ㆍOECD 회원국에 비해 행정절차 간소화는 우수하지만 정작 중요한 규제 부담비용은 더 높아 ㆍ한국 노동시장 효율성 86위로 일본 22위, 중국 28위와 비교해 열세
삼성전자의 이익감소, 현대자동차의 경쟁압력 증대 등 우리 경제의 주축을 이루던 두 기업이 고전하고 있다는 소식이 들려오면서 우리 기업들에 대한 우려가 증가하고 있다. 주력산업인 철강과 조선, 해운 등은 세계경제의 침체와 중국기업의 추격으로 부진한 성과를 보이고 있다. 실제로 한국 기업들은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 미국과 일본 기업보다 영업이익률이 우수했으나, 2010년 이후 최근에는 미국과 일본 기업보다 못한 모습이다. 이는 한·미·일 3국 간 대기업을 비교해도 마찬가지 현상이다. 이러한 국면에서 우리의 기업경쟁력과 산업경쟁력을 회복하고 제고시키기 위해선 어떤 정책방안을 강구해야 할 것인지에 대한 논의가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그러나 올바른 처방을 위해선 정확한 진단이 필요하듯이 우리 기업의 경쟁력 하락 원인을 제대로 파악하는 과정이 더 중요하다고 하겠다.
하락을 거듭하는 국가경쟁력, 법제도와 노동시장 효율성 떨어져
‘다보스포럼’으로 유명한 세계경제포럼(World Economic Forum)은 최근 「2014년 글로벌 경쟁력 보고서」를 발표한 바 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국가경쟁력은 144개국 중 26위에 해당한다고 한다. 2007년 11위를 기록한 이후 우리의 국가경쟁력은 하락을 거듭해 26위까지 떨어진 것이다. 공교롭게도 국제경영개발원(International Management Development)이 발표한 2014년도 한국의 국가경쟁력도 26위를 기록해 지난해 22위보다 하락했다. 이렇게 국가경쟁력 순위가 하락한 원인은 어디에 있는지 생각해보자. 발표 당사자인 세계경제포럼은 한국의 2014년 국가경쟁력이 하락한 원인으로 두 가지 요인, 즉 법제도(Institution)와 노동시장 효율성(Labor Market Efficiency)을 지적했다. 세계경제포럼의 기준에 따르면 이 두 요인들 모두 전년 대비 8단계 하락해 144개국 중 각각 82위와 86위가 됐다는 설명이다. 그렇다면 법제도 부문과 노동시장 부문에 어떤 문제가 있어 국가경쟁력 하락에 영향을 주게 됐을까?
우리나라 규제의 어떠한 부분이 문제인지에 대해 살펴보기 위해 OECD에서 발표한 자료를 검토해보자. 얼마 전 세계은행이 발표한 기업환경평가 「Doing Business 2015」 에서 한국이 기업하기 좋은 국가 5위로 평가됐다고 기획재정부에서 발표한 바 있다. 이러한 소식을 들으면 한국의 제도환경은 매우 우수한 것으로 평가될 수 있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실질적으로는 전혀 그렇지 못하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기본적으로 「Doing Business 2015」는 객관성을 확보하기 위해 서베이와 같은 정성적 평가보다는 지표를 활용한 정량적 평가를 중시한다. 그러다 보니 행정절차의 간소화를 높게 평가하는 성향이 강하다. 한국은 창업, 건축인허가 및 전기공급 항목에서 절차 수를 각각 2단계, 1단계, 1단계씩 축소했다. 창업과 재산권 등록항목에서도 소요시간을 각각 1.5일과 2일 단축했다. 이러한 행정절차 수의 축소와 소요시간의 단축이 「Doing Business 2015」 에서 긍정적으로 평가받은 것이다. 실제로 우리의 행정절차 수나 행정 소요시간은 OECD 평균치 수준이거나 그보다 우월한 수준에 있다. 창업, 건축인허가 및 전기공급에 필요한 우리의 행정절차 수는 각각 3단계, 10단계, 3단계인 데 비해 OECD 평균치는 각각 4.8단계, 11.9단계 및 4.7단계로 더 많다. 또한 우리나라에서 창업과 재산권등록에 소요되는 행정 소요시간은 각각 5.5일과 9일이지만, OECD 평균치는 각각 9.2일과 24일로 우리보다 더 많은 기간을 보내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즉 우리나라는 행정절차적 측면에서 OECD 회원국에 비해 우수한 수준을 갖고 있다고 평가된다.
