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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신흥국 산업의 추격 피하지 못한 일본
이지평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 2015년 01월호

-대부분 산업에서 수출우위성 떨어져, 전기기계 분야는 자동차산업에 비해 수출경쟁력 급락
-제조업의 IT화와 글로벌화 트렌드는 LCDTVㆍ스마트폰 등 분야에서 한국 기업의 일본 추격에 기여

 

엔저 현상이 2012년 이후 2년 이상 지속돼 왔는데도 일본의 수출은 실질적으로 뚜렷하게 확대되지 못하고 있다. 2014년 9월 이후 엔저 현상의 추가 가속화에 힘입어 10월의 수출물량지수는 전년동월비 4.8% 증가해 2013년 11월의 6.2%, 2014년 2월의 5.4%에 이어 이번 엔저기에서 세 번째로 높은 증가율을 기록하긴 했으나, 수출물량지수는 97.9에 머물러 리먼쇼크 이전인 2007년의 111.4에 비하면 여전히 저조한 수준에 그치고 있다. 역사적인 엔저 속에서도 일본의 수출물량이 7년 이상 뒷걸음질을 계속하고 있다는 것 자체는 놀라운 일이다.

 

한국ㆍ중국 제조업과의 경쟁격화 일본 산업에 부담

 

엔화가치가 실질실효환율 기준으로 1985년 플라자 합의 이전 수준으로 떨어질 정도로 엔저가 진행됐음에도 일본 수출이 뚜렷하게 늘어나지 못한 것은 구조적인 변화가 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주요 제조업의 수출경쟁력을 나타내는 무역특화계수는 대부분의 산업에서 수출우위성이 떨어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특히 전기기계 분야는 자동차산업에 비해 수출경쟁력의 하락세가 급격한 실정이다. 전기기계에서는 중전(重電)기기가 상대적으로 경쟁력을 유지하고 있으나 음향 및 영상기기, 전자부품, 통신기기 등의 수출경쟁력이 약화되고 있다. 일본 휴대폰산업의 약화로 통신기기의 수입이 급증세를 보이면서 전기기계 전체의 수출경쟁 우위성이 약화되고 있다.

 

 

이런 일본 산업의 수출경쟁력 약화는 일본경제의 부진에 따른 제조업의 투자부진 및 생산성 향상 정체, 장기간 지속됐던 엔고 등 일본의 내부적 요인이 크다고 할 수 있으나 한국·중국 제조업과의 경쟁격화도 일본 산업의 부담으로 작용한 측면이 있다.  <그림 2>에서 볼 수 있는 바와 같이 한국·중국의 세계 수출시장 점유율은 계속 상승한 반면, 일본의 점유율은 추세적으로 하락해 왔다. 특히 중국의 세계 수출시장 점유율의 급등과 일본의 급락이 대비된다. 다만 일본의 주요 경쟁국과의 수출경합도지수(ESI)를 보면 중국과 일본의 경합도는 높은 편이 아니며 한국은 상대적으로 높지만 독일만큼은 아닌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그러나 한·중·일 수출품목의 경합도에 한계가 있더라도 한·중·일 간 특정품목의 경합이 일본의 수출산업에 미친 효과가 크게 나타나고 있는 측면도 있다. 예를 들면 중국의 금형산업의 경우 고도의 숙련 기술자 없이도 컴퓨터를 통한 설계와 자동화된 제조기계를 활용하면서 2000년대 이후 급속도로 품질을 향상시킬 수 있게 되고, 이는 다양한 중국 제조업의 경쟁력 향상과 수출확대에 기여했다. 이런 중국 제조업의 혁신으로 각종 전자기기 분야에서는 제품구조 자체의 모듈화가 진행돼 조립공정 자체가 단순화되고 소프트웨어의 중요성이 높아져 일본 기업이 세밀한 제조능력을 통해 차별화를 인정받기가 어려워졌다. 이런 제조업의 IT화와 글로벌화 트렌드는 LCDTV·스마트폰 등 분야에서 한국 기업의 일본 추격에도 긍정적 효과를 주게 된다.

 

한국·중국 제조업의 경쟁력 강화는 전자 분야에서 선행적으로 진행됐기 때문에 일본 전자산업이 자동차산업에 비해 보다 빠르게 수출경쟁 우위성이 약화됐다고 볼 수 있다. 또한 전자 분야 내에서도 LCDTV·스마트폰 등 모듈화와 글로벌화가 진행된 분야에서 일본 기업의 경쟁력 약화가 심화된 반면 모듈화나 자동화에 아직 한계가 있어 고도의 숙련 기술자에 의존하고 있는 중전기기는 상대적으로 수출우위성을 유지하고 있다. 자동차 등 아날로그적인 제조 강점이 필요한 분야에서는 한국 제조업이 도약해 일본 기업을 위협했다. 현대자동차가 혼다자동차를 생산대수에서 능가하는 등 한국제품의 경쟁력 강화가 일본 자동차산업의 수출확대에 제약요인이 됐다. 특히 한국 기업의 경우 브릭스(BRICs) 등 신흥국시장을 일본보다 앞서 개척해 성과를 거뒀다.

 

 

모노즈쿠리 경쟁력 외에 새로운 경쟁우위 개발에 고전

 

일본의 양대 산업이라 할 수 있는 전자산업이 스마트폰·LCD 등에서 한국·중국에 밀리고 선방하고 있는 자동차 분야에서도 한국 기업이 도약함으로써 일본 산업의 활력이 떨어진 측면이 있다. 일본 제조업의 부가가치(명목기준, GDP통계)는 과거 1994~2012년 동안 무려 20% 정도 감소했으며, 산업별로는 전기기계가 40% 감소한 외에 중국제품에 밀린 섬유가 67% 감소하는 등 부진했고, 상대적으로 수송기계(9% 증가), 철강(8% 증가) 등이 증가세를 보였다. 제조업의 사업장수는 36만9천개(1996년)에서 21만6천개(2012년)로 15만개 정도 감소하고,제조업 종업원수는 1,010만명(1996년)에서 743만명(2012년)으로 감소했다.

 

이러한 일본 제조업의 일부 공동화 현상이 한·중·일의 수출 경합으로 인해 발생했다고 단정하기는 어렵지만 한국 및 중국 산업과의 경합이 심했던 일본의 전기전자산업이 크게 위축된 반면 상대적으로 경합이 약했던 자동차 등 수송 분야가 선방한 것은 한·중·일 경합이 일본 제조업의 위축에 일정한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일본 제조업으로서는 한·중·일 분업구조의 변화에 맞게 기존의 세밀한 모노즈쿠리(혼신을 다한 제품 만들기) 경쟁력 이외에 서비스·콘텐츠를 포함한 새로운 경쟁우위의 개발이나 차세대 산업 창조가 과제였던 것으로 보인다. 신흥국 산업의 추격은 피할 수 없는 숙명이기 때문에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이나 차세대 제품을 개발하는 이노베이터로서의 능력 제고가 중요했던 것이다. 일본 자동차산업은 그나마 하이브리드자동차 개발 등에서 성과를 거뒀다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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