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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다가올 10년을 준비한다
안덕근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 2015년 04월호

 

-신흥국과 유리된 선진국들 간의 경제협력체제 확산 주목할 만
-쌀 관세화 등 우리나라도 대부분 교역에서 무관세 자유무역 확대
-개별 원산지규정 서로 달라 실제 기업들이 활용하는 데 애로

 

세계통상체제에서 FTA 선도국 중 하나로 부상한 우리나라가 향후 대처해야 하는 상황은 지금까지와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지난 10년간 우리가 미국·EU·중국 등과 FTA를 확대해 나가는 동안 세계통상체제의 주요국들은 대부분 국내산업과 자국 교역구조에 대한 충격이 크지 않은 소규모 경제권들과 FTA를 늘리는 데 주력했다. 그러나 현재 진행되는 주요국들 간 FTA경쟁체제는 세계통상체제에서 전례가 없는 수준의 무역자유화와 시장개방을 견인하고 있다. 이는 우리가 그간 구축해 온 FTA연계망에 의한 혜택이 조만간 소진되거나 역전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최근 진행되는 거대 FTA 간의 경쟁체제는 <그림>에서 제시된 바와 같이 주요 경제권들 간의 전략적 유대 및 경합상황을 초래하고 있다. 미국은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으로 구축한 산업협력체계를 일본을 포함한 아태지역의 환태평양무역동반자협정(TPP)체제로 확대하는 한편, EU와는 범대서양무역투자동반자협정(TTIP)으로 연계를 추진하고 있다.

 

우리 경제의 개방성 확대 위해 비관세체제의 개선 시급

 

실제로 EU는 이미 2000년부터 멕시코와 FTA를 체결했으며 2014년 11월 캐나다와도 FTA협상을 타결함으로써 TTIP가 체결되는 경우 NAFTA 경제권과 유럽경제권의 통합이 이뤄지게 된다. 또한 미국·EU·일본 등 선진국들은 현재 WTO에서 복수 간협정으로 추진되는 서비스무역협정(TISA) 협상을 통해 서비스시장 자유화를 추진하고 있다. 이처럼 중국·러시아·인도 등의 신흥경제권과 유리된 선진국 간 경제협력체제가 급속히 추진되고 있는 부분은 주목할 점이다.

 

세계통상체제의 무역환경이 급변해가는 가운데, 현재 우리 경제는 급격한 개방경제체제로의 전환에 직면하고 있다. 우리의 최대 교역국 중국을 위시해 미국·EU 등과 대부분의 교역에서 무관세 자유무역을 추진하고 있으며, 국내시장 개방에 매우 보수적인 농업 부문에서도 무관세교역 품목이 점차 확대되고 있다. 뿐만 아니라 2015년부터는 WTO체제에서의 의무사항에 대한 예외를 고수해 온 쌀 관세도 도입하게 돼 명실상부하게 우리 농업 부문도 세계통상체제의 규범체계에 통합된다.

 

현시점에서 우리의 산업통상정책은 기존 통상정책에서 진일보해 산업정책과 유기적으로 연계된 산업친화적인 방식으로 추진돼야 한다. 전격적으로 확대되는 FTA 연계망에 의해 대부분의 관세가 철폐되는 상황에서 서비스·자본·인력이동 등의 부문에서 우리 경제의 개방성을 확대하기 위해 비관세체제의 개선이 시급하다. 특히 비관세조치의 개선과 철폐는 기본적으로 국내 규제개혁과 연계되는 사안인바, 현재 우리 정부가 전 부처 차원에서 의욕적으로 추진하는 규제개혁 노력과 연동돼 전개돼야 한다.

 

또한 산업통상 차원의 규제개혁은 우리 경제의 여러 부문에 잔존하는 비효율적인 규제의 철폐뿐만 아니라 국제기준과 표준을 폭넓게 수용하고 향후 우리 산업과 유기적인 협력관계를 구축할 선진국들의 규제환경과 호환성을 확대해야 한다. 이러한 규제환경의 통합은 무역과 투자에 대한 불필요한 장애요인을 최소화해 상품과 서비스 교역뿐만 아니라 자본 및 인력 이동을 원활하게 함으로써 우리 경제의 역동성을 증진하고 창조경제의 역량을 제고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질적이고 복잡한 FTA, 통합된 규범체계로 일원화해야

 

산업통상과 연계된 규제개혁은 단순히 규제철폐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기술표준과 식품안전 및 안전성 기준 등의 분야에서 전반적인 규제시행 절차, 기준과 환경을 선진화하는 작업이다. 규제개혁을 통한 비관세조치 개선의 목표를 선진국 수준의 절차적 투명성 제고, 공정성 확보와 안전 및 표준 기준의 선진화로 설정해 우리 산업의 첨단 기술에 대한 수용성을 증대하고 무역과 투자에 대한 개방성을 제고해야 한다.

 

다음으로 향후 우리 경제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선 중장기 산업구조조정정책을 토대로 산업통상전략이 시행돼야 한다. 2000년대 이후 급속히 심화되는 글로벌 공급망 연계와 중국경제의 급부상은 우리 산업의 구조적 재편 문제를 근본적 차원에서 제기하고 있다. 국내 노동시장의 경직성과 임금인상 등을 감안하면 지속적으로 해외투자에 주력하는 우리 기업들이 국내에서는 고부가가치 산업 부문에 집중하고 해외 저임금 생산여건을 글로벌한 수준에서 활용할 수 있는 개방경제환경을 수립하는 것이 산업통상정책의 과제다.

 

또한 동시다발적인 FTA정책 차원에서 타결된 기존 FTA들을 최대한 일원화되고 통합된 체계로 통합해야 한다. 지난 kr10년간 우리나라는 50여개 국가들과 FTA를 체결하면서 전 세계에서 가장 역동적인 FTA 협상국으로 부상했다. 반면 FTA의 내용 면에서는 개별 FTA마다 특성화된 규정을 도입함에 따라 실제 무역에서는 불필요한 혼란과 무역비용이 증가된 부작용도 있다. 대표적 예가 과도하게 특성화된 원산지규정을 도입함으로써 FTA마다 개별 원산지 규정들이 달라 실제 기업들이 활용하는 데 어려움이 초래되는 것이다. 이러한 문제는 사실 전 세계의 FTA들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나 우리의 경우 단기간에 많은 FTA가 체결되면서 그러한 문제가 더욱 부각되는 것이다.

 

따라서 향후 우리 산업통상정책의 주요한 부분은 기존의 이질적이고 복잡한 FTA들을 가급적 통합된 규범체계로 일원화하는 작업이다. 부문별로 FTA를 통해 지향하는 정책방향을 설정하고 보다 중장기적인 산업정책과 연계해 일관된 FTA규범체계를 정비해 가야 한다.

 

전례없는 거대 FTA경쟁체제는 우리 경제에 커다란 도전이자 기회로 다가오고 있다. 그간 외교통상으로 이뤄놓은 성과 위에 산업통상의 새로운 전략과 정책을 펼쳐나가야 하는 절박한 시점이다. 산업전략과 통상협상을 효과적으로 조율하고 통합함으로써 실질적인 FTA의 활용성을 제고해 개방형 경제체제에 입각한 우리 산업의 국제경쟁력을 증진하고 나아가 우리 경제의 성장력을 향상해야 한다.

 

* 본고는 국민경제자문회의에서 발간될 총서의 저자 원고를 일부 발췌·수정했음을 밝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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