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최근 5개년 평균 곡물 수요량은 1,950만톤 수준이다. 이 중에서 국내 생산량은 520만톤에 불과해 나머지 1,430만톤은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연간 평균적으로 밀은 350만톤, 옥수수는 850만톤, 콩은 120만톤씩 수입되고 있다. 최근 들어 국내 생산은 줄어드는 대신 수입량은 더 늘어나는 추세에 있다.
쌀 생산마저 급감하는데 올해는 태풍까지
사료용을 포함한 우리나라 2011년 전체 곡물자급률은 22.6%. 주요 곡물인 옥수수와 밀의 자급률은 각각 0.8%, 1.1%로 사실상 국내자급 기반이 상실됐고 콩 역시 자급률이 6.4%로 일부 식용을 제외하면 거의 대부분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쌀 자급률이 2010년 104.6%에서 2011년에는 83.0%로 급격히 감소함에 따라 이 또한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 2009년 생산량이 492만톤에 이르렀으나 2010년 430만톤, 2011년 422만톤으로 2010년 이후 2년 연속 생산량이 감소했고 올해도 태풍피해 가능성이 커지고 있어 생산량이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그동안 국내 곡물자급률을 어느 정도 지탱했던 쌀 생산마저 줄어든다면 우리나라 전체 곡물자급률은 더욱 하락할 가능성이 높다.
최근 주요 곡물생산국의 고온현상과 가뭄으로 곡물의 선물가격이 상승하고 있다. 2012년 9월 4일 콩 선물가격이 톤당 651달러, 2012년 8월 21일 옥수수 선물가격이 톤당 327달러로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밀 선물가격도 주요 밀 수출국에서 고온현상이 지속돼 9월 현재 톤당 320달러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이러한 국제 곡물가격 상승은 올해 말과 내년 상반기 국내가격 상승으로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국제 곡물가격 변동은 수입곡물 관련 상품의 국내가격에 4∼7개월 정도의 시차를 두고 반영된다. 곡물수출 업체와의 곡물거래가 이뤄진 후 선적물량준비, 용선준비, 수량 및 품질 검사 등의 선적준비, 수출항에서 국내까지 운송, 국내 도착 이후의 하역, 통관 작업 그리고 국내 제조업체에서 가공 후 판매되기까지는 일정 기간이 필요하다. 국제 곡물가격은 환율, 운송기간 등의 영향으로 국내 수입가격에 영향을 미치고 수입가격 또한 가공 및 유통과정을 거치면서 가공제품 가격에 영향을 미친다. 최근 급등한 국제 곡물가격과 시차를 감안할 때 2012년 말과 2013년 상반기에 밀가루는 2012년 2분기보다 30.7%, 전분은 16.3%, 식물성 유지는 11.4%, 사료는 10.2% 가격 상승요인이 있다. 수입 곡물가격의 변동성 확대에 따라 국내 곡물관련 농축산업, 식품 가공산업에 가격위험이 확대되고 생산원가의 불확실성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에 따라 세계적인 이상기후 등 공급 불안요인과 곡물가격 변동성 확대에 대비해 향후 발생 가능한 위험을 줄이기 위한 대안을 모색해야 한다. 현재 국제 곡물가격이 상승 추세에 있으며 그 주기가 짧아지는 것을 고려할 때 단기 및 중·장기 대책을 체계적으로 준비할 필요가 있다.
농지 유지보존하고 경지이용률 높이는 게 관건
우리나라는 곡물의 수입의존도가 높고 수입대체 가능성이 낮은 점을 고려해 식량안보 차원에서 생산성 증대를 위한 농지의 유지보존 및 경지이용도 제고를 통한 국내 곡물자급률을 높이는 노력이 필요하다. 우리나라 농경지는 고도경제성장에 따른 도시화와 산업화 진전으로 타용도로 많이 전환됐다. 농경지 면적이 1970년 230만ha이었으나 2011년에는 170만ha로 줄어들었고, 경지이용률은 1970년 142%에서 2006년 102%까지 하락했다가 2011년 110% 수준으로 약간 회복했다. 그러나 협소한 경지면적이나 낮은 경지이용률은 곡물생산을 단기간에 증대하기 어렵다. 따라서 세계 곡물시장의 불안정 속에서 곡물공급을 늘리는 단기적인 방안은 곡물 수입선 및 거래방법을 다원화해 곡물을 최대한 확보하는 것이다. 중장기적으로는 자급하고 있는 쌀은 현재 생산기반을 유지하면서 유사시 생산을 확대할 수 있는 상시 체계를 갖추고, 수입곡물을 대체할 수 있는 국산밀, 사료작물 및 국산콩 증산을 통해 수급불안에 대비하는 것이다. 2015년 목표로 설정한 밀 자급률 10%를 달성할 수 있도록 정책적 지원과 수요 확대사업을 추진하고 대부분 수입에 의존하는 옥수수는 기술개발을 통한 품종의 확대·보급 등 국내 자급률 제고를 위한 정책이 요구된다. 국내콩 자급률을 높이기 위해선 논콩 재배확대를 위한 정책이 지속적으로 추진될 필요가 있다.
최근 세계 곡물수급 여건이 악화되고 가격이 급등하면서 곡물의 안정적 공급에 대한 소비자의 우려가 확산됐다. 세계 곡물시장의 불안정 속에서 곡물의 국내 생산 및 공급을 확대하기 위해 우량농지의 유지보존과 경지이용률을 높이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먼저 생산자의 수익성이 보장돼야 한다. 생산비 절감, 적정가격 및 판로 보장 등을 통해 생산을 늘리는 정책적 대안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와 함께 곡물자급률 제고를 위해 정부, 생산자, 소비자, 관련업체 등 주체별 역할을 구체화하고 국민적 공감대 형성 등 범국가적 노력이 절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