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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TPP와 FTA, 어떤 게 더 효과가 클까
강주리 서울신문 산업부 기자 2015년 04월호

 

-TPP·RCEP·TTIP 등 메가 FTA 논의 급물살
-TPP 12개국 GDP 비중 전 세계의 37.1%, RCEP·EU 크게 웃돌아

 

한국과 중국이 지난 2월 자유무역협정(FTA) 가서명을 함에 따라 우리나라는 미국·EU·중국 등 3대 거대 경제권과 양자 FTA를 마무리했다. 정부는 이제 ‘메가 FTA’로 불리는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가입에 진력하겠다는 계획이다. 일본은 2013년 7월 TPP에 합류했는데 우리 정부 측은 당시 총선과 한·미 FTA에 따른 사회적 피로감 등이 겹치면서 TPP 얘기를 꺼낼 수 없었다고 설명한다. 하지만 한·중 FTA 협상 중에 불필요하게 미국 주도의 TPP에 가입해 중국을 자극할 필요가 없다는 판단이 작용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미 53개 국가와 양자 FTA로 경제 영토를 73.5%까지 확대했는데 왜 TPP 가입이 계속 얘기되는 걸까. 둘 중에 경제적 효과는 어떤 게 더 클까.

 

TPP, 향후 다자간 협상에서 주도적 역할할 가능성 커

 

FTA가 국가 대 국가 간 이뤄지는 양자 간 무역장벽을 없애는 것이라면 TPP는 미국이 주도하는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12개 국가가 참여하는 다자간 FTA다. 미국을 비롯해 일본·캐나다·멕시코·호주·뉴질랜드·싱가포르·브루나이·베트남·말레이시아·칠레·페루 등 12개국이 모여 있다.

 

TPP 내 핵심인 미국과 일본은 정치적 일정과 시장선점효과를 앞두고 관세 협상에서 한발씩 양보, 타결 단계로 접어드는 분위기다.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지난 2월 21일 “중국이 아닌 미국이 21세기 무역질서를 새로 써 나가야 한다.”며 미국 의회에 TPP를 신속하게 체결할 수 있는 신속협상권(TPA·일명 패스트트랙)을 행정부에 부여해 달라고 촉구했다. 내년 미국 대선 일정을 감안해 연내 의회 비준을 마치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 이는 세계 경제시장의 주도권을 중국이 주도하는 16개국의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에 뺏기지 않으려는 시도로 보인다.

 

현재 미국 의회 내 조정이 지연되면서 타결이 늦춰지고 있지만 이르면 5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회의 등 올 상반기 내 타결을 점치는 시각은 여전히 높다. 2012년 11월 협상을 시작한 RCEP은 당초 올 연말을 타결 시점으로 잡았으나 아세안 등 참여국 간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하면서 TPP만큼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이처럼 기존 세계무역기구(WTO)가 주도하던 무역규범과 통상질서는 TPP, RCEP, EU와 미국 주도의 범대서양무역투자동반자협정(TTIP) 등 FTA를 기반으로 한 새로운 경제블록으로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 이들은 WTO 이상의 통상협정 수준을 원하고 새 시장질서와 규칙을 정해 가고 있다. 이런 세계 통상시장에서 ‘낙동강 오리알’ 신세가 돼서는 안 된다는 게 정부 측 판단이다.

 

그렇다면 왜 미국이 주도하는 TPP여야 할까. 산업통상자원부(이하 산업부)에 따르면 TPP 12개국의 국내총생산(GDP) 비중은 전 세계 GDP의 37.1%로 중국이 주도하는 메가 FTA인 RCEP(29.0%), EU(23.4%)를 크게 웃돈다. 교역 비중은 전 세계 교역의 25.7%, 인구는 11.4%를 차지한다. 국영기업 개혁부터 멸종위기동물 거래까지 다른 메가 FTA보다 다양하고 높은 수준의 포괄적 자유화도 수출로 먹고사는 우리나라로서는 기회가 될 수 있는 부분이다. 일본과 멕시코 시장을 여는 효과도 있다. 우리나라 농수산물 수출의 30%를 차지하는 일본의 관세율(농수산물 평균 19.0%)이 철폐(인하)될 경우 우리 농수산업계에는 호재가 될 수 있다. 여기에 태국·인도네시아·대만 등 아시아 국가들과 코스타리카 등 중남미 국가들이 추가적으로 참여할 가능성이 큰 상태다. 최근에는 중국도 TPP에 우호적인 입장을 표시해 향후 다자간 협상에서 통상질서 구축에 주도적 역할을 할 가능성은 TPP가 가장 높다는 평가다.

