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 2019년 9월 16일(월) 오전 10시 30분 장소: 위원장 집무실(정부서울청사) 대담: 유성임 나라경제 편집장
1960 제주 生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경기대 관광경영학 박사
2000~ 제주대 관광개발학과 교수
2005~2008 정책기획위원회 위원
2006~2008 국가균형발전위원회 위원, 한국문화관광연구원장
2012 제18대 대통령선거 민주통합당 중앙선거대책위원회 국가균형발전위원회 위원장
2013~2015 한국미래발전연구원장
2017 제19대 대통령선거 더불어민주당 중앙선거대책위원회 국민성장위원회 위원장, 국정기획자문위원회 위원
2017~2018 지역발전위원회 위원장
2018~현재 국가균형발전위원회 위원장
연임을 축하드립니다.
감사합니다. 아시다시피 균형발전은 쉽지 않은 주제입니다. 이것이 성과 위주로 가게 되면 정부나 정권이 바뀌면 유명무실해지는 경향이 있습니다. 성과를 소홀히 할 수는 없지만, 다른 정부가 들어서도 지속적으로 추진될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을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지난 2년 동안 법·제도 등 추진기반을 마련하는 데 주력했습니다. 연임은 대통령께서 신임을 해주신 거니까 기쁘고 영광스럽습니다. 책임감도 더 무겁게 느끼고 있습니다.
법·제도 등 추진기반을 갖추는 데 주력하셨다고 했는데, 좀 더 구체적으로 말씀해 주십시오.
먼저 지난해 3월 「국가균형발전 특별법」 개정을 통해 ‘국가균형발전위원회’(이하 균형위)라는 명칭을 복원하고 국가균형발전특별회계(이하 균특회계) 예산에 대한 위원회의 의견제시권을 개선하는 등 균형발전 컨트롤타워로서의 위상을 강화했습니다. 또 올해 초에는 ‘지역 주도의 자립적 성장기반 마련’을 목표로 ‘제4차 국가균형발전 5개년 계획’도 수립했습니다. 그리고 균형발전을 위한 핵심 사업들도 하나둘 첫발을 떼고 있습니다. 예비타당성조사제도의 장벽에 막혀 추진되지 못했던 지역숙원사업 중에서 경제적 파급효과가 큰 사업을 ‘균형발전 프로젝트’로 선정해 신속히 추진하기로 했고요. 지자체가 자율적으로 지역의 발전계획을 수립하고 추진하는 ‘지역발전투자협약’(이하 투자협약) 제도도 시범사업이 진행 중입니다. 현재 사업선정심사가 진행 중인 생활 SOC 복합화 사업도 국민들의 정책 체감도를 높여 균형발전정책이 보다 탄력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됩니다.
이전 정부 균형발전정책과의 차이점을 꼽는다면?
문재인 정부는 기본적으로 참여정부의 균형발전정책을 계승하고 있습니다. 참여정부는 세종시와 혁신도시를 건설하고 공공기관을 이전시키며 지역 간 불균형을 시정하고 균형발전의 토대를 구축했습니다. 다만 물리적인 분산정책 위주로 추진하면서 이전 공공기관들이 지역에 착근해 클러스터의 효과를 내는 데에는 한계가 있었습니다. 보수정부 10년 동안은 국가균형발전이 국가의 주요 정책으로 지속 추진되지 못하고 약화됐고요. 문재인 정부는 참여정부보다 더 강력한 균형발전정책을 다음 세 가지에 중점을 두고 추진하고 있습니다. 먼저, 사람 중심으로 국민들 생활과 밀접한 생활 SOC 복합화 사업에 힘쓰고 있습니다. 둘째, 지역이 주도적으로 계획을 수립하면 중앙정부는 이를 지원하는 투자협약 제도를 새롭게 도입했습니다. 셋째, 제도적 기반구축의 일환으로 균형발전지표를 개발해 균형발전사업에 적용하려고 합니다.
올해 초 발표하신 ‘제4차 국가균형발전 5개년 계획'은 문재인 정부의 균형발전정책 로드맵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그렇습니다. 이번 5개년 계획 수립에는 균형위와 20개 부처, 17개 시·도, 지역혁신협의회 등 지역 혁신주체가 함께 참여했습니다. 앞에서도 말씀드렸듯 제4차 국가균형발전 5개년 계획은 ‘지역 주도의 자립적 성장기반 마련’을 목표로 합니다. 이러한 목표 달성을 위해 사람, 공간, 산업 3대 전략을 근간으로 9대 핵심과제, 37개 실천과제를 중심으로 중앙정부, 지자체, 민간 부문이 공동 협력해 5년간 약 175조원을 투입할 계획입니다. 특히 이번 계획은 국가균형발전의
3대 가치인 분권, 포용, 혁신을 구현하는 데 강조점을 두고 있습니다. 투자협약 제도 도입, 균특회계 포괄보조사업의 지방이양 등을 통해 ‘분권형 균형발전’을, 생활 SOC 확충, 사각 없는 복지ㆍ의료 등으로 ‘포용적 발전’을, 국가혁신클러스터 육성, 규제자유특구 조성 등을 통해 ‘지역 주도의 혁신성장’을 촉진하고자 합니다.
