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최근 유망 서비스산업 육성 중심의 투자활성화 대책을 발표하고, 적극적으로 서비스산업 육성의지를 밝혔다. 바람직한 일이다. 정부가 서비스산업 육성의지를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00년대 초부터 매우 여러 차례 강조했지만 서비스산업 발전은 매우 더디게 진행됐다. 공공성과 산업성을 동시에 가진 서비스업 영역에서 이해관계가 대립되고 있는 것이 원인처럼 보이지만, 근본 원인은 보다 깊은 곳에 있다고 생각된다.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Trans-Pacific Partnership), 서비스자유무역협정(TISA; Trade in Services Agreement)과 같은 광범위 다자간 협정에의 참여가 늦는 원인도 보다 깊은 곳에 있을 것이다. 짧게는 제조업에서의 성공신화가 경제사회를 지배하는 우리 사회의 경로의존성이 원인이라 할 수 있고, 멀리 보면 조선 건국까지 거슬러 올라가 수백년간의 억상정책이 원인이라 할 수 있다. 왕권을 강화하기 위해 취한 조치 중의 하나였지만, 상업을 억제한 문화는 서비스 정신과 서비스 철학의 발전에 많은 장애가 됐다. 수십년 또는 수백년간의 서비스 경시 문화가 하루아침에 개선될 수는 없는 일이지만, 우리 민족은 신명이 있으므로 온 국민이 힘을 모아 신명나게 서비스산업 육성에 동참한다면 머지않은 장래에 서비스강국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 것이다. 충만한 희망을 가지고 이번에는 반드시 서비스산업 육성에 성공하기 위한 방안을 제안한다.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ㆍ‘서비스인재양성법’ 등 법제도 마련부터
가장 우선적으로 서비스산업에 대한 인식개선 활동을 거국적으로 전개해야 한다. 최근 정부와 정치권 및 언론에서 서비스산업 육성에 한목소리를 내며 인식개선에 기여하고 있는데, 이러한 집중 노력이 더욱 강화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도시선진화운동을 시작해야 한다. 서비스경제시대에 맞는 새로운 경제사회 규칙을 확산하고 신서비스수요를 창출해야 한다.
그리고 법제도 시스템을 서비스산업 육성이 가능하도록 개편해야 한다. 과거 농업국가에서 산업국가로 전환할 때도 매우 큰 저항을 겪었다. 농업을 경시하면 나라가 망한다는 논리가 팽배했었다. 다행히 국가 리더들의 강한 의지와 실행력으로 저항을 극복하고 산업화에 성공했다. 현재도 마찬가지 상황인 듯하다. 제조업을 경시하면 나라가 망한다, 서비스의 공공성을 경시하면 사회가 망한다는 논리들이 있다. 그래서 경쟁국은 이미 앞서가는데 대한민국은 10여년 전 모습 그대로다.
서비스산업의 성장기반을 구축하기 위해 먼저 국가의 산업 관련 모든 법제도를 서비스경제 중심으로 개정해야 한다. 제조업 중심의 「산업발전법」, 공공성 중심의 각종 산업 관련 법제도를 서비스 중심으로 개정해야 한다.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의 조속한 제정은 물론이고, 서비스혁신에 관련된 각종 법 제정 및 개정이 필요하다. ‘서비스혁신촉진법’, ‘서비스인재양성법’ 등 추가적인 핵심 입법도 중요하다. 무형의 서비스산업 진흥을 위해선 서비스업에 맞는 옷을 입히고 맞는 규칙을 만들어줘야 일자리 창출이 가능하고, 창조적 산업발전이 가능해진다. 야구선수에게 축구선수 유니폼을 입히고, 축구 규칙대로 손쓰지 말고 야구하라는 현재의 상황이 계속되면 모두가 공멸한다. 「국가계약법」의 최저가 입찰제 등 서비스업에 맞지 않는 제도는 즉시 개정해야 한다. IT서비스나 디자인을 비롯한 서비스용역을 국가가 구매할 때엔 조달계약이 아닌 행정계약이 바람직하다. 대부분의 경우 대국민 서비스를 정부가 대행해 구매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비가시성이 특징인 서비스 직무는 인당 생산성이 매우 크게 차이가 나므로, 우수한 인력의 높은 생산성을 인정해줘야 우수 인력을 산업 내로 유인할 수 있고, 산업이 발전한다.