 

TPP의 FTA 보완효과…원산지 기준, 중간재 수출에서 혜택

 

경제적 효과에 대한 전문가들의 평가는 엇갈리지만 TPP가 나온 배경에는 양자 FTA의 한계를 보완하는 측면이 적지 않다는 분석이다. 양자 FTA가 급증하다 보니 FTA별로 다른 원산지 규정과 통관절차, 양식 등을 일일이 확인해야 한다. 그러다 보니 시간과 인력이 더 들어 당초 예상했던 거래비용 절감효과가 떨어진다. 특히 인력이 부족한 중소기업은 이런 문제를 해결하지 못해 FTA 활용률이 더욱 떨어지고 있다. 관세청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기준 중소기업의 FTA 활용률은 59.8%로 대기업(80.3%, 평균 69.4%)에 크게 못 미쳤다.

 

TPP가 체결되면 이런 어려움이 해소될 것으로 보인다. TPP 참여국과 체결된 30건의 FTA 원산지 기준을 통합한 단일 원산지 기준을 적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TPP와 양자 FTA가 모두 발효된 경우라면 기업이 유리한 FTA로 선택하면 된다. 우리나라는 TPP 참여국 가운데 일본·멕시코를 제외한 10개국과 9건의 FTA를 이미 맺었다.

 

‘누적원산지’ 기준 혜택도 TPP의 장점으로 꼽힌다. 누적원산지는 생산 과정에서 FTA 상대국의 원산지 재료를 사용한 경우 그 재료를 국내산으로 인정해 주는 것으로 관세 혜택을 받을 가능성을 높여준다.

 

중간재 수출 역시 TPP에 참여하지 않는 중국·대만산 부품·소재 대신 원산지 기준을 충족시키기 위해 한국산을 활용할 가능성이 커진다. TPP 12개국에 대한 중간재 공급 규모는 2012년 기준 연간 한국 1,181억달러, 일본 1,260억달러다. TPP에 참여하지 않으면 TPP 참여국인 일본 등 다른 경쟁국의 부품·소재로 대체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무역협회는 FTA를 맺지 못한 미주 대륙의 생산거점인 멕시코에 대한 기계, 자동차 부품 등의 중간재 수출로 자동차(30%), TV(15%) 등 제조업 수출까지 확대될 것으로 관측했다.

 

정부는 미국·EU·중국 등 3대 경제권과 체결한 양자 FTA에 TPP를 합치면 우리의 경제영토가 73.5%에서 81.7%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최근 5년간 한국의 TPP 참여국에 대한 투자는 944억달러로 세계 투자의 44.4%를 차지했다. 산업부는 TPP 참여 후 발효 10년이 되면 GDP가 1.7~1.8% 증가할 것으로 예측하며 무역수지는 연간 2억~3억달러 개선될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전망치를 낙관할 수만은 없다. 우리나라의 TPP 가입이 사실상 기존 12개국 간의 협상틀이 다 마련된 다음 만장일치 허가를 받아야만 가능해 운신의 폭이 좁기 때문이다. 협상결과를 토대로 경제효과 재분석과 가입 명목으로 지불해야 할 대가들의 손익계산서를 따진 뒤 가입 시기를 정하는 등 신중해야 한다는 지적은 귀 기울일 만하다. 10년 전 세웠던 EU와의 FTA 예측 모형 등이 무역수지·고용창출·외국인투자 등 측면에서 예상과 크게 다른 결과가 나오고 있는 만큼 TPP 파급효과를 면밀히 살펴보고 잘못 설계된 부분들은 보완해 대비할 필요가 있다. 차분하게 전략적으로 실속을 차려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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