·이혼으로 인한 저출산과 장수로 인한 고령화가 상승효과를 보이면서 매우 빠른 속도로 이미 초고령사회로 진입했다. 이로 인해 연금·의료·개호(介護)의 공적보험제도와 사회복지 등의 사회보장정책을 대폭 물갈이시켰으며, 재정 면에서 경제 침체, 연금 파탄, 사회보장비용 증가 등의 부정적 결과를 가져왔다.

국민연금 수급 연령을 65세로 늦추고 회사원 및 부인을 대상으로 한 후생연금 보험료율을 연 수입의 13.58%에서 단계적으로 인상, 2017년 이후에는 18.3%까지 끌어올리기로 했다. 자영업자와 주부, 학생 등이 가입하는 국민연금 보험료도 월 1만3,300엔에서 매년 인상, 2017년 이후 1만6,900엔으로 올리고, 후생연금 수령액을 현역 세대 수입의 59.3%에서 2023년까지 50.2%로 낮추기로 했다.

65세까지 단계적으로 고용을 연장할 의무가 올해부터 기업에 부과되었고, 정년을 연장하거나 계속 고용하는 기업에는 보조금 혜택이 주어진다.

중고령자의 취업의욕을 높이고 청년시절 업무와 계속 고용 시의 업무와의 연계성을 확보, 재고용 또는 계속 고용이 가능한 업무의 선정 및 개발 필요, 종업원 능력개발, 재고용 시의 보상처우 기준 마련 등이 일본기업의 주요 과제로 등장하고 있다.

그 예로 ‘토요타 자동차’는 은퇴한 근로자를 재취업하도록 유도하여 현장에서 일할 수 있는 풍토를 조성하여 인력난에 대응하고 있다. 이 회사는 2005년에는 60세 이상 기능직 사원 약 3,500여명을 정년 이후 재고용하였고, 고령자 재고용제도 이외에 선택적 재취업 제도도 병행하여 운영하고 있다.

그 밖에도 고령화 속도를 줄이기 위해 암·치매 등 고령 질환을 전문으로 연구하는 국립장수의료센터를 최근에 개원하였으며, 민간 기업이 실버산업에 참여할 수 있도록 사업자금 저리 융자, 세금 감면 등의 지원책을 시행하고 있다.


영국 : 재가 노인 대상의 원스톱 서비스 운영

일찍이 산업화를 경험한 영국도 출산율 저하와 수명 연장으로 심각한 고령화 후유증을 앓고 있다. 영국의 50세 이상 인구는 2005년 약 1,900만명으로 전체 인구의 40%를 차지하고 있다.

고령화는 연금 지출 확대, 의료복지비 추가, 근로인력 부족으로 이어져 심각한 성장동력 저하를 초래하고 있으며, 2040년에는 청년 2명이 노인 1명을 부양하는 상황에 처할 전망이다. 이에 따라 영국정부는 출산휴가 확대, 연금제도 개혁, 정년제 폐지, 사회안전망 구축 등 다방면에서 대책을 마련했다.

최근에는 근로인력의 부담 증가를 해소하기 위해 연금적립액을 상향 조정하고 조기 퇴직자의 연금수령액을 삭감하는 방안과 아울러 정년 이후까지 일하는 근로자에게 큰 폭의 인센티브를 주는 방안도 나왔다. 추가로 노동시장을 개방하여 숙련된 노동자 이민을 지속적으로 받아들이고 있으며, 공백 분야에 자격을 갖춘 해외 젊은 인력을 수혈, 성장동력 저하를 최대한 지연시키고 있다.

영국은 연령차별이나 고령자의 취업촉진정책 등의 면에서 전반적으로 유럽의 여타 국가보다 정책적 대응이 뒤늦은 편이지만 최근 연령차별금지에 관한 법률을 2006년 하반기에 제정키로 합의하였다.

영국 기업의 고령인력 활용 사례 중에는 ‘고령 간호사 활용’이 있다. 고령 환자들을 대상으로 재가방문 간호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에서 중고령 간호사를 채용하여 인력부족 문제를 해소하고 있다.

고령 환자 간호서비스는 청년 근로자의 선호도가 낮다. 따라서 고령 기혼여성 근로자를 파트타임으로 활용하고 있으며 남성 근로자도 여기에 참여하고 있다. 국영 의료 서비스 분야에서 안정적인 직업을 갖고자 하는 고령 근로자들이 선호하고 있기 때문이다. 공식적인 퇴직연령을 정하지 않고 연금지급 연령을 참고로 하여 근로자가 희망하는 경우 정상 근무에 문제가 없다면 계속 고용될 수 있다.

또 다른 사례로 영국은 이미 다른 국가에 비해 홈헬퍼 서비스가 빠르게 정착되어 노후 생활의 자립 및 안전을 위한 재가노인 대상 One-Stop 서비스가 체계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특히 노인들의 편의에 맞게 설계된 주택을 임차 또는 구매하여 생활하도록 한 ‘노인보호주택(Sheltered Housing) 제도’는 눈여겨 볼 만하다. 이 주택은 전문가나 관리인에 의해 경보서비스·세탁·공동시설·사교활동 등의 서비스가 제공되는데, 서비스 이용료는 주택수당 또는 연금으로 일부 비용을 납부할 수 있다. 특히 주택 소유자 또는 임차인은 노인 자립에 필요한 시설을 설치·개보수할 경우 지원금 요청도 가능하며, 60세 이상에게는 난방비도 보조해 주고 있다.


앞에서 살펴 본 바와 같이 선진국들은 저출산 ·고령화에 대응한 종합적인 대책을 나름대로 세워 왔다. 그러나 빠른 속도로 고령화가 진행되고 있어 경제 및 사회 지속 가능성에 심각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경제성장의 신화는 점점 붕괴되고 노인부양 부담이 폭발적으로 늘어나 국가재정을 압박하고 있다. 기업의 평생직장 보장과 가족의 노인부양이라는 기존의 노후대책의 두 기둥이 무너진 상태에서 늘어난 수명에 대한 준비가 부족한 개인은 심한 재정적·심리적 고통을 겪고 있다.

저출산으로 인해 심화된 남녀 성비 불균형이 사회적인 불안감을 증폭시키고 있고, 고령화에 대한 대책을 요구하는 고령자들과 이에 대한 부담을 지게 되는 생산 연령층 간의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때문에 모든 세대가 사회적·경제적·심리적 부담을 느끼면서 미래에 대한 불안에 둘러싸여 하루하루 살아야 할지도 모른다며 걱정하고 있다.

이러한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서 이미 선진국에서는 건강한 고령자들을 위해 정년연장이나 재고용 보장은 물론 연령차별금지법을 제정했다. 나아가 와병 노인을 위한 요양 보호 그리고 재가복지 서비스의 정착화로 고령 사회의 여러 문제를 해결해 나가고 있다.

결국, 선진국에서도 연금과 보건·의료 면에서 가중되고 있는 사회·가족 및 개인의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고령화를 단절적인 인생의 주기로 보지 않고 생애 주기적 관점으로 유아기 때부터 노령기에 이르기까지 총체적으로 고령화에 대응하는 정책을 채택해 나가고 있다. 또한 과거와는 달리 차세대의 노인부양 부담을 경감하고, 특히 국가와 개인 그리고 공적·사적 영역 간의 연계를 강화하여 사회적 비용을 줄이며, 상대적으로 경제적 안정을 누리고 있는 노인들이 스스로 생활하는 데 필요한 비용을 충당하게 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전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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