법제도의 개선과 동시에 국가자원 투입의 심각한 불균형이 해소돼야 한다. 산업의 비중에 맞게 국가자원이 투입돼야 하는 것이다. 서비스산업 비중이 70%에 근접하는데, 현재 국가 R&D예산의 0.5%만 서비스에 투입되고 있다. 범서비스 관련 예산을 모두 반영한다 해도 10%에 턱없이 못 미친다. 인력양성 예산 측면에서도 정부에서 운영하는 폴리텍대 수십개 캠퍼스 중 서비스인력을 집중 양성하는 캠퍼스는 한 곳도 없다. 정부 조직 및 인력 지원 측면에서도 자원투입 불균형이 심각하다. 심지어 지식서비스과 또는 서비스산업과라고 이름이 부여됐던 중앙 부처나 지방자치단체의 과 단위 조직들이 간판을 내리고 있다. 국가자원이 서비스산업에 투입되지 않으니 서비스업은 혁신이 부진하고, 서비스인력의 품질은 낮고, 서비스업의 국제경쟁력은 개선되지 못하는 것이다.
새로운 정책 개발, 컨트롤타워 강화, 인재 확보 등이 과업
다음으로 산업변화 및 기술변화 추세에 맞는 새로운 정책들을 개발해야 한다. 제조업의 서비스화, ICT기술의 발달, 3D프린팅 기술의 혁신 등으로 산업의 경계가 완전히 허물어지고 전체 산업이 서비스화되고 있는 현실을 직시하고, 산업정책을 새로운 관점에서 개발해야 한다. 현재의 수직적·기능적 정부구조에서는 신산업혁신정책을 개발하기도 어렵고 실행하기도 어렵다. 예를 들어 3D프린팅 기술개발 및 대응 정책은 미래창조과학부와 산업통상자원부, 중소기업청, 국토교통부 등이 함께 개발해야 하는데 쉽지 않은 일이다. 매트릭스 조직을 일반화해 다부처가 공동수행하는 산업혁신 정책 개발 및 수행이 용이하도록 해야 한다. 경제정책 컨트롤타워 기능도 강화할 필요가 있다. 컨트롤타워의 조직적 기능강화는 물론이고 미래 비전이 확고한 실력 있는 인재들을 배치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정책의 가시적 실행력이 강화돼야 한다. 각 부처에서 의지를 가지고 노력하면 될 수 있는 많은 일들이 우선순위에서 밀려 실행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유망 서비스로 선정된 보건·의료, 관광, 콘텐츠, 교육, 금융, 물류, 소프트웨어 모두 각 부처에서부터 실행 우선순위를 높여야 한다. 비전이 뚜렷하고 실행력이 강한 우수 인력을 해당 업무에 전진 배치해야 한다. 그래야 서비스허브와 같은 가시적인 서비스플랫폼이 만들어지고, 이를 통해 서비스육성 선순환이 이뤄질 것이다. 1994년 핀란드가 청년실업률이 34%까지 치솟자 1996년 ‘지식기반사회로의 선언’을 발표하고, 예산을 집중투입해 현재 지식기반서비스 중심국가로 전환에 성공했듯이 우리도 실행력 강화에 집중해야 한다.
서비스산업 육성은 서비스산업만의 문제가 아니다. 서비스산업의 육성이 제조업을 포함한 전체 산업을 육성하는 길이고, 일자리 창출 등 사회 문제를 해결하는 길이다. 3D프린팅 산업을 통해 미국 정부가 다시 세계 제일의 제조업 강국이 되겠다고 선언하고 있는 것을 보더라도, 이제는 서비스업이 제조업 경쟁력까지 견인하는 시대가 됐다. 한국경제 도약의 기회가 왔다. 실행의지가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