새로 개발한 균형발전지표는 어떤 지표인가요?
균형발전지표는 지역의 발전 정도를 종합적으로 진단하고 지역 격차 해소를 위해 1년 6개월 동안 국책연구기관과 전문가들의 협업을 통해 지난 8월에 개발됐습니다. 우선 전국 어디서나 행복하게 살아가는 데 필요한 여건이 어느 정도 조성돼 있는지 파악할 수 있도록 만들어졌습니다. 교통, 주거, 산업·일자리, 문화 등 다양한 분야에서 생활여건을 파악할 수 있는 객관지표가 있으며, 삶의 만족도와 같은 주관지표도 포함돼 있습니다. 주관지표는 향후 통계청과 협조해 충분한 신뢰성을 확보할 수 있도록 조사대상을 확대할 예정입니다. 균형발전지표는 향후 생활 SOC 복합화 사업, 취약지역 생활여건 개조사업 등 균형위가 추진하는 재정지원사업에 적용하고, 균형발전정책을 수립·집행하는 과정에서 정책 모니터링 지표로도 활용할 예정입니다.
올해 안에 수도권 인구가 국내 인구의 50%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수도권 집중현상은 더욱 심화되는 모습인데, 이를 어떻게 하면 완화할 수 있을까요?
수도권으로 인구가 집중되는 현상은 수도권에 좋은 일자리와 양질의 교육 기회가 있기 때문입니다. 균형발전을 위해서는 결국 지역에 양질의 일자리와 교육기반을 마련해야 합니다. 지역 내 좋은 일자리를 만들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기업하기 좋은 환경이 돼야 할 것입니다. 혁신활동이 쉽게 일어날 수 있도록 지역혁신체계를 구축하고, 지역의 특성에 맞는 산업의 성장기반 마련에 역점을 둬야 합니다. 또한 기업이 필요로 하는 우수 인재를 공급할 수 있도록 지역대학의 경쟁력을 높여야 합니다. 특히 거점 국립대가 지역의 인재교육과 기업과 산학연 협력의 허브역할을 할 수 있도록 역량을 강화하는 게 필요합니다.
지역경제를 지탱해주는 핵심 산업들의 침체가 지속되면서 지역경제의 어려움이 커지고 있습니다.
지역이 처한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지역이 주도해 주력산업을 혁신하고 신산업을 육성하는 것이 핵심입니다. 정부는 올해 초 24조원 규모의 균형발전 프로젝트를 발표하고 지역의 전략산업 육성을 위한 R&D 투자, 지역산업을 뒷받침할 인프라 확충 등을 대대적으로 추진하고 있으며, 지난 7월에는 지역에서 규제 제약 없이 신산업 육성이 가능하도록 7개 규제자유특구를 지정했습니다. 또한 광주, 구미, 밀양 등 상생형 지역일자리 발굴·확산을 통해 지역의 일자리 여건 개선도 적극 지원하는 등 지역의 활력 회복 및 재도약을 위해 제도적·재정적으로 뒷받침해나갈 계획입니다.
저출산·고령화로 지방소멸에 대한 위기의식도 커지고 있습니다.
저출산·고령화는 국가적 난제로 특히 농어촌 및 중소도시에서 심각하게 나타나고 있습니다. 이런 곳들이 사람들이 살 만한 공간으로 변모해야 합니다. 주민들의 실생활과 밀접한 교육, 문화, 주거, 의료 등 정주여건이 개선될 수 있도록 꾸준한 지원이 필요합니다. 이를 위해 정부는 새뜰마을사업, 농산어촌개발사업 등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다만 이런 기초적인 지원과 더불어 지역마다의 특성에 맞는 지원책을 별도로 만들어나가야 합니다. 예를 들어 귀농·귀촌이 많은 지역이라면 귀농·귀촌인을 위한 지원책을, 노인이 많은 곳이라면 어르신 돌봄서비스 등 관련 지원책을, 아동이 많은 지역은 보육 관련 지원책 등 각각의 특성에 맞는 지원이 필요합니다.
전국 14개 시·도에 국가혁신클러스터를 조성하신다고 들었습니다. 기존의 혁신도시나 규제자유특구와의 차별점은?
혁신도시는 이전된 공공기관, 지역대학, 연구소, 산업체 등이 협력해 최적의 혁신여건과 수준 높은 생활환경을 갖춘 도시를 조성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규제자유특구는 비수도권 지역의 혁신성장을 위해 규제제약 없이 실증 및 사업화가 가능한 구역을 설정해 신산업 육성을 지원하는 거점 육성 정책입니다. 반면 국가혁신클러스터(법적 명칭: 국가혁신융복합단지)는 신규 거점 개발을 지양하고 물리적 거리나 면적 등을 고려해 각 시·도에 존재하는 혁신도시를 중심으로 산업단지, 경제자유구역, 연구개발특구, 대학 등 핵심거점들을 연계해 혁신역량 결집을 통해 대단위 산업 생태계를 조성하는 혁신거점 육성 정책입니다. 지역 주력산업 등 기존 특화산업을 고도화·다각화하거나, 지역의 역량을 활용해 지역별로 새로운 특화 신산업을 육성하는 등 지역 신성장동력 창출을 위한 혁신 테스트베드로 활용할 계획입니다.
