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5월 그리스에 대해 EU와 IMF가 구제금융 지원을 결정한 지 4년의 시간이 흘렀다. 그동안 아일랜드·포르투갈·스페인·키프로스 등이 이른바 트로이카(EU·ECB· IMF)로부터 구제금융 지원을 받으면서 EU경제가 위기를 맞았었다. 그러나 최근 유로존(유럽연합의 단일화폐 유로를 사용하는 국가를 일컫는 말)과 EU는 뚜렷하게 경기회복세로 돌아서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2012년에는 EU 28개국 중 13개국이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했으나 2013년 2분기부터 경기 흐름이 전환되면서 2013년에는 마이너스 성장률을 기록한 나라가 10개국으로 줄고 전반적으로 성장률이 개선됐다.
2015년 경기회복세 더욱 강화 … 2.0% 성장률 예상
2013년부터 경기가 회복세로 전환한 것은 수출이 지속적으로 호조세를 보인 데다 민간소비와 투자가 증가세로 전환한 데 따른 것이다. EU 수출은 2010년 이래 유럽경제를 지탱하는 중요한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2013년엔 유로화가 강세로 전환됐음에도 불구하고 노동비용 절감과 미국을 중심으로 하는 세계경제의 개선 추세에 힘입어 지속적으로 호조를 보였다. 민간소비는 전년도의 마이너스 성장에서 벗어났는데, 특히 스페인·포르투갈 등 재정취약국에서 수년간 이어졌던 소비급락세가 멈췄다는 점이 주목된다. 민간설비투자의 경우 2008년 이래 급락하면서 EU 성장률 하락의 주요인으로 작용한 바 있으나 최근 불확실성 완화와 자금조달 조건의 개선 등에 힘입어 지난해 2분기 이래 플러스 성장세로 돌아섰다.
EU의 경기회복 기조는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EU 집행위원회는 2014년 키프로스와 크로아티아를 제외한 모든 EU 국가가 플러스 성장률을 기록하면서 유로존은 1.2%, 그리고 EU는 1.6%의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2015년에는 경기회복세가 더욱 강화되면서 유로존과 EU가 각각 1.7%와 2.0%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향후 세계경제의 전반적 개선에 따라 EU의 역외 수출은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보이나 내수 개선에 따른 수입수요 증가로 순수출의 성장기여도는 축소될 것으로 전망된다. 소비회복세는 소비자 심리지수가 긍정적으로 나타나고 있음을 감안할 때 고용과 가처분소득의 미미한 증가에도 불구하고 완만한 상승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민간투자도 내수가 증가하고 불확실성이 더욱 해소되면서 증가할 것으로 기대된다.
EU 자본시장은 그리스의 유로존 탈퇴 논란이 한창이던 2012년 상반기에 불안이 최고조에 달했으나 유럽중앙은행(ECB)이 전향적인 통화정책 방향으로 선회한 2012년 하반기 이래 근 2년간 안정세를 유지하면서 남유럽과 북유럽 국가 간 국채수익률 격차가 상당부분 해소되고 있다(<그림> 참조). 이러한 시장 여건 개선에 힘입어 아일랜드·포르투갈·스페인 등은 더 이상 구제금융 지원을 받지 않고 2012~2013년 중 자체적으로 국채발행에 성공했으며, 2014년 4월 그리스도 5년 만기 국채발행에 성공했다. 그러나 실물과 금융 양 부문에서 EU경제가 전반적으로 개선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국가별로 볼 때 편차가 크며, 불확실성이 완전히 사라진 것으로 보기도 어렵다.
재정취약국의 부실대출 비중 증가는 내수회복 걸림돌
국가별로 볼 때 영국·독일 등은 견조한 성장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되나 프랑스·이탈리아·스페인 등은 내수회복이 쉽지 않은 가운데 경기회복 속도가 더딜 것으로 전망된다. 유로존 외부에 있는 영국은 적극적인 통화정책과 노동시장 개혁 등에 힘입어 EU국가 가운데 가장 높은 성장률을 기록하고 있다. 독일은 2010년과 2011년 4%에 육박하는 높은 성장률을 기록한 후 지난 2년간 잠시 주춤했으나 최근 다시 내수와 수출 양 부문에서 뚜렷하게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프랑스는 높은 조세부담률과 경직적인 노동시장 등 구조적 문제가 상존하는 가운데 정부정책에 대한 신뢰가 낮아 소비자심리 침체가 지속되고 있다. 재정취약국의 경우 노동비용 하락에 힘입어 수출이 개선되고 있으나 높은 실업률과 긴축재정의 지속으로 인해 내수가 당분간 부진을 면치 못하며 경기회kr복도 늦을 것으로 전망된다.
재정취약국은 그동안 긴축재정을 실시하면서 재정적자 폭을 줄이고 있으나 여전히 재정적자를 기록하며 국가채무가 계속 늘어나고 있어 축소시기로의 진입은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관측된다. 지속적인 긴축재정은 내수 위축을 가져올 뿐만 아니라 이른바 ‘긴축 피로’를 불러일으켜 정치적 위기를 초래할 수도 있다. 최근 실시된 유럽의회 선거에서 극우파와 극좌파가 약진한 것은 긴축정책에 대한 일반 대중의 피로감을 드러낸 것이라 볼 수 있다. 재정취약국의 내수 위축이 디플레이션 우려를 불러일으키고 있는 것도 주목해야 한다. 2014년 4월 그리스·키프로스·슬로바키아·포르투갈 등 4개국은 마이너스, 그리고 스페인·아일랜드·이탈리아는 0.3~0.5%의 낮은 물가상승률을 기록했다. 올해 5월 ECB가 정책금리를 0.15%로 인하하고 시중은행의 하루짜리 ECB 예금금리를 마이너스 0.1%로 정한 것은 이러한 디플레이션 우려를 반영한 것이다.
마지막으로 EU경제의 리스크 요인 중 가장 주목해야 할 것은 금융건전성 문제다. 재정취약국에서 총대출 중 부실대출 비중은 2008년 이래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최근 포르투갈 은행의 부실 문제가 국제금융시장의 일시적 불안을 초래한 것에서 볼 수 있듯 부실채권 증가로 인한 은행 파산은 국제적으로 유로존 리스크를 부각시켜 우리나라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또한 부실채권 증가는 대출규모를 줄이고 이자율을 높임으로써 EU 내수회복의 중요한 장애요인으로 작용하게 될 것이다.
ECB가 실시하는 은행 스트레스테스트에 따른 자본확충 규모에도 주목해야 한다. 올 11월 단일감독기구 출범에 앞서 ECB가 EU 역내 은행에 대해 실시하는 자산실사와 스트레스테스트 결과 자본확충 의무를 부과받게 되는 은행들은 6개월 내지 9개월 기간 동안 자발적인 자본확충을 해야 하며, 이에 실패하는 경우 강제적인 자본확충과 구조조정의 대상이 된다. 자본확충 규모에 대해서는 추정기관별로 상당한 편차가 존재하나 경우에 따라서는 국제금융시장에 충격을 줄 수도 있을 것이다. 물론 이 경우에도 ECB가 적극적인 자산매입 등 대응조치를 하게 되면 충격은 상당히 완화될 수 있다는 것이 일반적 시각이나 만일의 경우에 대비해 EU 은행시장의 변화를 예의주시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