ㆍ중·고소득층에 비해 월등히 빠른 저소득층 원리금상환액 증가속도, 2012년 398만원 → 2013년 500만원 ㆍ총금융대출가구 중 자영업자가구 비중 23.7%, 총가계부채 중 자영업자 가계부채 비중 43.6%
가계신용이 2014년 2분기 기준으로 1,040조원을 기록했다. 2004년 494조원에서 10년도 안 돼 두 배를 넘어섰다. 가계부채가 빠르게 증가하는 것과는 달리 소득은 더디게 증가했다. 결국 가처분소득 대비 가계부채 비중이 2004년 103.4%에서 2013년 134.7%로 상승해 부채상환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특히 2014년 하반기 주택매매시장이 회복세를 보이면서 주택담보대출을 중심으로 가계부채 증가세에 속도가 더해졌다.
저소득층, 채무상환비율 40% 넘는 고위험군 확대
저소득층을 중심으로 재무건전성이 악화되고 있다. 저소득층의 가계부채 규모는 중·고소득층에 비해 매우 작지만, 그 증가속도가 훨씬 빠르고 질적 구조가 취약하다. 저소득층의 원리금상환액이 급증하면서 채무상환비율(국제 금융기관들은 통상적으로 채무상환비율이 40%를 넘는 채무자를 채무불이행 가능성이 높은 ‘고위험군’으로 분류하고, 한국은행은 ‘과다채무가구’로 정의)이 크게 상승했고, ‘고위험군’이 확대됐다. 저소득층의 원리금상환액은 2012년 398만원에서 2013년 500만원으로 25.6% 증가해 증가속도가 중·고소득층에 비해 월등히 빠르다. 채무상환비율(DSR; 원리금상환액/가처분소득)이 같은 기간 42.6%에서 56.6%로 14.0%p 상승해 채무상환능력이 크게 떨어지고, 채무불이행 가능성이 높아졌다. 저소득층의 가처분소득은 최저생계비에도 못 미치는 수준으로 생활비 마련 및 부채상환을 위한 ‘생계형 대출’이 확대되고 있다. 가처분소득이 감소하는 가운데, 부채에 더욱 의존하고 이자비용이 가중되는 악순환이 초래되고 있다. 일자리도 안정적이지 못해 근로소득이 최저생계비에 못 미치고 있다.
반면 중·고소득층의 경우 원리금상환액이 소폭 증가하고 채무상환비율도 상승폭이 미미한 상황이다. 원리금상환액의 경우 2012~2013년 중소득층과 고소득층은 각각 15.6%, 15.2% 증가했다. 채무상환비율은 중소득층과 고소득층이 각각 2.4%p, 2.5%p 상승했다. 중·고소득층의 경우 원리금상환액이 소폭 증가했지만 가처분소득도 증가해 채무상환부담이 크게 가중되지 않고 있다. 중·고소득층은 주로 부동산 구입 및 사업자금 마련을 위한 ‘투자형 대출’이 확대됐다. 원금상환을 통해 부채규모를 축소하는 고소득층 비중이 높아 채무상환부담은 다소 완화되고 있는 모습이다. 중·고소득층의 가계부채는 부동산을 구입하거나 사업자금을 마련하기 위한 ‘투자형 대출’로 저소득층의 가계부채와는 질적으로 다르다.
자영업자의 가계부채도 매우 심각하다. 가계부채 중 자영업자의 비중이 클 뿐만 아니라 임금근로자에 비해 소득이 불안정하고 원리금상환 부담이 커서 채무불이행 가능성이 확대되고 있다. 자영업자는 내수경기에 민감하게 영향을 받아 소득의 등락이 크고 채무상환능력도 미약하다.
