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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인터뷰
“빅데이터 기반 미래 예견적 국정관리 모델 만들 것”
성경륭 경제·인문사회연구회 이사장 2020년 01월호

 

 
1954                         경남 진주 生
                               서울대 사회복지학, 미 스탠퍼드대 사회학 박사
1991~               한림대 사회학과 교수
2003~2007 국가균형발전위원회 초대 위원장
2007~2008 대통령비서실 정책실장
2010                  한림대 사회과학대학장
2018~                제7대 경제·인문사회연구회 이사장

2월이면 취임 2주년입니다. 그동안 가장 중점을 두고 추진한 사업은 무엇입니까?
이제는 국책연구기관도 연구의 초점이나 관심사 면에서 ‘패러다임 시프트’를 해야 할 때입니다. 독립성과 자율성은 갖추되 자발적인 각성과 노력으로 정책을 개발해 국가가 해결할 문제의 해답을 제시하고 국민의 삶의 질을 높이는 데 기여해야 합니다. 이를 위해 경제·인문사회연구회(이하 연구회) 소속 26개 연구기관이 공동의 과제를 상호 조정하고 국가적 차원의 중요한 과제에 대해 협동연구를 수행할 수 있도록 6대 위원회와 5대 연구단을 만들었습니다. 이 협동체제를 통해 상호 긴밀한 정보공유와 공동연구의 수준을 높일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됐다고 봅니다.

6대 위원회와 5대 연구단은 어떤 조직인가요?
우선 6대 위원회는 세종국가리더십위원회, 미래혁신위원회, 통합정책관리위원회, 연구수월성위원회, 국제협력위원회, 한반도평화번영위원회입니다. 각 위원회는 연구회 소속 26개 연구기관들이 모두 참여합니다. 26개 기관의 원장, 부원장, 기조실장들이 각각의 위원회에 참여, 주제별로 정보와 아이디어를 공유하고 협동연구를 통해 수준 높은 정책대안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5대 연구단은 포용성장연구단, 혁신성장연구단, 국제협력연구단, 균형발전연구단, 한반도평화번영연구단이 있습니다. 정부는 단기적으로 수없이 많은 현안에 부딪힙니다. 그에 반해 국책연구기관이 수행하는 연구는 길게 보면 2년 주기로 진행됩니다. 이에 연구기관 또한 늘 긴급한 정책결정 현안에 대해 준비된 역량을 적시에 투입해 해결책을 찾도록 시스템을 구축한 것이 5대 연구단입니다. 이를 통해 시의성 있는 정책대안을 제시하려고 합니다.

미래 예견적 국정관리 모델도 구축하신다고 들었습니다.
날씨 예측을 위해 기상청이 필요하듯 정치, 경제, 사회 분야에서도 미래 예측을 위해 빅데이터를 이용하는 것은 국가적으로 매우 중요한 과제입니다. 연구회는 안보, 국제정세, 국내외 경제동향, 고용, 복지, 교육 등 분야별 데이터센터를 구축하려 합니다. 각각의 분야에서 상시적으로 데이터를 분석해 장·단기 관점의 보고서를 내고, 이것이 정책에 반영되도록 할 것입니다. 현행 국책연구기관들의 연구 과제는 길게는 2년까지 소요되는데 데이터센터가 구축되면 사안에 따라 국책연구기관들이 정책 결정자와 국민들에게 합리적인 국정방향과 적절한 정책수단을 제때 제시할 수 있을 것입니다.

구체적인 추진계획은?
올해 연구회에 미래예측 플랫폼을 구축하고 순차적으로 다수의 연구기관에 빅데이터 분석실을 설치할 계획입니다. 또한 2월 초에는 연구회와 26개 연구기관이 공동으로 ‘2020 대한민국 종합 미래 전망대회’를 개최해 새해의 세계경제 및 안보 동향, 한반도 및 동북아 평화 동향, 한국경제와 사회 전반의 미래전망 등을 발표할 예정입니다.

2020년 한국경제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큽니다. 2020년 우리 경제를 어떻게 전망하십니까?
대체적으로 우리 경제에 대해 2019년은 2% 정도, 2020년은 2.3% 정도의 성장을 예상하고 있는 듯 합니다. 그런 전망의 기저에는 2020년에는 미중 무역갈등이 해소 국면으로 가지 않겠나 하는 기대와 한일 갈등도 어떤 형태로든 정리가 되지 않겠나 하는 기대가 담겨 있다고 봅니다. 저도 그런 흐름으로 갈 것이라는 데는 동의를 합니다. 다만 우려되는 것은 경제는 경제만으로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남북 관계가 어떻게 될 것이냐도 우리에겐 중요한 변수입니다. 또한 미중 갈등은 경제 외에 군사·안보적 차원에서도 갈등 구조를 갖고 있기 때문에 여전히 불안합니다. 이 두 요인은 2020년 우리 경제에 현저하게 위험을 초래할 수 있기 때문에 예의 주시해야 할 것입니다.   

