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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인터뷰
“양극화 해소 위한 사회적 대화 시작할 것”
문성현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위원장 2019년 11월호

때: 2019년 10월 15일(화) 오후 2시 30분
장소: 위원장 집무실(서울 종로구)
대담: 유성임 나라경제 편집장

1952 경남 함양 生
           서울대 경영학
1999~2002 민주노총 전국금속연맹 위원장
2000~2002 최저임금심의위원회 근로자위원
2006~2008 민주노동당 대표
2017~2018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 위원장
2018~현재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위원장

연임을 축하드립니다. 청와대가 사의를 표명한 위원장님의 유임을 결정한 이유가 어디에 있다고 보십니까?
대통령께서는 사회적 대화를 굉장히 중요하게 보고 강조하시는 분입니다. 그분이 보기에 경제사회노동위원회(이하 경사노위)가 뭔가 중요한 일을 했으면 좋겠는데 그동안 그렇지 못했잖아요. 이제는 좀 제대로 했으면 좋겠다는 기대를 제게 보내주신 것으로 생각합니다. 개인적으로도 2년 전 처음 경사노위를 시작할 때는 해보고 싶은 게 많았는데 그것을 못하고 끝내는 것에 아쉬움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기꺼이 그 뜻을 받아서 제대로 해보려고 합니다.

제1기 경사노위의 성과를 꼽는다면?
노동 의제들 중에는 1997년 경제위기 때부터 해결되지 못하고 미뤄왔던 과제가 몇 가지 있습니다. 탄력근로제가 대표적인데, 이러한 몇 가지 과제를 일단락 지은 것입니다. 탄력근로제의 경우 문제가 어떻든 68시간이냐, 52시간이냐 이야기된 것들을 문재인 정부 들어 52시간으로 단축하는 획을 그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경영계에서 ‘준비가 부족하다’며 탄력적 운영을 요구한 거죠. 노동시간 단축과 관련된 그런 문제들을 줄이고 대책을 마련하는 숙제를 노사정이 합의해 일단락 지은 것입니다. 국제노동기구(ILO) 기본 협약도 경사노위에서 논의한 결과를 바탕으로 정부가 국회에 비준동의안과 법률개정안을 제출했습니다. 결론 없이 5년마다 논의가 반복되고 있는 국민연금 역시 경사노위 논의를 통해 의견을 내놓은 상태입니다. 국회가 이를 바탕으로 논의를 이어가겠죠. 이렇게 보면 1기는 의미 있는 논의들을 많이 했어요.

아쉬운 점이 있다면?
탄력근로제를 노사정이 합의하고도 최종 본위원회에서 사회적 합의로 만들어내지 못했습니다. 청년, 여성, 비정규직 대표들이 탄력근로제 합의를 받아들이기 어렵다면서 지난 2월 이후 본위원회 참석을 안 했기 때문입니다. 그로 인해 파행이 계속됐고, 이대로는 안 되겠다는 생각에 위촉직 위원 전원이 사표를 내는 방식으로 해산에 가까운 조치를 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아쉬움이 많았지만, 지나고 보니 그것도 제대로 된 사회적 대화를 하기 위해 겪어야 할 아픔의 과정이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본위원회 파행과 관련해 일각에서는 계층별 위원들과의 소통 문제를 지적하기도 했습니다.
탄력근로제 문제는 워낙 오래 논의돼왔던 것이라 노동시간을 줄이면 탄력적 운영이 불가피하고 탄력적 운영을 하려면 어떤 조치가 필요하다는 것들에 대해서는 저는 감히 노사라는 이름을 걸고 있는 모든 사람은 다 알고 있는 문제라고 이해하고 판단했습니다. 소통의 문제도 없진 않지만, 그것보다는 탄력근로제 자체를 부정하는 입장에서 보면 내용과 무관하게 반대를 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 입장에 계층별 대표 세 분도 같은 의견을 가지신 거고요. 반대하니까 의결이 안 되게 하기 위해 본위원회에 참석을 하지 않는 선택을 한 걸로 이해하고 있습니다.