그러나 우리 기업들이 체감하는 부분은 행정절차 수나 소요시간이 아니라 피규제자로서 실질적으로 부담해야 하는 규제 부담비용이다. 이 점에서 우리나라는 상당한 개선이 필요하다는 사실이 문제로 떠오른다. 한국에선 창업하는 데 소요되는 행정규제 부담비용이 1인당 국민소득 대비 14.5%로 OECD 평균인 3.4%에 비해 4배 이상높다. 건축인허가의 경우 우리나라의 창고가치 대비 규제 부담비용이 4.3%로 OECD 평균치인 1.8%의 2배 이상이다. 재산권 등록 시에도 자산가액 대비 부담비용이 5.1%로 이 또한 OECD 평균치 4.2%보다 높다. 즉 규제수행을 위해 부담해야 하는 비용수준이 OECD 평균을 상회하며 항목에 따라선 몇 배나 더 부담해야 하는 경우도 있는 것이다. 따라서 우리나라에서 개선돼야 할 규제개혁 대상은 행정절차의 축소나 단축이 아닌 실질적 부담비용 감소에 있는 것이다.
규제비용총량제 일관되게 추진돼야
한편 국제경영개발원에 따르면 한국의 2013년 노사관계 생산성은 조사대상 60개국 중 56위였다고 한다. 또한 세계경제포럼에 따르면 한국의 2014년 노동시장 효율성은 86위인 반면, 주변 경쟁국인 일본이 22위, 중국이 28위로 우리가 상당히 열악한 상황임을 확인할 수 있다. 특히 세계경제포럼 보고서는 한국의 노사 간 협력, 고용·해고 관행, 경영상 해고비용이 가장 열악한 수준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실질적인 경영부담인 경영상 해고비용 측면에서도 120위권으로 하위권을 기록하고 있다. 이 부분에서 기업환경이 열악하기 때문에 개선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인지시켜 준다.
한국의 노동시장 효율성을 확인하기 위해 2012년도 OECD 자료를 이용해 분석하면, 비교가능 국가 17개국 중 한국의 시간당 노동생산성은 15위, 시간당 노동보수는 12위였다. 우리나라의 시간당 노동보수 대비 시간당 노동생산성은 17개국 중 15위로 하위권에 해당하는 수준이었다. 즉 고용경쟁력이 매우 낮은 수준에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이와 같이 한국의 규제 부담수준과 노동시장의 비효율성은 상당히 심각해 시급히 개선해 경쟁력을 제고해야 할 대상이다. 정부도 이러한 사실을 인지하고 올 초부터 지속적으로 규제개혁을 국정과제로 추진하고 있기도 하다. 이러한 맥락에서 새로운 규제관리시스템으로 도입하려고 하는 규제비용총량제는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규제비용총량제란 행정절차나 소요시간의 간소화가 아닌 실질적인 규제의 부담, 노동시장의 비효율성을 비용으로 계산해 더 이상 규제비용을 증가시키지 않겠다는 관리시스템이다. 이는 영국의 캐머런 정부가 도입해 성공적인 성과를 거둔 바 있는 규제관리방식이기도 하다. 이러한 새로운 시스템 도입에 따른 반발에 지혜롭게 대응하면서 규제개혁의 목표를 향해 일관적으로 추진해 나아가는 정책이야말로 국민의 규제부담을 가중시키지 않고 개선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다. 또한 정부는 고용보호를 과도하게 강조하지 말고 실질적인 일자리 창출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현재 경직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노동시장에 대해 제도적 개선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명분을 앞세워 과다한 보호규제를 적용해선 신규고용을 창출하기 곤란하고, 새로운 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우리 기업의 기동력도 취약해질 것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