공정경제, 포용성장, 혁신성장은 문재인 정부의 3대 핵심 과제입니다. 특히 포용성장은 이사장님께서 직접 이론적 토대를 만드셨는데, 현재의 포용성장 정책을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포용성장은 정부가 사회적 평화와 지속가능 발전을 위해 고용증진과 분배개선을 이루고자 하는 분명한 목표를 가지고 정책을 기획하고 추진해 성과를 낸 분야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지난 12월 17일 발표된 통계청의 ‘2019년 가계금융복지조사’를 보면 2018년 지니계수와 5분위 배율, 상대적 빈곤율 등 주요 소득분배지표가 2017년보다 감소하며 경제사회적 여건이 전반적으로 크게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그동안 1분위 소득집단의 소득이 너무 낮아서 불평등 개선 흔적이 별로 없다는 지적이 많았습니다. 그 원인을 찾기 위해 1분위를 구성하는 사람들을 조사해보니 대부분이 고령자였습니다. 고령자는 일자리가 없으니까 소득이 낮을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기초연금 등 이전소득을 많이 늘린 것입니다. 1분위 집단의 소득이 이전소득을 중심으로 확충되면서 5분위 배율도 줄어들고 지니계수도 줄어든 것입니다. 앞으로 이 정책의 효과가 어떻게 될지, 어떤 의도하지 않은 결과를 만들어낼지는 알 수 없습니다. 그러나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의도를 가지고 정책을 기획하고 집행해서 원하는 결과를 만들고, 그것이 해당되는 국민에게 혜택이 가고 변화가 나타나고 있기 때문에 포용성장과 관련해서 대단히 중요한 일이 우리나라에서 진행돼왔다고 봅니다. 이것은 역대 정부와 비교하더라도 아주 모범적인 사례라고 할 수 있습니다. 

포용성장 정책으로 복지지출이 매년 크게 증가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2018년도 GDP 대비 국민부담률(국세, 지방세, 사회보험료 합계)은 28.4%입니다. OECD 회원국들의 평균 국민부담률은 34.3%입니다. 사회지출 비율은 우리나라와 OECD 회원국의 평균이 각각 11.1%와 20.1%로 큰 차이가 납니다. 심해지는 저출산·고령화에 대비해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서는 조세부담률을 단계적으로 OECD 평균에 최대한 근접하는 방향으로 올려 조세·재정 지출을 점진적으로 늘려나가는 것을 고민해야 합니다. 복지지출 여력이 증가하면 할 수 있는 선택지가 많아지기에 보다 더 충실한 사회보장체계를 만들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보다 먼저 우리의 사회보장체계를 어디까지 갖출 것이냐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이뤄져야 합니다. 얼마까지 세금을 낼 수 있고, 얼마까지 복지지출을 할 것이냐에 대한 사회적 토론과 합의가 필요합니다.

이사장님은 취임하면서 현재 우리나라가 직면한 가장 큰 위기로 ‘인구소멸’을 드셨습니다. 
과격한 표현을 빌리면, 우리 사회는 현재 예방적 집단 자살을 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듭니다. 앞으로 태어나야 될 사람이 미리 태어나지 않도록 하는 많은 사회경제적 메커니즘이 작동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2019년 3분기 합계출산율이 0.88명까지 떨어졌습니다. 2018년 전체 합계출산율이 0.98명인데, 아직 4분기가 남았지만 0.9 근처로 내려올 가능성이 있습니다. 이렇게 되면 우리의 미래는 매우 어려워질 것입니다.

그렇다면 해법은?
가장 중요한 것은 출산 여건을 만드는 것입니다. 우리는 국방의 의무는 공공의 영역으로 여기면서 출산은 사적인 영역이라고 생각합니다. 아이들은 세금을 내고 공공재의 대표적 영역인 국방 의무를 담당할 사람들입니다. 국가가 책임을 져야 합니다. 예산 지원의 1차 목표를 청년의 고용률과 소득 수준을 끌어올려 결혼을 유도하는 데 둬야 합니다. 안정된 직장이 있고, 저축해서 집도 살 수 있고, 아이도 키울 수 있겠다는 안도감과 자신감을 젊은 세대가 가질 수 있도록 해줘야 합니다. 출산, 보육은 그 다음입니다. 

서울에서 행정수도와 공공기관을 이전했지만 수도권 집중은 여전합니다.
첫 번째 이유는 정책단절로 인한 추진동력 상실입니다. 참여정부 당시 세종에 행정수도를 건설하고 공공기관을 지방으로 이전하는 것을 결정했지만 그 다음 정부 들어 정책이 방향을 잃고 장기간 표류했습니다. 공공기관 이전 역시 혁신도시로의 기업이전 정책이 뒷받침되지 못하면서 자생력을 갖출 기회를 놓치게 됐습니다. 두 번째는 기술의 발전으로 인한 서울의 확장입니다. KTX로 서울에서 부산까지 2시간 30분 정도면 갑니다. 초고속교통혁명으로 서울-지방 간 출퇴근이 이제는 어렵지 않게 된 것입니다. 셋째는 문화, 소비, 의료, 교육과 같은 사회·문화 인프라의 서울 집중 비율이 너무 압도적입니다. 우리나라에 와서 사는 외국인들도 자기 나라보다 서울이 훨씬 좋다고 합니다. 행정안전부의 주민등록인구 통계에 따르면 지난 11월 말에 수도권 인구가 50%를 넘었습니다. 이제는 통제 불가능한 단계에까지 도달했다고 보입니다.