이번과 같은 파행이 반복되지 않으려면 의결구조를 바꿀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현재 규정을 보면 본위원회에 노는 노대로 사는 사대로 각각 2분의 1 이상이 참석해야만 의결이 가능합니다. 이것은 소수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반영하기 위해서 만든 규정인데, 오히려 이번에 적극적인 비토권으로 행사됐습니다. 개인적으로는 두루두루 의견을 존중해야 한다는 차원에서 이 규정을 꼭 없애야 되느냐 하는 생각이 있지만, 이번에 워낙 많은 분이 이 규정 때문에 아픔을 겪어서 변화는 있어야 할 것 같습니다. 다만 계층별 대표들이 새로 들어오셨으니까 그분들하고 충분히 논의를 해 공감대를 나눈 후에 바꾸려고 합니다.

2기 경사노위는 어떤 방향으로 이끌어나갈 생각이신지요?
우리 경제는 이제 저성장기로 접어들었습니다. 그리고 4차 산업혁명으로 디지털화라는 새로운 체질 변화를 해야 합니다. 구조 변화를 해야 하는 상황에서는 이해당사자들의 이해가 첨예하게 대립될 수밖에 없습니다. 또 저성장이기 때문에 겪어야 할 고통 분담이 있어요. 나눌 파이가 줄잖아요. 따라서 이제는 노사가 저성장기로 들어섰다는 공통된 인식을 바탕으로 저성장기 노사 패러다임은 어떻게 달라져야 하는지에 대해 논의를 시작해야 합니다. 또 변화가 불가피한 새로운 산업의 재편을 놓고도 논의를 해야 합니다. 그리고 또 하나 중요한 것이 양극화와 사회안전망 문제입니다. 임금의 양극화부터 시작해서 전체적인 구조의 양극화까지 우리 사회 양극화 문제가 심각합니다. 이것을 그냥 두고 저성장기, 구조적 변화기로 가게 되면 우리 사회의 결정적 장애가 될 것입니다. 이러한 주제들은 1, 2년 내에 결론이 날 문제들이 아닙니다. 따라서 2기 경사노위는 이러한 중장기적이고 꼭 해야 하는 과제들에 대해 긴 호흡을 가지고 논의를 시작하려고 합니다. 그 과정에서 추상적이고 선언적인 방향은 노사가 빨리 합의를 하도록 하고, 업종별이나 산업별, 의제별, 지역별 구체적 상황에 대한 것은 선택과 집중을 통해 차분히 해나갈 것입니다.  

민노총이 여전히 불참하고 있습니다. 
민노총 스스로 참여 결정을 못하고 있기 때문에 당분간은 참여가 어려울 것 같습니다. 회의에 참여는 하지 않더라도 참관은 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놨지만, 현재는 참관조차도 안 하겠다는 상황입니다. 하지만 주요 의제에 대해 공감대는 있어야 하니까 계속 방법을 찾을 겁니다.

1기에서 성공하지 못한 계층별 위원회를 다시 시도하신다고요.
그렇습니다. 계층별 위원회는 조직이 아직 없거나 조직이 있더라도 힘이 약한 분들을 사회적 대화에 적극 참여시키기 위해 만든 것입니다. 그런데 조직하기가 참 어려워요. 청년은 청년대로 조직하기 어렵고, 여성은 여성대로, 비정규직은 비정규직대로 더 어렵고. 대한민국에 있는 모든 비정규직 조직이나 주요 활동가들이 모이면 될 거 아니냐 하겠지만 그게 잘 안 돼요. 그래서 2기 때는 저도 노동운동을 했으니까 같이 논의해서 위원회를 꼭 만들려고 합니다. 만들어서 적어도 계층을 대표하는 위원 한 명이 어떤 의견을 말할 때 “이런 이런 사람들이 모여서 이야기해봤더니 이렇더라” 하는 근거를 꼭 가질 수 있도록 할 생각입니다.

