ㆍ대규모 국채 및 MBS 매각해 유동성 흡수하는 미국, 늦어도 내년 4분기에 기준금리 인상 시작해 출구전략에 본격 임할 듯 ㆍ엔저 바탕으로 수출단가의 본격 인하 쪽으로 무게중심 옮긴 일본, 경쟁국 기업들의 시장 뺏는 전략 강화할 가능성 높아 ㆍ한국, 재정·금융 정책 위주에서 산업경쟁력 강화에 보다 역점을 두는 정책을 펼쳐야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는 2008년 12월 이후 올 10월까지 3차례의 양적완화 정책을 통해 총 4조달러 이상의 유동성을 시중에 풀어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 5.25%였던 기준금리(연방기금금리)도 0~0.25%의 사실상 제로로 끌어내리는 파격적 금리인하 정책도 병행했다. 이러한 적극적인 통화정책으로 급격히 냉각된 경기를 회복궤도에 올려놓는 데 일단 성공했다. 때마침 미국은 2000년대 들어 불기 시작한 ‘셰일혁명’이 호재로 작용해 경기회복을 가속화시켰고, 이에 따라 세계에서 경기회복세가 가장 뚜렷한 국가가 됐다. 특히 셰일혁명은 2006년 8천억달러를 넘었던 미국의 경상수지 적자를 4천억달러 수준으로 급감시키고 이것이 달러화를 강세로 만드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미국 양적완화 종료, 2017년 3%대 후반까지 금리인상 이뤄질 듯
미국의 경기회복을 가장 단적으로 보여주는 지표인 실업률은 2009년 한때 10%를 넘었으나 지난 10월 6% 밑으로까지 떨어졌다. 주택가격이 상승하는 가운데 가계의 디레버리징(부채감축)이 이뤄져 가처분소득이 늘고 이에 따라 소비가 회복되고 산업경기가 개선되는 모습이 나타나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의 지난 10월 전망에 따르면 미국 경제성장률은 올해 2.2%로 선진국 평균 1.8%보다 높으며, 내년에는 3.1%로 선진국 평균 2.3%를 웃돌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러한 낙관적 전망 속에 FRB는 지난 10월 29일 양적완화 정책을 종료하는 결정을 내렸다. 더 이상 유동성을 풀지 않겠다는 것이다. 그만큼 경기회복에 자신감을 갖게 됐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앞으로 FRB는 현재 보유하고 있는 대규모 국채 및 주택담보부증권(MBS)을 매각해 유동성을 흡수하는 한편, 기준금리를 올리는 수순을 밟는 등 출구전략에 본격 임할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로서는 빠르면 내년 2분기, 늦어도 내년 4분기에 기준금리 인상을 시작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금리인상 속도 및 폭은 향후 경제상황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2017년에 3%대 후반까지 금리인상이 이뤄질 것이라는 전망들이 나오고 있다.
FRB가 양적완화 종료 결정을 한 이틀 뒤 일본은행은 양적완화 확대 방침을 선언했다. 일본은행은 지난해 4월 초 통화 공급량(본원통화 기준)을 연 60조~70조엔 늘리는 1차 양적완화를 실시했다. 양적완화 발표 직전인 지난해 3월 말 146조엔이던 통화량은 올해 9월 말 252조엔으로 불과 18개월 만에 약 106조엔이 늘었다. 일본은행은 이에 그치지 않고 지난 10월 말 통화 공급량을 연 80조엔으로 늘리겠다고 발표함으로써 사실상 2차 양적완화 정책을 시작했다. 일본의 양적완화 정책은 글로벌 달러화 강세 속에서 엔화가치 하락을 더욱 부추겼다. 엔/달러 환율은 2011년 10월 76.61엔(월평균)으로 바닥을 기록했으나, 그 후 상승세로 전환됐으며 2012년 말 아베 정권 출범을 계기로 상승세가 가팔라졌다. 지난 10월 엔/달러 환율은 107.91엔을 기록했고, 일본은행의 추가 양적완화 발표를 계기로 더욱 급등해 11월 하순 115엔선을 넘어섰다. 이러한 엔화가치 급락은 미국이 양적완화 정책을 종료하고 내년에 금리인상을 단행할 것이라는 전망이 기폭제로 작용하고 있다. 일본은행은 정책 목표인 ‘연간 소비자물가 상승률 2%’를 달성할 때까지 양적완화를 지속하고, 이에 따라 엔화가치는 앞으로도 하락세를 지속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여겨진다.
