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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아베노믹스, 세 번째 화살을 쏘다
김규판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일본팀장 2014년 08월호

아베노믹스는 ‘2년 이내, 2% 물가상승률 달성을 통한 디플레이션 탈피’와 ‘집권기간 내 3% 명목 경제성장률 달성’을 목표로 내걸고 2012년 12월 아베내각의 출범과 함께 시작됐다. 잘 알려진 것처럼 아베노믹스는 양적완화, 재정확대, 성장전략이라는 3개의 ‘화살’로 구성돼 있는데, 지난 6월 지난해 발표한 성장전략의 개정판을 발표함으로써 세 번째 화살의 ‘결정판’을 쏘게 된 셈이다.

 

양적완화, 기대 인플레이션과 주가 끌어올리는 데 성공


지난해 1년 동안 엔·달러 환율을 80엔대에서 100엔대로 끌어내리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한 일본의 양적완화는 장기국채 등 자산매입 방식으로 본원통화를 연간 60~70조엔, 2013년의 경우는 전년에 비해 2배 이상 늘렸다. 이는 아베내각이 강조했던 것처럼 2011년만 하더라도 마이너스권에서 맴돌던 시장(market)의 기대 인플레이션율을 2%대 중반으로 끌어올렸다는 점에서 과거와는 질적으로 다른 것이라 할 수 있다. 인플레이션에 대한 기대심리가 확산되면서 소비자물가 상승률 역시 지난해 6월부터는 플러스대로 전환됐고 지난 4월엔 소비세율 인상과 겹쳐 3% 중반대로 상승했다. 일본경제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질곡처럼 인식했던 엔고와 디플레이션에서 드디어 벗어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특히 아베노믹스의 양적완화 효과는 주가지수에 그대로 반영되고 있다. 도쿄 증권시장에서는 이미 2012년 말부터 양적완화가 초래할 엔화약세를 예상한 외국인투자자의 일본주식 매수가 쇄도하기 시작했다. 지난해에는 무려 15조엔에 가까운 외국인투자자 순매수에 힙입어 닛케이 225 지수는 연초 11,000대에서 연말에는 16,000대로 급등했다. 올해 들어서도 초반엔 외국인 순매도가 나타나기도 했지만 순매수 기조에 힘입어 15,000대를 유지하고 있다. 해석에 주의가 필요하지만 4월 소비세 인상을 감안하면 1분기 GDP 갭이 0.6%로 약 6년 만에 플러스로 전환됐다는 점은 일본경제가 과잉공급 상태에서 벗어날 징조가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렇지만 아베노믹스에 대한 일본 국내외의 긍정적 평가에도 불구하고 실물 부문에서는 아직 가시적 성과가 나타나지 않고 있다. 지난해 엔·달러 환율과 유사했던 2010년을 100으로 볼 때, 지난 1년간 일본의 수출수량지수는 90.2에 불과하며 올해 들어서도 아직 그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설비투자가 위축됨에 따라 일본 기업이 경쟁력을 갖고 있는 자본재 수출이 고전하고 있는 것이 가장 큰 이유로 보이지만 전기·전자 분야를 중심으로 경쟁력이 하락한 일본 제조업이 엔화약세 효과를 누리지 못하고 있는 점도 무시할 수 없을 것 같다.