탄력근로제는 결론이 정해진 의제를 청와대나 국회에서 경사노위에 떠넘긴 모양새입니다. 이와 관련해 위원장님께서 여러 차례 언론 등을 통해 특수한 사정이 있었다고 설명도 하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만, 앞으로 이런 예가 반복되면 안 될 것 같습니다. 
탄력근로제 논의가 처음 경사노위로 넘어왔을 때 한국노총, 경총 모두 반대했습니다. 반대가 지속됐으면 논의가 이뤄지지 않았겠지만 한국노총이 논의하겠다는 의사를 밝히고 경총도 함께하기로 하면서 경사노위 의제로 채택된 것입니다. 따라서 외부에 의해 경사노위가 휘둘리는 것은 아닌가 하는 걱정은 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오히려 지금 걱정해야 하는 것은 노총과 경총이 노동계와 경영계를 대표해서 스스로에게 가장 절실하고 절박한 의제들을 책임 있게 내고 그것을 책임 있게 논의하는 것입니다. 그런 점에서 제가 지금 우려하기도 하면서 또 기대하기도 하는 것은 과연 노총이나 경총이 양극화 문제를 얼마나 절실하게 자기 의제로 생각할 것이냐 하는 것입니다.

우려도 되고 기대도 된다고 하셨는데, 기대라면?
최근 산업현장에 가보면 양극화 해소를 위한 노사의 주목할 만한 움직임이 보입니다. 대표적인 예로 SK이노베이션의 경우 노조가 임금 1%를 기부하면 회사가 같은 금액을 기부해 그 돈을 사내 협력업체 노동자들의 처우개선을 위해 쓰고 있습니다. 노조는 임금을, 회사는 이윤을 일부 모아서 양극화 처우개선에 쓴 겁니다. 또 민주노총 사무금융노조가 만든 ‘우분투재단’은 라이더유니온과 배달노동자의 자차 수리비를 지원하는 사업을 시작했습니다. 아직은 몇몇 사례에 불과하지만 작은 물방울이 모여 큰 강물이 되듯 이 같은 움직임이 모여 언젠가는 거대한 흐름이 될 것입니다. 그리고 지금이 그 논의를 시작해야 할 때입니다.     

중앙 단위의 사회적 대화 못지않게 지역 단위의 사회적 대화도 중요해보입니다. 
앞으로 우리나라의 산업과 일자리 정책의 중심은 지역으로 가야 합니다. 우리나라는 산업화 과정에서 각 지역별로 특화된 산업이 다 배치됐습니다. 중앙에서 새롭게 재구성해야 될 영역도 있지만 현재 지역에 있는 것을 어떻게 발전시킬 것인지가 중요합니다. 앞에서 말씀드렸듯이 저성장, 4차 산업혁명 시대 산업의 변화를 만들어내고 새로운 가능성을 열기 위해선 반드시 노사 간의 협력과 조율이 필요한데, 그것을 지역 단위에서 이뤄내야 합니다. 다행히 광주형 일자리를 계기로 사회적 협의 틀이 촉발돼 각 지역에서 그런 것들이 논의되고 있는데, 이런 기회를 통해 지역 사회적 대화의 틀을 정비해서 제대로 역할을 하도록 해야 합니다. 경사노위도 함께 참여해 모델도 만들고 논의도 해나가려고 합니다.