엔화가치 하락으로 기업의 대일 수출가격경쟁력 더욱 떨어져
미국의 양적완화 종료와 일본의 양적완화 확대는 한국경제의 어려움을 가중시키고 있다. 앞으로 미국이 금리인상을 단행할 경우 그에 따른 충격이 한국 금융시장에 나타날 수 있다. 올해 2.5%에서 2%로 두 차례 기준금리 인하를 단행한 한국으로선 경제성장률이 잠재성장률을 밑도는 저성장을 타개하기 위해 추가적인 금리인하의 필요성이 존재하고 있는 상황이다.
미국이 금리인상을 단행할 경우 한국은행이 그에 맞춰 금리를 인상하기란 쉽지 않다. 한국이 금리인상에 선뜻 나설 수 없는 상황에서 미국만이 금리를 올리면 한미 간 금리격차가 좁혀져 국제투자자금이 원화표시 자산에서 달러화표시 자산으로 이동하고 이로 인해 한국 증시가 큰 충격을 받을 수 있다. 물론 금리격차 축소 및 이에 따른 국제자금의 원화표시 자산 이탈이 원화약세를 초래해 한국기업의 수출가격경쟁력 회복과 디플레이션 압력 완화라는 긍정적인 효과를 나타내는 측면도 있다.
한편 미국 금리인상은 엔화가치 하락을 더욱 부추겨 한국 기업의 대일 수출가격경쟁력을 더욱 떨어뜨릴 우려가 있다. 일본 기업은 지난 2년여 동안 엔화약세가 급격히 진행됐음에도 불구하고 외화표시 수출단가 인하에 적극 나서지 않는 모습을 보여 왔다. 이는 향후 엔화 환율 추이를 좀 더 지켜본 다음에 가격인하 여부 및 그 폭을 결정하겠다는 기업의 전략이 숨어 있다고 볼 수 있다. 일본 기업은 그동안 수출단가 인하 대신 수익증가 등 채산성 향상으로 엔화약세의 이익을 향유해 왔지만 앞으로 채산성 중시에서 수출단가의 본격 인하 쪽으로 무게중심을 옮겨 경쟁국 기업들의 시장을 뺏는 전략을 강화할 가능성이 높다.
IMF는 지난 10월 세계경제 성장률이 올 3.3%에서 내년에 3.8%로 높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한국경제 성장률은 올해 3.7%에서 내년 4%로 다소 올라갈 것으로 보고 있다. 국내 전망기관들은 대체로 올해와 비슷한 3%대 후반의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결국 한국경제는 내년에 올해와 비슷하거나 다소 나아지는 모습을 보일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 문제는 국내기업들이나 정책당국이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따라 성장률이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이다. 기업들이 일본의 공격적인 수출단가 인하 전략에 효과적으로 대응하지 못하고 수출시장을 크게 잠식당할 경우 성장률에 대한 부정적 영향이 커질 수 있다. 한국 금융당국이 미국의 금리인상에 대비해 적절한 금융시장 안정장치를 강구하지 않을 경우 역시 금융시장 충격을 통해 국내경제에 찬물이 끼얹어질 수 있다. 정부·국회 등 정책당국이 규제완화나 법 제·개정 등으로 경제상황에 민첩하게 대응하지 못할 경우 역시 경제가 더욱 어려워질 수 있다. 결국 정책당국과 기업이 얼마나 유기적으로 연계돼 어려운 상황을 극복할 것인가가 2015년 한국경제의 향방을 좌우할 것이다. 정부는 재정·금융 정책 위주에서 산업경쟁력 강화에 보다 역점을 두는 정책을 펼쳐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