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0 生
성균관대 신문방송학과,
영국 런던정경대 국제정치경제학 박사
2002~2004 동아일보 기자
2004~2014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 연구전문위원
2016~2017 정책공간 국민성장 일자리추진단장
2017~2019 정책기획위원회 국민성장분과 위원
2015~현재 아주대 경영학과/국제학부 교수
2020~현재 대통령직속 일자리위원회 부위원장
지난 2월 취임하자마자 코로나19로 정신이 없으셨을 텐데, 그동안 어떻게 지내셨습니까?
취임 직후 14차 일자리위원회(이하 일자리위) 본회의가 예정돼 있었습니다. 3월 9일이었는데 이 자리에서 ‘후반기 일자리정책 추진방향’을 발표했습니다. 제가 오기 전에 이미 어느 정도 진행돼 있었는데, 거기에 제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것들을 추가하는 작업을 했습니다. 코로나19는 그 이전부터 발발했지만 본격적으로 우리 사회에서 대책을 고민했던 것은 3월 조금 지나서였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그때부터는 관련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현황을 파악하고 어느 정도로 이 문제를 심각하게 바라봐야 할지, 어떤 대책을 세워야 할지, 그런 문제에 대해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지난 5월 13일 통계청이 발표한 4월 고용동향을 보면 취업자 수가 전년 동월 대비 47만6천명 감소하는 등 코로나19로 인한 고용충격이 본격화하는 모습입니다.
코로나19로 인한 고용충격이 현재 어느 정도냐 하면 코로나19 이전 최근까지 취업자 수가 전년 동월 대비 약 50만명 정도 증가해왔던 점을 감안하면, 4월 고용동향에서 드러난 47만명 감소분과 일시휴직자 110만명을 포함해 약 200만명이 코로나19의 충격을 받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2019년 기준 전체 취업자가 2,700만명인데 이 중 7~8%가 직접적인 영향을 받은 셈입니다. 특히 임시·일용직, 청년층, 300인 미만 사업체 및 특수형태근로종사자(이하 특고) 등 취약계층 피해가 크고, 피해 규모도 계속 확대되고 있습니다. 대면접촉이 많은 서비스업 부문을 중심으로 충격이 발생해 취업자가 감소했으나 정부의 일자리 지키기, 생계지원 대책 등의 영향으로 피해는 최소화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공공일자리 55만개 창출을 위해 ‘공공일자리 창출 TF’를 운영하신다고 들었습니다.
지금과 같은 위기 상황에서는 고용을 유지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정부가 직접 나서 일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주는 것이 무엇보다 필요합니다. 그리고 한시적인 일자리지만 코로나19 이후의 시대 상황에도 맞아야 합니다. 이를 위해 우선 ‘공공일자리 창출 TF’를 새로 가동했으며, 컨트롤 타워로서의 역할을 적극적으로 추진해 나가려고 합니다. 일자리위 중심으로 각 부처·기관별로 산재해 있는 일자리 창출 기능·역할을 총괄 관리 및 조율해 55만개의 새로운 공공·청년 일자리 등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 수립을 거의 마무리했고, 추가적인 추경 마련 및 2021년 예산 편성 시 요구할 일자리 사업에 대해서도 선제적·체계적으로 접근할 계획입니다. 코로나19와 같은 위기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는 비대면·디지털 일자리, 돌봄 일자리 등의 서비스 질과 일자리 질을 동시에 높이기 위한 고민도 필요합니다. 일자리위 산하 민간전문가 중심의 전문·특별 위원회 및 청년·여성 TF 등의 의견수렴을 거쳐 새로운 공공·지역·사회 서비스 일자리 창출 과제의 질을 높이기 위한 아이디어를 모으고, 국가 정책으로 적극 반영해나갈 것입니다.
이번 코로나19로 고용 취약계층에 대해 고용보험 확대 등 고용안전망을 강화해야 한다는 데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된 분위기입니다.
앞서 말씀드렸듯 이번 위기로 인한 고용충격은 특고, 영세 자영업자, 임시·일용직 등 고용 취약계층에서 더욱 크게 나타나고 있습니다. 문제는 이분들 다수가 여전히 고용안전망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는 것입니다. 고용보험 의무가입 대상이 전체 취업자의 63.2%인 약 1,740만명에 불과합니다. 고용보험 가입률도 전체 취업자의 절반 정도밖에 안 됩니다. 앞으로도 코로나19와 같은 위기는 얼마든지 일어날 수 있습니다. 모든 취업자가 고용보험 혜택을 받게 함으로써 고용위기 및 노동시장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도록 준비를 해야 합니다. 정부는 전 국민 고용보험제도를 위한 로드맵을 올해 말까지 마련할 예정이며, 사회적 대화를 거쳐 고용보험 적용 대상을 단계적으로 확대해나갈 예정입니다. 앞으로 이를 위한 사회적 논의가 활발하게 이뤄질 것으로 봅니다.