30, 40대의 일자리 감소가 지속되고 있습니다. 
지금 40대가 취업을 시작했을 2005년쯤부터 우리나라는 제조업이 고용한계치에 들어섰습니다. 자동차산업이나 조선업 등에서 더 이상 사람을 뽑지 않았어요. 결과적으로는 지금 나타났지만 실제로 이분들 삶의 스타트 시절에 이미 고용절벽에 부딪히기 시작한 거죠. 그렇다면 이제 대책을 어떻게 세울 거냐는 건데, 종합적으로 검토를 해야 합니다. 이분들이 어딘가에서는 일을 하고 있을 텐데, 불안정한 일자리일 겁니다. 그런데 저는 이분들이 부딪히는 지점이 바로 양극화 격차라고 생각합니다. 지금은 이분들이 30, 40대지만 이대로 시간 지나면 50대, 60대로 가잖아요. 따라서 이분들이 안고 있는 양극화의 구조가 어떤 것인지 정확한 분석을 해야 합니다. 없는 일자리를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불안정한 일자리들을 어떻게 안정적으로 만들고 처우를 어떻게 실질적으로 개선할 것인지 하는 것입니다. 이분들이 어디서 일을 하든 일을 하려는 의지와 가능성을 열어주려는 노력을 해야 합니다.
 
위원장님은 30년 노동운동을 하시면서 우리 노동운동의 변화를 다 지켜보셨는데, 앞으로 우리 노동운동은 방향을 어디에 둬야 한다고 보십니까?
우리나라에서 직원 수가 1천명 이상 되는 곳은 90%가 노조가 있습니다. 그런데 30명 이하는 0.2%밖에 안 돼요. 크게 보면 노조가 있을 만한 데는 다 있다는 거죠. 그러면 30년 이상 노조를 해왔던 조직의 노동자들은 앞으로 무엇을 어떻게 할 것이냐. 우리나라는 이미 저성장기로 접어들었고 양극화가 심하기 때문에 임금을 많이 올리기 어렵습니다. 물론 그 속에서 뭔가 개선하려는 노력은 해야 하지만, 이제는 거기서 벗어나 노조를 하고 싶어도 못하는 사람들이나 노동자는 아니지만 노동자와 같은 자영업자들의 삶에 대해 본격적으로 고민을 해야 합니다. 조직의 노동자들이 노동자라는 이름으로 먼저 움직이면 결국 사용자들도 함께할 것입니다. 그런 전체 흐름을 만들어야 합니다. 그리고 그것을 어떻게 할 것인지는 사회적 대화를 통해 구체화시켜야 합니다. 

끝으로, 노사정 각 주체들에게 바라는 게 있다면?  
앞에서도 말씀드렸듯 우리 경제는 지금 변해야 합니다. 그리고 이 변화를 만들어내는 데 노조가 함께 가야 합니다. 정부기관들은 노조와 함께하는 마인드가 아직 충분하지 않습니다. 우리는 오랫동안 공기업의 효율성을 위해 아웃소싱하고 분사하는 것이 옳다고 해왔는데, 그런 세월이 지속되다 보니 김용균 사망 사건 같은 일이 발생하잖아요. 자회사 방식도 필요하지만, 그것이 갖는 효율성만 보면 안 됩니다. 거기서 일하는 사람들의 노동권 내지 인권에 대해 고민해야 하고, 그 과정에서 노조와 충분히 논의해야 합니다. 정부기관이나 공공기관에서 모범을 보여야 해요. 노동계를 대표해서 한국노총은 어려움이 있겠지만 기업별 틀에서 벗어나서 양극화 문제, 우리나라 경제·산업의 변화·발전 문제에서 노동이 중요한 역할을 해야겠다는 자기 책임감을 가져야 합니다. 경총을 대표로 하는 경영계도 마찬가지입니다. 변화에는 비용이 듭니다. 예를 들어 사회안전망도 비용이 드는 문제죠. 그러나 그 비용은 그냥 없어지는 것이 아니라 비용이 든 만큼 변화·발전을 수용 가능케 하는 탄력적 운영이 가능해집니다. 저는 앞으로 2년 동안 노총, 경총, 정부와 충분히 이야기하고 큰 방향에 대해서는 일도양단(一刀兩斷)적 결단을 할 것입니다. 그리고 구체화되는 과정에서는 선택과 집중을 하면서 모범답안을 만들어내 큰 방향에 맞춰 하나씩 채워나가려 합니다. 노사정 각 주체들도 저와 같이 의지를 모아주시길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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