혁신도시가 지역발전에 제 역할을 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많습니다.
그동안 혁신도시 건설, 공공기관 이전에 주력하다 보니 그런 지적이 나온 것 같습니다. 균형위는 혁신도시의 정주여건 개선, 기업유치 활성화, 이전기관의 지역기여 확대 등 혁신도시를 내실화하기 위해 ‘혁신도시 시즌 2’를 추진하고 있습니다. 모든 혁신도시에 교육·문화·복지 서비스 등을 통합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복합혁신센터’를 건립하고, 수요 응답형 교통체계 구축 등 교통여건을 개선해나가는 한편, 의료·보육·문화 시설 등도 점차 확충해나가고 있습니다. 또한 이전공공기관의 지역인재 의무채용, 오픈 캠퍼스, 공공시설 개방 등을 통해 지역기여를 확대해나갈 것입니다.
올해 시범사업을 시작한 투자협약 제도가 갖는 중요성과 의의는?
현재 매년 균특회계를 중심으로 연간 10조원 이상이 지역 지원사업에 사용되고 있으나, 부처별로 사업을 추진하고 중앙정부 주도로 운영되다 보니 지역이 자기 지역의 발전 방향에 맞게 정부 예산이나 사업을 쓸 수가 없었습니다. 투자협약 제도는 이러한 문제점을 극복하기 위해 도입된 제도로, 부처 간 칸막이식, 중앙 주도의 지원방식에서 벗어나 지역이 주도적으로 사업을 계획하고 추진하게 됩니다. 지자체가 지역의 여건에 맞게 다부처-다년도 패키지 계획을 수립하면 지자체-중앙부처 간 협의·조정을 통해 수평적으로 협약을 체결하고, 중앙정부는 균특회계를 통해 포괄보조 형식으로 예산을 지원합니다.
정부는 국민이 체감하는 생활인프라를 구축하고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생활 SOC 사업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균형위에서 맡은 생활 SOC 복합화 사업은 무엇이며, 향후 추진계획은?
생활 SOC 복합화 사업은 2개 이상 복수의 생활 SOC 관련 국고보조사업을 하나의 부지에 단일 혹은 연계 시설물로 건립하는 것입니다. 균형위는 여러 부처에 분절돼 있는 생활 SOC 사업 중에서 관계부처와 협의된 10개 사업을 지자체에 제시하고, 지자체가 희망사업을 선택해 사업계획을 제출하면 사업선정까지 부처와 지자체 간 협업 지원과 총괄적인 사업조정 역할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균형위는 그간 생활 SOC 복합화 사업 가이드라인 배포를 시작으로 가이드라인 설명회, 권역별 컨설팅을 수행했고 지난 8월에 사업접수까지 완료했습니다. 향후 개별시설에 대한 관련 부처의 사업평가와 균형위 사업선정위원회 심의·의결을 거쳐 9월 말 균형위에서 최종적으로 사업을 선정할 계획입니다. 생활 SOC 복합화는 단순히 시설을 조성하는 것이 아니라 그 안에서 다양한 활동과 교류가 이뤄져 지역공동체를 형성하고, 마을과 지역, 나아가 분권·포용·혁신의 사회가치를 실현하는 생활혁신공간으로 조성해 나가겠습니다.
취임 3년 차에는 어떤 사업에 중점을 두실 계획이십니까?
균형발전정책의 패러다임 전환을 통해 지난 2년간 굳건하게 다져온 법·제도 등 추진기반 위에 이제는 주요 정책을 본격적으로 이행해가야 할 시점입니다. 이를 위해 지역주민의 삶을 실질적으로 개선할 수 있도록 생활 SOC 복합화 사업 선정을 조속히 마무리하고 본격적인 사업에 착수할 계획입니다. 특히 부처별 칸막이식 사업추진 방식에서 탈피해 시·도 주도로 지역혁신성장계획을 수립해 사업을 연계하고 지역발전투자협약 방식으로 추진함으로써 지역주민의 수요에 긴밀하게 대응할 방침입니다. 그리고 농어촌 취약지역 생활여건 개조사업, 농촌 신활력 거점 조기확산 등 주민 주도의 자립적 성장을 위한 지역특화산업도 지속적으로 확대·추진할 것입니다. 4차 산업 육성을 위한 지역산업 역량 강화를 위해 국가혁신클러스터 구축 및 활성화, 규제자유특구 육성 등도 관련 부처와 협업을 통해 빠른 시일 내에 정책적 성과가 나올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국가균형발전은 시대적 흐름이자 문재인 정부 국정운영의 큰 방향입니다. 앞으로 위원회는 기존의 중앙정부 주도 방식에서 벗어나 지방정부가 정책과 사업을 기획하고 중앙정부는 이를 지원하는 ‘지역 주도형 균형발전’ 시스템을 정착시키고, 그 성과를 주민들이 체감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