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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집을 ‘부동산’ 아닌 ‘주거공간’으로 보고 정부 정책 수립돼야”
최창우 전국세입자협회 공동대표 2015년 03월호

최창우 전국세입자협회 공동대표

 

기업형 주택임대사업 육성 등 최근 정부가 내놓은 주택시장 안정화 방안들의 실효성 여부에 대한 논란이 뜨겁다. 전세에서 월세로 전월세시장이 재편되고 있는 가운데 주거비 부담이 늘고, 잦은 이사로 주거 불안이 증대되고 있지만 정부 지원이 꼭 필요한 소득 중하위층 대상 정책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 것. 최창우 전국세입자협회 공동대표(58세)를 만나 최근 정부 주택정책의 문제점과 관련 선진국 사례, 정부 정책에 바라는 점은 무엇인지 들어봤다.

 

전국세입자협회에 대해 소개해 달라.
세입자협회는 세입자들이 ‘적절한’ 주거환경에서 살 권리, 즉 주거권을 제대로 보장받기 위해 설립된 단체다. 참여연대와 민변 등 시민단체가 함께 참여하며, 개인 회원제로 운영된다. 국회토론회·간담회 등에 참여해 세입자를 위한 입법 활동에 힘쓰고 있으며, 1인시위·서명운동 등의 캠페인도 진행한다. 또한 권리 찾기를 위한 시민공부방 운영, 홍보·교육 활동도 하고 있다.

 

협회 현황이 궁금하다. 회원이 되면 혜택도 있나.
현재 500명 정도가 참여하고 있다. 온라인카페·캠페인·강좌 등을 통해 활동하고 있는 회원은 300명을 약간 넘는다. 아직은 회원 수가 적어 영향력이 미약한 측면이 있다. 회원 1만명을 목표로 하는데 쉽지 않다(웃음). 회원이 되면 공인중개사, 민변의 자문변호사를 통해 주거 관련 상담을 받을 수 있다. 주거 관련 정책·법률·상담 정보는 온라인카페를 통해서도 제공된다.

 

선진국의 경우는 어떤가.
유럽 등의 선진국에는 대부분 세입자협회가 있다. 그중 우리의 모델은 독일 세입자협회다. 전체 인구 약 8천만명 가운데 협회 회원이 100만명에 이른다. 물론 독일은 대부분 임대주택을 임대주택회사가 보유하고 있어 세입자들이 뭉치기 더 좋은 조건이긴 하다. 우리나라는 개인이 임대주택 주인이다 보니 개별 세입자가 주인을 상대로 목소리를 내기 힘든 상황이다. 독일의 경우 세입자협회에 가입하면 소속 변호사들이 무료로 법률 문제에 대응해 준다. 또한 세입자협회가 세입자 대표로 지역 임대료결정기구에 참여해 임대업자 대표, 지자체와 협의를 통해 매년 임대료 인상률을 결정하는 역할을 한다.

 

독일에서는 임대료가 어떤 기준으로 인상되나.
인상률은 지역·주택연수·입지 등이 고려돼 정해진다. 유사한 조건의 주택에는 비슷한 인상률이 적용되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경우는 세입자가 임대료 인상률 정보를 알기 어렵지만 독일 모델에서는 세입자도 임대업자와 동일하게 정보를 얻을 수 있다. 게다가 임대업자가 무리하게 임대료 인상을 요구할 경우 신고할 수 있고 당국에서 조사를 나온다. 그만큼 세입자가 임대업자의 부당한 인상 요구로 인해 피해를 볼 소지가 적다.

 

정부가 중산층의 주거안정을 위해 지난 1월 13일 기업형 주택임대사업 육성 방안을 발표했다. 이번 정책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서울 기준 80∼110만원의 임대료에 관리비까지 생각하면 중산층을 위한 정책으로 보기 힘들다. 그 정도의 주거비를 감당할 수 있는 대상은 중상층일 것이다. 중상층은 임대료가 크게 저렴하지도 않은 서울 외곽으로 가지 않을 것이다. 학군 때문에 상대적으로 주거비가 비싸더라도 서울에 사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도심지에 고액 월세의 매입임대를 제공하겠다는 건 소수의 중상층만을 대상으로 하겠다는 것이다. 반면 사회 초년생, 신혼부부 등 실질적인 중산층은 서울 외곽이더라도 좀 저렴하고 교통 인프라가 잘 갖춰져 있으면 임대주택을 이용할 것이다. 이렇게 중산층이 현실적으로 감당할 수 있는 조건의 임대주택단지가 개발됐으면 한다.