자영업자가구의 가계부채는 총부채의 43.6%를 차지하고, 가구당 부채규모도 임금근로가구의 약 두 배에 달한다. 총금융대출가구 중 자영업자가구의 비중은 23.7%인 반면, 총가계부채 중 자영업자 가계부채의 비중은 43.6%에 달한다. 취업자 기준으로 자영업자가 27% 내외의 비중을 차지한다는 점에서 자영업자 가계부채는 상당히 많다. 가구당 가계부채를 기준으로 해도 자영업자가구의 가계부채는 1억16만원에 달해 임금근로자가구의 5,169만원보다 두 배나 된다. 특히 자영업자 중에서도 베이비붐세대가구의 가계부채 규모가 크고 증가속도도 가파르다. 베이비붐세대 자영업가구의 가계부채는 2012년 9,927만원에서 2013년 1억1,760만원으로 18.5%나 급증했다. 반면 베이비붐세대가 아닌 자영업가구의 가계부채는 2012년 9,187만원에서 2013년 9,163만원으로 소폭 감소했다. 은퇴한 상당수의 베이비붐세대가 자영업으로 이동하면서 가계부채가 급증한 것으로 판단된다. 50대 베이비붐세대가 은퇴 후 창업하면서 사업자금 마련을 위한 부채가 크게 증가했으나, 유사업종의 자영업 과밀화로 인해 수익성이 떨어지면서 폐업자도 크게 증가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자영업자 중에서도 베이비붐세대에서 가계부채 문제가 크게 악화되고 있음을 반영하고 있다.
중소득층을 저리의 제1금융권으로 이전하는 정책 필요
먼저, 소득계층별 특성을 고려한 맞춤형 가계부채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 첫째, 저소득층의 경우 3각축 대책(소득향상, 서민금융, 채무조정 및 신용회복)으로 요약된다. 근로능력이 있음에도 직업이 없는 저소득층을 위해 공공근로사업 확대 등으로 일자리를 창출할 필요가 있다. 저소득층이 근로소득을 통해 생계를 유지하고 원리금을 상환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하는 것이다. 근로능력이 없다면, 공적이전지출을 확대해 사회안전망을 조성할 필요가 있다. 높은 대출 문턱을 넘기 어려워 고금리 대부업체에 의존하는 가구를 대상으로 서민금융 지원을 확대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둘째, 중소득층의 경우 소득향상 대책과 재무건전성 강화가 필요하다. 비은행권 및 카드빚, 고금리의 대부업체에 의존하는 중소득층을 저리의 제1금융권으로 이전하는 정책이 필요하다. 사교육비와 의료비, 주거비 부담 완화대책 등을 통해 ‘생계형 대출’이 증가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 셋째, 고소득층의 경우 부채부담은 축소되지만, 감내하기 힘든 수준의 대출은 서서히 줄일 필요가 있다. 부채에 의존한 과도한 부동산 투자와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의 사업자금 마련, 고위험자산 투자 등의 투기적 대출을 억제해야 할 것이다.
가계부채 문제의 중심에 있는 자영업자가구를 위한 맞춤형 가계부채 대책이 마련될 필요가 있다. 먼저, 상대적으로 큰 사업규모를 운영하기 위해 많은 가계부채에 의존하고 있는 경우 적정한 투자와 안정적 사업소득을 위한 경영컨설팅 지원이 마련될 수 있다. 작은 투자로 큰 수익을 거둘 수 있는 적합업종 탐색을 지원하고, 해당 산업의 전문가로부터 기술 및 경영 노하우를 전수받을 수 있도록 시스템을 확충해야 한다. 둘째, 영세자영업자의 경우 과다경쟁 완화 및 부채구조 개선이 필요하다. 영세자영업자가구는 사업소득이 절대적으로 작아 생계형 대출에 의존하고, 가계부채 증가속도가 높아 채무상환능력이 크게 떨어진다. 동종 업종의 과밀분포 및 과잉경쟁으로 수익성이 떨어지기 때문에 신규 창업자들이 과밀 업종 및 지역을 피할 수 있도록 가이드라인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비은행권 및 카드대출, 고금리의 대부업체에 의존하는 자영업자가구를 저리의 은행권으로 이전하는 정책이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은퇴한 베이비붐세대 자영업가구의 경우 재취업을 유도할 필요가 있다. 주된 직장에서 은퇴한 베이비붐세대가 과도한 부채에 의존해 성급하게 창업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유사업종 간 과다경쟁이 발생하지 않고 견실하게 성장할 수 있도록 업종선정 및 경영노하우 교육시스템이 확충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