신규 채용 중단·축소로 청년 일자리 감소에 대한 우려가 많습니다.
코로나19로 고용충격이 가시화되면서 청년의 피해가 매우 큰 것이 사실입니다. 정부는 청년층 일자리 창출을 위해 공공 부문에서는 대면접촉이 적고 일손이 부족한 분야에 비대면·디지털 정부 일자리를 창출할 계획입니다. 민간 부문에서는 청년 디지털 일자리와 청년 일경험 지원 사업을 새로 만들려고 합니다. 그리고 청년 구직자들의 생계안정을 강화하기 위해 청년구직활동지원금의 지원인원을 5만명에서 10만명으로 5만명 확대했습니다. 취업지원을 위해 청년취업성공패키지 지원인원도 기존 8만명에서 13만명으로 5만명 확대할 계획입니다. 청년구직활동지원금은 5월 초부터 추가 지원을 시작했으며, 그 외 추가 재원은 추경 등을 통해 신속히 마련·집행할 예정입니다.
부위원장님께선 한국판 뉴딜과 코로나19 대책으로 청년들에게 일자리를 보장하는 ‘청년보장(Youth Guarantee)’의 전면적 도입을 제안하셨습니다.
일자리를 시장시스템에만 맡겨서는 원하는 사람에게 지속적 일자리를 보장할 수 없기 때문에 완전 고용을 유지하려고 노력하는 것이 정부의 주된 책임이라고 할 것입니다. 이러한 관점에서 전 국민 대상의 고용보장은 아니더라도 청년이라는 특정 계층을 대상으로 일자리를 보장하는 유럽의 청년보장과 같은 프로그램 도입이 필요하다는 생각입니다. 특히 우리의 경우 청년의 입직 연령이 상대적으로 늦은 상황에서 청년실업, 청년니트(NEET) 문제의 해소가 더욱 절실하기 때문에 청년보장이 갖는 정책적 의미가 크다고 봅니다. 이미 서울시 청년수당, 신속 청년수당 등 자치단체 차원에서 시행하는 청년보장과 유사한 프로그램이나 고용노동부의 구직활동지원금, 국민취업지원제도 등이 있지만, 대상이 한정적이고 보장도 현금지원에 국한한다는 점에서 과감한 일자리, 교육훈련, 실습 보장이 포함된 실질적인 청년보장에 대해 우리 사회가 고민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나아가 청년을 시작으로 자영업자, 경력단절 여성에까지 이러한 고민이 확대돼야 한다고 봅니다.
코로나19로 인해 공공의료·보건 체계의 중요성이 커졌습니다. 앞으로 이러한 비상상황을 대비해 관련 인력을 탄탄하게 구성하고 유지하는 것이 필요해 보입니다.
그동안 정부는 보건의료인력의 확충을 위해 지속적으로 대책을 마련해 왔습니다. ‘간호사 근무환경 및 처우개선 대책’을 2018년에 마련했고, 의사 공급 불균형 완화와 공공의료인력 양성을 위해 국립공공의료대학(원) 설립, 공중보건장학제도 시범사업을 추진 중입니다. 향후 코로나19 사태의 경험을 바탕으로 필수의료서비스를 안전하고 적절하게 제공할 수 있는 지속 가능한 의료공급체계를 마련할 필요가 있습니다. 공공의료 인프라 확충, 보건의료인력 종합계획 수립 등을 통해 필요한 보건의료인력이 확충될 수 있도록 체계적인 방안을 강구하겠습니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는 언택트(untact, 비대면)가 사회 전반으로 확대될 전망입니다. 정부도 비대면·디지털 일자리 확대 방안을 발표했는데, 구체적인 추진계획은?