일본 내 양적완화론자들의 주장대로 일본은행의 양적완화만으로도 기업 수익성이 개선되고 기업들이 이를 바탕으로 설비투자를 확대하고 임금을 인상하면 소비도 증가하고 물가도 상승하는 선순환구조가 정착될 것이나, 당장 기업들의 설비투자와 임금수준을 보면 양적완화의 파급효과가 실물 부문으로까지 확산됐다고 할 수는 없을 것 같다. 최근 20여년 동안 일본의 국내 설비투자 실적을 보면 1997년 78조3천억엔을 정점으로 감소하고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를 경험한 2009년에는 62조4천억엔으로까지 급감했으며 아베노믹스를 본격화한 2013년에는 오히려 전년보다 1.6% 감소한 64조7천억엔을 기록했다. 동일본대지진 이전인 2010년 5조엔을 밑돌았던 일본 기업의 해외직접투자가 2011년, 2012년에는 10조엔 수준으로 급증했고 2013년에는 13조엔까지 증가했던 것과는 매우 대조적이다. 임금 쪽을 살펴봐도 지난해 일본 정부와 경제단체연합회가 기업의 임금인상을 독려하고 언론들은 임금인상 사례를 적극 홍보했지만, 실제 지난해 상용근로자의 월 기본급여액은 전년보다 0.7% 감소한 29만5,700엔에 그쳤다. 기업들이 기본급여보다는 성과급 인상으로 대응하고 있어 소비진작으로 연결될지는 미지수라는 것이다.


재정건전화와 역행하는 아베노믹스, 실물 부문 파급효과는 미온적


아베노믹스가 실물 부문에서 효과를 내고 잠재성장률을 제고하기 위해선 성장전략이 중요하다. 그 내용을 보면 외국인직접투자 유치 확대와 국내 민간투자 활성화, 여성의 노동참여 확대와 노동시장 유연화, 규제개혁, TPP(Trans-Pacific Partnership,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의 줄임말로 아시아·태평양 지역 경제의 통합을 목표로 진행 중인 다자간 자유무역협정) 등 메가 FTA 추진이 눈에 띈다. 지난 1년 동안 국가전략특구를 여섯 곳 지정한 것이나 기업 단위로 규제완화를 허용해 주는 기업실증특례제도를 도입한 것, 그리고 일반의약품의 인터넷 판매를 허용한 것은 큰 성과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성장전략이 2011년 동일본대지진과 후쿠시마 원전사고를 계기로 더욱 확대된 일본 기업의 해외이전에 제동을 걸고 외국인직접투자 유치를 획기적으로 늘려 일본의 입지경쟁력을 강화하고 궁극적으로 잠재성장률을 확충하기에는 아직 갈 길이 멀어 보인다. 성장전략이 2015년까지 연간 70조엔을 목표로 내건 점을 감안하면, 현재 논의가 진행 중인 법인세 인하나 노동시장 유연화, 여성노동력 활용도 제고와 같은 조치가 절실할 것으로 보인다. 더 긴 안목에서는 저출산·고령화와 인구감소 문제에 대응할 수 있도록 이민정책을 전면 수정해 외국노동력을 대폭 수용하는 방안과 현재 고착상태에 빠져 있는 TPP 협상을 조기 타결해 대외개방을 서두르는 방안도 중요하다 할 것이다.


OECD와 IMF는 2014년 일본의 실질 경제성장률을 1.2~1.3%로 전망하고 있다. 일본 내각부는 이보다 약간 높은 1.4%로 예상하고 있다. 지난해 성장률이 1.5%였음을 감안하면 아베노믹스의 효과가 소진되고 있는 것처럼 여겨진다. 올해 일본의 경제성장률이 둔화될 것으로 전망하는 데는 지난 4월 단행된 소비세 인상이 일시적이긴 하나 경기냉각을 초래할 것이라는 지난 1997년의 경험이 자리잡고 있다.


무엇보다 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이 230%를 넘는 ‘위기’ 상황에서 재정확대를 꾀하겠다는 아베노믹스의 두 번째 화살은 국내 기관투자자들의 국채 소화에 자신이 있다는 ‘믿음’에서 비롯되고 있지만 재정건전화와 역행하는 모순을 안고 있다. 일본 정부가 근본적인 재정건전화 시책을 실행에 옮기지 않는 한, 내년에는 소비세를 예정대로 10%로 인상해야 한다. 다시 말해 아베노믹스는 세 번째 화살을 강조하고 있지만 실은 두 번째 화살이 그 효과를 반감시키고 있다. 아베노믹스가 진정으로 성공하느냐 여부는 재정건전화 문제에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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