수도권 집중이 더 강화될 것이란 말씀처럼 들립니다.
경제지리학에 파멸적 집적이란 개념이 있습니다. 이 이론에 따르면 특정 지역의 인구가 다른 지역보다 조금이라도 많을 경우 이 지역으로의 기업과 인구 이동이 연쇄적으로 발생해 최종적으로 여타 지역에 파멸적 결과를 가져오는 극단적 집적 현상이 나타난다고 합니다. 뉴욕, 필라델피아, 워싱턴 DC, LA, 샌디에고, 상하이, 베이징 등이 파멸적 집적의 예에 해당합니다. 서울과 수도권 역시 파멸적 집적이 상당히 진행된 상태입니다. 앞으로 이 현상은 더욱 심화돼 현재는 인구의 50%지만 머지않아 수도권과 충청권이 연결되면서 70%, 80%까지 갈 수도 있을 것입니다.

최근 지방소멸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말씀을 들으니 더욱 걱정이 되는데, 방법이 없을까요.
무엇보다 지역이 특화할 수 있고 집중할 수 있는 미래 산업을 만들어야 합니다. 혁신도시를 만든 이유가 바로 그것인데, 10년을 허비하면서 그런 정책들이 다 중단됐습니다. 지금부터라도 복원해내야 합니다. 두 번째는 지방 스스로 시야를 세계로 넓혀야 합니다. 지난 11월 부산에서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가 열렸습니다. 아세안 국가들을 만나보면 한국을 배우고 싶어 하고 상당한 호감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아세안 국가들뿐 아니라 대한민국을 좋아하고 함께 협력해나가기를 희망하는 나라는 많습니다. 이런 나라들에 지방의 제조업단지가 진출하는 겁니다. 우리는 경제 수준이 올라 비용 면에서 경쟁력이 떨어지지만 캄보디아, 인도네시아 등은 필요로 할 수 있습니다. 서로 보완성이 생기는 거죠. 지방의 대학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리 대학들은 좋은 캠퍼스에, 우수한 교수에, 좋은 실험실과 실험장비를 다 갖추고 있습니다. 그런데 동남아시아에 가보면 캠퍼스도, 자격을 갖춘 교수도, 실험실도 장비도 다 부족합니다. 대학진학을 희망하는 학생들만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어요. 이들 나라에 우리의 대학을 보내는 겁니다. 여러 가지 방법이 있을 수 있습니다. 현지에 대학을 보내는 방법도 있고, 방송통신대 개념으로 인터넷강의를 하는 방법도 있어요. 또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결합하는 교육방법도 활용할 수 있고, 현지에 적절한 캠퍼스를 만들어 한 번은 학생을 불러들이고 한 번은 우리가 나갈 수도 있습니다. 이런 것을 ODA 자금으로 운영·지원할 수 있도록 ODA 정책 기조도 바꿔야 합니다.  
 
이사장으로서 꼭 이루고 싶은 바람이 있다면?
초저출산과 이에 따른 생산가능인구의 감소, 지방 인구와 경제의 축소, 잠재성장률의 하락 등으로 인해 한국사회는 ‘수축사회를 향한 다양한 징후’들을 뚜렷하게 보이고 있습니다. 이런 시기일수록 경제활력이 약화되고 사회갈등이 빈발할 가능성이 큽니다. 따라서 연구회는 국민 개개인의 인적 자본과 사회적 자본 확충을 통한 인간 역량의 향상, 미래 예측 능력 함양을 통한 시간관리 역량의 증진, 경제·사회·문화적 활동의 범위를 세계로 확장하는 공간관리 역량의 증진 방안을 연구하고, 이를 통해 한국사회 전체의 미래 발전 잠재력을 극대화하는 노력을 기울이고자 합니다. 이런 노력을 통해 한국이 혁신적 포용국가와 세계 포용국가 연합의 국가비전을 실현함으로써 한국의 지속적 발전은 물론 세계발전과 세계평화에도 의미 있는 기여를 할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끝으로, 『나라경제』 독자들께 새해를 맞아 희망의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국내외의 흐름이 과거 어느 때보다 불안정해지고 있습니다만, 우리 모두가 포용, 혁신, 공정, 평화의 가치를 함께 추구해나간다면 우리의 생활 주변과 나라 전체, 나아가 온 세상에 긍정과 공생의 에너지가 확산될 것으로 기대합니다. 『나라경제』 독자 여러분을 비롯해 모든 분들이 꿈과 행복이 가득한 새해를 맞이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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