 

더불어 정부는 수익공유형 은행대출 상품 출시 계획도 밝혔다.
이 역시 중상층을 위한 정책으로 보인다. 신청 조건만 봐도 소득 상한선이 없고 대상 주택이 공시가격 9억원 이하다. 대상 주택 상한을 5억원으로 낮추는 방향을 검토하겠다지만 5억원도 높다. 현재 중산층은 자녀 교육비와 사보험 등의 지출이 커 빚내서 집을 살 여력이 없다. 2013년 내놓은 주택기금상품인 공유형 모기지도 마찬가지다. 향후 집값 상승 가능성이 희박한 만큼 실효성이 떨어진다. 주거 안정화가 목적이라기보다 거래 활성화를 위한 정책으로 봐야 할 것 같다.

 

전반적인 정부 주택정책의 가장 큰 문제는 무엇이라고 보나.
일명 ‘부동산정책’에 ‘사람’이 없다. 집은 거주하는 공간인데 이것을 ‘부동산’으로 보고 정부 주도 경제개발시대 관점의 정책을 지속하고 있다. 부동산 경기를 활성화시키면 경제가 잘 돌아간다는, ‘사람’이 빠진 경제 논리에 초점을 맞춘 것이다. 그렇다 보니 세입자·중산층 등 정부 지원이 꼭 필요한 계층에 대한 보편적인 대책이 없다. 우리나라는 세입자가 전체 가구의 44%인데 전체의 5%, 즉 최극빈층만이 공공임대주택에 들어갈 수 있다. 그 이상의 소득층에 대한 대책이 상당히 부족한 상태다. 집을 ‘부동산’이 아니라 ‘주거권’의 입장에서 바라봤으면 좋겠다.

 

그렇다면 서민들의 주거권을 지키기 위해 가장 시급한 정책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적어도 지속거주권 보호, 전월세 상한제 개편, 공공임대주택 공급 확대, 이 세 가지 정책은 조속히 실현돼야 한다. 세입자들은 2년의 계약기간이 지나고 재계약이 되지 않으면 계속 이사를 다녀야 한다. 계속 살 수 있는 권리가 없어 사실상 강제이주를 당하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 협회는 최소 9년(3년 계약, 2번 갱신)은 한집에서 살도록 하자고 주장하고 있다. 다수의 유럽 국가들에서는 지속거주권이 보장돼 있다. 기본적으로 계약 개념이 없다. 지역 임대료결정기구에서 정한 인상률 기준만큼 임대료를 올려주면 기한 없이 살 수 있다. 현재 우리나라의 경우 정부 통계상 세입자가 한집에서 평균 4년을 사는 데 반해 독일은 평균 12년을 산다. 전월세 상한제도 현재 유명무실한 상태다. 「주택임대차보호법」에 의해 세입자는 임대료 증액 상한 5%를 적용받을 수 있긴 하지만 재계약 시 적용되지 않는다. 재계약 시점에서 집주인이 5% 이상의 인상을 요구하면 받아들이거나 이사하는 수밖에 없다. 호주·캐나다 등 대부분의 OECD 국가들도 임대료 상승률을 물가상승률 +α%로 제한하는 등의 임대료규제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공공임대주택을 추가로 확보하는 것도 시급한 과제다. 현재 공공임대주택 수는 전체 주택의 5% 수준인 101만채에 불과해 선진국들의 11~13%에 비해 크게 부족한 실정이다. 200만호를 추가로 확보해 중하위층을 위한 주거복지가 이뤄져야 한다고 본다.

 

서민들의 주거권 보호ㆍ향상을 위해 앞으로 어떤 계획을 갖고 있나.
공공임대주택 건설에 대한 여론을 환기시키고 지역별로 지부를 만들어 활동할 예정이다. 또한 전세 폭등과 월세 폭증, 깡통전세, 공공임대주택 조기 분양전환 등의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고 세입자 피해 방지를 위해 다양한 활동을 해나갈 것이다. 무엇보다 홍보를 적극적으로 해서 영향력이 커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국민들의 많은 관심 부탁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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