코로나19를 계기로 우리 경제 전반의 비대면화와 디지털 전환(digital transformation)이 가속화되면서,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경제·사회 구조 변화에 대응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정부는 우선적으로 ‘고용 및 기업 안정 대책’의 일환으로서 비대면·디지털 일자리 10만개 창출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대면접촉이 적고 일손이 부족한 분야로서 공익적 가치 창출이 가능한 분야를 대상으로 하고 있으며, 구체적인 사업계획은 일자리위와 관계부처 회의를 통해 논의를 마무리 중에 있습니다. 장기적으로는 경제구조 고도화와 지속 가능한 일자리 창출을 목표로 미래지향적인 대규모 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한국판 뉴딜’ 구상이 5월 7일 발표됐고, 세부계획을 마련 중에 있습니다. 한국판 뉴딜은 세계적으로 경쟁력 있는 우리의 IT·디지털 기술과 우수한 인적자원을 비대면 환경으로 결합시키는 새로운 분야의 일자리 창출을 목표로 합니다. 그린뉴딜 또한 추진됩니다. 말씀드린 고용안정 대책과 한국판 뉴딜이 코로나19로 인한 고용충격을 극복하고, 미래지향 기술을 기반으로 한 양질의 일자리를 늘리는 데 기여할 수 있도록 일자리위도 노력을 아끼지 않겠습니다.
부위원장님께서 문재인 정부의 일자리 정책 기획을 주도하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공약의 설계자로서 취임 3년이 지난 문재인 정부의 일자리 정책을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우선 양적으로는 인구구조의 변화로 지난 3년간 생산연령인구가 감소 추세임에도 취업자 수가 70만명 증가했습니다. 고용률도 0.7%p 상승했고요. 질적으로는 고용보험 가입자 수가 110만명 증가했고, 중위임금 3분의 2 이하 저임금 소득자의 전체 취업인구 대비 비중이 23%에서 17%로 줄었습니다. 아쉬운 점은 민간일자리 활성화를 위해 정부가 보다 적극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는 사회적 욕구에 부응하지 못한 것입니다. 정부도 부응하려는 욕구가 왜 없었겠습니까? 정부가 해야 할 역할이 무엇인지 사회적으로 분명하게 인식시키고 공유하며 민관이 서로 협력하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해주신다면?
우리 사회에는 아직 민간의 역할과 공공의 역할에 대해 정확한 개념이 잡혀 있지 않은 것 같습니다. 정부의 역할이라고 하면 공공일자리 81만개만 생각하고 민간일자리에 관해서는 규제완화, 법인세만 말합니다. 그런데 민간일자리라고 해서 완전하게 민간에게만 모든 것이 맡겨져 있는, 온전히 민간의 역량으로만 만들어지는 일자리, 이런 것이 민간일자리는 아닙니다. 예를 들어 새로운 기업이 창업하기 위해서는 창업생태계가 조성돼 있어야 합니다. 그런데 창업생태계는 철저하게 정책과 제도적인 유인에 의해서 만들어집니다. 이렇듯 기업의 생성부터 소멸까지 비즈니스 사이클과 관계되는 모든 과정에는 정부의 적절한 역할이 필요합니다. 세계적으로도 정부의 역할이 상당히 구체적이고 강력한 북유럽과 같은 나라들이 1인당 GDP도 높고 일자리도 많습니다. 물론 그 길만 있는 것은 아니지만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것과 달리 정부의 역할은 매우 중요합니다. 민간경제를 활성화하고 민간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는 정부의 적절한 역할이 무엇인지 사회적으로 논의가 활성화되고 합의가 이뤄져야 합니다. 그래야 현재의 일자리 상황에 맞는 적절한 민관협력이 이뤄질 것입니다. 그러한 협력이 나타나야 비로소 경제 활성화도 가능하고 민간일자리 창출도 가능합니다.
끝으로, 앞으로 일자리정책은 어디에 중점을 둘 계획이십니까?
대통령께서도 말씀하셨듯이 정부는 현재 ‘하나의 일자리라도 반드시 지키겠다’는 각오로 모든 역량을 집중하고 있습니다. 일자리위 역시 코로나19의 대응에 초점을 맞춰 전문·특별 위원회를 본격 가동하는 등 포스트 코로나 체제를 갖춰 일자리를 지키기 위한 대책 마련과 가동에 주안점을 둘 계획입니다. 먼저, 국내 제조업의 중추인 산업단지를 지역경제 혁신 거점으로 육성하기 위해 5개 지역을 선정해 추진 중인 산업단지 대개조 사업의 완성도를 높이고, 상생형 지역일자리 사업에 대한 지속적인 점검을 통해 지역일자리 창출에도 정책역량을 집중하겠습니다. 코로나19를 통해 중요성이 입증된 보건의료 분야와 더불어 디지털 기반 한국판 뉴딜의 차질 없는 추진을 지원해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일자리를 창출하겠습니다. 또한 일자리위가 새롭게 구성한 ‘공공일자리 창출 TF’를 통해 공공·청년 일자리 55만개에 대한 구체적 계획을 수립하고 속도감 있게 추진할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35세 이하 청년을 대상으로 실질적인 청년보장을 구현해 청년실업과 청년니트를 해소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