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가비율 높은 지역, 깡통전세 피하려 매수세로 돌아설 수 있어 -저금리로 전세가 월세로 대체되는 전세소멸 지속 가능성 높아
2015년 수도권 주택시장은 전반적으로 강보합세 수준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전세가비율 상승에다 저금리에 일부 무주택 세입자들이 주택 매입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거래량만큼 가격 상승은 크지 않을 것으로 전망되며 매매시장보다는 분양시장이 활기를 띨 것 같다. 전세시장은 급등 가능성은 낮지만 빠른 속도로 월세화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중소형 주택을 중심으로 불안이 예상된다. 지방 주택시장은 거의 정점에 도달해 있거나 이미 지나고 있어 하반기 들어 상승세가 꺾일 것으로 보인다.
청약 규제완화 등으로 신규 아파트 분양시장 열기 예상
2015년 주택시장은 가격을 끌어올릴 호재와 하락요인인 악재가 서로 시소게임을 벌이는 양상이다. 정부가 부동산 경기를 살리기 위해 지속적으로 활성화 대책을 내놓을 것으로 예상되는 점, 저금리 기조가 계속될 가능성 등은 부동산시장에 긍정적 요인이다. 전세가비율이 높은 지역에서는 세입자들이 깡통전세를 피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매수세로 돌아설 가능성이 있다. 이는 취약한 주택수요 기반을 확대하는 요인이 될 것이다. 전세난에 시달린 세입자들이 아파트 대체상품인 다세대·연립주택으로 눈길을 돌리면서 이들 시장이 활기를 띨 전망이다.
하지만 인구구조적 시장환경은 녹록지 않다. 왕성한 주택수요를 자랑하던 베이비부머들이 은퇴를 본격화하고 30대 젊은 층도 주택을 구매할 여력이 크지 않은 상태다. 특히 베이비부머들이 안정적인 월세가 나오는 아파트보다는 수익형 부동산시장에 관심을 갖고 있어 주택수요 기반이 튼실하지 않다. 집값 상승 기대심리도 크지 않은 상황이다. 이런 점을 종합해 볼 때 집값은 박스권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면서 등락을 오가는 형태가 될 것으로 보인다. 거래량은 예년에 비해 크게 늘어나도 가격 상승은 제한적인 양상이 될 것이라는 얘기다.
일반적으로 거래량은 가격을 선행한다. 어떤 시장에서든 물건은 싼 것부터 팔린다. 그래서 일반적인 상황일 때는 거래가 이뤄질수록 가격이 올라가는 구조다. 그런데 일시적으로 거래량이 늘어도 가격이 안정될 수 있다. 매도자들이 미래 시장을 불안하게 보고 매물을 지속적으로 공급하는 경우다. 세입자도 굳이 조바심에서 추격매수를 하기보다는 느긋한 태도를 보인다. 이럴 때는 ‘거래량 증가=가격 안정’ 국면이 나타날 수 있다. 거래가 꾸준히 이뤄지면서도 가격이 요동치지 않는 상황이 이어질 수 있는 것이다.
분양시장은 매매시장보다는 활기를 띨 전망이다. 청약 규제완화로 수요자들이 기존 아파트보다는 신규 분양시장으로 몰리고 있는 상황이다. 일부 인기지역에서는 단기시세차익을 노린 투기성 청약이 대거 몰려들어 시장이 혼탁해질 수 있다. 소비자들이 이왕 집을 장만하려면 새집을 구하려 하고 있어 주택시장에서는 가뜩이나 심한 신규 아파트 편식현상이 더욱 심하게 나타나고 있다. 소득 수준 향상으로 주거공간 소비에 대한 기대 수준이 올라간 때문이다.
또 신규 아파트를 선호하는 것은 손실이라는 일종의 미래 불확실성을 회피하려는 경향도 반영된 것이다. 부동산가격이 계속 오르는 상황에서는 새 아파트보다 재건축이나 재개발 대상의 낡은 아파트를 선호한다. 그래서 완공된 지 12∼17년을 분기점으로 그 이후에는 오히려 재건축 대상 아파트 가격이 올라가는 기현상이 나타난다. 재건축이나 재개발은 미래의 기대를 먹고 자라는 생물체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불황기에는 재건축이나 재개발을 해도 돈을 번다는 보장이 없다. 오히려 청약통장을 써서 일반 분양을 받는 것보다 조합원들이 더 비싸게 새 아파트를 배정받는 경우도 수두룩하다. 이로 인해 아예 현물(아파트)보다는 현금으로 달라는 조합원들의 요구(현금청산)도 크게 늘어난다. 물론 재개발·재건축 대상 아파트를 사려는 수요가 없는 것이 아니다. 미래의 불확실성만큼 가격을 할인하려는 경향이 나타난다. 가격이 절대적으로 싸지 않으면 굳이 매입을 하지 않으려는 보수적인 심리다. 미래가 불안하니 당장 코앞의 이익에만 사람들이 움직인다. 이처럼 불확실한 미래가 계속되면 미래보다 현재를 선호하는 ‘현상 유지 편향(Status quo bias)’이 나타난다. 당장 입주해 주거의 효용을 누릴 수 있는 새 아파트를 선택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경향일 것이다.
고분양가 후폭풍 가능성도 있어…전세난은 계속 이어질 듯
4월부터는 민간택지에 대한 분양가상한제가 사실상 폐지될 예정이다. 시장의 관심은 분양가 자율화가 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하는 점이다. 새 아파트 선호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당장의 상황에서는 영향이 크지 않을 것이다. 다만 분양가 상승으로 소비자들이 기존 아파트로 눈길을 돌릴 경우에는 상황이 다를 것이다.
전반적으로 올해는 분양여건이 좋아 건설업체들이 인기지역을 중심으로 분양가를 올릴 가능성이 높다. 주택 수요자들은 분양가가 계속해서 올라갈 경우 비싼 ‘새 아파트’보다는 ‘헌 아파트’를 사는 게 유리하다고 판단할 수 있다. 가뜩이나 전세난에 쫓기는 세입자들 사이에서 이런 인식이 생긴다면 주택거래가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다만 이런 인식이 확산되기에는 시간이 다소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도 전세난은 이어질 수밖에 없다. 일단 아파트 입주 예정량이 넉넉하지 않은 편이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2015년 전국 아파트 입주 예정량은 2014년보다 5% 정도 줄어든 24만5,434가구로 추산된다. 그러나 이는 2011~2014년 평균치인 21만1,057가구에 비해서는 16% 정도 늘어난 것이다. 따라서 2015년 아파트 입주량이 예년 평균보다 크게 줄어든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 수도권은 10만1,856가구로 2014년보다 4% 정도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강남 재건축 철거이주수요가 몰릴 서울의 경우 2015년 입주예정 물량이 2만195가구로, 2014년 3만6,783가구보다 크게 줄어들어 전세불안이 우려된다. 더욱이 저금리로 전세가 월세로 대체되는 전세소멸이 올해도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다만 2015년에는 전세대란까지는 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2015년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전세수요가 많아진 ‘홀수 해’이긴 하지만 단기간 급상승에 따른 피로감, 세입자들이 파격적인 저금리대출을 활용해 집을 매수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 대체재인 오피스텔 입주물량 증가 등을 감안할 때 전세대란보다는 국지적인 전세난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